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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성균관 스캔들> 이해하려면 『한중록』을 읽어라

비로소 읽을 수 있는『한중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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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전에 눈을 돌리는 것은 고전으로 회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의 고전은 고전으로서 계승된 역사가 극히 짧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견되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작품은 저 구석에서 후대의 눈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가 고전에 눈을 돌리는 것은 고전으로 회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의 고전은 고전으로서 계승된 역사가 극히 짧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견되고 있으며 심지어 어떤 작품은 저 구석에서 후대의 눈길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우리의 목표는 바로 이런 한국의 고전을 귀환시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고전 안에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는 진리내용들을 다시 불러들이고 그것으로 이 불투명한 시대의 이정표를 삼는 것, 이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을 펴낸 편집위원의 말이다. 그렇기에 고전을 읽는 일은 나의 삶을 환기시키고 후대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자산이 된다. 특히 이번에 출간된 고전문학전집은 지금까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거나, 내용이나 의미가 헐거웠던 것을 자구 하나, 단어 하나에도 세밀한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또한 여러 이본들을 철저히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정본을 확정했고, 지금까지의 모든 연구를 포괄한 각주를 달았으며, 각 작품의 품격과 분위기를 충분히 살려 현대어 텍스트를 완성했다고 한다.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출간을 기념하여 개최된 ‘우리 고전 재미있게 읽기’ 강연회가 10월 한 달 동안 매주 화요일마다 정독도서관에서 진행되었다. 정병설 교수의 『한중록』을 시작으로 『조선 후기 성 소화 전집』의 김준형 박사, 『창선감의록』의 이지영 박사, 『홍길동전?전우치전』의 김현양 명지대 교수 등이 강의했다. 그중 강연회의 시작을 알렸던, 정병설 교수가 소개하는 『한중록』을 들여다보자.

『한중록』에 담겨 있는 마력


정병설 교수는 정독도서관이 강연과 맞물려 갖는 의미를 소개했다. 바로 정독도서관이 위치한 자리가 혜경궁이 태어나 10살까지, 즉 유년기를 보내온 유서 깊은 곳임을 설명하는 것으로 모두를 열었다.

“오늘의 강연 주제가 ‘우리 고전 재미있게 읽기’입니다만, 사실 이 주제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한중록』이라는 텍스트 자체가 충분히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재미있게 읽기를 배울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한중록』에는 마력이 있습니다. 이 절절한 사연을 펴든다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저희 아버지도 직접 사서 한달음에 읽으시더군요(청중웃음). 그동안 『한중록』은 재미가 없어서 못 읽은 것이 아니라 읽기 어려웠기 때문에 제대로 읽지 못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이번에 펴낸 『한중록』은 비로소 읽을 수 있는 『한중록』이라는 데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병설 교수의 말에 ‘읽을 수 있는’ 『한중록』을 펴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였다. 그는 바뀐 표현에도 주목했다. 요컨대 ‘마누라’, ‘자네’ 등의 표현들이 지금과는 다르게 쓰이기 때문에 표현 하나하나와 주변정황까지도 파악하여 풀어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작업에 소홀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간 펴낸 『한중록』은 읽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작업이 가능했던 이유를 시대가 좋아졌기 때문이라고도 말한다. 인터넷을 통하여 앉은 자리에서 실록을 검색할 수 있었고 이를 찾아 읽으며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한중록』은 마력이 있다. 세자를 뒤주에 가두어 죽인 전대미문의 엽기적 사건 때문만은 아니다. 혜경궁은 『한중록』을 쓸 때 집안이 망한 아픔에 화가 치밀어 등이 뜨거워 잠을 자지 못했다고 한다. 어떤 날은 누워 자려다가 벌떡 일어나 앉아 벽을 두드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만큼 『한중록』은 뜨겁다. 그 뜨거움이 읽는 사람을 달아오르게 한다.”(p. 5)

『한중록』은 무엇인가


“한국 사람치고 『한중록』과 사도세자를 모르는 이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국사 수업시간에 배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사건 때문이지요.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죽지는 못할망정 아들을 죽인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그것도 우발적인 것도 아니고, 뒤주에 가두어 만칠 일 동안 서서히 죽게 했다. 게다가 죽인 사람은 누구이며 죽은 사람은 누구던가. 죽인 사람은 영조 임금이고, 죽은 사람은 그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사도세자가 아니던가’ 이렇게 생각하며 영조를 비난하게 마련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가 자기 대를 이을 왕자를 죽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들까지 죽인 임금이니 폭군이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조는 53년이라는 긴 세월을 왕좌에 있으면서 18세기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끈 성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성군이 아들을 죽이다니 그것도 서서히 죽게 했다니 도대체 세자에게 무슨 잘못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한중록』을 접한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입니다.”

흔히들 알고 있는 『한중록』은 바로 이 사건의 경과를 쓴 글이다. 세자의 부인인 혜경궁 홍씨가 격분하며 오랜 시일이 지나, 회고한 것으로 알고들 있다. 그런데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 곧 1762년 임오년에 일어난 참화라고 하여 ‘임오화변’이라 불리는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은 『한중록』의 일부일 뿐이다.

“혜경궁이 이백 년 후의 독자에게 할 말을, 도와 정리한다는 심정으로 책을 펴냈습니다. 그래서 『한중록』에 딸린 세 편의 독립된 글을 이 책에서는 현대 독자들이 가장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방향으로 배열을 달리 했습니다. 잘 알려진 남편 사도세자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자기 이야기, 친정 이야기의 순서로 차례를 구성하였습니다. 제1부는 남편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문학적 요소가 다분한 글이며, 제2부 자기 이야기는 특히 조선시대 풍속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자서전으로 혜경궁 홍씨가 환갑을 맞이한 1795년, 조카의 부탁으로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을 술회한 내용입니다. 마지막으로 제3부 친정 이야기는 조선 후기 역사 특히 18세기 정치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중록』은 ‘18세기 조선의 축도’”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조’, ‘사도세자’, ‘정조’, ‘순조’, ‘혜경궁 홍씨’, ‘정순왕후’ 등 여러 인물과 그 시대의 배경을 제대로 알고 읽는다면 더욱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전한다.

『한중록』은 교양 높은 명문가에서 태어나 어려서 궁궐에 들어가 조선 최고의 지존이 되었던 혜경궁이, 자신이 겪은 파란만장한 삶을, 때로는 담담히, 때로는 격정적으로 회고하고 비판하며 분석한 글이다. 남편인 사도세자는 시아버지의 손에 의해 죽었고, 아끼던 동생은 정적의 모략으로 사약을 받아야 했다. 아들도 가까스로 왕위에 올랐지만 등극 전에는 죽음의 고비를 수도 없이 넘어야 했고, 아버지 역시 늘상 정적의 비판에 노심초사하다 숨을 거두었다. 『한중록』 최고의 위치에 있었지만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혜경궁이 일흔을 넘긴 노령에 쓴 글로, 고령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한 정서적 격동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삶의 파고가 높았던 것이다.”(p.471)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은 조선시대 정조 왕때 시대상을 담아내고 있다. 성균관 유생을 주인공으로 한 이 청춘드라마에도 어김없이 『한중록』이 떠오르는 이유다. 『한중록』은 현대에도 회자되는 고전이 되었다. 『한중록』이 지난, 2005년 서울대학교에서 뽑은 권장도서 가운데 들 수 있었던 점도, 그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한중록』을 통해 인간 삶의 진흙탕을 느끼면서, 인간 삶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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