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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가 타는 차는? 터무니없는 ‘말장난’을 찬양하라!

개천절은 개천에서 용 나는 날? 꼬마들이 새로 가입한 정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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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무니없는 ‘말장난’을 찬양함
엉뚱한 유머도 한 자락 필요한 세상, 웃음은 글쓰기의 중요한 무기

“대통령선거의 반대말은?”
밥상머리에서 초딩 은서가 물었다. 생뚱맞은 질문에 어이없어하는데, 중딩 준석이 잽싸게 끼어든다. “대통령 앉은 거.” “딩동댕동~.”
춥다. 썰렁하다. 아이들은 좋기만 하단다. 이른바 ‘난센스 퀴즈’다. 두 아이는 서너 달 전 ‘수수께끼 어쩌구’ 하는 제목의 책을 샀다. 수시로 끼고 다니며 정답 맞히기 게임을 했다. “주머니는 주머니인데 걸어 다니는 주머니는?” “아주머니.” “사과가 방귀를 뀌면?” “풋사과.” “윗사람에게 아부를 잘하는 사람이 믿는 신은?” “굽신굽신.” 뜯어보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무시하진 마시라. 오늘은 그 터무니없는 ‘말장난’을 찬양하고자 한다.

동음이의어로 좀 놀아볼까?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글을 갖고 놀아보자. 음절과 낱말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주물럭거리면서 현란한 솜씨로 칼질을 하는 요리사를 상상해 본다. 가장 기본적인 요리방법은 동음이의어를 만지작거리는 데 있다. 하나의 낱말엔 오직 하나의 뜻만 있지 않다. 가령 이런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눈’이 내리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좋아지면 얼마나 좋을까. ……‘배’에서 멀미를 하면 ‘배’속의 소화물들이 역류하는데 ‘배’를 먹는다고 효과가 있지는 않다. ……‘말’을 잘 타는 사람들은 놈들과 눈빛만으로도 ‘말’을 한다니 신기하구나.” 이러한 동음이의어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나는 동료들한테 ‘인사’를 잘하는데, 사장님은 ‘인사’철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녀의 ‘소원’은 싫어하는 상사와의 관계가 제발 ‘소원’해지는 거란다.” 이렇게 놀다 보면 어휘력이 쑥쑥 늘 것 같다. 낯선 단어들도 재미있게 익히게 해주는 동음이의어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분명히 음절은 틀린데, 발음이 유사한 경우도 많다. “‘가치’를 꼭 ‘같이’ 구현해야 하나?…… 저 ‘바람’ 속에 ‘발암’ 물질은 없겠지? ……모든 ‘인류’가 ‘일류’ 인간이 될 수 있을까?” 외국어와 발음이 같아 기묘한 효과를 주는 말들도 있다. 가령 무당이 ‘굿판 홍보’를 위해 이런 광고문을 쓴다고 가정해본다. “우리 굿, 아주 Good입니다요.” 어느 개그프로그램에서 유행시킨 한마디도 떠오른다. “네가 말한 중학교가 로딩중은 아니겠지?”

유치하다고 나무라지 마시라. 말장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다. 누군가는 이를 위해 하루 종일 머리를 쥐어짜기도 한다. 가구회사 광고를 예로 들어보자. “이민호에게 장인이 생겼다.” 잡지에 실린 카피에 궁금증이 일었다. “장인? 부인의 아버지? 이민호가 결혼하나?” 그 ‘장인’은 예술가를 이르는 ‘장인’이었다. 장인정신으로 만든 가구라는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려는 작전이었다. 어느 결혼정보회사의 광고에선 여성모델이 웃으며 “시집을 읽는 것보다 시집가는 게 좋아요.”라고 말한다. 톡톡 튀는 카피를 위한 혹독한 고민의 산물이다.

