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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혁 “『퇴마록』 그걸 글이라고 썼나?” - 『바이퍼케이션』

“선악? 사회 안에서 존재할 뿐, 자연 상태에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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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혁, 그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된 사람도 있다. 말하자면, ‘이우혁 전작주의자’ 같은 독자에겐 그러지 않을까. 이 자리에 온 한 독자가 그랬다. 저자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찔렀으니, ‘폭풍독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

연쇄살인, 형사, 범죄심리, 프로파일러… 어쩌면 익숙한 코드다. 미국드라마 등을 통해, 혹은 현실 속 어떤 범죄 혹은 사건을 통해 우리는 이를 익히 접했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졌고, 과거에는 쉽게 상상하지 못한 일들도 현재는 현실로 나타난다. 그것이 텍스트나 영상을 통해 상호 교류하고,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여기, 소설
『바이퍼케이션 하이드라』(이하 『바이퍼케이션』)도 그렇다. 『퇴마록』『치우천왕기』 등의 이우혁 작가가 15년 동안의 숙성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내놓은 새 작품이다. 우선 3권짜리 1부를 내놨다. 신화, 범죄드라마, 철학 등을 버무린 이 소설은 작가 이우혁이 건네는 하나의 질문이 관통한다. ‘인간 주체란 진정 무엇인가.’

많은 독자들이 환호를 보내고 있다. 오랜 기다림 때문이다. 이에 독자들과 함께 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9월14일, 삼성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바이퍼케이션』(이우혁 지음|해냄 펴냄) 출간기념 독자와의 만남. 눈병 때문에 고생하고 있지만, 이우혁은 독자와의 약속을 미룰 수 없어 선글라스를 끼고 동참했다. 독자들은 질문했고, 작가는 더 없이 열정적으로 답했다. 그렇게 교감했던 시간을 정리했다.


이우혁, 『바이퍼케이션』을 말하다


이우혁, 그 이름 자체가 장르가 된 사람도 있다. 말하자면, ‘이우혁 전작주의자’ 같은 독자에겐 그러지 않을까. 이 자리에 온 한 독자가 그랬다. 저자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찔렀으니, ‘폭풍독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 그는
『바이퍼케이션』의 헤라가 그렇듯, 이우혁의 모든 작품에는 주인공이 신체상 핸디캡을 갖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한 것인지를 물었다.

저자는
“나도 그건 생각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다. 극적 긴장감 때문에 그랬던 것도 아니다. 다만, 그에겐 이런 믿음이 있다. 뭔가 하나가 뛰어나려면 다른 하나가 빠진다. “논증적으로 입증할 순 없지만 완벽한 인간은 없다. 어떤 하나가 투철해지려면 다른 하나의 희생을 밟고 일어서야 한다. 그것을 잃었기 때문에 강해진 거다. 그래서 어떤 캐릭터에겐 약한 점이 있다.”

『바이퍼케이션』은 영화적 상상력도 자극한다. 대사가 많은데,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썼냐는 질문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우혁의 대답은, “처음부터 영화를 상정하고 쓴 건 아니다.” 그는 대사가 많은 이유와 관련, 희곡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는 말을 꺼냈다. 이번 소설도 은근히 희곡을 집어넣고 내포하고 있다. “글쓰기가 막힐 때 영미희곡, 특히 아서 밀러, 에드워드 올비 등을 읽었다.”

그는 자신의 작품 가운데 이번에 처음으로 주인공과 영화배우를 대입시켜봤다. 니콜 키드만(헤라), 러셀 크로(가르시아 반장) 등의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썼다. 그것을 홈페이지(
www.hyouk.kr)에도 올렸다. 이런 식으로 캐릭?를 그리며 쓴 것은 물론 처음이었다.

그런 캐릭터를 연상하면서 쓴
『바이퍼케이션』에서 궁극적으로 다루고 싶은 건, 인간의 본질이다. 이 소설을 판타지, 형사 드라마, 신화 드라마 등 어떤 장르로 봐도 좋지만, 이우혁은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자기를 생각해보라. 진짜 내 의지로 하는 게 얼마나 있나. 우리는 본질이 뭔지 모른다. 그렇다면 진짜 인간의 본질 없나. 본질에 대한 담론이다. 오감만 갖고는 본질을 못 찾는다.”

