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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한 시대를 얘기한 정돈된 팝음악 -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 (1970)

지금 2,30대인 음악 팬들의 부모님 세대라면 아마 ‘사이먼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에 얽힌 추억들이 하나씩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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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30대인 음악 팬들의 부모님 세대라면 아마 ‘사이먼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에 얽힌 추억들이 하나씩 있으실 겁니다. 우리에겐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는 한국어 제목으로 익숙하죠. 수많은 가수들에게도 리메이크 된 이 곡은 지금까지도 골든 팝송으로 많이 애청되고 있습니다. 앨범에는 이 곡 외에도 남미의 분위기가 풍기는 「엘 콘도 파사」도 많은 사랑을 받았었죠. 사이먼 앤 가펑클의 <Bridge Over Troubled Water>입니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and Garfunkel) <Bridge Over Troubled Water> (1970)

사이먼 앤드 가펑클(Simon and Garfunkel)이 팝의 본고장인 구미에서 인기나 영향력 측면에서 가수서열상 열 손가락에 낀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비틀스 롤링 스톤스 밥 딜런 등 기라성 같은 거목의 반열에 끼기는 어렵고 기껏해야 밥 딜런의 우산 아래 성장한 인기 절정의 포크 팝 그룹으로 분류될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사정은 판이하게 다르다. 70년대를 걸쳐 국내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무수한 곡들이 골든 팝송으로 사랑받았으며 90년대 초반까지 음반도매상 집계에 따르면 비틀스보다 더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70년대로 국한할 때 국내 팝가수 랭킹 1위는 단연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었던 셈이다.

이 앨범에는 그 명 듀엣의 골든 팝송 3곡이 실려있다. 바로 타이틀 곡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엘 콘도 파사」(El condor pasa) 그리고 「권투선수」(The boxer)이다. 국내에서 방송금지된 빠른 템포의 「시실리아」(Cecilia)와 「안녕 내 사랑」(Bye bye love)도 만만치 않게 인기를 누렸다. 「엘 콘도 파사」의 경우는 영미 팝송에서 맛보기 힘든 남미(南美)적인 정취가 오히려 우리 취향에 가까워 애청되었고, 에벌리 브라더스(Everly Brothers)의 오리지널을 각색해 자신들의 ‘음악적 뿌리’를 시사한 「안녕 내 사랑」은 경쾌한 로커빌리의 통기타 리듬으로 우리에게 어필했다. 「복서」는 폴 사이먼이 녹음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등 가장 신경써 만든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서도 가히 ‘팝의 스탠다드’로 인식될 만큼 널리 불리워졌다.

그러나 가장 성공적이었으며 비평가의 찬사가 쏠린 곡은 뭐니뭐니 해도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였다. 우정과 자기희생이라는 사회적 테마를 담고 있는 이 곡은 마치 가스펠을 연상시키는 종교적인 경건함으로 클래식을 방불케하는 수준을 과시했다. 아레사 프랭클린,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롯한 많은 거물가수들이 이 곡을 부르기 위해 덤벼들 정도였다. 훌륭한 곡을 쓴 폴 사이먼(Paul Simon)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이 노래에서 아트 가펑클(Art Garfunkel)의 보컬은 가히 성악가도 두려워할 만큼의 빼어난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곡조, 가사, 보컬 등 그야말로 대중가요의 3박자가 완벽히 어우러진 곡이었다.

그러나 수록곡에서 나타나는 두 콤비의 조화와는 반대로 당시 두 사람의 관계는 갈등을 겪고있는 시점이었다. 음악적 견해차이가 불거지기 시작했고 의사소통도 잘 되지 않았으며, 앨범 만드는 순간에도 가펑클은 영화 <캐치22>의 로케차 4개월간 멕시코로 떠나기도 했다. 가펑클은 훗날 “이 앨범을 마치면 오랫동안 다시 일하지 못하게 될 것임을 사이먼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다”고 술회한 바 있다. 「안녕, 프랭크 로이드 라잇」(So long, Frank Lloyd Wright)과 「왜 내게 편지쓰지 않는거지」(Why don't you write me)는 그런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곧 깨질 것이라는 느낌을 시사하는 곡이었다.

<롤링 스톤>지에 따르면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는 가펑클이 사이먼에게 “가성을 잘 쓰는 네가 부르지 그래”하며 권했으나 사이먼이 “아냐, 너를 위해 만든 곡이야”라고 말해 가펑클이 응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 곡을 누가 부를 것인가를 두고 두 사람이 다투었다는 후문도 있다. 나중 빅히트하고 나서 사이먼은 자신이 직접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해 땅을 치며 후회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 사이먼이 가펑클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 아레사 프랭클린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기록도 있다.

결국 듀엣은 깨지고 말아 이 앨범을 끝으로 둘은 각각 솔로활동에 들어갔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를 부르면서도 사이먼 앤드 가펑클은 서로가 험한 관계의 다리가 될 마음가짐은 없었던 것이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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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상위권에 항상 랭크 되는 빌보드 1위곡 「Bridge Over Troubled Water」를 위시하여, 영화 「졸업」에 삽입되었던「The Boxer」외에 「El Condor Pasa」,「Cecilia」등6개의 그래미 상을 수상하며 70년대를 대표하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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