‘탐관오리’들의 ‘오리발’을 벌하는 법

말 나온 김에 나도 말장난을 해본다. 한 달 전 국무총리와 장관 후보자들의 국회 청문회를 보면서 “오리 꽥꽥”이라 외치는 유치원생들의 행렬이 생각났다. 고위 공직에 오르는 어른들의 정직하지 못한 모습에 수많은 ‘오리떼’들의 풍경이 오버랩 됐다. “음, 각종 의혹에 관해 ‘오리발’을 내밀다니. 물에 빠져도 가라앉지 않겠군. 청문회 결과 ‘탐관오리’로 밝혀지면 ‘오리걸음’으로 ‘오리’(2km)를 걷는 벌을 줘야 해. 무사히 통과한 양반들은 채신머리 없이 ‘앗싸가~오리’라고 환호할까? 아, 얼마 전 김황식 총리는 ‘가~오리연’을 날렸지? 10월3일 개천절날 기념식에 나와 연설도 했다는데, 나 같으면 이렇게 떠벌일 거야. ‘개천절을 맞이하여 개천에서 오리가 아닌 용이 많이 나오는 공정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여러분.’” 마냥 이렇게 까불면 손가락질 당한다. 곧이곧대로 쓰기보다, 때로는 엉뚱한 유머도 한 자락 필요하다는 뜻이다. 농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글쓰기에서, 웃음은 중요한 무기다.

***

농담노트 만들어봐, 정색하면 지는 거야

“은서가 가입한 당은?”
이건 내가 개발한 난센스 퀴즈다. 은서를 불러놓고 답을 맞혀보라고 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다. “당? 그게 뭐지?”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같은 정당 알잖아. 그지?” “응.” “그거처럼 네가 가입한 정당이 있을걸. 몰라?” ‘당’에 관한 퀴즈에 별로 ‘당당’하지 못하고(OTL~) 헤매기만 하는 은서. 아빠는 회심의 미소를 날리며 답을 발표했다. “어이없당.” 맥락 없는 농담이 아니다. 그동안 은서의 초고를 볼 때마다 얼마나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야 했던가. 몇 번을 다시 쓰게 해야만 했다. 이번 글도 마찬가지다. 준석과 은서에게 던진 주제는 ‘난센스 퀴즈’였다. 은서의 원고는 어이상실의 극치였다. 결심했다. 은서를 이번 기회에 ‘어이없당’ 총재로 임명하노라. 총재님의 ‘옥고’(옥에 처넣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원고)를 보자.

소녀시대가 타는 차는?

넌센스 퀴즈는 그냥 퀴즈가 아니다.
뭔가 그 제목과 관련된 퀴즈를 말한다.
이런 넌센스 퀴즈도 있다.
소녀시대가 타는 차는? = 제시카
샤이니가 사는 동은? = 링딩동
샤이니가 다니는 동은? = 아미고
대통령이 선거의 반대말은? = 대통령 앉은거
소녀시대가 다니는 대학교는? = 소녀시대
티파니가 티를 파는 곳에 가서 잘하는 말은? = 티파니?
소녀시대 멤버 중에서 체육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 수영
병아리가 맨날 먹다가 뱉다가 하는 약은? = 삐약삐약
소녀시대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 어리다고
동생이 형의 팬일때 하는 말은? = 형광펜
두장에 두장을 더하면? = 사장
가장 멋없는 춤은? = 엉거주춤
얼음이 죽으면? = 다이빙
이 등등의 넌센스 퀴즈가 있다.넌센스 퀴즈는 센스있는 퀴즈로 답은 맨 첫 번째 단어와 관련되어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해서 맞는 경우가 2가지이다.
첫 번째, 재미없다, 두 번째, 어렵다고.
그러니, 넌센스 퀴즈를 친구들에게 할 때는 좀 쉬운 문제를 내는 것이 좋다.

‘뼈와 살이 따로 노는 밤’의 좀비들

은서는 ‘넌센스 퀴즈’에 관하여 간단히 설명한 뒤, 13개의 퀴즈를 냈다. 퀴즈는 쉽게 내야 한다는, 얼토당토하지 안하은 결론을 맺었다. 글이 아니다. 그냥 낙서다. “총재님, 다시 써라~잉.” 낑낑거리며 세 번을 고쳤다. 눈에 띄는 발전은 없었다. 머리를 쓴답시고, 각각의 퀴즈에 정답해설만 덧붙였을 뿐이다.

