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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레스토랑 300곳을 섭렵한 한국 여인 - 『마이 스위트 뉴욕』 김지원

“뉴욕에서 세계를 맛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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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Hot!한 것들이 집결해 있다는 뉴욕, 엘리샤 키스의 저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무척이나 익숙한 뉴욕의 풍경들이 떠오른다. 예술, 꿈, 도전, 문화 등등 온갖 흥미로운 단어를 갖다 붙여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도시라니!

“뉴욕이 좋은 이유”

“뉴욕은, 꿈들로 이루어진 콘크리트 정글
이곳에서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없어요.
당신은 뉴욕에 있으니까요.
뉴욕의 거리들은 당신을 새롭게 만들어줄 거예요.
빛들이 당신에게 영감을 줄 거예요.”

Jay-Z 'Empire State of Mind' (feat. Alicia Keys)


현재 가장 Hot!한 것들이 집결해 있다는 뉴욕, 엘리샤 키스의 저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무척이나 익숙한 뉴욕의 풍경들이 떠오른다. 예술, 꿈, 도전, 문화 등등 온갖 흥미로운 단어를 갖다 붙여도 찰떡같이 어울리는 도시라니! (나에게는) 과대망상으로 과대 포장된 이 도시가 파생해내는 키워드는 끝이 없다.

작가들은 뉴욕에 가서 서점 순례를 하고(『뉴욕, 비밀스러운 책의 도시』/서진), 아티스트는 뉴욕의 문화관찰 보고서를 내기도 하고(『뉴욕에서』/이상은), 미술사 교수는 도시에 걸린 명화를 담기도 했다(『뉴욕에서 꼭 봐야 할 100점의 명화』/디나 맥도널드). 서점 순례를 다녀온 서진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뉴욕이 좋은 이유는 어떤 소재를 잡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단 말이죠. 그게 무엇이든 거기에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요. 어떤 주제든 할 말이 많죠.” 그런 뉴욕에서 이번에는 맛을 담았다.

혀끝에 맴도는 백만 가지 맛을 담은 책 『마이 스위트 뉴욕』이 책의 저자 김지원은 요리를 공부하는 푸드 칼럼니스트다. 뉴욕 한복판에 자리한 French Culinary Institute에서 Pastry Art 과정을 마쳤다. 유학 생활 동안 뉴욕 구석구석을 맛보고 글로 적었다. 이 책에 담긴 메인 메뉴는 ‘뉴욕의 맛’이다. 핫도그, 컵케이크부터 <미슐랭>에서 별 3개를 받은 최고의 레스토랑 ‘장 조르주’의 맛이 담겼다. 애피타이저와 후식으로 달콤쌉싸름한 뉴욕 유학 생활기가 마련되어 있다.

뉴욕에서 머문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싶어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저자. 부럽기도, 궁금하기도 한 뉴욕의 맛 이야기는, 2008년부터 채널예스 칼럼 ‘김지원의 Tasting NYC’에 연재되기도 했다. “처음엔 뉴욕에서 머물렀던 소중한 시간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뉴욕에서 공부를 하면서, 150여 곳의 레스토랑을 돌아다녔어요. 그 150여 곳이 전부 맛있는 곳도 아니었고, 막상 책을 내려고 하니까 부족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욕심이 생기면서 일이 커졌죠.”

맛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강행군의 일정을 감행했다. 귀국 후 다시 이 책을 위해 뉴욕으로 되돌아간 것. “비행기 안에서 미리 조사한 레스토랑을 나열해서, 시간표를 만들었어요. 점심에는 어디, 저녁에는 어디, 후식은 어디에서 맛본다는 식으로요.” 먹는 게 일이었다고 하면, 혹자는 부러움을 금치 못하겠지만, 그녀 말에 의하면 결코 녹록지 않은 과정이었다.

“내일 당장 죽을 것 같이 먹고, 또 먹었죠. 하루에 대여섯 끼를 밀어 넣기도 했어요. 위장도 탈이 나고 뭐든 먹고 싶지 않은 지경이었죠. 보통 그럴 때면 음식의 맛조차 느낄 수 없다고 하는데, 음식의 맛만큼은 생생하게 떠올랐어요. 이게 천직이구나 싶었죠. 게다가 맛있는 음식을 공부로 먹을 수 있으니, 그저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임했어요.”

