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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형래 감독 존경하는 아들 ‘드래곤에 미쳤다’

꼬맹아, 너에겐 ‘구라’의 비전이 있느냐? - 경박하다고 손가락질해도 좋다. 구라, 구라를 잘 풀어야 한다. 구라가 빠지면 황폐하다. 이 글을 읽는 어린이와 청소년 여러분이 멋진 구라왕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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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구라왕 선발대회
논리와 주장만 있고 이야기가 없는 글엔 ‘차가운 기계의 촉감’


문제는 ‘구라’다.
경박하다고 손가락질해도 좋다. 구라, 구라를 잘 풀어야 한다. 구라가 빠지면 황폐하다. 이 글을 읽는 어린이와 청소년 여러분이 멋진 구라왕으로 성장하기를 기원한다. 양치기소년 같은 ‘뻥’의 요소는 뻥 차련다. 대신 ‘썰’의 의미만 품겠다. 사전에 없는 이 비속어에서 ‘혀 설’(舌)의 그림자를 본다. 비교육적이라고 비난해도 할 수 없다. 오늘의 주제는 ‘구라와 썰’이다.

솔직히! 새롭고!! 짠하게!!!

‘솔직히 새롭고 짠하게.’ 20여 년 전 다니던 고등학교의 교훈에 빗대어 만들어 본 말이다. 그때 교훈은 ‘스스로 더불어 알차게’였는데, 신기하게 아직까지도 뇌리에 박혀있다. 교정 중앙 조회대 옆에 놓인 큰 바윗돌에 근엄한 글씨체로 새겨져 있었다. 딱 그 형식에 맞춰 ‘솔직히 새롭고 짠하게’라는 말을 인상적인 글쓰기를 원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트라이앵글로 새겨주고 싶다.

‘솔직히’는 글쟁이의 기본 태도다. 담백하게 자신을 드러내자는 뜻이다. ‘새롭고’는 진부함을 깨는 일신우일신의 정신이다. 독자들은 뭔가 새로운 언어와 메시지에 반응한다. ‘짠하게’는 이야기다. 갈등과 절정과 추락과 반전의 우여곡절이 함축된 서사다. 신약성서에서 예수는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 중 제일은 사랑”이라고 했다. “솔직히 새롭고 짠하게, 이 세 가지 중 제일은 ‘짠하게’”라고 한다면 억지일까? 결국은 구라다. 이야기다.

감히 주장한다. 이야기가 없는 글은 시체다! 논리와 주장만이 담긴 글을 읽으면 기계를 만지는 느낌이다. 신문 사설을 읽을 때 종종 그렇다. 상황 유형 별로 적용언어가 입력된 ‘차가운 비판 기계’라고나 할까? 어릴 때 많이 참가했던 ‘반공 글짓기’의 원고나 정부를 비판하는 시민단체들의 성명서도 비슷하다. ‘규탄’은 있을지언정 사람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이야기는 없다.

출발은 ‘자기 이야기’다. 초딩 은서는 한때 일기만 쓰면 “참 즐거운 하루였다”로 끝나기 일쑤였다. 전쟁과 대비되는 평화의 개념은 소중하지만, 마냥 이렇게 평화롭다고만 하면 시시한 언어 밖에 나오지 않는다.

“별 일 없이 산다”는 자랑은 이야기의 적이다. 아니, 별 일 많게 살면서도 “별 일 없이 산다”고 착각하는 게 더 문제다. 중딩 준석에게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로 ‘올해 나의 사건 10’에 관해 써보라고 했다. 준석은 “여행도 별로 안 갔는데 일은 무슨 일?”이냐며 툴툴거렸다.

한데 막상 아빠의 강요에 의해 글을 써보니 추억이 넘쳐났다. 사소하게 여겼던 영화 관람이나 교회합숙 등에도 나름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그때의 기억을 차근차근 되살리다보니 근사하게 의미도 부여됐다. 경험의 총량만큼이나 경험을 글로 빚어내는 훈련이 중요한 셈이다. 이는 자신만의 감수성을 만들어준다. 이걸 ‘자기 가슴’이라 불러본다. ‘자기 가슴’에서 ‘자기 언어’가 나온다.

