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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국에 음반 낸 국가대표 재즈밴드 - ‘재즈돌’ 윈터플레이

당신의 가을과 겨울을 채우고 싶다면, 재즈돌 ‘윈터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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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플레이. 올해, 재즈로 물든 그 좋은 ‘자라섬’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털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 팝재즈 밴드. 귀에 착착 감긴다. 선율은 몸을 타고 어깨를 들썩이게 하더니, 마음까지 스며든다.

바야흐로, 찬바람이 부는 계절. 몸을 적시던 땀방울은, 이제 마음으로 스며든다. 몸 바깥보다 몸 안이 더 따뜻한 즈음이다. 그럴 때, 음악의 선율과 리듬도 바뀐다. 공기도, 기온도, 하늘도 달라진 마당에, 당연한 것이다. 서늘한 바람 한 자락에도 무너지고야 마는 마음 한켠을 붙들기 위한 음악이 필요하다. 물론, 커피 한 잔도 곁들여서!

그렇다. 커피 만드는 사람인 내게, 재즈는 계절 필수품이다. 가을과 겨울, 두 계절에 특히나 어울리는 선율 아닌가. 진하게 추출한 동티모르 카부라키마운틴의 향을 맡으며 재즈선율에 몸을 맡길라치면, 나는 2010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부럽지 않다. 음악에 있어 한없이 유려한 취향을 가진 ‘이지리스너’의 곡 선택이 까다로울 이유도 없다. 그저 몸과 마음을 맡길 수 있으면 된다. 커피 한 잔과 어울리면 된다.

그래서 선택했다. 윈터플레이. 올해, 재즈로 물든 그 좋은 ‘자라섬’을 가지 못한 아쉬움을 털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 팝재즈 밴드. 귀에 착착 감긴다. 선율은 몸을 타고 어깨를 들썩이게 하더니, 마음까지 스며든다. 보컬의 매력적인 음색과 악기들이 서로 삼투압하고 연대한다. 유후~ 몇몇 리메이크한, 재지한 팝과 대중가요도 친근하고 새롭다.

바로, 이주한(트럼펫, 프로듀서), 소은규(콘트라베이스), 최우준(기타), 혜원(보컬)이다. 윈터플레이의 2집 앨범, <투셰모나모>다. 뭐 행여나 ‘듣보잡’이라고 여겨진다면, 모 전자회사의 세탁기 CF에서 한가인과 함께 도드라진 버블에 깔렸던 음악 「Happy Bubble」을 떠올리면 된다. ‘버블 버블♪’ 하면서 귀에 착착 감겼던 그 음악을 불렀던 재즈 밴드다.

‘세월이 가면 가슴이 터질 듯한 그리운 마음’을 알 턱이 없었던 소년은,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을 멋도 모르고 좋아했던 소년은, 이제는 그 마음을, 노래의 의미를 안다. ‘세월이 가면’ 알게 되는 무엇. ‘세월이 가면’ 다른 사람도 이 노래를 부른다.

귀에 띄는 목소리의 주인공, 혜원도 이 노래, 불렀다.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The hound of the Basketvilles)』에 나오는 오래된 호텔을 개조한 셜록 홈즈 바에서 커피 한 잔 후 쇼케이스 리허설을 하는 영상은 압권이다. 비 내리는 가을날의 아침, 커피 한 잔에 곁들여 이 노래가 흘러나온다면, 나는 아마 터진 가슴에서 눈으로 삐져나온 물질을 만날 것이다.

어쩌면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윈터플레이. 지난 11일, 실력파 뮤지션들의 집합소, 플럭서스의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이들을 만났다. 이주한, 소은규, 최우준, 혜원이었다. ‘Play’버튼을 눌렀다. ‘Stop’이나 ‘Pause’, ‘Rewind’는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나도 눈 내리는 날을 기다리게 됐다. 이유는 찬찬히 읽어보면 알 테고,

지금 당신 곁에 있는 사람, 당신이 자주 가는 곳, 당신이 읽고 있는 책이 당신을 말해준다지. 거기에 하나 덧붙이겠다. 음악. 당신이 듣고 있는 음악도, 당신을 살짝 드러낸다. 그리하여, 권하겠다. 당신의 가을과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한, 뭣보다 당신의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 윈터플레이의 음악의 ‘Play’버튼을 눌러보는 건 어떻겠나.


