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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닉 혼비와 벤 폴즈의 만남 - 벤 폴즈(Ben Folds) ,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니요(Ne-Yo)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어바웃 어 보이』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죠.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의 저자 ‘닉 혼비’와 피아노 록의 대명사 ‘벤 폴즈’가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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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어바웃 어 보이』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죠.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의 저자 ‘닉 혼비’와 피아노 록의 대명사 ‘벤 폴즈’가 만났습니다. 닉 혼비의 무한한 상상력을 벤 폴즈의 음악적 토대로 빚어냈다고 하네요. 그리고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슈퍼 스타 자리에 우뚝 선 ‘테일러 스위프트’의 후속작, 세련된 알앤비로 이젠 이름만으로 무게감을 주는 ‘니요’의 신작입니다.

벤 폴즈(Ben Folds) <Lonely Avenue (with Nick Hornby)> (2010)

기존 글에 멜로디를 붙인 곡은 종종 있었지만, 앨범 단위의 음악적 결과물을 생산키 위한 문학가와 작곡가의 합심은 흔한 사례가 아니다. 뮤지션 입장에서는 소설가의 가사가 현학적이라는 견해도 있을 수 있고, 문인의 입장에서는 글에 구태여 멜로디를 붙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문학과 음악의 융합은 상호 간 호기심과 깊은 이해, 신뢰가 쌓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반갑게도 벤 폴즈(Ben Folds)와 닉 혼비(Nick Hornby)의 이번 프로젝트에서 그런 상호작용을 감지할 수 있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어바웃 어 보이』의 저자로 유명한 닉 혼비가 벤 폴즈를 향해 (본의 아니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2003년, 그의 에세이집 『31 Songs』에 벤의 「Smoke」를 언급하며, 자신의 사연을 소개한 것이다. 마침 벤 폴즈도 닉 혼비의 심플하면서 담백한 글에 매료되었다고 하니 서로 어느 정도의 인연은 있었던 셈이다.

결론적으로 두 사람의 협업은 꽤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센스 넘치며, 보통 사람의 평범한 일상 같은 소소한 가사들이 멜로디와 만나 더 없이 좋은 궁합을 자랑한다. 벤 폴즈도 앨범의 분위기를 피아노 록에 한정시키지 않고,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이나 기타, 퍼커션, 무그 신서사이저 등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최대한 닉 혼비가 상상하던 음악을 표현하려 애썼다. 유려한 선율이 붙은 오디오북이라고 하면 될까. 앨범에 수록된 11가지의 각기 다른 단편들은 유연한 멜로디를 통해 듣는 이의 귀를 어르고, 타박하고, 조롱하고 또 껴안는다.

「Levi Johnston's blues」는 미 공화당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의 딸인 브리스톨과 약혼까지 간 리바이 존스턴을 다뤘다. 사귀던 여자의 어머니가 유력인사인지도 모르고 있다가 혼전 임신 후 벌어진 일을 다룬 스토리는 윤리, 보수, 권력, 남부사람을 끌어들여 정치풍자를 펼친다. 초기 로큰롤 작사가로 비운의 삶을 살았던 독 포머스의 인생을 다룬 로큰롤 트랙 「Doc Pomus」(본 앨범의 타이틀인 <Lonely Avenue>를 독 포머스의 동명 곡에서 따왔다.)도 내용과 상반되게 들썩이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트랙.

딸의 병간호 중인 엄마가 불꽃놀이에 한창인 밖을 바라보며 희망 없는 삶의 울분을 토해낸 「Picture window」나 이혼한 부부와 그 자녀들의 쓸쓸한 일상을 다룬 내용으로 닉 혼비의 첫 번째 단편 소설을 가사로 옮긴 「Claire's ninth,」 원 히트 원더 가수를 소재로 다뤘으며,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을 테마로 쓴 단 하나뿐인 히트곡이 사람들에겐 희망으로, 자신에겐 절망으로 다가오는 현실을 구구절절이 읊어 내려간 「Belinda」도 우리 주변에 존재할 소소하면서 어두운 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냈다.

사실, 영어권의 리스너들이 아닌 이상 노래만 듣고 가사를 파악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점이 <Lonely Avenue>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벤 폴즈가 주조해 낸 깔끔한 멜로디와 보이스는 그 힘을 발휘한다. 닉 혼비가 써내려간 디테일한 가사를 상상하고 음악으로 창조해낸 그의 능력은 감탄을 자아낼 만하다. 다만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별도로 가사를 탐독하는 수고도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영어권 대중의 가슴에 와 닿기가 다소 무리인 점은 이 작품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일 것이다.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실력자들인 두 사람의 협력은 깊이 있는 팝 음반이자, 문학작품으로 결실을 맺었다. 다소 한계가 있는 작품이지만 용감한 행보를 보인 이들의 시도는 높이 살만하다. 음성지원 되는 단편 소설집이라 불러도, 내용이 충실한 팝 앨범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 이 점이 <Lonely Avenue>의 가장 큰 장점이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Speak Now> (2010)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이 젊은 소녀는 정말 많은 것을 이뤘다. 11주간 앨범차트 정상에 올랐고, 미국 내에서만 6백만 장의 앨범을 판매했으며,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그래미 ‘올해의 앨범’ 부문 수상의 영광도 누렸다. <Fearless>, 한 장의 음반으로 말이다.

이런 엄청난 성공 뒤에 이어질 후속 작이니 쉬웠을 리 없다. 올해 초,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성인이 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겠노라 공언한 바 있듯, <Speak Now>에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체득한 여러 감정들이 팝, 록, 컨트리 등 다양한 장르로 구현되었다.

