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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YES24 문학캠프②] 김영하 작가의 ‘아바타’와 책의 미래를 논하다

“매체는 끊임없이 변하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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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캠프 두 번째 밤은 김영하 작가와 함께 했다. 6년 만에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로 돌아온 김영하 작가, 짧지 않은 공백 후에도 인기가 대단하다.

속리산 법주사, 기암괴석이 이뤄내는 장관에 반하다

금동미륵대불이 내려다보고 있는 법주사 풍경

법주사는 속리산이 내려다보이는 숙소 가까이에 있었다. 서 있기만 해도 송골송골 땀이 맺힐 만큼 뜨거운 날씨였는데, 법주사로 진입하는 숲길에 들어서자 금세 선선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무들의 들숨, 날숨을 들이마시는지, 다들 숨소리는 커지고 말소리는 줄었다.

법주사 경내로 들어서자, 금동미륵대불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33미터의 거대한 규모의 위용을 뽐내는 불상을 보느라, 독자들은 고개를 젖혔다. 세계 최대의 단일불상이자, 동양 최대의 미륵불 입상이다. 법주사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는 금동미륵대불의 거대한 규모에서 묘한 감흥이 일었다.

법주사에는 국내에 남아있는 유일한 목조탑인 팔상전(국보 55호) 3대 불전 중 하나인 대웅전, 쌍둥이 사자가 석등을 받치고 있는 국보 5호 쌍사자 석등 등 신라의 중요한 유물, 유적들이 보전되어 있다. 지금의 모습은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재건한 것이다.

유적 여기저기에 불에 탄 흔적들이 남아있다. 불길을 이겨낸 보물들에는 더 이상의 화재를 막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우물 정(井)자의 지붕을 씌었다. 법주사 한쪽에는 다 타버리고 밑 기둥만 남은 괴석들을 모아두었다. 잠시 자유관람 시간을 갖고 이어 숙소 근처의 풀밭에서 퀴즈와 삼행시 대회를 진행했다. 독자들과 순발력과 재치가 돋보이는 시간이었다.

각 조 대표가 쓴 삼행시. 이름을 붙이고 투표에 붙였다.


트위터 시대에 ‘활자의 처음’을 목격(!)하다

오장환 문학관은, 월북 시인 최초의 문학관이다. 맞은 편엔 그의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이곳의 관장을 맡고 있는 도종환 시인이 독자를 맞으러 문학관까지 찾아왔다. 시인 오장환은 휘문고등학교에서 정지용의 사사를 받아 시 공부를 했다. 1930년대 서정주, 이용악과 함께 시단의 3재 천재로 불렸다고 한다. 도종환 시인은 월북시인 오장환을 공부할 때의 추억, 그의 천재성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문학관 관람에 앞서 익숙지 않은 오장환이라는 이름을 한결 친숙하게 만들었다.

오장환 문학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도종환 시인

이어 방문한 청주고인쇄박물관. 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재현해두었다.

정지용-오장환 문학관 방문이 월북시인으로, 또 사제지간이라는 이유로 짝을 이룬 방문이었다면, 이어 들른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저녁에 마련된 강연회와 짝을 이룰만한 행선지가 아니었을까. 청주 흥덕사지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인쇄한 곳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인쇄박물관에서 활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문학캠프 저녁 강의 때, 이외수, 김영하 작가는 각각 미디어 소통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인터넷 매체 속에서 쓰고 읽으며 소통하는 요즘의 풍경을 인식하게 했다. 고인쇄 박물관에서 ‘활자의 처음’과 마주한 경험은 이와 대비되어 각별한 인상으로 남았다. “매체는 끊임없이 변하고, 그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던 김영하 작가의 이야기가 더없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소설쓰기, 아바타가 필요한 일

문학캠프 둘째 날 밤에는 김영하 작가를 만났다. 사회자는 박진 평론가가 맡았다.