재즈돌, 아이돌을 누르다!

왼쪽부터 최우준(기타) 이주한(트럼펫,프로듀서) 혜원(보컬) 소은규(콘트라베이스)

‘이변’이라고도 하고, ‘깜놀’이라고도 하더라. (웃음) 「투셰모나모」가 각 아이돌의 노래를 제치고 각종 차트를 싹쓸이하고 있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나. (웃음)

(최우준, 이하 준) “당연하지. (웃음) ?선 팀이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다른 분들의 도움이 컸다. 음악을 만들면 이것을 알려주고 현장을 뛰는 분들이 필요한데, 그런 분들 덕분이기도 하다. 또 요즘 아이돌 음악 외에 다른 음악을 찾는 분들이 다른 분야의 음악이 나오니까 평소 때보다 더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주한, 이하 한) “3년 동안 활동하면서 대중음악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섞는 등의 노하우가 쌓였고, 1집에서 「집시걸」 등이 사랑을 받았는데, 이런 음악을 해도 괜찮구나 하는 자유를 얻은 것 같다. 이번 앨범은 그렇게 편하게 작곡하고 각자 역할을 하면서 만들었다. 듣는 사람들이나 방송국 PD?작가들이 관심을 가져줬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준 덕분이다.”

지난달 말, <두시탈출 컬투쇼> 출연 직후, 검색어 1위에도 올랐다. ‘재즈돌’이라 불러도 괜찮을 것 같다.

(이구동성으로) “아니다. 1위 아니었다. 아주 잠깐 1위를 하긴 했지만, 1위는 배추인가, 김치였다. (웃음) 배추에 밀렸다. 잠시 1위를 한 것도, 혜원 씨의 미모가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쟤 누구냐 싶어서.”

간단하게 멤버 소개 좀 해 달라. 서로 옆 사람에 대해 소개하면 좋겠다.

(최우준에 대해 이주한이) “기타를 치는 최우준이다. 별명은 사자. 기타 및 보컬리스트를 하면서 행사에서 돈을 벌게 해준다. 무슨 말이냐면, 1인3역을 해서 돈이 덜 나가게 한다. (웃음) 뭣보다 우리 팀이 밥 먹는데 있어서, 지도자다. 의식주의 리더다. 메뉴도 정하고. 팀의 밸런스도 맡고 있다.”

(이주한에 대해 최우준이) “(팀에서) 나이가 가장 많고 프로듀서도 하고 작사?작곡, 리더, 트럼펫을 자주 불고 팀을 만든 큰 형님이다.”

(소은규에 대해 혜원이) “팀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사람이다. (웃음) 팀원들도 취미가 뭔지 모르고, 집에서 뭘 하는지도 모른다. (웃음) 자신만의 세계를 가졌고, 팀에서 베이스를 친다.”

(혜원에 대해 소은규가) “말이 필요 없는, 팀의 얼굴이자 막내다. 그런데 어떨 때 보면, (나이보다) 훨씬 더 성숙해 보일 때도 있다. 오랜 시간 봐 왔는데, 노래 잘하고 훌륭하다.”

1집보다 이번 2집 앨범<투셰모나모>는 좀 더 대중적인 것 같다. 라틴, 재즈, 팝을 뒤섞어 라운지 음악 같은 느낌도 준다. 뮤지션으로서 이번 앨범에 대해 말해준다면.

(혜원) “이번 2집은 준비기간이 길었다. 원래 2월에 발매하려 했는데, 사운드 규모 등이 커지고, 콘셉트를 못 잡은 것도 있고,(웃음) 이래저래 되짚어보는 시기를 거쳤다. 그러니까 처음엔 팀을 만들고, 음악을 하고, 재밌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뒤를 돌아보면서 우리의 색깔이 뭘까, 에 집중했다. 1집 <Choco Snowball> 팬들이 우리를 왜 사랑했을까를 고민하면서, <Hot Summerplay>에 비해 어쿠스틱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무엇보다 1집보다 더 노력하고 발전한 팀이라는 모습을 보여 주고자 했다.”

1집도 꽤나 성공적이었다. 「Happy bubble」과 「집시 걸」 등이 대중에게 많이 먹혔는데, 1집 음악에서 어떤 면에서 비슷하고 다르게 가려고 했나.

