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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책을 냈다” - 『진보집권플랜』오연호, 조국

비판과 냉소를 넘어 집권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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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묻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답한 대담집『진보집권플랜』의 기획 의도는 이렇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묻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답한 대담집 『진보집권플랜』의 기획 의도는 이렇다. “진보, 개혁 진영이 왜 이명박에게 정권을 빼앗겼는지 성찰해보고, 그렇다면 어떻게 재집권을 할 것인지, 재집권을 하면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등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들의 모색은 큰 방향을 일으켰다. 출간 후 한 달 만에 3쇄를 찍었다. ‘3쇄를 찍으면 콘서트를 열겠다’는 약속을 꼼짝없이 지키게 되었다며, 조국 교수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난색을 표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으나, 노래를 부를 계획은 없었습니다. 열다섯 명 앞에서 부른 적은 있으나, 사백여 명 앞에서 부르게 생겼네요. 두 곡을 선곡해두었지만, 가사를 못 외우고 있습니다(웃음).” 다시 불꽃을 피우기 위한 신명 프로젝트는 출간 뒤에도 계속되고 있다.

좌파-우파는 ‘빨갱이 콤플렉스’를 활용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수구, 보수’ 대 ‘진보, 개혁’이라는 구분법을 사용하고자 합니다. 군사독재 또는 권위주의 체제 아래에서는 ‘독재’ 대 ‘민주’의 구분법이 타당했지만, 선거를 통한 대표자 선출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이 안착된 지금은 유효하지 않습니다. 물론 정치적 민주화 이후 출현한 정권도 ‘권위주의적’ 또는 ‘독재적’ 형태를 보이지만 대의제 민주주의 그 자체가 흔들리지는 않고 있으니까요. (p.28)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연회장에서 열린 이날 강연은 갑작스런 추위에도 준비된 객석이 일찌감치 가득 찼다. 이삼십대 뿐 아니라 사십대에서 오십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다. 조국 교수는 먼저 책 제목에 대해 설명했다. “비판과 냉소를 넘어 집권을 꿈꾸자는 의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불만과 야유 그리고 비난 혹은 비판을 끊임없이 하게 되죠. 그걸 넘어서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왔습니다. 낙관하고 긍정을 하자는 의미에서 ‘진보집권플랜’이라는 적극적인 제목을 달게 된 것이죠.”

“‘저 놈이 드디어 색깔을 드러냈다’ 는 말을 들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기존에도 신문이나 잡지에 글을 기고하거나 국가인권위 등 단체에서 어떠한 결정을 하고 나면, 전화와 메일로 욕을 수두룩 들어왔으니, 그것만으로도 제가 장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청중 웃음). 또 사고를 치면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어야 할지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기로 결정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입니다.”

시민들이 진보적 상상력, 드림팀 놀이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정치적 기본권이 매우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선거를 통한 대표자 선출이라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에 안착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대중의 관심은 밥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의 문제라 함은 바로 우리가 먹고 자고 입는 문제, 즉 보육과 교육, 일자리, 주택, 건강 문제입니다. 진보, 개혁 진영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비전, 정책,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밥 문제에서 유능한 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에 다 이와 관련된 정강정책이 있죠. 그러나 대중은 수구, 보수 진영과 확실히 구별되는 진보, 개혁 진영의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논쟁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비로소 진보, 개혁 진영이 무얼 하려는 것인지 감을 잡았지만요.

대중은 사회 제도가 자신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할 것 같다고 판단하면 각자 치열한 무한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도, 내 가족이라도 살고 봐야지’라는 판단을 하는 겁니다. 학생들도 자신들의 미래가 제도적으로 해결될 것 같지 않으면 도서관으로 발길을 재촉하죠. 스펙을 쌓아야 하니까요. 생존이 급하니 다른 얘기를 하는 건 사치스러운 일로 치부됩니다. (p.37)


조국 교수는 “2017년이 아닌, 2012년을 위하여 현재의 역량을 재구성한 뒤 최적화하여 싸울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 “진보의 비전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욕하는 것만으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반 MB를 넘어야 합니다. 사회 경제적 민주화를 위한 연대와 정권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조국 교수는 보통의 시민들의 담대한 상상을 통해, 다음 정권의 내각을 구성해보는 ‘드림팀 놀이’를 제안했다. “시민들이 진보적 상상력을 발휘해야합니다. 마치 프로야구 올스타처럼, 정파를 넘는 인물의 라인업을 구상하는 것이지요. ‘슈스케’ 방식이 되어도 좋겠죠. 일찍이 고종석 선생이 시사IN에 ‘여성드림팀’을 제안한 바도 있지요.”

