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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콘서트] 북한국적과 의사 포기하고 선택한 음악 - 『프런티어, 상상력을 연주하다』 양방언

감미로운 선율이 흐르는 열정적인 삶... 국적을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꾼 후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 땅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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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북콘서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었다. 드림홀 중앙으로는 날렵한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를 잡고 있다. 예정된 1시를 넘겨 환영의 박수와 함께 음악가 양방언이 등장. 북콘서트의 진행은 KBS 아나운서 신성원이 맡았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공식주제가, KBS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도자기>, MBC 드라마 <상도>, NHK 애니메이션 <십이국기>, 영화 <천년학>, 온라인게임 <아이온> 주제음악 등 이미 우리 귀에 익숙한 수많은 음악을 만들었지만 아직은 우리 귀에 익숙치 않은 이름의 뮤지션, 양방언을 비 내리는 8월 마지막 토요일, 광화문 KT 올레스퀘어 드림홀에서 만나보았다.

궂은 날씨에도 북콘서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었다. 드림홀 중앙으로는 날렵한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를 잡고 있다. 예정된 1시를 넘겨 환영의 박수와 함께 음악가 양방언이 등장. 북콘서트의 진행은 KBS 아나운서 신성원이 맡았다.

먼저, 첫 책을 낸 소감 한 말씀. “책이 나왔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글로써 눈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반은 실감이 안 나고 반은 기쁘다. 처음 쓰는 글이라 방향성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몰라 어려웠다. 완벽한 글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모습이 반영되어 있어 애착이 간다.”

곧이어 영화 <엠마>의 테마곡과 「Wish To Fly <Timeless Story> 중)」를 직접 연주해 주었다. 피아노 위로 미끄러지듯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달팽이관이 정화되는 듯 한 맑고 섬세한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나의 아버지, 그리고 인생의 전환

양방언은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고 음악을 좋아하는 형과 누나를 통해 집에서 클래식, 재즈, 보사노바, 팝, 영화음악, 가요 등 다양한 음악을 매일 들으며 음악과 친숙해 질 수 있었다. 그 후 외국의 팝과 록음악을 접하며 음악에 매료 되었고 학창시절 밴드를 시작으로 음악에 입문하게 된다.

그의 음악 인생 중 빼놓을 수 없는 이는 단연 아버지. 양방언의 아버지는 의사이고, 형제들도 모두 의사나 약사인 의사 집안에서 그는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으로 일본 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온갖 고초를 겪었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일본 사회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고생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의사 집안을 일으켰고 그래서 그 역시 처음에는 의과 대학에 진학해 졸업 후 1년간 마취과 의사로 근무한다.

20대 중반. 의사로서의 길을 가던 그의 인생에서의 전환점이 찾아온다. 의사를 그만 둔 것.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의사로서의 삶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1년간 경험도 했다. 그러한 것들을 통해 음악을 하는 것이 더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은 나보다 더 나은 분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원하는 것은 음악을 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요 몇 년 간 생각을 하다 지쳐버린, 그리고 내 발을 붙잡아 온 커다란 마물에게서 스스로가 해방되는 느낌이었다. 그래, 그 마물을 계속 내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언제나 내가 음악을 단념할 때마다 산산조각 나버린 꿈의 조각을 양분 삼아 점점 증식하고 있었다.(중략) 그러나 갑자기 지금까지 자욱하게 끼어 있던 안개가 맑게 개면서 눈앞이 밝아졌다. ‘그래, 나는 여기 있어서는 안 돼.’ 나는 분명 이 마음을 평생 안고 살아가겠지. 음악에 미련을 남긴 채 병원에 다니면서 주말에 아주 잠깐 음악을 연주하고 그리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는 학생 시절에 세미프로로 음악을 했었지” 하고 주문처럼 과거를 추억 삼아 이야기하는 아저씨가 될 거라고. (p.110)

그러나 의사를 그만두는 게 과연 그렇게 쉬운 일이었을까.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선망의 대상인 직업. 게다가 그의 집안은 의사 집안. “그러니까 가출을 했죠.”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야 얼마나 어려운 결정이었을까 짐작이 간다.

“아버지, 정말로 죄송합니다. 저는 의사를 그만둘 겁니다.”
녹슨 중금속과도 같은 어두운 빛깔의 침묵. 어쩌면 나를 때리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고, 그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시간은 조용히. 그리고 무겁게 흘렀다. (p.118)


그는 그때 부모님께 죄를 지었다는 마음의 짐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아버지……
당신은 끝내 나를 용서하지 않은 채 가버리셨다.

아버지가 내게 준 이름, 나에 대한 바람.
음악을 통해 아버지의 뜻을 이루고 싶었다.(p.177)



음악으로 가득 채운 열렬한 인생


의사를 그만 둔 후 뮤지션들의 세션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음악가로서의 경력을 쌓아 나간다. 일본 록 음악계의 거물 하마다 쇼고와의 만남, 카시오페이아와의 프로젝트 그룹 결성, 중화권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욘드의 음반 제작, 영화 <선더볼트>,<정무문> 주제가 제작 등 국경을 넘나드는 굵직굵직한 프로젝트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음반 제작에 참여한다. 그야말로 전력질주의 나날들이 이어졌다.