“별 일 없이 산다”는 이야기의 적

그 다음은 ‘남의 이야기’다. 인류의 역사는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의 거대한 창고다. 소설도, 영화도, 음악도, 그림도 다 이야기다. 요즘 은서가 푹 빠진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도 결국 이야기다.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은 “이야기를 많이 읽으라”는 뜻이다. 이야기가 힘이다. 내 이야기와 남 이야기의 총합은 기름이 펑펑 쏟아지는 글쓰기의 유전이다.
글에 이야기를 담자. 구라를 푼다고 생각하고 쓰자. 글쓰기 대회를 ‘구라왕선발대회’라 이름붙여도 재밌겠다.

***

준석을 ‘담담한 구라’로 칭하노라


준석과 은서는 비전이 없다?
섣부른 판단일지 모르겠으나, 현재까지는 그렇다. 구라가 될 만한 훈련을 쌓지 못했다. 구라들에겐 ‘극적 체험’이 필수다. 특히 12세 안팎 때 무엇을 경험하느냐가 인생을 지배하기 일쑤다. 가령 사랑만 받으며 곱게 자란 이들보다는, 가족의 파탄과 해체 또는 가난을 일찍 겪어본 아이들에게 할 말이 많다. 바닥에서 온갖 풍상을 겪다 자기 힘으로 일어선 이들에겐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드라마가 있다고들 한다. 부모가 돈이 많거나 독특한 교육관을 지닌 덕택에, 세계일주 등 희귀한 경험을 일찍 체득한 이들도 그렇다.

직업적 구라꾼의 하나에 해당하는 소설가들의 이력을 보면 안다. 도시에서 그렇고 그런 평탄한 삶을 살아온 이들에게서 감동적인 작품이 나오기는 힘들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시골 또는 변두리에서 신산(辛酸)하게 살아왔거나 또라이 같은 마니아 기질로 한 우물을 팠던 이들이 신비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신산’이란 ‘맵고 신’ 음식을 먹듯 어렵게 살아왔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3대 구라로 꼽히는 백기완, 유홍준, 황석영 선생도 폭풍 같은 삶을 정면으로 헤쳐온 인물들이다.

준석과 은서는 수도권의 아파트촌에서 평범하게 자랐다. 그런 ‘극적 체험’은 없거나 모자란다. 비하할 필요는 없다. 내 기준에서 ‘극적 체험’이 아니더라도, 아이의 삶을 존중하자. 그런 차원에서 저물어가는 올 한 해를 이야기로 정돈해보도록 했다.

이야기엔 주인공이 있다. 주인공에겐 캐릭터가 있다. 자기 이야기를 하려면 자기 캐릭터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은서, 너는 누구냐!

내년엔 엄친딸이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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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완벽한’이란 없다. 왜냐고? 에디슨, 아인슈타인도 못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잘하는 OO, OO도 밥을 늦게 먹는 단점이 있다. 사람은 하나씩 단점을 가지고 있다. 근데 난 세어보니 10개나 된다.

첫 번째는 조심하지 못해 이를 다쳤다.
남자애 두 명이 밀어서 앞니가 조금 흔들렸다. 너무 아파서 분했지만, 그 애들이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하고 울었다. 그 애들은 반에서 싸움도 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반 애들이랑 대표로 싸우기도 하는, 그런 엄청나게 무서운 아이들이다. ㅡ~ㅡ 피도 났다. 으~~~ 내 친구들인 초윤, 영지, 선아가 위로를 해줬지만, 너무나도 아팠다. 가장 먼저 나를 민 애한테 잘못이 있다. 나도 더 조심했었다면 이런 일은 안 당했을 텐데, 아~ 후회된다.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아이들이 장난을 쳐도 절대로 웃으면서 대꾸를 안 할 것이다. 내가 그 때처럼 웃으면서 대꾸를 한다면, 걔네들은 날 무시할 것이다.

