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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나비소녀’, 그녀의 컴백!

김세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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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의 타이틀곡 「진정한 사랑」은 딴 7080 컴백가수들이 트로트로 무장하는 대세를 따르지 않고 김세화 스타일을 지킨 곡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김세화 하면 기성세대들에게 가녀린 여성 이미지 그리고 「나비소녀」와 「작은 연인들」이라는 노래가 연상된다. 특히 1977년 데뷔곡 「나비소녀」와 함께 이름을 알린 덕분에 지금도 어른들은 그 이름을 듣게 되면 반사적으로 나비소녀 김세화를 언급한다. 한 시절을 풍미했지만 어느덧 잊혀버린 그가 지난해 말, 15년 만에 선배가수이자 「슬픈 계절에 만나요」로 유명한 백영규가 제작하고 프로듀스한 신보를 발표했다. 나비의 컴백!

새 앨범의 타이틀곡 「진정한 사랑」은 딴 7080 컴백가수들이 트로트로 무장하는 대세를 따르지 않고 김세화 스타일을 지킨 곡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나이 50대 중반(1956년생)이지만 여전히 소녀의 감성을 잃지 않은 그는 인터뷰에 성의를 다하면서 “그동안 단 한번도 노래를 떠난 적은 없지만 음반 작업을 통해 노래의 행복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봉사’의 마음으로 무대에 설 생각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약 15년 만인가요. 컴백을 단행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꼭 컴백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방송을 접고 나서 친구랑 같이 카페를 하면서 제가 간혹 직접 노래도 하면서 지내왔죠. 주변에서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는데 지금 가요계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안 하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미뤄지게 되었는데 어느 순간 7080붐이 일어났잖아요. 같이 활동했던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좋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오랜만의 외출인데 돌아오는 기분은 어떤지.

“라디오 프로그램 나가면 그때 뵙던 분들을 다시 보니까 너무 좋아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보이는 활동은 거의 없잖아요. 저희 세대 가수가 나올 수 있는 TV 공간이 <열린 음악회> <7080>, 기껏해야 <가요무대> 정도이니까. 그래서 그쪽에는 애착을 갖지 않기로 했어요. 소극장 무대로 많이 하려고요. 몇 번 공연을 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너무 좋더라고요. 저는 정작 그런 것은 생각도 못했는데 백영규 씨가 이제는 “소극장 공연이다. 그렇게 해야 오래가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현재 백영규 씨와 ‘추억의 낭만콘서트’라는 타이틀로 거의 전국을 돌고 있죠.“

「진정한 사랑」을 듣고 7080붐을 타더라도 동년배 상당수 가수가 트로트를 들고 나오는 반면 그래도 김세화는 아직도 옛날과 똑같이 간다는 생각에 안심했습니다. 제작자 백영규 씨도 김세화가 자기 소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뻤다고 하더군요.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요. 저는 트로트도 하나의 대중가요로 존중해요. 제가 또 김상배나 이미자 선생님도 좋아하고요. 그런데 요즘에는 너무 막장으로 가니까. 저는 어떨 때 트로트를 듣다 보면 도대체 저런 가사와 곡은 대체 누가 어떤 생각으로 썼을까, 참 어이없다는 생각까지 들 때가 있습니다. 차라리 이미자 선생님처럼 좋은 곡이 있으면 트로트를 부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요즘 같은 대세를 따라가는 건 죽어도 하고 싶지가 않아요.”

앨범의 반응은 어떤가요.

“우리 세대의 음반이 시장에서 대우를 받지는 못하지요. 그래도 일단 제 얼굴을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며 주위 분들이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간혹 ‘트로트를 하지……’라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잘했다’라고 하는 분들이 더 많아요. (노파심에서 이상한 쪽으로 빠질까봐 걱정했다) 저 아직 김세화예요!(웃음)”

신보에 실린 「내 노래에 날개가 있다면」은 원래 본인 곡이었나요?

“윤지영 씨 곡으로 다른 가수 분들도 많이 불렀는데 맨 처음은 제가 불렀을 거예요. 처음에는 뜨지 않았던 곡인데 제가 좋아서 자주 부른 덕에 많이 알려졌죠. 「나비소녀」가 수록된 데뷔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에요.”

「진정한 사랑」을 불렀을 때 느낌은 어땠나요.

