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현장 취재] 귀농하려고? 영화 보고 포기할 걸요 - <땅의 여자> 권우정감독

순도 100% 유기농 다큐를 만나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대학 시절, 발그레한 양 볼에 수줍음과 설레임을 가득 담고 ‘농사꾼’이 되겠다고 다짐한 세 여자, 소희주, 변은주, 강선희. 대학동창인 셋은 저마다의 이유로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대학 시절, 발그레한 양 볼에 수줍음과 설레임을 가득 담고 ‘농사꾼’이 되겠다고 다짐한 세 여자, 소희주, 변은주, 강선희. 대학동창인 셋은 저마다의 이유로 나고 자란 도시를 떠나 경상남도 작은 마을로 시집을 왔고, 그렇게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며느리가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절대로 만만치 않은 법. 좀처럼 손에 익지 않은 농사일에 실수 연발, 동네 어르신들의 은근한 시집살이에 젊은 사람은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으니 10년째 새댁 노릇까지… 매일매일이 버라이어티한 좌충우돌 그녀들의 농촌 생활기!

영화는 그들의 농촌 생활과 일상적인 삶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농사를 짓고 여성 농민회 활동을 하고 아내, 엄마, 며느리의 역할에서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찾아가는 그녀들을 곳곳에서 포착한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갈등을 겪고 이상과 충돌하는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 과정을 통해 우리가 괴리를 생산해내던 농촌, 그리고 그 속에서도 배제된 여성이라는 존재가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함을 반추한다.

2009년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지난 9월 개봉한 <땅의 여자>를 정동에 위치한, 씨네코드 선재에서 다시 만났다. 90분간의 영화 상영을 마치고 권우정 감독과의 대화시간이 이어졌다. <땅의 여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홍콩에서 발견한 농촌의 세 여성


어떻게 농촌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이 작품은 어떻게 찍게 된 건가요.

“다큐멘터리를 찍은 지 십년이 됐어요. 농촌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 이유는 대학시절 농활을 열다섯 번 했던 경험이 작용하기도 했죠. 다큐 제작 단체에 들어와서 고민하던 때가 2000년이었는데, 바나나 시장이 개방되면서 빚더미에 앉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네 분이 자살하셨어요. 아는 분도 있었죠. 이러한 상황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일반 대중들이라고 해서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었죠. 특히 정책적인 부분들은 말이죠. 그래서 감성으로 전할 수 있도록 사람의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귀농한 가정을 일 년 찍으면서 여성에게 눈길이 가더라고요. 그 와중에 홍콩에서 그녀들을 만났습니다.”

세 인물을 발견하셨다고 해도, 막연하셨을 거 같은데요.

“처음에는 여성 농민회에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요즘 시대에 농촌에 3, 40대 여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독특하니까요. 호기심이 발동했습니다. 경남지역에서 농민회 활동이 잘 되기도 했고요.”

2005년 12월이죠. 홍콩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농산물 개방하고 공산품 풀자는 게 당시 WTO였죠. 언론에서, 남성 농민들의 과격한 시위만을 많이 보여줬었어요. 여성 농민들도 백 여명 갔었고, 적어도 그들은 현지에서 WTO의 문제점을 알리는 자리를 평화롭게, 문화적으로 이끌어갔어요. 심지어 한류의 영향을 받기도 했죠. 홍콩시민들의 반응도 좋았습니다.”

언론에서는 두 가지 모습으로 농촌이 비춰지곤 하죠. 문제 일으키는, 데모하는 농촌. 그리고 전원 생활으로서의 농촌. 영화 초반부 감독님이 일을 도와주시기도 하던데, 그 안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 가셨는지요.

“세 여성의 가족. 즉, 남편과 시부모님 등이 걸쳐 있는 생활이기 때문에 관계를 두루 맺기가 쉽지는 않았죠. 그곳에서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곧 인력으로 보입니다(웃음). 반 년 정도는 일을 했어요. 실수도 많았죠. 영화감독이기 보다는, 언니들의 후배, 동생으로 먼저 다가갔습니다. 그건 스텝도 마찬가지였어요. 제가 먼저 농사를 짓고 조연출이 와서 농사를 하면 그때 제가 찍었죠. 영화가 안 되면 마늘농사라도 짓자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청중 웃음). 그런 과정을 거치니, 어려운 점도 있었어요. 대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는데, 언니들이 말을 수시로 건다는 거죠. 인물들과 거리두기가 어려웠습니다.”

귀농 하려던 분들, 영화를 보고 포기하셨을 것


소질이 있다고 느끼셨나요.

“귀농 하려던 분들이 영화를 보고 포기하셨을 거 같아요(웃음). 농민 안에 무수한 직종이 있습니다. 종목마다 맞는 부분이 있고 아닌 것도 있더라고요. 희주 언니네가 편했습니다. 은주 언니네는 대농이었고요. 농사일은 쉽다, 어렵다로 나눌 수는 없을 거 같아요.”