직접 맛본 곳만 기록할 것, 그 원칙 때문이었다. 거기에 음식에 관해서라면 질리는 일이 없다는 열의가 더해져, 저자는 쉬이 뉴욕을 떠나지 못했다.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생기면 또 가 보고 싶었고요. 레스토랑의 음식도 매년 바뀌는 곳이 있으니 업데이트를 해야 했고요.” 그렇게 해서 총 300여 곳의 레스토랑을 발로 딛고, 혀로 맛보고 이 책을 냈다.

300여 곳 가운데 책에 수록할 레스토랑을 고르는 일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까운 정보들을 어떻게 다 담을까 궁리하다 두 권을 내게 됐어요. 거기다가 지도도 꼭 넣고 싶었고요. 첨부된 지도에는 제가 직접 레스토랑의 위치를 하나하나 검색해서 표시했어요. 지도 색도 여러 번 바꿔보고, 번호가 제대로 나왔는지 확인하고…… 에세이와 실용서를 한 권에 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어요.” 그렇게 욕심껏 만든 책. 만드는 과정이 마냥 ‘스위트’했다면, 작가만 겪어버린 ‘스윗함’을 독자는 맛보지 못했을 터. 책 속에 드러난 ‘스윗함’은 뉴욕에서 저자가 발로 뛰고, 머리로 고민하며 빚어낸, 그녀만의 ‘맛’이다.


“다양한 맛이 모여서 이뤄내는 뉴욕의 맛”

한국과 뉴욕의 음식문화가 가장 다른 점이라면요?

“한국은 국민색이 짙어서 한국음식이 강세죠. 물론 세계 음식이 들어오고 있지만 많은 편은 아닌데, 뉴욕은 뉴욕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것보다 전 세계 음식이 고루고루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뉴욕은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뉴욕음식’이라고 할만 한 건 뭐가 있나요?

“굳이 말하자면 뉴욕 스타일이라는 이름이 붙은 베이글, 핫도그, 피자 같은 걸 들 수 있겠지만, ‘한국 음식’을 정의하는 것과 같은 ‘뉴욕 음식’은 없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대게 블로그를 통해 맛집이 공유되는데, 뉴욕은 <미슐랭> <자갓> 등 오프라인 매거진이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더라고요. 실제로는 어떤가요? 그런 잡지의 공신력이 강한 편인가요?

“네. 그런 편이에요. 현재 서점판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자갓>도 우리나라에 들어왔어요. 뉴욕에는 그런 객관적인 매체, 잡지가 잘 되어 있어요. 주간지로는 <뉴욕>, <타임아웃>이라는 잡지도 추천할 만한데 새로 생긴 음식점, 가볼 만한 레스토랑을 알려줘요. <타임아웃>은 아이폰 어플로도 나와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어느 곳을 찍으면 주변의 레스토랑을 다 보여줍니다.”

레스토랑을 취재하면서 겪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맛은 주관적이니까, 적어놓지 않으면 흐려져요. 되도록이면 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기록을 하는데, 그렇게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식사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취재하러 왔구나, 알아봐요. ‘뭐 하는 사람이냐.’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고요. 취재가 가장 어려웠던 곳은 데이비드 챙이 하는 모모후쿠(Momofuku)라는 한식 레스토랑이었어요. 그곳은 예약하기도 힘들고 내부사진을 전혀 찍지 못하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을 수록할 수 없었어요. 신비주의 전략이 컨셉인 것 같아요.”

뉴욕의 맛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맛이 모여 있으니까 고전적 표현으로 멜팅팟(melting pot)이라고 할 수 있겠죠. 칼럼을 쓸 때는 칵테일에 비유하기도 했어요. 진짜 다양한 맛이 모여서 새로운 뉴욕의 느낌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칵테일은 뉴욕과 많은 점이 닮았다. 다양한 것들이 섞여 다양한 맛을 내며 그 조합만으로 수천, 수만 가지 맛을 낼 수도 있다. 게다가 단순히 섞기만 한 게 아니라 아름다운 색을 내야 한다. 또한 모두 섞였다 하더라도 특유의 향이나 고유 맛을 지키고 있다. 이 모두가 뉴욕이라는 하나의 큰 도시에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지만 개성을 잃지 않는 점과 비슷하다.(p.248)


“뉴욕의 중심에서 요리를 배우다, French Culinary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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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동화책을 주제로 케이크를 만들라는 과제에서 그녀가 만든 ‘어린왕자 케이크’,

오른쪽은 하늘을 주제로 한 케이크. 'Free Tempo'의 'Sky High'를 들으며 구상했다.