은서 글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뼈’가 없다. ‘살덩어리’만 있다. 1980년대에 개봉한 ‘야동’스러운 영화의 제목 중에 ‘뼈와 살이 타는 밤’이 있었다. 이건 ‘뼈와 살이 따로 노는 밤’이다. 혹시 좀비? ‘살’과 ‘뼈’가 붙어야 온전한 생명체다. 최소한의 중심이 되는 뼈대는 세워야 한다. 안 그러면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린다. 좀 있어 보이는 말로는, 기획력과 구성력이 없다. 이 글에 갖다 붙일 ‘이유’와 ‘명분’이 무엇이란 말이냐. 왜 난데없이 퀴즈를 내는 건데? 왜 이 글을 썼는지, 독자들이 납득하기 힘들다.

더 이상 은서가 그럴듯한 논리를 만들어내는 건 난망해보였다. 계속 ‘빠꾸’를 시킨다 해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아빠는 기획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어린이가 어른들의 넌센스 퀴즈실력을 테스트한다는 식으로 뼈대를 만들어보라고 말이다.

당신의 넌센스퀴즈 실력은 몇급?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내가 친구들에게서 좀 잘 나가는 넌센스 퀴즈를 배웠다고 아빠에게 말해서 내가 한 번 넌센스 퀴즈를 소재로 써 보겠다고 했다.
넌센스 퀴즈는 확실히 재미가 있다. 하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면서 해야 한다.
서늘한 분위기에 “내가 재밌는 넌센스 퀴즈좀 가르쳐줄게!” 라고 하면
(서늘한 분위기 이기 때문에.) 맞는다.
나는 넌센스 퀴즈를 좋아한다. 재치 (재미) 도 있고,
큰 웃음을 주고, 우리에게 창의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난 그래서 재밌는 넌센스 퀴즈 책인 수수께끼 킹왕짱!이라는 책도 오빠에게서 산다.
(이 책은 태영문고에서 판다. 한양문고에도.)
이제, 내가 한번 문제를 내 보겠다.

초급 =
1. 슈렉 엄마는?
2. 도둑이 제일 싫어하는 아이스크림은?
3. 도둑이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4. 고기 먹을 때마다 따라오는 개는?
5. 세상에서 가장 예쁜 개는?

중급 =
1. 구명보트에 탈 수 있는 사람의 수는?
2. 산 토끼의 반대말은?
3. 참깨가 교도소에 간 이유는?
4. 물에 빠지면 제일 처음으로 만나는 적은?
5. 놀부가 가장 좋아하는 술은?

고급 =
1. 보내기 싫으면?
2. 아이추워의 반대말은?
3. 구리는 구리인데 날아다니는 구리는?
4. 1천만 서울시민이 모두 다 한 마디씩 하면?
5. 미소의 반대말은?

자, 이제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답을 공개하겠습니다.

초급의 1번 = 녹색 어머니 2번 = 누가바 3번 = 보석바
4번 = 이쑤시개 5번 = 무지개
중급의 1번 = 9명 2번 = 죽은 토끼 3번 = 고소해서
4번 = 허우적 5번 = 심술
고급의 1번 = 가위나 주먹을 내라. 2번 = 어른더워 3번 = 딱따구리
4번 = 천만의 말씀 5번 = 당기소
자, 이제 양심적으로 자신이 푼 종이를 채점하라.
만약 12개 이상 맞았다면 당신은 센스 쟁이~>-<
만약 8~12개 사이의 점수가 나왔다면, 당신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센스쟁이가 될 거에요~
만약 5개 이하라면... 넌센스 퀴즈 (수수께끼) 책을 사세요!
그리고 그 책에서 마니마니 배우세요.