해당 지역 분들이나 출연하셨던 분들도 물론 영화를 보셨겠죠?

“언니들은 내부 시사를 했고, 영화의 나오셨던 다른 분들은 200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버스 두 대를 타고 오셔서 보셨어요. 많은 분들이 창수 형부를 타박하셨죠(웃음).”

창수씨는 영화 안에서 가장 많이 변한 인물을 같아요.

“창수 형부가 ‘땅의 남자’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했죠(청중 웃음). 많이 지원해주셨고, 생각해주셨어요. <땅의 여자>는 출연자들이 제작지원급이에요. 선희씨가 후반부에 제작비도 지원해주셨죠. 언니와 가족 간의 관계, 언니와 저와의 관계 그리고 언니들 스스로도 영화를 통해서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지난, 9월 9일이 극장 개봉일이었습니다.

“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과 본심에 오르는 것 만해도 기뻤죠. 독립영화는 개봉과 거리가 머니까요. 개봉을 통해서 일반관객과 어떻게 만날지 궁금했어요. 한고비 넘겼다는 생각은 했죠. 당시의 심정은 ‘땅의 여자 블로그’에 ‘개봉일지’란 이름으로 남겨두기도 했어요.”

공동체 상영을 굉장히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시죠.

“ 매일매일 GV를 하는 거 같습니다. 어떻게보면, 독립영화에 맞는 상영법이 공동체 상영인 거 같아요. 현재까지, 백회정도 했어요. 언니들도 경남에서 직접 무대에 오르셔서 진행을 하시기도 하고요. 각 공동체마다 고민이 다르다보니 다양한 감상을 듣기도 합니다.”

촬영하면서 힘들었던 부분 있었을 같아요. 특히 장례식 장면은 어려움이 더했을 거 같은데요.

“ 가장 어려웠어요. 그 분의 죽음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죠. 5일 정도 되는 장례식 기간 동안 촬영을 하고 있으면서,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을 했어요. 그러나 분명한 건, 삶의 중요한 국면이라는 거였죠. 심지어 염까지 찍었어요. 아무도 찍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죠. 그간의 신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고마웠죠. 대개 카메라는 폭력적이고 선정적이잖아요. 내부시사에서 언니들이 많이 울었어요. 그리고 고맙다고 얘기해주었는데, 제가 오히려 고마웠죠. 다큐를 하면서 예기치 않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감독으로서 어느 위치에 서야하나 고민이 될 때가 많습니다.”

어찌 보면 정치적인 관점이 보이기도 합니다.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고, 생업으로서 ‘땅의 여자’를 그릴 생각은 없는지요.

“이 영화는 보편적인 농촌의 얘기를 하겠다는 것에서 출발하지는 않았어요. 그분들의 매력에서 출발 한 것이죠. 하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계기가 된다면, 할머니들의 삶을 그려보고 싶어요. 과연 무엇이 다를까, 라는 고민을 갖고 있어요. ”

농촌이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일까요.

“결국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인물들의 현재는 어떤가요.

“언니들은 열심히 살고 계시죠. 희주 언니네는 셋째 단비가 태어났어요. 출시될 DVD에는 코멘터리에 언니들의 목소리를 넣으려고 해요. 저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농촌 3부작’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사람을 남기는 독서와 인생 이야기

손웅정 감독이 15년간 써온 독서 노트를 바탕으로 김민정 시인과 진행한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독서를 통해 습득한 저자의 통찰을 기본, 가정, 노후, 품격 등 열세 가지 키워드로 담아냈다. 강인하지만 유연하게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손웅정 감독의 인생 수업을 만나보자.

쉿, 우리만 아는 한능검 합격의 비밀

한국사 하면 누구? 700만 수강생이 선택한 큰별쌤 최태성의 첫 학습만화 시리즈. 재미있게 만화만 읽었을 뿐인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마법! 지금 최태성 쌤과 함께 전설의 검 ‘한능검’도 찾고, 한능검 시험도 합격하자! 초판 한정 한능검 합격 마스터팩도 놓치지 마시길.

버핏의 투자 철학을 엿보다

망해가던 섬유공장 버크셔 해서웨이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거듭난 과정을 보여준다. 버크셔의 탄생부터 버핏의 투자와 인수 및 확장 과정을 '숫자'에 집중한 자본 배분의 역사로 전한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담아 가치 투자자라면 꼭 봐야 할 필독서다.

뇌를 알면 삶이 편해진다

스트레스로 업무와 관계가 힘들다. 불안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 그냥 술이나 마시고 싶다. 이런 현대인을 위한 필독서. 뇌과학에 기반해 스트레스 관리,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수면과 식습관에 관해 알려준다. 처음부터 안 읽어도 된다. 어떤 장을 펼치든, 삶이 편해진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