문학캠프 두 번째 밤은 김영하 작가와 함께 했다. 6년 만에 소설집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로 돌아온 김영하 작가, 짧지 않은 공백 후에도 인기가 대단하다. 이전의 소설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묻히기는커녕, 그의 몇몇 작품들은 여전히 ‘호출’되고 있는 것처럼, 시간을 견뎌낸 그의 인기도 여전히 현재형이다. 2010년 ‘네티즌 추천 한국의 젊은 작가’로 뽑힌 그는 “작가는 고독한 시간을 보내는 일인데, 이런 소식들이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감각에도 나이를 셀 수 있다면, 이외수 작가와 김영하 작가의 나이는 큰 차이가 없을 듯 하다. 두 분 모두 홈페이지, 트위터를 활발하게 이용하면서, 동시대 젊은이들의 감각을 빠르게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는 이에 대해 “사실 나는 젊은이들의 문화를 잘 모른다.”고 고백(!)했다.

“40, 50대가 되면 가족의 가장이 되고, 그에 따르는 일이 있는데, 저는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하는 일을 하지 않아서 젊어 보이는 것 같아요. 사실은 그렇게 젊지 않아요. 애늙은이 같은 생각을 하며 삽니다.(웃음) 은퇴한 노인들의 삶처럼 책을 보고, 뒹굴고 산책 나가는 삶을 지속할 뿐인데, 획일화, 평준화되는 노년의 삶에 비추어 젊다고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런 그에게 인터넷 매체는 일종의 “정신건강을 위한 산책” 이다. “소설을 쓰는 자아와 트위터를 하는 저의 아바타가 따로 있어요. 이런 행사가 있을 때는 아바타를 보내고, 저의 진정한 자아는 소설을 쓰고 있죠.” 아바타라는 말에 많은 독자들이 웃음을 터뜨렸지만, 소설을 쓰며 살아가는 일에는 아바타가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소설을 쓰는 일은, 삶의 외피 너머 깊숙한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에세이가 멀쩡한 사람이 건강한 정신으로 쓰는 글이라면, 소설은 광기가 서려있는 글입니다. 소설을 쓰는 자아로 오래 머물러 있으면 괴물이 됩니다. 그래서 가끔씩 수면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그때 하는 일이 트위터고, 매체 활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시장 둘러보듯 트위터를 하는데, 덕분에 소설가로서 정신적 육체가 풍성해지는 것 같아요. 이때 산소를 들이마시고, 더 깊숙한 내면으로 내려갈 수 있습니다.”


견딜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하기

“견딜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해야,
자신을 잘 알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깊은 내면으로 침잠해 글을 써야 하는 작가에게는, 일상이 요구하는 작은 일들이 큰 짐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터다. 때문에 몇몇의 작가들은 이러한 일상을 터나 해외에서 글을 쓰고 돌아온다. 김영하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2008년, 그는 집까지 팔고 홀연히 떠나, 디지털 유목민의 삶을 살았다.

“한국에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연결들이 생겨나,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게 될 때가 많아요. 그럴 때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해외 나가 있으면 정신이 예민해지고 견딜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에 있으면 견딜 수 없는 것들은 일찌감치 제거하고,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내 생활을 꾸려놓거든요. 이렇게 살면, 자기를 잘 모르게 됩니다. ‘내가 이런 걸 못 견디는 사람이구나.’ 아는 일이 중요해요.”

“작가라는 것은 깊은 동굴 속 탐험을 떠나는 탐험가라는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작가가 탐험을 떠나다가도 자꾸 현실 위로 올라가야 합니다. 예비군 훈련, 각종 경조사, 명절 등. 사람놀이를 하다가 작가들이 범속해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깊이 내려가야 인간성의 어두운 면도 발견하고, 인간의 밝혀지지 안은 면도 탐사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의 활동이, 가끔은 깊이 내면으로 내려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 글자까지 책임질 수 있는, 나의 책

지난 7월 출간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 실린 단편소설은, 길이도 이야기도 제각각이다. 로봇과 사랑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 「로봇」, 상한 아이스크림 때문에 한밤의 해프닝을 겪은 부부 이야기 「아이스크림」, 해어진 애인과 함께한 위험한 여행 「여행」 김영하 특유의 재치와 상상력으로, 일상에서 마주칠법한 소설적 국면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누구에게나 생길 법한 이야기는, 예측 불가한 결말로 흘러간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독자들은 어떤 것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정답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마치 삶을 겪는 것처럼, 소설을 읽어나가게 된다.