인간은 말이죠. 생물학적인 인간이 있고 사회적인 인간이 있는 겁니다. 우리는 사회를 만들어 살고 있고 법과 규칙의 지배를 받죠. 허나 놈들은 그렇지 않아요. (p.120~121)

너희는 그렇게 살고 있지 않나? 자기보다 힘세고 자기보다 많이 알고 자기보다 좋은 명분을 가진 자들에게 조종당하면서 살잖아! (p.240)

그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이 다가 아님을 강조했다.
“나도 모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외에 다른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리적 에너지 말고 예감, 느낌, 감정 등 여러 가지가 있잖나. 스무 몇 가지로 분류를 해놨는데, 연대기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사고를 넓힌 상태에서 세계를 보자는 거다. 경험론적으로 사유하는 게 나쁜 건 아닌데, 그것이 한계에 부딪히면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


이미 수백 년 전 데카르트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려고 그 비슷한 상황을 염두에 두었어요. 모든 감각이 헛것이라고 할 때 어떻게 자신의 존재조차도 헛것이 아님을 증명할지 말이에요. 그 결론이 그거죠. 코기토 에르고 숨. 나는 생각하므로 존재한다. 조금 원론적으로 풀면 나는 회의하고 의심하므로 존재할 수 있죠. (p.232)

이번 소설도 악한 캐릭터와 선한 캐릭터의 대결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한 독자가 선악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굉장히 오래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그에게 선악은 사회 안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회 안에 선악이 존재할 뿐이지, 자연 상태에선 선악이 없다는 입장이다.

“원래 악한 인간은 없다. 이기적인 인간만 있다. 사회적인 여건으로 비추지 않으면 악도 없다. 이번 1부(『바이퍼케이션 1~3』)를 선악담론으로도 볼 수 있다. 어떤 소설을 보면, 악인인데 착한 구석이 있었다, 이런 식인데, 이건 장난치는 거다. 선악을 분해하고 조립해야 한다. 결국 선악담론은 천부인권이나 존재론에서 해석하면 안 된다. 사회라는 건 굉장히 냉정한 체제다.”

악하고 선하고를 따지는 건 이미 사회적인 개념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인 동물이죠. 그러나 우리는 지능이 있었기에 사회를 만들었고 가치와 선악까지도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선악은 모두 사회적인 선악일 뿐이지 자연적으로는 선도 악도 없어요.… 하지만 인간이 사회에서 살려면 선악을 따라야만 하고 그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학습되는 겁니다. (p.121~122)


이우혁의 작가론


이우혁은 작가를 꿈꾸고 생각하지 않았다.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독자가 질문을 던졌다. 결과적으로,
『퇴마록』 때문에 사단(?)이 난 셈이다. PC통신 등에서 폭풍 지지를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박사과정에 들어가질 못했다. 하지만 스스로 작가라고 칭하지 못했다. ‘지은이’라고만 했다. 스스로를 작가라고 칭한 것도 4~5년이 걸렸다. “타고난 재주를 발견한 것이 아니고, 느닷없이 예기치 않게, 작가가 돼서 이에 맞추느라 힘들었다.”

덕분에, 지금도
『퇴마록』을 보면, 얼굴이 붉어지고 손발이 떨린다. “그게 글이냐, 나도 인정한다. 내가 이걸 팔아먹었던 말인가.” 그렇다고 문체를 좋게 만들거나 닮고 싶고,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가 있는 것은 아니란다. 누군가에게 배우는 것은 좋지만, 철저히 배제하면서 그동안 스스로 갈고 닦고 스스로를 넘어서기 위해 애썼다.

물론, 스스로 부끄러웠던
『퇴마록』은 다시 다듬을 생각이다. “독자들이 퇴마록의 문체가 좋아서 좋아한 것은 아니지만, 최후엔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10년 넘게 가져온 생각이고, 이젠 신경 쓸 여유가 생겼다. 캐릭터는 바꾸지 않고 스토리, 사건 등은 똑같지만, 그런 한편으로 완전 달라질 거다.”