이거 말 돼? 꼴, 꼴, 꼴, 꼴, 꼴…

만족스럽지는 않으나, 꼴은 갖추었다. ‘뼈대’란 ‘꼴’이다. 다시 말하면 “이거 말 돼?”라고 물었을 때 “오케이”라고 응답할 만한 글의 기본체계다. 비로소 독자들은 “아, 내 난센스 퀴즈 실력을 테스트해보라는 메시지구나”라면서 고개를 끄덕거릴 지도 모르겠다. 아님 말고. 은서에 비하면 준석은 까다로운 ‘검열’을 거치지 않고 한 번에 통과했다. 훌륭해서가 아니다. 아빠가 은서에 신경을 쏟는 틈에 쉽게 넘어갔다.

돌 맞는 유머는 쓰지 마세요


이 글을 보면 아마 여러분들이 돌을 던지게 될 것이다. 돌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 라는 한숨을 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 글은 ‘넌센스’에 관한 얘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센스’의 반대말, ‘넌센스’, 센스에 NONE을 붙임으로서 ‘센스가 없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내가 학원에서도 선생님이 ‘넌센스가 뭐지?’ 했을때 ‘센스가 없다!’고 하였을 때, 아이들은 웃었다.
넌센스는, ‘말이 안됨’을 일컫는 말이다. 사실 그게 더 말이 될지도, ‘MAKE A SENSE’ 같은 경우 ‘이치에 맞다’ 라는 뜻이고, ‘NONE’을 붙이면 그의 반대말이 되니까.

넌센스는 ‘한계’ 가 없기 때문에,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고, 자신이 생각만 해내면 정말 쉽게 지어낼 수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서, ‘소녀시대가 타는 차’는 ‘제시카’ 하면 정말 돌을 던질 판이지만, 넌센스로서는 인정받을 만하다. 또 화장실에서 일을 본 사람이 나왔다고 하면, 그 사람의 국적은 무엇이었을까? 일본이다. ‘일을 봤으니까’. 썩소밖에 나오지 않는다.
보통 이런 개그를 하게 되면 정말, 사람들이 웃음은 개뿔, 한숨을 쉰다. ‘아~ 진짜 그게 뭐냐?’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넌센스가 정말로 빛을 발할 때도 있다. 그 예가 바로 내 친구인데, 학원 친구 선생님이 ‘불만 있어, 엉?’ 그랬더니 친구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이렇게 대답하였다. ‘물도 있는데요.’

보통 내가 아는 바로는, ‘물도 있다’ 고 하면 다른 넌센스와 똑같은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친구들이 모두 폭소에 이르고 말았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이다. 너무너무 웃어댔다. 사실, 그 친구는 전에도 몇 번 그 ‘물도 있는데요’ 를 해 왔지만, 센스 개그처럼 이렇게 폭소 교실을 만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생각에는 뭔가 타이밍을 맞추어 하는 개그였는지, 폭소가 넘치는 교실이 되었다고 가정하지만, 어떻게 된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

따라서 엄연히 ‘그냥 개그’와 ‘넌센스 개그’는 다르다고 언급이 가능하다. 넌센스는 어떤 단어가 있으면 “어떤 단어의 무엇무엇은?” 했을 때 그 무엇과 그 단어와 관계된 연결고리를 찾아 그 해답을 찾는데, 그것이 너무 말이 안 되고 어이가 없다. 그래서 그 이름이 ‘넌센스 퀴즈‘ 이다. 그런데 확실한 사실 하나는, 어쩔 수 없이, 넌센스 개그는 센스 있는 개그를 따라 잡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개콘’의 개그코너 중 하나인 ‘사이보그여도 괜찮아’에서 나온 알통 28호가 주인님의 ‘분위기를 살려라’는 명령을 받고 한 말이 ‘분위기를 살려주세요~! 분위기가 죽었어요!’ 였다. 일부러 촬영하는 사람들이 ‘한숨을 지어라’ 라는 조언을 관객들에게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내 일생에 개콘과 함께 했지만, 사람들이 개그맨들의 코미디에 한숨지은 것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넌센스 퀴즈’의 장점은 있다. 뭐든지 단점과 장점이 있기 마련. 장점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하면 폭소만큼은 아니어도 웃음이 오고간다는 것이다. 물론 남자보다는 수다를 좋아하는 여자들에게 더 잘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랬다. 정말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넌센스 퀴즈 놀이도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더라, 그렇다. 넌센스는 적절한 때 사용해야지, ‘아무 때나’ 사용하면 안 된다. ‘친구들에게 재밌게 보여야지’ 하면서 수업 시간마다 쌤의 질문이나 말에 넌센스 퀴즈를 달고 살면 쌤에게는 까부는 아이,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재미 꽝인 아이로 찍힐 수 있으니, 적절히 사용하시길!