(한) “1집 사운드보다 더 경험을 쌓으려고 했다. 1집은 녹음을 3~4주가량 했다. 신선한 감은 있는데,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그런 걸 공연하면서 알게 되고, 한계도 알게 됐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사운드가 훨씬 더 풍성하다. 발전한 모습이라면, 1집에선 한국어 가사를 많이 넣지 않았는데, 2집은 많아졌다. 한국말을 잘못 집어넣으면 (음악의) ‘필’이 안 살 수 있는데, 그런 노하우를 터득하는데 2년 반이 걸렸다.

몇 가지 곡 스타일도 추가됐다. 70~80년대 사운드를 넣기도 하고, 팝적인 그러면서도 어쿠스틱한 느낌도 있고. 혜원의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음악이나 최우진의 작사 작곡 실력도 볼 수 있다. 이번 앨범 중 세 곡은 일본에서 발표한 곡인데, 믹싱을 만져서 조금 더 좋은 소리를 냈다. 음반에 애정이 많이 들어가 있다. 6개월 정도 늦춰졌지만, 다 이유가 있었다. 신경도 많이 썼다. 진짜로 아티스트가 할 수 있는 작업을 다 했다. (웃음)”



재즈와 팝이 만나는 곳, 윈터플레이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 노라 존스(Norah Jones)의 「Don't know why」, 카펜터스의 「I need to be in love」, 스팅의 「Moon over bourbon street」 등 20대 중후반~40대 이상 세대의 추억의 멜로디를 소환했다. 어떻게 선곡됐고, 어떻게 해석하고 싶었나.

(준) “재즈 뮤지션이라, 리메이크를 좋아한다. 재밌게 연주하고 부를 수도 있거든. 이번에는 팝 음악에서도 그런 걸 찾았다. 작업을 할 때, 선곡된 경우도 있다. 연습하다가 한 명이 흥얼거리면서 시작하면 베이스가 들어오고 노래도 들어오고 그런 경우.

물론 모든 곡이 그렇진 않다. 「세월이 가면」은 명필름에서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면서 윈터플레이가 해주면 어떻겠냐고 해서 하게 됐다. 이 곡을 작업할 때가 6월로 더웠다. 이게 좋은 건지, 어쩐지 했는데, 날씨가 추워지면서 우리도 들어보니 좋더라. (웃음) 음악이 계절을 타는 것 같기도 하고.”


(한) “우리가 연주했을 때 멋있게 보이는 것도 중요하다. 가령 ‘Like a virgin’처럼 안 실린 것도 있다. 공연용으론 괜찮은데, 앨범에 싣기엔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선곡이 편하게 이뤄질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일단 좋아하는 곡을 부를 수 있어서 좋다. 그 맛에 음악도 하는 거지.”

(준) “은근 팬들도 기대하는 것 같다. 다음 리메이크는 어떤 곡이 될까 싶어서. 홈페이지(www.winterplay.net)에 다음 곡은 이거 해 주세요, 의뢰도 한다. (웃음)”

(소은규, 이하 은) “리메이크도 평범하진 않고 우리식으로 해야 했다. 듣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하는구나, 싶은 생각도 들게 해야 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도 있었고. 일단 좋아하는 곡들이 우선이었다. 또한 나름대로 우리 색깔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평범한(?) 리메이크가 「Don't know why」였다. 원곡이 워낙 대단해서 리메이크를 하기도 부담도 됐지.”

타이틀곡 「투셰모나모」는 라틴 기타와 콘트라베이스의 협연과 보컬이 어우러지면서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신명이 있다. 그런데 제목이 프랑스어로 “너는 내 사랑을 건드렸다”는 뜻이라 하고 가사도 헤어짐을 다룬다. 묘한 아이러니를 불러일으키는데, 어떻게 나왔나.

(준) “편곡을 4~5번 했다. 가사도 몇 번이나 바꿨고. 처음엔 지금의 스타일도 아니고, 「집시걸」2 스타일이었다고나 할까. 펑키하게 들어갔다가 바뀌기도 하고, 영어와 한국어로 했다가, 결국 정리가 안 돼서 나온 게 지금의 3개 국어다. (웃음) 제목은 마지막에 정해졌다.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갑자기 생각한 단어였다.”

