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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책 人터뷰]엄마들이여, 조금 더 ‘현명한’극성을 피우자 - 『박현영의 슈퍼맘 잉글리시』 박현영

“요즘의 최고 트랜드는 말문과 귓문이 트이는 영어 학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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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자와 청중의 열정만큼은 열 시간짜리 강연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뜨거웠다.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부모와, 10여 년간 딸 교육을 통해 효과를 검증받은 슈퍼맘 박현영의 만남.

생각해보면 영어는 언제나 커다란 벽이었다. 서른을 코앞에 둔 내 삶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영어’라는 포탄을 피해 달렸다고 해서 크게 과장은 아닐 것이다.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첫 단추가 문제였다. 초등학교 때 학원을 남들만큼 두 탕 세 탕 뛰었지만, 예체능 쪽 과외였지 교과서 관련해서 공부는 한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는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알아서 척척 올백을 받아와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다.

중학교 첫 시험 성적표를 받아들고, 온몸이 떨려왔다.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점수가 턱 하니 종이 위에 쓰여 있었고, 선생님은 부모님 확인 도장을 받아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성적표와 함께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을 정도로 시험 결과는 충격적이었고, 가장 큰 이유는 영어 점수에 있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귀동냥으로 알파벳과 ‘I'm a girl’을 간신히 떼고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반 친구들은 영어 도사들뿐이었다. 영어 말하기도, 쓰기도 척척 해내는 친구들은, 나를 더욱 작게 만들었다. 충격을 받아 그 뒤에 영어에 매진했더라면 해피엔드가 되었으련만 내 영어 공부의 길은 정도正道가 아니라 요행이 되어버렸다. 영어 단어 외우고 문법을 공부해서 해석을 하는 게 아니라 오직 ’감‘ 하나만 믿고 중?고등학교 6년을 보낸 것이다.

단어만 몇 개 알고 있으면, 문법을 몰라도 그럭저럭 영어 문제가 풀렸다. 학창 시절 내내 영어 우월반에 들었지만, 내 실력은 중1 수준에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단지 찍는 감만 일취월장했을 뿐.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실력은 수능 때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그 감을 익히기 위해 고3내내 하루에 수능 영어 문제를 50개씩 풀어야만 했다.

영어를 모르지만, 살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다. 해외여행 갔을 때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기존에 알고 있는 영어의 120%를 활용했다. 또 정규직은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에 스펙에 필수라는 토익, 토플 같은 것은 애초에 관심분야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회 5년차가 된 지금 가끔 생각해본다. 내가 과연 영어를 잘했으면 어땠을까. 선택의 폭은 훨씬 넓었을 테고, 지금과는 또 다른 길을 걷고 있을지 모른 텐데……. 살짝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타고난 영재? NO! 천재는 만들어진다


영등포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영등포관에서 이루어진 강연회. 대부분 30대 중반 안쪽의 젊은 엄마들이 참가했다. 영화 상영 시간 때문에, 강연회는 한 시간 정도로 짧게 진행됐다. 하지만 강연자와 청중의 열정만큼은 열 시간짜리 강연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뜨거웠다. 영어 조기교육에 대해서 실질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부모와, 10여 년간 딸 교육을 통해 효과를 검증받은 슈퍼맘 박현영의 만남.

마치 교주님을 앞에 둔 독실한 신도들이라고 할까. 한 달에 백만 원이 넘는 수능 족집게 과외 강사와 삼수생이라고 할까. 슈퍼맘 박현영은 이미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추앙받고 있는 존재였다. 서둘러 저자 소개를 확인했다. 1988년에 대학생의 신분으로, 올림픽 폐막식 영어 MC를 보며 방송 일을 시작해서 90년대 국내 1세대 스타 영어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한다. MBC FM <Let's go English>, SBS FM <박현영의 뮤직 핫라인> 등 라디오 DJ로 활동했으며, 동요로 배우는 학습 교재인 『박현영의 키즈 싱글리쉬』를 집필했다고 한다. 요즘 많고 많은 화려한 이력을 가진 영어강사 중에서, 그녀가 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한 가지. 작년 모 케이블 방송에서 보여준, 어린 딸이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모습이 학부모들의 눈길을 끌었다고.

특히 우리나라 교육법은 ‘유행’을 많이 좇고 있다. ‘누구집 딸이 이런 식으로 공부한다더라’는 일명 ‘카더라’는 이웃의 학부모들을 움직이고, 결국 사교육의 커다란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박현영 작가의 첫 마디도 “요즘의 최고 트랜드는 말문과 귓문이 트이는 영어 학습이죠~”였다.

요즘 트렌드가 영어유치원뿐 아니라, 일반적인 유치원에서도 영어를 가르쳐서 어린 나이의 아이들도 기본적인 영어를 알아듣고 말할 수 있다고. 하지만 많이 들려준 것에 비해서 말문이 트이질 않는다는데. 곧잘 영어를 잘 따라 해서 신통방통 생각하던 아이들도, 초등학교 올라가서 독해를 배우면 말하기를 멈추게 된다고 한다. 박현영 씨가 그간 영어 컨설팅을 하면서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초등학교 3학년 때 특목중 준비를 시작한다는 것. 미국의 교과서를 교재로 삼고, 3년 이상 앞서 나가는 게 요즘 치맛바람 좀 흔들 줄 아는 학부모의 유행이라고 한다.