“원래 제목은 ‘한낮의 꾸는 무서운 꿈과 고귀한 신중함’이었어요. 한 사람이 낮잠을 자는데, 호랑이가 들어옵니다. 호랑이가 잠자는 그 사람을 깨울까봐 걱정한다는 내용의 시 제목을 딴 것입니다. 단편소설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독자들의 꿈, 무의식에 살짝 들어갔다가 사라지는 일 인거죠. 제목을 세 개쯤 두고 트위터에 투표를 붙였는데, 지금의 제목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김영하 작가는, 트위터로 확인한 네티즌들의 ‘다중지성’을 믿어보기로 했단다. 이러한 선택에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집단 무의식이 반영되었다고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이상한 일을 겪지만,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도 전에 다른 사건이 또 생겨나죠. 이렇게 해결하지 못하는 일들이 우리에게 불안을 쌓는다고 생각했어요. 또 그런 불안이 이 제목을 선택하게 만든 게 아닐까 싶었고요.”

그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인 독자를 가지고 있는 작가다. 그의 책은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이집트 등 여러 나라로 번역, 출간되었다. 올 9월에는 미국에서 『빛의 제국』이 번역된다. 그는 이렇게 번역된 자신의 책들을 보면 “20년 전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나타나 ‘네 자식이다.’라며 데려온 아이를 보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번역된 책의 저자는 작품을 지키는 눈먼 파수꾼이에요. 제 책을 봐도 번역을 확인할 수 없으니 애매한 느낌이 있죠. 그래서 모국어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안락감이 있어요. ‘이건 내 책이야. 한 글자까지 책임질 수 있는 나의 책’이라는 느낌.”

독자들에 대한 감회도 남다르다. “외국에도 몇몇 독자들이 있지만, 한국 독자들처럼 열렬하게 지지해주지 않아요. 며칠 전에 작은 카페에서 행사를 가졌는데, 감격스러웠어요. 유럽에 가면 금요일 저녁. 이런 중요한 시간에 작가를 만나러 오는 사람은 대부분 할머니들이거든요. 유럽의 중요한 문화 향유자는 은퇴한 분들이 많아요. 한국에는 시네마테크나 서점 등 여기저기에 젊은 분들이 많아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지적 열망이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이 책은 오래 존속할 것

“책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다양한 상품들에 밀려났어요.”
컵라면 뚜껑을 닫아두는 일도, 팬시 상품이 대신하고 있다.

이어 김영하 작가가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이 진행되었다. 주제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독서와 글쓰기’ “어릴 때부터 뉴미디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사실은 소통하는 법을 몰라서 실망하고 도망친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책과 독서의 미래에 대해 한 작가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구나”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김영하 작가는 소설 속에서 미디어의 변화를 명민하게 포착해왔다. 1997년 호출기를 소재로 한 소설 「호출」이 그랬고, 그로부터 10년 후에 쓴 작품 『빛의 제국』에는 편지, 단파라디오, 이메일, 트위터 등이 등장하여, 매체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삐삐가 단순하게 휴대폰으로 교체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부른다. 소식을 전한다.’는 속성이 다른 매체로 매개되어 진화한 겁니다. 이것들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전의 미디어적 속성을 이어받으며 진화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쇄매체의 변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파피루스 시대에는 두루마리의 속성 때문에 당시 이야기는 끝없이 덧붙여지는 형식을 취했다. 대표적인 것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이야기에 시작과 끝이 있고, 클라이맥스가 발달한 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달 이후의 이야기다. “필사본이 그 뒤를 이었고, 이제는 인쇄본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가오는 매체는 바로 전자 책이다.

휴대폰이 등장하면서 사라진, 삐삐처럼, 전자 책이 등장하면 종이책은 과연 사라질까? 김영하 작가는, “종이 책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래 존속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다만 시장이 작아질 뿐입니다. 종이 책은 분명히 이점이 있어요. 가볍게 누군가에게 줄 수 있고,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고, 베고 잘 수도 있고요. 이런 종이 책만의 중요한 특성이 이것을 존속시킬 겁니다.” 매체가 진화할수록 독서와 글쓰기는 형태가 변해갈지라도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얘기다.