“예전에 「나비소녀」나 「아그네스」 불렀을 때에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정말 연습을 많이 못했어요. 백영규 씨와 함께 프로듀서를 맡은 이호준 씨가 가수에게 연습은 못 시키는 스타일이더군요. 저는 스타일이, 곡 쓰신 분이 어떻게 해라, 하면 거기? 맞게 말 잘 듣고 연습을 하는데…….(웃음)”

아직도 소녀의 감성이 있어서 좋아 보입니다.

“옛날부터 ‘나비소녀 김세화’ 이미지가 강했죠. 서른 살이 됐는데도 방송에서 ‘만년 소녀가수’라고 소개하곤 했어요. 마음고생도 했죠. ‘내가 무슨 소녀야?’ 아직도 그런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 지금은 오히려 괜찮아요. 하도 적응이 되어서.(웃음) ‘그래, 나 만년 소녀가수야!’ 하지요. 한때는 무안하고 창피해서 「나비소녀」를 부르지 않으려고 했는데 「나비소녀」를 안 부르면 제 공연이 끝날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관객들이 원하시니까.”


옛날로 돌아가서 우선 데뷔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네요.

“데뷔는 전설적인 명동의 <쉘부르>에서 19살에 했어요. <쉘부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또 다른 계기가 있었는데요. 중학교 1학년 때에 KBS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노래 고개 세 고개>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때 저희 반에 노래를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칭찬을 해주시며 같이 프로그램에 나가보라고 권유하셨죠. 우린 독일 민요 「소나무」를 불러서 장려상을 탔는데, 부상으로 기타를 받았어요. 그 기타를 친구가 저에게 양보를 했는지, 아무튼 제가 가지게 되었어요. 집안 사정이 그리 좋지 않았던 터라 기타 한 대가 무척 소중한 것이었죠. 형편 때문에 학원 같은 데 가서 배울 생각은 일찍이 포기했고, 기타가 생겼으니까 무작정 동네 오빠한테 가서 가르쳐 달라고 사정했어요. 코드를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연습하기 시작했죠. 양희은의 「이루어 질수 없는 사랑」이나 연주곡 「로망스」, 씨씨알(CCR)의 「Proud Mary」 같은 곡들이었죠. 기타는 그때부터 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집안 형편 때문인지 「나비소녀」를 부를 때 왠지 우울해 보였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있으세요. 당시는 「나비소녀」를 부를 때는 청순하고 발랄하게 보인다고 많이 좋아하셨는데…… 다시 돌아가서 그러다가 고교 졸업 전 무렵이었을 거예요. 연세대 작곡과에 다니던 오빠가 졸업작품 발표회로 공연을 한다고, 와서 노래 두 곡만 불러달라고 하더라고요. 발표회를 서울 청계천에 있는 업소 <아마존>에서 가졌는데, 그 자리에 개그맨 손철 씨가 계셨고, 저를 좋게 보셨는지 ‘<쉘부르>에 한번 와봐라’라고 하셨죠. 그때는 가수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안 했고,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이었어요. 손철 씨 얘기를 들은 개그맨 전유성 씨가 소개하고, 마침 이종환 선생님이 제가 노래하는 것을 보시게 되면서 <쉘부르>와 인연을 맺었죠.”

당시에 ‘김세화는 어떻게 이리 좋은 곡들을 받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나비소녀」도 송창식의 곡이잖아요. 뛰어난 작곡가와의 접점은 누가 어떻게 마련한 건가요.

“「나비소녀」는 말씀하셨다시피 송창식 씨의 곡이고. 「작은 연인들」은 김희갑 선생님이 곡을 주셨어요. 지금은 없어진 <오리엔트> 레코드사에 나현구 사장님이란 분이 계셨어요. 백영규 씨랑,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의 남궁옥분 씨를 발굴하신 분이죠. 그분이 서울 광교에 <선샤인>이라는 업소를 하셨는데 우연히도 거기서 제가 노래를 하고 있었죠. 역시 사무실로 한번 와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나 사장님은 송창식 씨나, 이장희 씨가 써놓은 작품들을 세이브하고 계셨어요. 사장님이 그 곡들을 한번 불러보라고 했어요.”

「나비소녀」 뒤에 「눈물로 쓴 편지」가 큰 인기를 얻었던 것으로 압니다.