조기교육도 좋지만, 3년 이상 영어 진도를 앞서 나가는 아이들한테는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는데. 그것은 바로 ‘모국어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외국어로 먼저 배워야 하는 한계’. ‘해리포터 영어’라고 해서, 부모님들 너도나도 『해리포터』 원서를 사다가 아이들에게 읽히게 하는데, 책 안의 영어 단어에 맞는 한국어 어휘력이 쌓이지 않은 상태다 보니, ‘해리포터 영영한 사전’으로 더 힘들게 모국어 단어를 공부하는 꼴이 된다고.

결국 그녀 박현영은 그간 생각했던 조기 외국어 교육의 이론을, 갖 태어난 딸에게 몽땅 적용시킬 꿈에 부풀게 된다.

느림의 미학, 10년을 준비한다


국내 1세대 스타 영어강사이기 때문일까. 그녀의 욕심은 끝이 없고, 교육계획은 원대했으니,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와 일본어를 함께 익히게 했다. 자연스럽게 한글을 배우는 속도와 맞게, 일본어와 영어, 중국어를 동시에 가르쳤다. 그렇다고 해서, 외국어를 학문적으로 가르친 게 아니라 어린 나이의 딸이 궁금해 하는 것을 천천히 한글과 외국어로 답변하고 이끌어준 것이다.

가정은 생애 첫 번째 학교다. 엄마는 첫 번째 선생님이다. 엄마의 말은 생애 첫 번째 사전이다. - 바바라 부시(p.73)

외국어를 즐길 수 있도록, 어릴 적부터 놀이와 병행해서 가르친 것이다. 그것도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한두 살 때 말문과 시야가 트이면서, 세상의 궁금한 것들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으니 오죽이나 빠르게 외국어 말하기와 듣기를 익히겠는가.

“참 쉽죠잉~” 어느 코미디언의 유행어처럼 박현영 작가는 자신의 교육법을 쉽게 설명했다. 하지만, 곰곰이 다시 생각해 봤을 때, 과연 일반 학부모들이 따라할 수 있는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아이 키우는 것도 힘든데, 아이의 관심을 끄는 것들에 대해서 3가지 외국어의 답변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의 몇십 배 몇백 배나 되는 외국어 공부가 필요하다.

박현영 씨가 슈퍼맘으로 등장하는 케이블 방송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딸 현진이가 얼마나 외국어를 잘하는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저 강연회 전에 작가를 소개한 출판사 관계자가, 외국어를 너무 잘해서 ‘엄친딸’이라고 불린다는 식의 수사 표현만 있었을 뿐.

뒤적인 책에 답이 있었다. 초등학생 저학년이던 딸 현진이가 부모님이 다투는 것을 보고 꺼낸 이혼에 대한 두려움. 그것을 놓치지 않고, ‘why?’라고 물은 엄마에게 했던 딸의 답변이 정말 대단했다.

“If you get divorced, I'll have to live with grandma. I'm so scared. Please, don't argue.”

이러면서 10분간을 줄줄 영어로 말했다고 한다. 게다가 중국어와 일본어로도 똑같은 표현을 했다고 하니, 박현영표 극성맘 외국어 교육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박현영 작가도 딸을 키우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자신의 교육법에 자신 있지만, 한글과 외국어를 병행하다 보니, 남들보다 한글 어휘력을 익히는 게 늦고,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기 위주의 교육 때문에 쓰기가 남들보다 많이 뒤쳐져 있다는 것. 영어 학원을 보내려 해도, 쓰기를 못 하는 아이는 퇴짜만 받기 일쑤였다고. 그러나 7년까지도 엄마를 초조하게 했던 현진의 말문은, 8년 째 될 때 갑자기 트여서 이제는 중국어나 일본어는 엄마를 능가할 실력을 갖추고 있단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드는 생각은 ‘나만의 교육법’에 관해서였다. 박현영 작가가 어렴풋하게 ‘자신만의 외국어 교육법’을 생각했던 것은 학창 시절. 뭣도 모르고 영어가 너무 좋아서 한글 CM송을 영어로 번역하고, 한국의 동요나 대중가요를 영어로 흥얼거렸다는 그녀는 무의식중에 색다른 교육법을 생각해 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것에는 ‘재미’가 원천으로 작용했다.

나 역시 학창 시절 다양한 과목 중에 재미있던 게 있었고, 지금의 사회생활에까지 인연을 계속해오는 과목들이 있다. 국어와 역사인데, 뛰어노는 것을 싫어했던 어린 시절 막연하게 수십 번씩 되풀이해서 읽었던 책들은 성인이 된 지금까지 어휘력의 만만찮은 뒷받침이 되어줬다. 역사 역시 좋아해서 한국사뿐 아니라 중국, 일본사나 유럽의 계보에 대해서도 책이나 TV를 통해서 하나 둘 접한 정보들이 기억에 남아 나름의 체계로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다.

그 당시 나에게는 단순한 학과 공부중 하나로, 성적표의 든든한 우군이었지만. 박현영 씨의 책을 읽고 돌이켜 생각하면 그 모든 것이 나만의 힘이었고 나름의 교육방법이었던 것이다. 아직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해 체계적인 정리가 부족하지만,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내 상황에 비추어서 하나의 교육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각 나라의 신화와 역사, 민족관의 연결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가르칠 수 있을까 벌써부터 머릿속이 복잡하다. 아직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다. 단지 분명한 것은 영어를 잘 못하는 나이기에, 일단 영어는 『박현영의 슈퍼맘 잉글리쉬』 학습법을 따라할 것이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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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영의 슈퍼맘 잉글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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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타 영어강사이자 동시통역사, 라디오 DJ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어전문가 박현영의 영어 자녀교육서. 저자의 딸 현진이는 영어 뿐만 아니라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며 뛰어난 언어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영어전문가인 저자도 아이가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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