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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태풍이 오면 즐거운 남자 - 『우리나라 그림 같은 여행지』 박강섭

“같은 장소도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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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의 여행법’이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전국 단위 일간지 여행기자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여행이 일이요, 일이 여행이다. 이번 책은 저자의 발품이 담긴 여행지 32곳을 담았다. 저자의 감수성이 녹아든 계절별로 좋은 여행지가 각각의 떨림과 빛깔로 존재한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 태풍이 오길 기다린 끝에 태풍 속으로 들어갔다 온 남자를 만났다. 아니, 그 전설로만 내려온다는 ‘태풍작가’ 말인가?, 하고 ‘깜놀(깜짝 놀라다)’할 수도 있겠다. 태풍이 오면 되레 즐거운 이 남자, 사진 때문이다. 역동적인 ‘레알’ 풍경사진을 찍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니, 강력한 태풍 곤파스 따위 문제도 아니었다. 곤파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같이 충남 서천의 갈대밭으로 향했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촬영한 장소다. 막상 도착하니, 곤파스는 지나가고 난 뒤였지만, 후폭풍이 있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후폭풍의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사진기 셔터를 눌렀다. 찰칵찰칵. 이 남자, 막막 느꼈다. 2미터 가량의 갈대들이 세찬 비바람에 흔들리고 아우성치는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레알’ 사진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여행사진, 그 이상을 원한다면, 그가 전하는 팁을 흘려듣지 말지어다. “실전 속으로 뛰어들어라. 가령, 눈이 온다면 예보가 있으면 하루 전날 가서 기다리는 식이다. 미리 가서 기다리지 않으면 찍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태풍이나 폭염 속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어쩔 땐 다치기도 하지만, 생생한 자연이나 현장으로 들어갈 때에야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다”

그렇게 태풍을 뚫고 나온 그 남자를 만난 건, 지난 9월2일, 서울 정독도서관. 『우리나라 그림 같은 여행지』의 박강섭 저자다. ‘이 남자의 여행법’이라는 주제로,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전국 단위 일간지 여행기자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여행이 일이요, 일이 여행이다. 이번 책은 저자의 발품이 담긴 여행지 32곳을 담았다. 저자의 감수성이 녹아든 계절별로 좋은 여행지가 각각의 떨림과 빛깔로 존재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저자가 전하는, ‘한국을 여행한다는 것, 이래서 좋다’. 다시 말해, ‘한국의 미(美)’.

박강섭이 전하는 한국의 미(美)


박강섭이 생각하는 ‘한국의 미’는 이렇다. ‘儉而不陋 華而不侈’(검이불루 화이불치?김부식 『삼국사기』). 즉,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

한국은, 유인도?무인도를 포함해 3000여개의 섬이 있고, 산, 바다, 평양, 갯벌을 고루 갖추고 있다. “이는 훌륭한 관광자원이며, 덕분에 한국은 일찍이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또, 한국 전쟁으로 인한 남북분단은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생태계가 완벽하게 보존된 비무장지대(DMZ)라는 지구상의 유일한 공간을 관광지로 탄생시켰다.” 한국의 풍경이나 문화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전혀 꿀리지도 않을뿐더러, 충분히 아름다운 곳임을 그는 강조한다.

저자는 여행의 6원칙(5W1H)을 제시했다. 여행을 갈 때, 개인이나 단체가 초점을 맞춰 생각해야 할 원칙이다.

- 왜 여행을 가나(Why)
- 언제 여행을 갈까(When)
- 어디로 갈까(Where)
- 무엇을 보고 느낄까(What)
- 누구와 여행을 갈까(Whom)
- 어떻게 갈까(How)

이런 원칙을 갖고 여행을 하면서, 풍경을 감동 있게 보는 방법도 제시했다.