‘컨트리 유망주로서의 모습을 이어갈 것이냐’, ‘아티스트로서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이냐’의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약하게나마 대부분의 곡에 만돌린, 밴조 등 컨트리의 향취를 심어놓았던 예전과 달리 첫 싱글인 「Mine」부터 가볍고 젊은 록을 표방한다. 컨트리 팝이라기보다는 평범한 팝/록에 가깝다. 어른스런 사랑을 테마로 한 「Sparks fly」 역시 나이로 봤을 땐 지극히 자연스런 선택이지만, 컨트리의 인기를 청소년층으로 확대한 공을 세웠던 그녀임을 감안하면 다소 과감한 선택이다.

연인이었던 배우 테일러 로트너(Taylor Lautner)에게 바치는 발라드 「Back to december」와 상처 준 사람에게 차가운 독설을 날리는 컨트리 넘버 「Mean」, 사랑의 갈등과 불안감을 차가운 록 스타일에 실어 부른 「The story of us」까지 전작에 비해 한층 격하고 신랄한 내용이 <Speak Now>에 가득 담겨 있다. 자신이 느낀 것을 직접 표현할 수 있는 싱어 송라이터의 이점이 십분 발휘된 것이다.

다만, 앨범에 나타난 지나친 진솔함이 다소 부담스럽다. 특히 과거 연인과의 일을 써내려간 곡「Better to revenge」, 「Dear John」, 「Back to december」)들은 아예 그 인물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태.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했을지 모르나, 이를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는 우를 테일러는 범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앨범은 성인이 된 그녀를 다루고 있지만 동시에 어른스럽지 못한 미숙한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감정의 완급을 효과적으로 조절하지 못한 탓이다.

다양한 스타일과 매력적인 선율의 팝 음악들을 홀로 작사, 작곡해내면서 그래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컨트리 색채가 많이 옅어진 것이 장르적 변절로 이어지지 않을까 다소 우려스럽지만, 이 또한 자신이 선택했고, 혼자의 힘으로 꾸려냈다는 점에서 전혀 부정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모든 것을 그녀가 통제하고 있다. 자신의 의지가 올곧게 투영된 뚝심 있는 앨범이다.

글 / 성원호 (dereksungh@gmail.com)

니요(Ne-Yo) <Libra Scale> (2010)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슈퍼파워만큼이나 미국은 슈퍼 히어로도 참 많다. 굳이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만한 다수의 초인들이 원전인 만화에 산적하고 있으며, 스크린까지 바쁜 몸을 이끌며 세계평화에 앞장선다. 아예 초능력자를 패키지로 모은 드라마가 전파를 탈 정도다. 이쯤 되면 미국 어딘가에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신조 하에 범죄 퇴치할 생각에 번뇌에 휩싸인 영웅이 존재하고 있을 것만 같다.

슈퍼히어로를 꼬마 아이들이 한 때 동경하는 대상으로만 인식하지 않는 미국의 상황으로 논점을 이동한다면 니요의 이번 앨범 콘셉트를 단순히 유치한 치기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사실 신경도 많이 썼다. 앨범의 기본 콘셉트에 의거하여 싱글 커트되어 발매하는 각 뮤직비디오마다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 내에서 니요는 제롬(Jerome)으로 분하여 환경 미화원의 처지에서 자신도 짐작치도 못했던 초능력을 얻게 된다.

곡의 배치도 스토리의 흐름을 충실하게 따른다. 신분상승과 함께 수반된 한량의 유흥을 마음껏 즐기면서 첫 트랙인 「Champagne life」에서 건배를 청한다. 하지만 기쁨은 찰나에 불과했다. 초능력을 얻게 되는 조건 중에 하나, 즉 사랑에 빠지면 안된다는 금기를 넘어서는 바람에 한때의 연인은 일순간에 정적인 다이아몬드 아이로 탈바꿈한다. 여기에서 오는 혼돈과 애증이 앨범 콘셉트의 큰 축을 이루게 된다. 영웅 신화의 콘셉트와 대중적인 접점을 영리하게 모색한 면모가 바로 이 지점이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사랑을 받았던 이유이기도한 깔끔하면서 선명하게 재단된 멜로디는 다행히 그대로다. 충분히 절제된 보컬과 자잘한 기교의 공존이 심심찮게 귀를 호사시킨다. 사소한 추임새 하나만으로도 마이클 잭슨의 온기를 필사하고 있는 「Champagne life」가 그러하며, 들뜬 비트 위에서도 애절함을 전달하는 「One in a million」의 멜로디 라인은 감흥을 증폭시키는 매력이 있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역동적인 템포의 알앤비 곡이 가쁘게 질주한다. 「Genuine only」에서 시작하여 「Cause I said so」를 거쳐 피치를 고조시킨다. 끝내는 첫 번째 싱글이었던 「Beautiful monster」에서 프로듀서 팀 스타게이트(Stargate) 특유의 휘황찬란한 코러스로 정점을 찍는다.

주목할 점은 지난 앨범 <Year Of The Gentleman>에서 곡 제작 참여지분을 넓혀가기 시작하더니, 본 앨범에서는 전곡의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다. 본래 피쳐링 참여에 제한을 두기도 했지만 「Crazy love」에서 패볼러스(Fabolous)가 랩 도움을 준 것이 본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유일한 타인의 목소리다.

전체적인 앨범을 구상하고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은 그동안 축적해온 노하우와 자신감이 발현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때마침, 최근 매체를 통해서 트레이 송즈(Trey Songz)와 선배격인 어셔(Usher)의 근작들을 느긋하게 비평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슈퍼 히어로에 걸맞은 행보다.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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