『퇴마록』이 등장했을 무렵,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독자 입장에선 궁금할 만하다. 어떻게 이 소설을 구상했을까. 이우혁이라고 딱히 어떻게 쓰겠다고 굳은 마음먹고 쓴 것은 아니었다. 다른 소설도 비슷했다. “이야기 할 것이 있으면 이것을 어떻게 발전시킬까 고민하면서 쓴다. 써도 되겠다 싶으면 그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재 내 파일에 한 60개 정도의 이야기가 있다.”

이우혁의 강점은 캐릭터다. 독자들도 이에 동의한다. 몰입하기 위해 캐릭터가 꽤 중요한데, 존재감이나 매력 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거다. 그 이유를 저자는 희곡연출에서 찾는다. 캐릭터 구축과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
“소설을 잘 못 쓰는 사람은 문체 문제가 아니라 글을 쓰면서 작가 스스로가 독자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에겐 나름의 룰이 있는데, 이번 책에 그걸 많이 걸어 놨단다. 10대가 쉽게 볼 수 없는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한 독자는 좋아하는 작가가 누군인지 물었다. 셰익스피어. 이우혁이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레알’ 작가다. 오죽하면 이리 말할까.
“악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경지를 넘었다. 500년 전에 인간의 본질을 꿰뚫은 사람이다.”

셰익스피어는 어쨌든지 모르겠지만, 이우혁은 영감만 갖고 소설을 쓰진 않는다. 그에게 작가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도 써야 하고, 평범한 소재를 갖고도 써야 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도, 이른바 ‘개떡’ 같은 소재부터 쓰라고 말한다.
“기발하고 놀라운 아이디어나 소재도 있지만, 그게 안 떠오르면 평생 가만있을 건가. 95% 이상이 분석과 해석으로 만들어진다.”

작가마다 글 쓰는 스타일은 다르다. 그의 스타일은 어떨까. 시간을 정해놓고 엉덩이의 힘으로 쓸까? 글쎄, 스스로도 모르겠단다. 다만 규칙적으로는 쓰지 못하는 체질이란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준비가 되면 일필휘지로 쓴다.

“빨리 쓰기 위해 준비와 워밍업 기간이 길다. 몇 년도 간다. 하루에 450장을 쓴 적도 있다. 『바이퍼케이션』 3권의 절반이 하루 만에 쓴 거다. 피곤하지도 않았다. 적어도 규칙적이 아니라는 것, 대신 물불 가리지 않고 쓴다. 약속이 있으면 글도 안 써진다.”

어쨌거나 그는 소설 쓰는 작가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
“할 수 없다. 기다린다. 준비를 한다.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 놀 수도 있고, 공부를 할 수도 있다. 그건 답이 없다.”

하지만, 글이 써지지 않는 순간이, 세상에서 제일 괴로울 때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웬만하면 작가하지 말라는 쌍수 들어 말리는 이유다.
“얼마 전 한 출판사 대표를 만났다. 다시 태어나면 개돼지가 될지언정 작가는 되지 않겠다고 했다. (웃음) 난 원래 다혈질이고 성격 급한 사람인데, (이번 책을 위해) 15년을 기다렸다. 나야 기왕 시작했으니 참고 하지만,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다. 너무 많이 버려야 한다. 딸에게도 작가하지 말라고 했다 (웃음)”

아울러 한 독자가 물었다. 20대의 독서는 어떠해야 하는가. 모든 것을 스펀지처럼 훅~ 빨아들이는 시기의 20대, 이우혁은 판타지도 좋지만, 전형적이지 않은 판타지를 권한다. 전형적인 판타지는 결국 상상력을 억누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이유. 특히,
“교양이나 걸작을 많이 읽어야 한다. 소설만 해도 그렇다. 걸작은 다 이유가 있다. 20대 때 할 것은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힘들고 재미없지만, 읽는 눈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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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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