‘어설프당 총재’ 또는 ‘용가리 통뼈’

앞에서 은서를 ‘어이없당’ 총재로 임명한다고 놀렸는데, 형평을 위해서 준석에게도 임명장을 수여해야겠다. “너를 ‘어설프당’ 총재로 임명하노라.” 그렇게 매주 글과 씨름했음에도 어찌 이리 문장마다 어설프다는 말이냐. 그동안 아빠가 짚어준 사항들도 실천하지 않는다. 가령 첫 문장부터 ‘것이다.’라는 표현 투성이다. 엉클어진 비문들이 곳곳에 나뒹굴고, 쉼표가 많아 문장이 명료하지 못하다. 좀 난해하기도 하다. 오늘은 문장론을 길게 논할 타이밍이 아니므로 생략한다. 글의 구성은 어른스러운 편이다. 여러 난센스 퀴즈놀이의 예를 든 뒤,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끝을 맺었다. 은서에 비해서는 ‘뼈대’가 좀 있다. ‘어설프당’ 총재로 임명했지만, ‘용가리 통뼈’라는 칭찬도 해주고 싶다. 밑그림을 잘 그렸다. 여기에 더해 ‘재치’도 겸했으면 좋겠다. 난센스 퀴즈처럼 살짝 웃음을 짓게 하는 글쓰기의 기술 말이다.

그런 글쓰기는 어떻게 익혀야 할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농담을 많이 모으는 방법은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떠올랐는데, 바로 ‘농담노트 만들기’다.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는 재밌는 얘기들, 친구끼리 서로 주고받으며 낄낄거리는 유머들. 하지만 듣고 나면 얼마 안 가 잊어버린다. 시간이 흐르면 남는 게 없다. 악착같이 메모해보는 거다. 노트를 한 권 만들어 티브이나 라디오는 물론, 선생님 또는 부모님, 친구들에게 들은 골 때리는 이야기들을 몽땅 적어본다. 저질 유머도 상관없다. 6개월이나 1년 기간을 정해놓고 노트를 다 채울 때까지 꾸준히 해보자. 농담의 달인이 될지 누가 아는가. 스스로 새로운 농담을 개발하는 경지에 오를지도 모르겠다.

이제 결론을 맺을 때가 됐다. 결론에 앞서 준석과 은서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무슨 색을 가장 싫어하니?” 준석은 분홍색을 꼽았다. 확실한 빨간색도 아니고 애매하단다. 은서는 검은색이란다. 칙칙하고 세련미가 없대나 어쨌다나. 아무거나 상관없다. 내가 싫어하는 색을, 너희들이 싫어하는 분홍색이나 검은색보다 더 멀리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오늘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나는 정색이 싫어요.”

정색이란 엄정한 얼굴빛을 말한다. 안면근육이 “차렷”자세를 취하고 움직이지 않는다고 상상해보라. 글쓰기에서 ‘정색’이란 무엇인가. 글의 얼굴이 “차렷”자세처럼 ‘동작그만’ 포즈에 무섭고 심각한 표정이라는 걸 말한다. ‘열중쉬어’와 ‘편히쉬어’를 넘어 노닥거리면서 미소를 띠는 듯한 글의 얼굴이 더 좋다. 아늑하고 넉넉하고 여유롭다. 뻔뻔스러워 보일지도 모르지만, 좋게 봐주면 자신감이 넘친다. 유머는 일절 없는 근엄하고 황량한 얼굴의 문장들은 질식 사고를 부를 수도 있다. 숨 막히니까~. 준석과 은서도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글로써 남들의 ‘기도’를 막는 일이 없기를 ‘기도’한다.

정색하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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