문학은 개개인의 신화를 만드는 일

강연이 끝난 뒤 사인회가 이어졌다

“문학은 현재 모든 것에 접속이 가능합니다. 팟캐스트, 플래쉬, 다양한 실험과 디지털 매체로 쉽게 접속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링크되어, 43년 전 보르헤스가 예견했던 세계, 책이 전부 연결된 세계가 가까워지게 되겠지요. 그렇게 책과 작가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개개인의 신화를 만드는 일, 이것은 문학이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판타지를 통해 그 나이 대에 겪는 두려움을 해소하게 됩니다. 어릴 때 풍부한 상상력으로 세상과 마주치는 두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은 더 높은 수준의 문학을 통해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세상에 갖고 있는 두려움, 내면의 충동을 이해하면서 더 높은 자아를 고양시키는 것은 호메로스 시대부터 변치 않은 독서의 기능입니다.”

청춘의 한 복판에서 길 찾기에 고심하고 있는 젊은 독자들은, 어제와 비슷한 조언을 김영하 작가에게도 구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영하 작가에게 어떻게 작가가 되었느냐고 물었다. “저는 오래 전부터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제가 이야기하면, 친구들이 열심히 듣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난 작가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중고등학교 때 자꾸 백일장에서 떨어지면서, ‘역시 헛된 꿈’이구나 싶었죠. 결국 부모님이 회계사가 되길 바라서 경영학과에 갔어요.

ROTC 들어가서, 남들처럼 정적인 군생활로 진로를 결정하려는 찰나, ‘가지마!’하는 목소리를 들었어요. 순간, 어디로 가지 말라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계속 그것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으니까요.”
중요한 것은 늘 생각하고 있는 것. 그래야 대답이 들렸을 때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결정은 빨리 내리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친구들이 말했단다. 이제껏 해온 시간이 아깝지 않느냐고. 이때 김영하 작가, 이렇게 한마디 던지고 뒤돌아 나왔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더 아까워!”

“살면서, 어떤 문제를 오래 고민하면 인생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는 한번쯤 그 목소리의 말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목소리를 듣고 난 후 어땠냐고요? 그 뒤로도 어려운 일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문학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날, 인연을 되새길만한 흔적 하나 남기고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 하늘재를 걷다

유람선을 타고 남한강을 따라 도담삼봉을 관람했다

문학캠프의 마지막 날. 우리는 최초의 고갯길을 걸었다. 충북과 문경을 잇는 525미터의 고갯길인 하늘재다. 1850년 개통되어 교통의 요지이자 군사적 거점으로 이어져왔고, 지금은 이렇게 땅 위에서 흐른 시간을 상상하며 걸을 수 있는 관광지로 거듭났다. 오르막길은 버스로 올라가고, 내리막길을 걸어 한층 여유롭게 풍경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가 숲을 이루어, 길을 걷는 사람들을 오랜 세월 동안 비호하고 있었다. 하늘재와 이어진 길에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북쪽을 바라보고 있는 절터인 미륵리사지에도 들렀다.

점심을 먹고는 남한강 위를 거닐었다. 유람선을 타고 단양 팔경 중 한 곳인 도담삼봉을 둘러봤다. 오늘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만큼 독자들은 기념사진, 기념영상을 찍기도 하고, YES24 스텝들은 한 명씩 나와 이번 캠프의 소회를 밝혔다. 좋았던 풍경 하나, 혹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애틋한 추억 하나씩 더해진 마음으로 귀가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서울에 들어서자 비가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늘 아래 타인은 아무도 없다. 알고 보면 모두 동일한 인연의 거미줄에 연결되어 있는 존재들이다. 다만 그 사실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드물 뿐이다.” 이외수 선생님의 책 『아불류 시불류』(p.218)에서 본 구절이 떠오른다. 작가와 독자,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가 시간을 보내다가도 어떤 풍경, 어떤 한마디 때문에 ‘우리들의 2박 3일’을 다시 생각해보는 날들이 있겠지. 그렇게 우리들의 인연을 되새길만한 흔적 하나 마음에 남기고, 2010년 문학캠프는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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