질주하는 것은 ‘젊음의 특권’ 이기도 하다. 그것을 모두가 바로잡아야 할 일은 아니다. 젊음의 특권이란 말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정말 그렇다. (p.202)

그렇게 숨가쁘게 돌아가던 삶을 살던 중 문득, ‘양방언의 음악’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가요를 만드는 일을 주로 했다. 좋은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해도 상업음악을 하면 히트곡이 아니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간다. 그런 점에서 회의감이 들었다. 양방언의 음악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가수의 앨범에 참여해 제작을 하고 작곡을 한다고 해도 결국은 노래하는 사람의 음악이다.”

히트곡이 전부인 음악 산업 구조 속에서, 편곡과 프로듀스를 하는 것에 대한 의문이 들었고 시간 단위로 공장처럼 히트곡을 대량 생산하는 작업 형태에도 회의감이 들었다. (중략) 결과적으로 이 무렵부터 그때까지 걸어온 음악 인생의 궤도 수정을 꾀하게 된 것이다. (중략) 이것은 나에게 큰 전환기였다.(p.215)

<The Gate of Dreams>. 자신만의 꿈의 문을 활짝 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첫 앨범을 내고 방황 하던 그는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팻 메스니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그 답을 찾게 된다.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면 원하는 만큼 이루어진다는 바람은 100퍼센트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바라는 마음에서부터 모든 일이 시작되는 것은 불변의 진리라고 생각한다. 방향을 전환할 때는 그 과정에서 고생을 하지만 어디로 향하는지 스스로 방향을 놓치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어떻게든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은 나의 노력과 조금의 운이 작용할 것이다. (p.201)

양방언은 팻 메스니의 조언으로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이용한다는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두 번째 앨범 <Into the Light>을 1998년 발표한다.

그리고 그 해, 국적을 북한에서 한국으로 바꾼 후 처음으로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 땅을 밟게 된다. 양방언이 어릴 적부터 아버지께서 항상 이야기 하던 제주도에 언젠가는 꼭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그는 그곳에서 얻은 강렬한 영감으로 Prince of Cheju를 작곡하고, 한국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동양적 색채가 묻어나는 세 번째 앨범 <Only Heaven Knows>를 발매하게 된다. 이 앨범 발표 직후 염원하던 한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한국에서 발표한 앨범<Pan-O-Rama>에 수록된 「Frontier」는 2002 부산아시안게임 공식주제가로 사용되고 그 이후로 다큐멘터리, 영화, 게임 등 다양한 영상 음악 작업을 하게 된다. 게임 <아이온>의 영상과 <천년학>의 제작과정 영상이 주제곡과 함께 상영되었다. 양방언의 음악을 들으면 영상을 보지 않아도 풍경이 눈앞에 펼쳐 지는듯하다. 아이온의 웅장하고 거대한 스케일, 천년학을 들으며 한국적인 감수성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작품과 내가 맞는지, 작품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해가 되면 제작이 쉽게 된다.”

마지막으로 Q&A 시간이 이어졌다.


본인이 받고 싶은 질문이 혹시 있나?

“받고 싶은 질문이라기 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성격인데 쉰 살이 되었을 때 인생을 돌아보고 싶었다. 책을 쓰면서 좋은 계기가 되었고 어린 시절 잊고 있었던 추억이 생생히 다가와 힘이 되었다. 인생을 돌아보면서 이 시기에 이런 고민을 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것이 꿈을 가진 많은 분들에게 꿈을 이루는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최근 앨범이 이전과 스타일이 달라진 것 같다. 좀더 세련되어지고. 이전의 몽고 민속악기나 이런 느낌이 좋았는데 그런 음악을 다시 할 생각은 없는지?

“크로스오버를 하기 위해서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음악의 영감을 얻는 그 순간에 느낀 것을 담는다. 이전의 음악은 몽고의 친구들에게 음악적 영감을 받았을 때 만든 것이다. 솔로 음반은 순간 순간 그 사람의 모습의 반영이 되었으면 한다. 사람이 주기란 게 있어서 그런 음악을 다시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영감을 어디서 받고 구체적으로 음악을 어떻게 만드는지?

“영상 작품의 음악을 볼 때는 그것을 보고 영감을 얻는다. 솔로음반의 경우 살면서 자극을 받으며 느낀 영감들이 서로 반응을 하며 쌓여 작품이 된다. 그런 것들을 기다리기도 하고 추구하기도 한다. 무리를 해서 만들어내지는 않고 자연스러운 상태로 자신을 가져간다. 작위적으로 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좋아하는 노래는? 노래를 불러주실 수 있는지?

“연주 음악을 내는 이유를 생각해 보시길. ^^ 그 안에 답이 있다.

노래를 불러달라는 관객의 짓꿎은 요구에 온화한 그의 얼굴에 진땀 나는 당혹스러움이 서린다.

“이 책의 전체적 분위기를 앞으로의 고민이 많은 세대에게 꿈을 간직할 수 있도록 편하고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자신의 길을 가면서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끝으로 <Echoes>에 수록된 「Eventide」를 연주하며 아쉬운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새로운 음악의 지향점은 어디인가.
가야 할 정답도 없고 뚜렷하게 정해진 무엇도 없지만 왠지 나에게는 확신이 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음악을 하게 될 것이다.
새롭게 시작되는 도전 속에 변함없는 즐거움을 찾아가면서.
그렇게 나의 음악과 인생은 계속될 것이다.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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