(한) “후렴구 전에 리듬이 있는데, 해결이 안 되는 거라. 영어로 해도 답이 안 나오고 생각하다가 고등학교 때 배운 불어가 생각났다. 많이 들어본 ‘투셰’(Touche)에, ‘모 나모’(Mon Amour)를 붙이면 말이 될까 해서 프랑스 사진작가에게도 물어봤다. 가사와 조화가 되냐 안 되냐를 물어보니, 된다고 해서 바로 다음날 녹음했다. (웃음)”

「투셰모나모」를 비롯해 「Your eyes」, 「June ballad」, 「Those darn feelings」등을 듣자면 팝적인 요소도 강해지고 귀에 잘 감긴다. 대중을 고려한 것인가. 아니면 2집 앨범의 콘셉트를 잡는 과정에서?

(한) “1집 음악들도, 우리는 멜로디도 쉽고 곡도 짧아서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평소 즐겨듣는 음악과는 좀 달라도, 그래서 재즈가 아닌가. 3년 동안 팀을 하고 「Happy Bubble」 등을 하면서 아이디어가 생겼다. 이런 것들이 참고가 된다. 머리에 있으니까. 멜로디를 쓰다보면 곡이 나온다. 대중 어필을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재즈밴드의 정체성에서 동떨어지지 않는다. 재지하고 때론 흥겹다. 윈터플레이가 추구하는 재즈는 듣기 편하고 들어서 좋은 재즈로 알고 있다. 그것이 결성목표였다고도 알고 있고. 그런데, 말처럼 그렇게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 부르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준) “프로듀서의 힘이 크다. (웃음) 잔소리도 하고, 우리는 애드리브도 없다. 재즈 뮤지션은 뭔가 더 보여주거나 비는 것을 채워야 할 것 같은데, 음악을 들어보? 객관적으로 맞구나 싶다. 나는 기타 소리만 듣지만, 대중의 귀는 물론 더 편하고 좋게 들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프로듀서의 힘이다.”

(한) “대중음악이라고 생각한 적 없다. 물론 좋은 반응을 얻어서 좋다. 윈터플레이 아닌 다른 팀들도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곡을 통해, 리스너들이 대중음악이라고 두 번 생각 안하고,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우리도 멜로딕하고 파퓰러하게 음악을 만들고 그런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다.”

이번 앨범에서 멤버마다 가장 좋아하고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이유와 함께.


(은) “「눈 내리던 어느 날」. 기타(최우준)와 보컬(혜원)이 함께 녹음한 곡인데, 정말 재지(jazzy)하다. 무엇보다 이 노래, 공연에서 부르면, 난 쉴 수 있다. (웃음) 세 테이크로 녹음했는데, 신선하고 참 좋다.”

(혜원) “나도 「눈 내리던 어느 날」이 좋은 한편으로 첫 번째 트랙인 「Songs of Colored Love」도 좋다. 일본에서 발표했던 곡을 리메이크했다. 지금까지 불러온 것과 다른 스타일의 곡이었다. 노래를 부르다 보면 한 번 불러서 내 노래다 싶은 것도 있고, 부를수록 익숙해지는 곡이 있는데, 이건 후자다. 녹음과정에서도 힘들었고, 라이브도 쉽지 않다. 편곡도 여러 번하고 일본말로도 불렀다. 다른 곡도 고생했지만, 이 곡은 녹음도 여러 번 했고, 아직도 긴장하는 곡이다.”

(이) “13번 트랙, 「Blue Without You」. 혜원의 목소리가 마음에 든다. 왜 좋아하냐면, 1집에서도 「Winter Blues」가 있었고, 「Summer Blues」에 이은 블루스 시리즈인데, 성공적이다. 최우준도 많이 발전했고. (웃음) 둘의 조합이 좋다.”

(최) “「눈 내리던 어느 날」이다. 사연이 있는 곡인데, 아직 제대로 맛을 못 봤다. 무슨 말이냐면, 진짜 눈 내릴 때, 어떤 느낌일까 궁금하다. 여름 비 내리는 날에 눈 내리는 것을 상상하면서 만든 곡이다.”


생계형 재즈밴드는 어떻게 세계로 진출했나!