두번째는 내가 점수가 내려간 것이다.
노는 걸 좋아해서 그런가. 엄마는 책을 읽으면 된다고 하였다. 책을 읽으면 어휘력이 더욱 더 늘어나니 서술형 문제도 잘 풀 것이다. 계속 이렇게 책만 읽다 보면 아마도… 서울대도 갈 수 있겠지? ㅋㅋ

세번째는 내가 문구을 막 사대는 것이다.
용돈을 받으면 무조건 ‘필통’이나 ‘샤프’를 산다.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아이구, 아예 문구점을 차려라”라는 말도 하신다. 필통이 10개나 넘는다. 샤프는 아마도 100개 정도를 넘는다. 필통을 비싸지만, 샤프는 싸자나~. 난 예쁜 필통을 보면 못 참고 그냥 사 버린다.(중략)

네번째는 내가 집중력이 없는 것이다. (중략)

다섯번째는 핸드폰을 자주 만지는 것이다.
(중략)나 이러다가 만약 암에 걸리면 어떡하지? 아무래도 난 전자파 방지 스티커를 붙이거나. 핸드폰을 자주 만지는 습관을 줄여야겠다.

여섯번째는 말을 많이 하는 점이다.
나는 얼굴만 봐서는 조용하게 보이는데, 실제로 친구가 되면 말이 많아진다. 1학년 때인가? 그 떄쯤에 내 별명이 수다쟁이였다. 친구랑 모여도 내가 제일 말을 많이 한다.

일곱번째는 내가 편식을 좀 한다는 점이다.
못 먹는 게 많다. 와사비도 못 먹고, 초밥도 못 먹고, 토마토는 먹긴 먹지만, 나서서 먹지는 않는다. 콩은 진짜~로 싫어한다. 두유도 싫어하는데, 신기하게 두부는 좋아한다.
겉으로는 안 쪄 보이지만, 나도 어딘가는 비만이지 않을까? 이러다간… 아주 큰 병에 걸릴 수도 있다! 몸이 약하면 병도 잘 옮는다던데…

여덟 번째는 오빠랑 싸우는 점이다.
난 말로는 이긴다. 하긴 여자는 말을 잘 하니깐, 오빠는 말로 져서 화가 나면 힘으로 날 이긴다. 머리를 콩!하고 때리던가, 아니면 손바닥으로 등을 착! 하고 때리던가.
남매라면 흔한 장면이다. 대부분 여자아이에게, “너, 오빠랑 사이가 가깝지?” 하면, 그 여자아이는 무조건 “아니요! 저희 사이가 얼마나 안 좋은데!”라고 말할 것이다.

아홉 번째는 방 정리를 자주 안 한다. (중략)

열번째는 돈을 좀 밝히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나는 짠순이이다. 짠순이의 뜻은 돈쓰기를 싫어한다는 뜻이다. 남에게 인형을 받으면 너무 기쁘지만, 내 돈을 쓰라고 할 때는 쓰기 싫어하는 얼굴을 쓴다.(중략)

나도 쓰면서 내 단점을 알게 되었다. 오 지저스~ 어떻게 단점이 이렇게 많지?
장점도 많다. 노래 잘 부르고, 춤도 잘 추고, 그림 잘 그리고 긍정적인 성격이고. 앞으로 영어도 열심히 하면 영어도 내 장점이 될 것이다. 이만한 딸이 어딨을까?
흐뭇~! 장점을 많이 많이 만들어 빨리 엄친딸이 되어야겠다.

‘올해의 인물10’ 에게 카드를 보냅시다

은서의 최대 장점은 ‘긍정’이다. 자신의 단점을 10개나 발굴하고도 비관하지 않는다. “그래도 장점이 많다”고 즉각 반전모드로 돌아선다. “빨리 엄친딸이 되어야겠다”는 마지막 결론도 밉지 않다.