- 보는 눈을 트리밍하라(축소 혹은 확대) : 어떤 부분은 확대 혹은 축소해서 본다.
- 보는 시기를 달리하라 : 같은 풍경도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여행은 게으른 사람은 할 수 없다. 부지런해야 한다.
- 보는 위치(시기)를 달리하라 : 통상 여행을 가면 날짜나 날씨에 따라 하나만 보게 된다. 그런데, 1박2일이나 만 하루를 보면 여러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여행, 누구나 가고 싶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경제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알뜰여행지’를 권한다. 각종 자연휴양림, 국립공원을 비롯해, 축제를 찾아가라고 전한다. “매년 약 1000여개의 축제가 전국에서 열리는데, 취향이나 관심사에 따라 찾아가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몇몇 테마여행지를 권했다.

- 매화 : 광양 청매실농원, 양산 순매원 등
- 전통한옥 : 영주 선비촌, 안동 수애당, 봉화 만산고택 등
- 소나무숲 : 울진 소광리 금강송 숲, 태안 안면자연휴양림, 삼척 준경묘 등
- 습지 : 순천 순천만, 창녕 우포늪 등
- 일출명소 : 고성 대전등대, 양양 하조대, 강릉 정동진, 동해 추암, 영덕 강구항, 포항 호미곶 등
- 일몰명소 : 강화 석모도, 당진 왜목마을 등
- 고도(古都) : 경주(신라), 공주/부여(백제), 고령(가야), 서울(조선) 등
- 전통마을 : 안동하회마을, 영암 구림마을 등
- 동굴 : 삼척 대금굴/환선굴, 울진 성류굴, 태백 용연동굴, 영월 고씨동굴, 정선 화암동굴 등
- 탐조여행 : 서산 천수만, 군산 금강하구둑, 해남 고천암호, 창원 주남저수지 등
- 레일바이크 : 문경 철로자전거 등
- 야생화탐방 : 지리산 노고단, 태백 문주령, 인제 곰배령, 덕유산 중봉 등
- 성(castle) : 수원 화성, 진주 진주성 등
- 옛길 트레킹 : 퇴계오솔길, 문경세재, 대관령 옛길, 죽령 옛길, 서애오솔길 등
-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 쇠둘레 평화누리길, 남해 바래길, 청산여수길 등
- 이밖에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박강섭이 풍경사진을 찍는 방법

어떻게 하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여행기자인 박강섭에게 사진은 중요하다. 물론, 그는 전제를 둔다. “나는 사진작가는 아니다. 그냥 취재기자일 따름이다.(웃음) 선입견에 사로잡히면 똑같은 사진만 찍을 수 있다. 다양한 모습이 있기 때문에, 보는 시각을 넓힐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10번 이상 간 곳도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여행지 사전 정보를 알아두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가 사용하는 카메라 장비는 다음과 같다.

- 일안 리플렉스 : 바디보다 렌즈가 중요(광각 표준 망원 접사)
- 플래시
- 삼각대 및 무선 릴리즈
- 그라데이션 필터
- ND필터
- CBL렌즈
- CPL필터(반사광 제거용)
- 그라데이션 필터 (상하 명암차 해소)

촬영을 하는 시기도 따로 있다. 즉, 그가 선호하는 촬영의 시간은,

- 일출 30분전 일출 1시간 이내
- 일몰 1시간 전
- 일몰 30분 이내
- 비 오는 날, 흐린 날
- 바람 부는 날
- 맑은 날 등이다.

그밖에 박강섭이 전하는 기타 촬영 팁은 다음과 같다.

- 오래 기다려라 : 한 군데서 3박4일까지 기다려봤다.
- 인물 크기는 적당하게
- 망원, 표준, 광각 렌즈 활용은 적절히
- 촬영 위치 변경 : 한군데서만 찍지말고, 몇 장을 찍고 다른 데서도 찍어본다. 다른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 고정 관념 탈피 :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박강섭의 맺음말.

“우리나라 참 아름답다. 요즘 ‘길(걷기)’이 유행인데, 길을 걸어간 선현들을 먼저 생각해보라. 50년 전에는 어땠을까. 100년 전을 생각해보면 어떤가. 혹은 1000년, 2000년 전도 좋다. 내가 걸어가는 이 길은 역사를 품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100년 후 이 길은 어떻게 바뀔까. 이게 역사의 길이고, 문화의 길이다. 우리가 단순히 길이라고만 생각하는데, 길을 걸을 때는 땅을 봐도 좋은데, 길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좋겠다.”