처음에는 크리스마스 앨범을 내려고 모여서 일이 없던 세션끼리 뭉친 것에서 시작됐다고? 생계형 밴드에서 출발해서 3년 동안 잘 유지되는 걸 보면 멤버들이 꽤 친한 것 같다.

(한) “일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고,(웃음) 크게 있진 않았다. 멤버를 구할 때, 3주 동안 본인 일이 있으면서, (팀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었다. 당시 내가 제일 일이 없었지. (웃음) 그렇게 비교적 일이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음반을 내자고 한 거지. 저녁에 주로 녹음을 해서 새벽에 끝났다. 크리스마스 앨범은 포기했는데, 마침 좋은 사운드가 나와서 한 겨울에 즐길 수 있는 음악을 만들자고 합의가 됐다. 그렇게 녹음하다가 돈이 떨어졌다. 이 회사(플럭서스) 대표와 친구여서 믹싱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고 했더니, 그냥 믹싱하라고 하더라. 그런데 다음날에 대표한테 전화가 와서 계약하자고 하더라. (웃음)

처음엔 회사와 계약하면서 뭘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멤버들을 프로젝트 식으로 만나서 두 달 만에 팀이 이뤄졌고, 3년 동안 알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러면서 팀이 됐다. 재밌게 결성된 거지.”


(혜원) “처음부터 우리가 같은 뜻을 가지고 모였지만, 그게 연주에서 나왔던 건 아니었다. 활동하고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진짜 이제는 마음으로 통하게 된 것 같다. 이제는 확실한 팀이고 가족 같다. (웃음)”

(한) “서로 건드리지 않아야 할 것도 이젠 안다. 이 사람, 언제 건드리면 안 되고 언제 잘 해줘야 하고, 이런 재미를 느끼고 있다.”

(은) “음악적으로도 재즈와 팝을 하자고 모였는데, 단순 프로젝트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음악적으로도 동력이 이어지면서 더 큰 반응이 오는 것 같다.”

출발점은 다 달랐다고 들었다. 락으로 시작하거나 아이돌을 준비하기도 하고.


(준) “락커도 있지만, 공통분모는 재즈다. 재즈 바닥에서 만났으니까. 기타리스트 대부분이 그렇듯, 나도 처음에는 메탈을 하다가 재즈로 들어왔다. 이주한 씨는 미국에 오래 살면서 취미로 트럼펫을 불었는데, 한국에 오면 나도 부를 수 있겠구나 생각을 했다더라. 그때 당시 트럼펫을 부는 사람이 한국에 별로 없었거든. (웃음) 혜성과 같이 등장했는데, 내가 학생 때 재즈계 스타였다. 그러다 솔로 앨범도 냈는데, 잘 안 됐겠죠? (웃음) 솔로를 해선 팀 사운드를 할 수 없구나, 느껴서 ‘이주한과 소울 볼륨’이라는 팀을 만들고, 우리 음악의 전신인 ‘누보송’이라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그러면서 노하우를 얻고 팀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윈터 플레이가 결성된 거다. 그런 노우하가 윈터플레이를 이끄는 것 같다.”

(한) “오래 해오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팀 경험도 중요하지만 맞춰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힘이 합쳐지고 의견이 비슷해지는 시점이 지금인 것 같다. 3년 뒤에는 더 발전된 모습이지 않을까!”

(준) “혜원씨는 과거 전국구 아이돌이었던 ‘악동클럽’의 멤버였다. 지금도 악동클럽이 우리보다 더 유명하다. (웃음) 그런데 악동클럽이 잘 안 돼서, 재즈 학교에 들어갔는데, 재즈 맛을 알게 된 거다. 그렇게 재즈 세계에 있다가 우릴 만난 거고. 혜원 씨가 학생 때 같이 연주를 해 봤는데, 연륜을 가진 사람이 부르는 느낌을 받았다. 경험이 있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어리더라. (웃음) 재능이 있다. 영어 발음도 좋고. 우리가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 보기 드문 미모의 재즈 가수다.”