준석에게는 ‘올해의 사건’을 꼽게 했다. 처음에는 ‘올해의 인물’에 관해 쓰게 했다. 준석에게 ‘올해의 인물’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을 차지한 수영선수 박태환이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김연아나 박지성은 꾸준히 광고에 등장해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지만, 박태환은 늘 외면당해 왔는데, 그 와중에도 꾸준히 연습한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김연아나 박지성을 보면서 부러우면서 외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을 텐데, 우울한 나날을 이겨낸 그는 대단하다. 더군다나 여자 친구고 뭐고 다 팽개치고 수영만 했다니.”

뭔가 모자라다는 판단이 들었다. 다음에는 “친구들 중에서 ‘올해의 인물 10’을 선출해보라”는 주문을 했다. 거부당했다. 민감한 소재란다. 독자 여러분들이라도 ‘올해 나에게 영향을 끼친 주변인물 10’을 골라 연말에 카드라도 보내시라. 재밌고 의미있지 않은가?

2010, 내 기억속의 파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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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이 다 되었다. 중1 입학할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또다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다니 슬프기도 하고 들뜨기도 한다. 이 글도 마지막인데 기억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되짚어 보려 한다. 물론 이번 해에는 한 번도 여행을 안 가서 좀 짜증난다. 10가지나 대라니. 그래도 365일 중에 10가지가 없겠는가. 그 대신 작은 일들만이다.

수련회가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한 번도 안간지라 큰 일은 이것밖에 없다. 교관님께 단체로 혼난 일, 캠프파이어나 미리내 축제와 합숙은 정말 큰 의미와 협동심을 길러 주는 원천이었다. 매일매일 그렇게 생활한다면 협동심도 길러지고 우정도 길러지고, 일석이조일 것 같다.

다음은 단연 에버랜드로 여행! 역시 가족보다는 친구들과 타야 뭔가 좀 물맛이 난달까, 그런 느낌이 들긴 했다. 같이 호응하고, 같이 다니고, 같이 타고! 이것이 친구와 동행하는 즐거움? 역시, 너무나 강렬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또 1학기 중간고사를 망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용돈 인상은 커녕 용돈이 줄어들기도 하고, 엄마에게 혼나기도 하고, HME(수학경시대회)를 보지 않기로 한 것도 기억난다. 그때를 통해 엄마는 하나를 못하면 다른 것까지 다 끊어버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금 그 때만 생각하면 눈물이 다 난다.

뷔페도 기억난다. 물론 바로 어제 일이라서 그렇다. 무슨 견우와 직녀도 아니고 일년에 볼까 말까 하다가 오늘 겨우, 만났다. 오랜만에 가는 뷔페라 그런지 더 들떴고, 음식도 맛났다.(수련원에서도 뷔페식을 먹었지만‥)

단연 이번 해에 가장 기억나는 또 하나의 일은 가장 첫 번째 일! 오마중 입학식이었다. 6학년을 떠나보내는 그리움에 사무친 날이었지만, 오마초나 신촌초, 성저초 등의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었다고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너무 오래 전 일이기는 하지만 3월 2일의 교회 합숙 역시 기억난다. 현택이나 민재 같은 친구들과 합숙을 한 것은 정말 교회에서 잘한 일인 듯 싶다. 영화 <업>도 보고, 과자도 먹고, 호텔이 아니라 한 선생님의 집에서 자는지라 선생님이 조금 수고를 했을 듯도 싶다.

추석이 또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다. 추석은 추석이지만 별다른 재미가 없었다. 친척이 재미없는 것이 아니라, 친척이 없어서 재미가 없다. 작은 할아버지와 작은 할머니께서 오지 못하셔서 정말 서운하였다.

영화 <고사>를 본 게 또 기억에 남는다. <드래곤 길들이기>나 <방가? 방가!> 같은 다른 유형의 영화도 많이 본 게 사실이지만, <고사> 같은 공포 영화를 본 건 정말 나의 생애에 역사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뭐, 그 영화가 “다시는 공포영화를 안 보겠다”라는 다짐을 심어 준 날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반 친구들과 개별적으로 한 캠프파이어도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도 참가하신 그 곳에서는 비록 저녁까지 있지는 못했지만 친구들과의 단합도 재미있었고, 선생님도 고생을 많이 하신 듯 싶다.