진정으로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며 하얗게 밤을 지새웠다.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일을 생각하다 떠오른 것이 바로 요리. 유치원 때부터 내 멋대로 컵케이크를 굽고, 주스를 만들며 즐거워하던 어린아이의 두근거림이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저자 소개 中)

요리에 매혹된 계기가 있었나요?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어요. 유치원 다닐 때부터, 요리를 가르쳐주면 꼭 집에 와서 따라 만들어보곤 했어요. 정성껏 요리를 했는데, 그걸 사람들이 먹어줄 때가 무척이나 기뻤고요. 경영학을 공부하고, 여유 있게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읽고 마음이 흔들렸어요. 딱 한 번 사는데, 내가 진짜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그게 요리였어요.”

요리 공부를 하러 뉴욕에 간 까닭은 무엇인가요? 뉴욕 사람들은,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끼니를 애지중지하지 않는 것 같은데요.

“뉴욕에는 전 세계가 모여 있으니까요. 뉴욕에 가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프랑스에서 그 나라만의 전문적인 지식을 얻을 수 있다면, 뉴욕은 각국의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대표적인 도시니까요. 레스토랑 그 자체도 최고 수준인 것 같고요.”

뉴욕은 요리를 공부하기에는 오히려 힘들 수도 있는 곳이다. 렌트비가 비싸고, 부엌이 갖춰져 있는 곳이 드물고, 요리학교의 기간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짧지만 그만큼 수련과정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디를 가도 맛있는 레스토랑이 많고, 전 세계 음식이 모여 있으며 배달까지 되는 맛의 천국,(…) 음식의 백과사전과도 같은 곳이 뉴욕이다.(p.20)

뉴욕에서 다닌 요리학교 French Culinary Institute(이하 FCI)가 굉장히 유명한 곳이라고 들었습니다.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요?

“미국 전역에서 랭킹 3위인 학교예요. 뉴욕 시내 한복판에 있으니까 여러 가지 문화를 접할 수도 있다는 이점이 있죠. 저희 교장 선생님이 프랑스에서 유명한 요리사 자크 페펭(Jacques Pepin)이에요. 요리 평론가이자 작가예요. 모모후쿠의 데이비드 챙, 미국 요리 대결 프로그램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에 나오는 바비 플레이도 이 학교를 졸업했고요.

FCI은 위치가 좋고, 단기간에 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보통은 2년 코스인데, 여기는 방학없이 1년 코스로 진행됩니다. 소호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들을 접할 수 있었고요. 그래서 책을 집필할 계획도 갖게 됐고요. 또 다른 요리학교인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가 인지도도 좋고, 많은 걸 배울 수 있겠지만, 뉴욕에서 2시간 거리의 시골에 있어요. 다양한 경험을 고려해서 FCI을 선택하게 됐죠.”


요리학교를 다니면서 무엇을 배웠나요?

“제과를 전공했어요. 제과에 관한 전반적인 수업을 들었고, 요리하는 분들의 열정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반면에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 직업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도 많아 놀라기도 했죠. 쉽지는 않았지만, 워낙 빵을 좋아해서 힘들지만은 않았어요. 한국에 있을 때도 밥보다 빵을 더 좋아했고, 빵 종류도 다 외우고 다녀서 빵순이라고 불리기도 했어요. 학교 다니면서, 빵 냄새에 늘 황홀했고요. 마냥 좋았어요. 뉴욕과 뉴욕 생활, 요리 공부…… 연애하듯이 배운 것 같아요.”

“요리학교에서 초콜릿 수업이 있던 주, 선생님은 뜬금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제목을 적어내라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적어낸 영화가 다음 주 작품의 주제라는 말에 눈앞이 캄캄해졌었다.(p.152)” 이런 과제들이 흥미롭더라고요. 창의적이고 독특했을, 그곳의 수업방식이 궁금합니다.

“전반적으로 처음엔 기술적인 것부터 배워요. 쿠키. 빵. 케이크를 배우고, 후반에는 영화나 음악 등의 테마 수업을 진행합니다. 설탕 공예, 캔디로 인형 만들기, 초콜릿 공예, 웨딩 케이크 등 다양한 재료를 다룰 수 있었어요. 레스토랑에 가서 디저트가 나온 걸 보면, 접시에 꾸며진 플레이팅이 근사하잖아요. 교수님이 어떤 주제를 던지고 접시 그림을 주면, 그 위에 그림으로 디저트를 그려요. 그리고 잽제 만들어?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동화를 케이크로 만들어보라는 과제도 있었어요. 저는 『어린왕자』를 선택해서 행성을 닮은 케이크를 만들었고, 친구는 『이상한 나라 엘리스』 케이크를 만들었어요.(웃음)”

지원 씨에게 요리란 어떤 의미인가요? 요리의 어떤 점이 가장 의미 있게 다가오나요?