(한) “나는 클래식부터 전공했다. 은규 씨와 나는 오래된 관계다. 많은 부분을 함께 했다. 물론 다 실패했지만. (웃음) 그래서 감사한다. 나하고 은규는 듀오로 단독 공연도 해 봤다. 1시간20분 동안 하면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지만. (웃음) 윈터플레이를 추진하면서, 은규에게 하자고 하면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은규도 ‘한철만 하면 되겠네’ 싶어서 했을 것이다. 베이스도 꽤 잘 연주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는 마음이 있다.”

윈터플레이. 처음 만나서 첫 앨범이 나온 시점도 그렇고, 지금도 겨울을 겨냥한 앨범이 아닐까 싶은데, 그 이름은 어떻게 나온 건가.

(혜원) “프로젝트로 크리스마스를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모였는데, 이름이 있어야 하잖나. 네 명을 다 잘 아는 친구가, 겨울에 모였으니 ‘윈터’고, 플레이(연주)를 하니까, ‘윈터 플레이’가 어떠냐고 했다. 괜찮은 것 같았는데, 앨범 사진을 찍을 때까지 이름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쉽게 외울 수도 있고, 이름이 좋아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실, 인터뷰 등을 하면서 겨울에만 활동해야 하지 않느냐 질문도 많이 받았는데, 어느 계절에나 붙여도 좋은 것 같다.”

(한) “처음에 기자들이 항상 물어보는 질문이었다. “윈터플레이니까, 겨울에만 활동해야 하지 않아요?” 우리도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웃음)”

신선한 음악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하던데, 윈터플레이에게 신선한 음악이란?

(한) “우리한테 신선한 게 중요하다. 아티스트로서 우리도 다른 음악을 듣고 예술을 접하고 책을 읽는 등 삶을 살고 즐기면서 느끼는 게 있다. 그러니 트렌드가 중요하다. 노래의 리듬이나 멜로디도 신선했으면 좋겠지만, 요즘 스타일을 캐치할 수 있는 트렌드에도 신경을 쓴다. 우리도 즐기고 다니니까. 즐겁고 새로운 것을 참고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우리가 들었을 때도 신선하게 들리면, 그게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계속 노력해야 한다.”

(준) “우리가 신선하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다른 시각에서 볼 줄도 알고. 다른 음악 장르도 많고, 거대한 메시지나 교훈을 담은 것도 있지만, 우리의 소소한 일들을 담은 음악이거든. 우리 생활 자체를 신선하게 하면 자연스럽게 음악적으로 표현되는 것 같다.”

함께 하는 활동이 있나?

(준) “평양냉면에 꽂혔다. ‘번개’를 때리면 다 온다. 우린 일치하는 취향이 없었는데, 이주한 씨가 평양냉면에 꽂히면서 다들 전염됐다. 연습하자면 안 모이고, 냉면 먹자고 하면 모인다.”

(한) “예전엔 비빔냉면을 먹었는데, 누가 알려줘서, 평양냉면을 먹게 됐다. 그 맛을 알게 되니 멤버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게 멤버들을 꼬셔서 함께 냉면 먹는 것을 즐기게 됐다. 한 3~4개월 된 것 같다. 스케줄 끝나고 뭐 먹을 지 고민도 안 한다. 좋아하는 곳도 몇 군데 있다.”

일본과 영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혜원은 한국의 노라 존스라는 별칭도 받았고. 기분이 어땠나.

(혜원) “기분 좋다. 외국 나가면 일단 긴장이 더 된다. 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고, 공연할 때도 마찬가지다. 무대에 서서 노래하면 앞에 있는 저 사람의 표정이 뭘 의미할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좋은 결과가 나오면 헛되지 않구나, 하는 안도를 느낀다. 해외에서의 좋은 평가를 들으면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힘이 된다.”

지난해 일본에서 1집 앨범을 발매돼 인기를 얻었는데, 일본에서 활동 중 가장 인상적이거나 기억나는 건 뭔가.

(한) “우선, 일하는 스타일이 깔끔하다. 준비가 철저하고 공연을 해도 그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또 음식이나 커피 대접 등을 받으면서 아티스트에 대한 대접이 한국과도 스타일적으로 다르다.”