친할머니의 생신 파티에 참가한 게 기억에 마지막으로 남는다. 사촌은 한 명도 오지 않아서 조금 허전함이 있었지만, 고기 맛은 최고였던 것 같다. 모두 할머니의 생신을 축하해 주었다.

흠, 지금 보니 일이 정말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여행도 안 갔는데 무슨 일은 일?” 같은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결국 누구든, 일 년 간 ‘추억’ 은 없지 않은 것이다. ‘살인의 추억’이란 나쁜 말도 있지 않은가. 1학기 중간고사 같은 나쁜 일이든, 수련회 같은 좋은 일이든. 그것은 영원히 모두 나의 몸에 사려 있고, 모두 내 기억 속에 저장된 파일들이다.

오늘의 준석을 만든 건 ‘드래곤 판타지’였나

빈티가 난다. 국내는 물론 일본의 놀이공원까지 다녀온 놈이 에버랜드에 새삼스레 감격한다. 뷔페 간 이야기까지 끄집어낸다. 남들이 보면 생전 분식집만 가는 줄 알겠다. 그래도 담담하다. 짠한 구석이 있다. 마지막 문장은 애답지 않다. “내 기억 속에 저장된 파일”이라. 준석이 지금도 조용히 성장 중임을 말없이 웅변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글을 읽자마자 조건반사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입만 살아가지고~.” 1년 동안 별 일 없었다면서 글은 그럴듯하게 꾸미다니. 글을 쓸 땐 입이 살아있다! 나는 준석을 ‘담담한 구라’라 칭하겠다. ‘극적인 체험’을 변변히 못해봤지만 구라의 잠재력이 충분하다. 앞으로 제대로 된 구라로 키워볼까?

‘극적인 직접경험’이 부족하다면 ‘극적인 간접경험’은 어떨까. 이렇게 써놓고 보니 ‘드래곤’에 미쳤던 준석의 지난 시절이 떠오른다.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부터 준석은 공룡 장난감이 손에 자석처럼 붙어있었다. 초딩으로 변신한 뒤에는 용에 탐닉했다. 용 그림을 그리고, 용 영화를 보고, 용 이야기를 끼적거렸다.(심형래 감독을 존경한다) 4학년 때부터는 드래곤 판타지 소설을 쓰겠다며 A4용지 100장을 채웠다. 전체 인생 13년 중 무려 10년을 ‘드래곤 오타쿠’로 보낸 셈이다. 얼마 전엔 ‘트랜스포머 마니아’로 전향했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용에 미쳐 무언가를 미친 듯이 써내려간 이력이 오늘날 글쓰기의 작지 않은 토대가 되어준 듯싶다. ‘담담한 구라’의 토양이 된 것 같다.(여기에 비하면 은서는 ‘미친’ 이력이 없다. 그래서 글이 엉망인가?)

오늘의 결론은 준석에게서 영감을 얻었다. 여전히 준석에게도 필요한 말이지만.

때로는 ‘미친놈’이 되자

역사학자인 한양대 정민 교수는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에서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불광불급不狂不及)고 말했다. 무언가에 미쳐야 어디든 이른다(미친다)는 말이다. 조금 더 확장해서 말해본다. 특별하게 미쳤으면 좋겠다. ‘특불광불급’(特不狂不及)이다.

미치려면, 아주 독특한 분야에 미치자. 정공법으로 미치지 말자. 미치는 일에도 색깔이 필요하다. 남들 다 세계명작에 미쳐있을 때 무협지에 미치듯! 모두가 소망하는 고지에만 오르려 바둥대지 말고 색다른 영역을 찾아 미쳤으면 좋겠다. 그래야 경쟁력도 생긴다. ‘안 미친놈’보다는 ‘미친놈’에게 이야기가 있다. ‘그냥 미친놈’보다는 ‘특별하게 미친놈’에게 더 기똥찬 이야기가 있다.
이상, 구라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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