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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록에 서정성을 더하다 - 카멜(Camel) <Stationary Traveller> (1984)

「Long goodbyes」와 함께 연주곡인 「Stationary traveller」만으로도 카멜의 서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 같네요. 카멜의 1984년 작 <Stationary Travell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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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진전 ‘예스(Yes)’의 <Fragile> 앨범을 소개해드렸죠? 물론 영미 팝에서는 ‘예스’를 비롯해 ‘핑크 플로이드’ ‘킹 크림슨’을 많이 언급하지만 멜로디의 서정성 면에서는 국내에서 특히 사랑을 받았던 ‘카멜’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long goodbyes make me so sad’로 시작되는 리듬과 코드의 반전이 많은 음악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었죠. 시간이 지나도 이런 좋은 선율들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Long goodbyes」와 함께 연주곡인 「Stationary traveller」만으로도 카멜의 서정성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 같네요. 카멜의 1984년 작 <Stationary Traveller>입니다.

카멜(Camel) <Stationary Traveller> (1984)

지금의 신세대들은 록 하면 펑크, 브릿 팝과 같은 모던 록을 떠올리지만 1980년대에는 헤비메탈 아니면 프로그레시브 록이었다. 특히 프로그레시브 록은 애초 클래식 코드의 유입을 벗어나 다채로운 확장을 통해 아트 록(Art Rock)으로 진화하면서 웅장하고 세련된 음악정서를 원하는 인구를 성공적으로 흡수했다.

프로그레시브든 아트 록이든 초기의 실험이라는 키워드가 산업적 위용을 맛보면서, 다시 말해 다수 대중을 그러모으는 대규모 성공을 창출하면서 록의 3분짜리, 쓰리코드의 거칠고도 단순한 패턴으로부터 탈피하는 데 기여했다. 이 음악은 클래식에 버금가는 심도를 전했고 또한 아름다웠다. 거친 규정이기 하지만 상기한 대로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국내 록 팬은 헤비메탈이 아니면 아트 록이었다.

한국에서 인기를 누린 아트 록 그룹 가운데 하나가 영국의 밴드 카멜(Camel)이었다. 이들은 아트 록 본연의 미학 말고도, 한국 팬들과 관련해 또 하나의 ‘매칭 포인트’가 존재했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앨범인 <Moonmadness>의 차트 성적이 겨우 116위 정도로 영미의 존재가치가 보잘것없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인기를 누리게 된 각별한 이유가 있었다는 얘기. 사실 이 밴드를 논할 때 가장 중요한 앨범인 <Stationary Traveller> 역시 빌보드 앨범차트의 200위 순위에도 끼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멜의 「Lady fantasy」 「Hymn to her」 「Lies」 「Song within a song」 등은 국내 아트 록 마니아들에게는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그 지명도는 이 분야의 전설인 핑크 플로이드나 킹 크림슨 못지않았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애절함이 실린 ‘서정성’이란 것이었다. 이 서정성은 카멜의 음악을 한국 팬들이 결코 잊을 수 없게 만든 제1의 동력으로 작용했다. 너무나 멜로디가 선연하고 아름다워 한번만 들어도 청각을 파고들어 가슴에 깊숙하게 저장되고 마는 오묘한 힘!

<Stationary Traveller>의 동명 타이틀곡이자 연주곡인 「Stationary traveller」와 앨범의 마지막 곡 「Long goodbyes」는 특히 잊을 수 없다. 굳이 팝송을 즐겨듣지 않는 사람이라도 라디오에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이 두 곡은 설령 제목을 모르더라도 마냥 좋아할 정도로 익숙한 레퍼토리가 되었다. 우리와 온도가 맞는 음악이었던 셈이다.

카멜은 1972년 결성되었다. 앤디 라티머(Andy Latimer), 덕 페르구손(Doug Ferguson), 앤디 워드(Andy Ward), 피터 바든스(Peter Bardens)의 4인조는 그 해에 데뷔작 <Camel>과 1974년의 <Mirage>를 발표하면서 나름 순조롭게 출발했다. <Mirage>는 빌보드 차트에도 오르고 12분 46초짜리 대곡 「Lady fantasy」와 「Freefall」이라는 애청곡을 남겼다. 하지만 이후 카멜 밴드의 면면들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많이 바뀌었다. 리더인 앤디 라티머의 음악 비전이 다른 멤버들과 끊임없이 충돌을 일으킨 결과였고, 라티머의 욕구에 따라 카멜의 음악도 적잖이 요동을 쳤다.

앤디 라티머가 지향하는 것이 서정성이란 것이었고, 그것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준거라고 할 실험하고는 조금 격리된 것이어서 ‘팝적인’ 성향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 평단은 이에 결코 호감을 가질 수 없었다. 1984년의 <Stationary Traveller>를 포함해 결성 이래 10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지만 어느 것도 평론가들이 선정한 ‘명반’의 영광을 누린 바 없었다.

이런 사실은 의미가 없었다. 우리한테 좋으면 그만이었다. <Stationary Traveller>는 1982년 앨범 <The Single Factor>를 전후해 라티머를 제외한 전 멤버들이 떠나면서 맞은 위기를 극복해준 카멜의 회심작이었다. 새로이 들어온 네덜란드 아트 록 밴드 ‘카약’의 키보드주자로 여기서 「After words」를 쓴 톤 세르펜질(Ton Scherpenzeel)의 활약이 컸다.

전반적으로 멜로디는 간결해지고 대중적 흡수력은 상승했다. 그래도 앨범의 마술사는 어디까지나 앤디 라티머였다. 그의 기타로 록 스타일이 구현되었을 뿐 아니라 「Stationary traveller」와 같은 곡에서 구사한 아련한 팬파이프 연주 등을 통해 청취 미학을 높이면서 앨범을 ‘80세대의 추억’으로 만들어주었다.

「West Berlin」이란 곡이 암시하듯 독일이 동서로 갈려있던 당시, 분단의 아픔을 그렸다는 점도 같은 처지인 우리와 각별한 인연을 맺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같은 민족이면서 갈려있다면 그들은 ‘정주하는 방랑자’이며 어쩌면 그것은 인간 삶의 본질일 수도 있다. 인생은 정말 늘 ‘긴 이별’ 아닌가. 이 컨셉(Concept) 앨범을 관통하는 정서는 소외와 처연함이다.

「Long goodbyes」는 근래 인기절정인 개그맨 김구라가 텔레비전 프로 <라디오스타>에서 부르면서 일각의 시청자에게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 곡에 대한 감동을 간직한 사람이 어디 김구라뿐이랴. 1970년생인 그의 동세대 상당수가 그 시절 「Long goodbyes」와 「Stationary traveller」에 빠져들었다. 서정성의 추억! 우리 팬들이 그 서정성에 만취해 골라낸 우리만의 앨범이요, 망각할 수 없는 기억이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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