(준) “한국 스타일이 융통성이 있다면, 일본은 미리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약속해 둔다. 여유가 없는 측면이 있다. 반면 무대에서 기타를 꽂고 시작하면 바로 음악이 나올 수 있는 준비나 시간이 정확하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더라.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이라면, 나도 반성할 부분인데, 일본 관객들은 음반을 많이 산다. 특히 공연에 오면 많이 사서, 그 음반에 뮤지션의 사인 받는 것을 에티켓처럼 생각하더라. 우리나라 공연에 온 많은 관객들은 신나게 놀고, 앨범을 많이 사지 않잖나. (일본은 음반시장이 많이 안 죽었나?) 일본도 음반 시장이 많이 죽었다고 하는데, 그래도 여전히 CD사는 걸 더 좋아한다더라.”


윈터 플레이가 재즈 밴드로서 진출하고 싶은 나라는 어딘가.

(한) “우리가 쉽게 결정할 부분은 아니다. 김 대표님, 미국 진출하죠, 이럴 건 아니니까. (웃음) 올해까지 14개국에서 (앨범이) 나왔는데, 유럽의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등지에서도 음반이 발매됐으면 좋겠다. 특히 내년에는 남미와 미국에서 발매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바란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웃음) 일본에서 관심을 얻은 것처럼, 유럽에서도 반응이 좋으면 좀 더 많은 나라에 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재즈하기, 어떤가.


(준) “한국의 재즈신은 언더그라운드다. 언더그라운드 중에서도 언더그라운드다. 인구를 따지면 그렇게까지 언더는 아니어야 하는데, 사서 듣지 않는 거지. 뮤지션으로 봤을 때, 한국은 기회가 많은 나라인 측면도 있다. 조금만 하면 여기저기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 뮤지션이 많지 않거든. 장점일 수도 있다. 조그만 나라에서 그 정도로 음악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건. 물론 깊이 있게 하나를 잘 해야 하는 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다. 좋은 뮤지션 나타나야 한다. 대중음악에도 박지성과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나와서 세계에 한국을 알려야 한다.”

코난 도일의 『바스커빌가의 개』에 나오는 호텔을 개조한 셜록 홈즈 바에서의 쇼케이스 리허설과 라이브 현장을 찍은 「세월이 가면」 동영상 멋있더라. 특히 혜원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흑백톤으로 바뀐 것이 분위기 형성에 크게 일조했다. 「투셰모나모」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영상도 독특하더라.

(한) “뮤직 비디오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칠레 감독이 찍었다. 「투셰모나모」와 다른 하나 를 찍었고. 인터넷에 나온 동영상 시리즈는 조남일 감독님이라고, 작년에 태국에서 뮤직비디오로 상도 탄 분이다. 우리 음악을 좋아하고 제천음악영화제에서 우리가 공연한 것을 보고 꼭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준) “(영상이) 재즈적인 것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 원 테이크로 갔다. 즉흥연주였다. 악기편성 등이 편해서 가능했다. 우리와 콘셉트가 맞고, 어디서든 찍을 수도 있다는 ?점 덕분에.”


기대된다, 윈터플레이의 다음 시즌플레이

당분간 2집 앨범 활동에 매진하겠지만, 각자가 바라거나 꿈꾸고 있는 것이 있다면.

(혜원) “팀으로 보면, 라이브 밴드가 선보일 수 있는 무대나 환경이 많지 않은데, 더 많아져서 라이브의 묘미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윈터플레이 클럽투어나 계획된 공연을 잘 해서 한 단계 올라가는 게 목표다.”

(준) “멤버로서는, 윈터플레이라는 밴드는 큰집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적 꿈이 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온 것은, 음악적으로 큰 욕심을 안 내세워서 조화가 된 한편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 때문이다. 음악적인 면에서는 항상 객관적인 것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재즈뮤지션은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매번 다른 것을 공연장에서 보여주려면 트레이닝이 돼야 한다. 그런 것을 잃지 않고 간다면 자동으로 잘 될 걸로 믿는다.”

(한) <투셰모나모> 활동이 끝나면, 사람들이 윈터플레이의 다음은 무엇일까, 하는 기대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3집도 나오고, 열심히 활동했다는 확신도 있을 테니까. 그게 나에겐 제일 중요하다.”

(은) “윈터플레이가 색깔을 잡아가면서 지금까지는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매너리즘에 안 빠지려면 내부적으로 더 신선한 것을 끊임없이 찾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뮤지션들이 그렇겠지만, 우리 각자나 팀도 그래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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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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