“우리나라에는 네 개의 개미지옥 같은 굴레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사교육이고 두 번째는 청년실업 그리고 세 번째는 내 집 마련, 마지막 네 번째는 불안한 노후입니다. 지금은 유행어가 된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란 말을 다시 상기할 때이죠. 진보가 밥을 먹여줘야 합니다. 이제는 ‘민생민주’로 가서 교육과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진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의 승리가 보여주었듯이, 실제 시민들의 생활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진보’란 구호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리석은 자들은 독단적이며 자신만만하다


조국 교수의 강연은 오십여 분간 이어졌다. 뒤늦게 이날 강연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생중계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독자들은 보다 예리한 질문을 쏟아냈다. 대개가 학교 수업을 마치고 혹은 회사에서 퇴근을 하고 온 이들의 현실 깊숙이 뿌리 내린 물음들이었다.

언급된 정치인으로부터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대면하거나 통화를 한 분들도 있었고 만남을 약속한 분들도 있습니다. 책의 내용에 대해 예민한 반응도 있었고, 고맙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대학입학을 앞둔 학생입니다. 수능 전에 책이 출간되어 바로 읽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어려울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책에는 정치나 법 이외에도 시나 기타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가 수차례 언급되는데요. 여타 다른 공부들은 어떻게 하셨는지요.

“학창시절에 공부하였던 것들이 많습니다. 84년 학원자율화는 역설적으로 스스로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는데요. 법이 딱딱하기에 시를 통해 위로 받았습니다. 때로는 구원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죠. 내가 공부하거나 속하지 않는, 다른 학문, 다른 영역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보의 재테크에 대한 질문입니다. 펀드, 주식에 대한 진보적인 개인의 지향점은 무엇일까요. 대안적인 재테크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방법이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네 개의 개미지옥이 존재하는 한, 대안을 생각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도에 대한 변화가 선행되어야겠죠. 제 능력 밖에 문제이긴 하지만, 적금이나 펀드가 죄악은 아닌 거 같습니다(청중 웃음). 또한 진보적인 개인의 생활방식에는 모순적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이죠. 중요한 것은 진보의 가치를 끌고 가는 것이고, 제도적 해결을 이끌어내어야 한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우리가 편해집니다.”

최근 문성근 씨의 ‘유쾌한 100만 민란 프로젝트’에 참여한 인원이 4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진보집권플랜』에서 언급한 ‘드림팀 놀이’가 이러한 움직임과 연관이 있다고 봐야할까요.

“크게 다른 점은 ‘100만 민란 프로젝트’는 엄연히 실체가 있는 조직이라는 것이지요. 다 존경하는 분들이기는 하지만, 전혀 관계없이 시작했습니다. 밑으로부터 문제를 제기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언급한 내용과는 방향이 조금 다른 거 같아요.”

2012년 야당의 모델을 그려본다면, 민주당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리고 대권에 나설 인물은 누가 될지요.

“민주당의 문제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할 것인가’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민주당이 맏형 격이긴 하지요. 최근에 출간된 최재천 전 의원의 책 『민주당이 나라를 망친다, 민주당이 나라를 살린다』를 추천합니다. 대선에서는 무엇보다 개인의 매력도 중요하죠. 특히 선거 막바지에는 인물로 시선이 더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인물은 경쟁 속에서 크게 되죠. 슈퍼스타K의 ‘허각’도 그렇게 뽑히지 않았습니까(청중 웃음).”


야합과 합당, 연대를 하더라도 꼭 지켜야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사회경제적 민주화’라고 생각합니다. 추상적으로 ‘신자유주의에 반대’를 가지고 추진해서는 안 되겠죠. 합의할 수 있는 정책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특히 네 개의 개미지옥에 대한 문제 해결방안이 중요합니다.”

‘정치’가 언급되면 민감해지거나 난폭해지는 그룹이 있기 마련인데요. ‘드림팀 놀이’ 또한 정치이야기에 범주에 속하는 까닭에, 놀이에 임하는 태도나 조건들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정치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실수를 하고 착오를 겪어왔고, 겪고 있지요. 서로를 키우는 방식으로 가야합니다. 정책과 컨텐츠 대결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40대 남성이다. KTX에서 열심히 읽었다. 그런데 두고 내렸다. 또 한 권 사야겠다.’, ‘카페에서 책을 도둑맞았다. 요즘도 책 도둑이 있나. 그렇지만 잘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대학생이다. 책을 샀는데, 아빠가 먼저 읽더라.’ 책에 대한 리뷰나 트윗 중 오연호 기자가 언급한 내용이다. “세대 간 연대하고 이 책을 많은 이들과 함께 읽는 것을 즐거워하는 분들의 글을 읽을 때” 행복하다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현실 정치가 바뀌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논의를 위한 1차 자료를 드리고 싶었다”며, “깨어있는 시민들이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종의 장치가 되었으면 한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했다.

“어리석은 자들은 독단적으로 자신만만한 데 반하여 똑똑한 자들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 세상의 문제” 조국 교수? 인용한 러셀의 말이다. “한국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위한 분명한 비전과 정책,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의 ‘라인업’을 다 같이 고민하고 ‘드림팀’ 만들어보았으면 한다”는 그는 끝까지 “자기비판과 성찰을 하면서도 긍정과 낙관을 잃지 말자”는 당부의 말을 마지막으로 ‘진보집권플랜’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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