“요리는 행복을 나누는 일 같아요. 누구나 세끼를 먹고 살잖아요. 안 먹으면 살 수가 없는데 이왕이면 그 과정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보통 사람들은 아무거나 먹고, 한 끼를 때운다는 개념으로 먹을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무엇을 먹느냐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뉴욕, 걸어라! 웃어라! 도전하라!”

졸업식날 찍은 사진, 뒤에 보이는 ‘복 케이크’도 저자의 작품이다

책이나 영화 속 모습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뉴욕, 혹은 뉴요커에 환상을 품고 있는데요. 한때 뉴요커였던 저자가 보기에 뉴요커의 실상, 혹은 진짜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뭐든 자립적으로 생활한다는 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매력이라고 봐요. 뉴요커를 생각하면 도도함, 자신감이 떠올라요. 어떻게 보면 개인주의로 보일 수 있지만, 자존감이 더 크죠. 책에도 적었듯이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거는 일, 예쁜 옷을 입고 가면 다가와서 칭찬하는 일들이 정말 어색했어요. 왜 이러지, 뭐라고 대답하지? 싶었는데, 나중엔 웃으면서 대답할 수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의 스타일이 뉴요커의 매력이라고 봐요.”

말씀하신대로 책 속의 뉴요커의 모습을 살펴보니, 그들의 개인적인 특징이나 스스럼없는 커뮤니케이션 등의 모습이 뉴욕의 요리, 레스토랑 문화에도 반영된 것 같아요.

“뉴욕이 대단한 게 전 세계가 모여 있는데 모두 자기 색을 가지고 있다는 거예요. 음식도 다 모여 있지만, 각각의 음식이 잘 발달되어 개성이 뚜렷하거든요. 사람들도 다른 것, 새로운 것을 잘 받아들인다는 거죠. 그렇게 시장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여러 민족이 모여 각각의 음식이 발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뉴욕 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처음으로 ‘누구의 가족’이 아닌 ‘김지원’으로 홀로 선 일이었어요. 집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던 일이 알고 봤더니 다 엄마가 해준 일이더라고요.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많이 느꼈어요. 요리 공부할 때 온몸이 근육통이 날 때면, 기댈 데 없이 혼자 약 바르고 자던 밤.(웃음) 외롭긴 했지만, 같은 시기에 유학 간 친구들도 있고 해서, 서로 의지하며 잘 지냈죠.”

요리 이야기와 함께 다양한 책 이야기가 곁들여져서 좋았어요. 뉴욕에 살아보니, 진짜 뉴욕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는 책, 영화는 어떤 게 있었나요?

“역시 <섹스 앤더 시티>가 뉴욕의 이미지를 가장 잘 그린 것 같아요. 이런 에피소드가 있어요. 캐리가 책을 냈더니, 리무진 운전수가 한턱 쏘겠다며 핫도그를 사줘요. 그런 순간에 핫도그를 먹는 정서가 이해된다고 할까요? 뉴욕은 그런 것들이 자연스러운 곳이더라고요. 파티도 자주, 자유롭게 열리는 편이고요.”

폴 오스터와 소피 칼의 뉴욕 입문서 『뉴욕이야기』를 보면, 폴 오스터가 뉴욕 생활 지침서가 적혀 있잖아요. (1. 미소 짓기 2. 낯선 이들에게 말 건네기 3. 걸인과 노숙자들에게 온정을 나누기 4. 한 장소를 선택하여 아름답게 꾸미기) 무척 흥미로웠는데요. 지원 씨가 뉴욕 생활 지침을 직접 만든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까요?

“일단, 많이 걷기. 뉴욕은 걸어보면 골목골목이 다 재미있는 곳이에요. 아무리 걸어도 지겹지 않은 곳. 뉴욕은 걸어 다니는 만큼 알 수 있는 곳이니까요. 둘째로 많이 웃기. 친구를 만드는 게 반드시 필요한 지침이죠. 세 번째는 새로운 일에 많이 도전해보기. 전 세계 사람들이 다 모여 있으니까요. 가끔 한인 타운 안에만 편무는 한국 유학생들이 있는데요. 아쉬운 일이에요. 얼마나 보고 느낄 게 많은데요. 이왕 한 번 사는 것, 다 해보기. 마지막으로 겁을 내지 않기. 그래야 많이 도전할 수 있으니까요.”