묻고 답하기

여행기자의 장점이 있다면.

“섬 취재 등을 할 때 배를 타고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럴 때,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행정을 동원해 편의 제공을 해 준다. 그렇다고 지리산 천왕봉에 가는데 헬리콥터를 태워준다거나 이런 건, 없다.(웃음) 대개 1박2일, 2박3일 취재를 가는데, 나는 하나에 몰입하는 경향이 있다. 드라이브 코스를 갈 때도 다른 기자는 대개 한 번만 휙 돌아보고 가는데, 나는 2박3일 왔다 갔다 한다. 그러면 같은 장소라도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 바람이 불 때도 있고 별이 뜰 때도 있고, 커플 한 쌍이 모델이 되어 줄 때도 있다. 그렇게 한 곳에 몰입할 때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사진을 따로 안 배웠다고 했다. 책에는 개성 있는 사진도 있고, 전형적인 사진도 있던데, 지금 차츰 길을 찾아가고 있는 건가.

“사실 책 내고 부끄러웠다. 글 더 잘 쓰고 사진 더 잘 찍는 분도 있는데… 그래서 내 책을 잘 못 본다. 부끄러워서. 특히 사진은 부끄러운 게 더 많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은 10년 동안 모은 사진이다. 좋은 사진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진도 있다. 모든 사진이 작품일 수는 없는데, 처음 사진을 잡았을 때보다는 지금이 조금 더 나아졌겠지. 더 중요한 건, 장비다. 장비와의 싸움이다. 처음에는 디카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기자가 아니고) 취재기자다 보니, 회사에서 좋은 사진기를 주질 않아서 사재를 털었다. 그래서 과거 사진 중에 화소수가 낮은 것이 있다. 책에 있는 사진 중에는 부끄러운 사진이 많고, 고생 많이 했다며 스스로 노력한 사진이라고 자부하는 사진도 있다.”

사진 보관은 어떻게 하나.

“사진보관, 참 중요하다. 처음에는 슬라이드로 했는데, 분류가 안 되더라. CD에 하다가, 지금은 하드 디스크에 보관하고 있다. 좋든 나쁘든, 보관은 다 한다. 버리지 않고 다 보관하고 있다.”

여행지 선택할 때 신문, 잡지 등의 대중매체 본다. 새로운 곳을 어떤 식으로 발굴하는지.

“정보를 얻는 통로는 다양한데, 다른 사람들처럼 인터넷 등을 통해서 얻는 경우가 많다. 그 다음이 노하우다. 인터넷을 보고 일단 간다. 갈 때는 고속도로 타고 가는데, 올 때는 고속도로를 안 탄다. 빙글빙글 돌아서 온다. 이길 저길 가보면서 괜찮다 싶은 곳을 메모하고, 현지에 들러 얘기를 나누다보면 어디가 좋다는 정보가 나오면 메모해서 간다. 널리 알려진 정보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갈 때 국도를 타면, 눈에 보이는 곳이 많다. 요즘은 여기저기 들러서 눈으로 보고 물어보고 정보를 찾아서 언제쯤 취재 가겠다고 말한 뒤 찾아간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깨물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듯이 가 본 곳 모두가 인상적이었다. 추천하기 좀 곤란하지만, 상당히 애착을 갖고 있는 사진이 있다. 전라남도에서 내게 이 사진을 사고 싶어 했을 정도의 사진이다. 한겨울, 지리산 노고단에 화엄사를 통해 걸어 올라갔다. 취재를 마치고 내려오면 되는데, 마침 그날이 1년에 2~3일 밖에 안 되는 맑은 날이라더라. 그래서 광주 무등산이 보이고, 월출산도 보이는데, 맑아서 그렇다더라.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얇은 운무가 껴서 정말 풍경이 좋았다. 덕분에 밤에 힘들게 혼자 내려왔다.(웃음) 이 풍경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싶다. 상당히 인상 깊었다. 내 경우, 보리밭에 가서 12시간을 신문지 깔고 앉아 있어도 봤다. 과연 초록색이 몇 가지가 있을까 싶어서.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무엇을 보든지 인상 깊은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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