뉴욕에서 어떤 새로운 도전들을 했나요?

“제가 원래 편식이 심했는데, 요리 공부를 하면서 많이 고쳤어요. 간 보는 것만큼은 뭐든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뉴욕에 와서 안 먹어본 음식들을 많이 먹어봤어요. 사슴고기, 양의 혀, 이상한 음식도 많이 먹어보고,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많이 가는 인도 카레 가게에서 카레 먹은 것도 기억에 많이 남고요.”

한국에 돌아오니 가장 생각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부숑 베이커리(Bouchon Bakery)의 크로와상과 발사자르(Balthazar)의 카푸치노가 먹고 싶어요. 날씨가 좋은 날, 나무 그늘 아래에서 먹었던 셰이크 섹(shake shack)의 햄버거두요. 다시 뉴욕에 간다면, 취재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 이번에 쓴 책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때 책 준비한다고 했더니 정말 궁금해했거든요.”


“푸드 칼럼니스트, 맛을 표현하는 사람”

맛을 글로 전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아요. 푸드 칼럼리스트가 되기 위한 자질이나 중요한 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무엇보다 맛보는 걸 좋아해야 하죠. 맛을 보는 연습도 해야 하는데, 먹었을 때 음식에 무엇을 넣었구나, 어떻게 맛을 냈구나. 알 수 있어야죠. 거기까지는 미식가도 할 수 있는 일인데, 푸드 칼럼니스트는 더불어 표현력이 필요해요. 형용사나 단어 공부를 많이 해야 돼요. 저도 공부하고 있고요. 간혹 맛 집을 찾아다니고 쓴 블로그 글을 보면, 음식 설명이 ‘맛있다, 맛없다’로 끝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사실 설명이 쉽지가 않아요. 왜 맛있냐고 물으면 대답이 어려운거죠. 그런 걸 표현하는 걸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방법으로 연습을 하면 좋을까요?

“요리할 때는 재료 자체 맛을 많이 보고, 간을 하면서 첨가할 때마다 맛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봐요. 음식점에서 맛을 볼 때는, 일단 소스의 맛을 보고, 최대한 소스가 묻지 않은 주재료의 맛을 보는 식으로 먹어보면 좋아요. 소스는 어떻게 넣고, 맛을 어떻게 보완해서 조화를 이루고 있나 생각해봐야죠. 오늘 점심때 저는 ‘새우 알리오 올리오’를 먹었는데, 여기에 올리브오일은 어느 정도가 들어갔고, 면은 몇 분 익혔거나, 생면을 썼겠구나, 새우는 무슨 종이고, 처음에 넣었거나 나중에 넣었겠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죠.”

지금은 츠지원에서 일본요리를 공부하고 있어요. 제빵을 계속하지 않고, 다른 나라 음식에 도전한 까닭은 뭔가요?

“다양한 요리 접하고 싶어요. 푸드 칼럼을 쓸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정말 즐거워요. 나라마다 개성이 다르고, 요리 철학이 다르거든요.”

어떻게 다른가요?

“빵을 예로 들자면, 미국(뉴욕)의 대중적인 빵은 좀 투박하고 달고 커요. 반대로 일본은 부드럽고 덜 달면서 아기자기하죠.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지만, 이제껏 만난 쉐프를 통해 얘기해보자면, 프랑스 쉐프는 자국의 자부심이 강한 것 같고요. 일본 같은 경우는 몇 초, 몇 십초의 조리 시간도 철저하게 지키고, 간의 맛이 굉장히 섬세해요. 케이크 같이 섬세한 작업에 강한 면이 있고요.”

요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푸드 칼럼니스트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이니까 무엇보다도 더 많이 배우려고 해요.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중국, 이탈리안 요리 등 다양한 요리 공부를 계속해서 더 많은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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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마이 스위트 뉴욕

<김지원> 글,사진16,200원(10% + 5%)

뉴욕의 백만 가지 맛을 17편의 에세이와 175개의 레스토랑 이야기에 담다 진정으로 가슴 뛰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훌쩍 뉴욕으로 요리 유학을 떠난 그녀! 그녀가 뉴욕에서 보낸 1년은 마치 10년과 같았다. 그녀의 뉴욕 생활 1년은 그토록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권의 책에 다 풀어놓지 못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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