“재밌는 것은 영화 <겨울 여자>에는 「눈물로 쓴 편지」가 나오지 않아요. 영화 앨범에만 수록이 되어 있지. 영화에는 「겨울 이야기」만 나와요. 원래는 「나비소녀」가 더 크게 히트 칠 수 있었는데 송창식 씨가 향토예비군법에 걸리는 바람에 송창식 씨가 쓴 전 곡이 방송금지가 되었어요. 아니, 송창식 씨가 예비군 훈련 안 나간 걸 가지고 왜 금지를 시키는지…….(웃음) 그래서 「나비소녀」가 금지당하기 전까지만 인기가 있었어요. 그때 나 사장님이랑 매니저랑 얼마나 많이 울었다고요. 아쉬워서. 그러면서 자연스레 분위기가 「눈물로 쓴 편지」로 넘어갔어요. 1977년 겨울이었죠.”

「겨울이야기」하고 「눈물로 쓴 편지」가 영화 OST 앨범에 같이 수록되었죠?

“네, 영화 <겨울여자> 앨범으로 나왔어요. 앨범 콘셉트가 겨울이어서 노래 제목도 「겨울 사랑」 「겨울 노래」 이랬어요. 앨범이 전체적으로 다 좋았어요. 가사도 너무 좋고.”

그 뒤에 권태수와 같이 부른 「작은 연인들」도 유명한데요.

“「작은 연인들」은 MBC 라디오드라마 주제곡이었어요. 드라마 PD가 「사랑 그 누가 말했나」의 가수 이영식 씨랑 같이 듀엣을 하라고 요청하셨는데 그분이 결혼을 하시게 되면서 일이 어긋났죠. 이영식 씨는 당대 최고였던 (김)세환이 오빠랑 음색이 비슷해서 인기가 상당했지요. 외모도 출중했구요. 권태수 씨는 전부터 <쉘부르> 활동할 때부터 같이 노래를 불렀었어요. 「눈으로 말해요」와 「아기곰」 그리고 폴 앵카의 「파파(Papa)」를 히트시킨 분이죠. 결국에는 오빠랑 같이 「작은 연인들」로 무대에 올라서 부르게 되었죠. 그 곡은 부부 모임에서 그렇게 많이 불렀대요. 저도 권태수 씨 말고 같이 안 부른 남자 가수가 없었어요. 신보에서는 유익종 씨와 호흡을 맞추었습니다.”


1980년대 히트곡이었던 「아그네스」 이후로는 사실상 활동을 접은 것 아닌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1983년 「아그네스」 이후로 앨범을 내긴 했었는데요. 「아그네스」와 「타인인 줄 알면서」로 인기를 지속하다가 어느샌가 김완선, ‘소방차’, 이지연이 등장했죠. 쉽게 말해서 방송국에 가수들이 꼬마들로 확 바뀌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주변에는 또래가 저밖에 없게 되더라고요. 방송을 해도 방청객들이 다 ‘소방차’를 보러 온 것이라서 제가 무대 위에 올라가면 분위기가 썰렁해요. 이제 못 하겠다고 느꼈죠.”

드문드문 활동하긴 했지만 방송의 지분이 사라지다보니 자연스레 퇴장하게 된 거군요.

“그렇죠. 하려는 의욕이 없어지더라고요. 그렇게 할 필요를 못 느꼈고요. 그래도 1990년대 초중반까지는 갔는데 그때부터는 아예 안하게 되었죠.”

가장 마음에 들고 자랑하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개인적으로는 「눈물로 쓴 편지」를 제일 마음에 들어 하고, 사랑하는 곡은 아무래도 「나비소녀」죠. 「나비소녀」 때문에 저라는 사람이 알려졌고요. 마니아 분들은 「눈물로 쓴 편지」를 좋아하는 반면, 보통 분들은 김세화 하면 「나비소녀」라고 생각하시죠. 「눈물로 쓴 편지」를 쓰신 정성조 선생님 곡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그네스」는 왜 빠지는 건가요.

“정말 좋아하는 곡이기는 하지만 가장 부르지 않은 곡이기도 해요. 가사 중에 ‘어차피 인생은 바람 바람인걸~’ 이 부분에 가면 너무 어려워서. 그리고 후렴 부분에서 백업 코러스가 들어가잖아요. 혼자 무대에 올라가서 노래하기에는 힘든 노래였어요.”

요즘 후배 가수나 음악계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듭니까.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아이돌 가수도 그렇고 요즘 노래를 못 따라 부르겠더라고요. 그리고 음악적인 것도 그렇고 댄스도 그렇고 섹시 콘셉트로 가잖아요. 19살이나 20살이나 무조건 섹시로 가고. 공개 방송을 하면 아무래도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오는데 거기서도 노출하고 섹시 콘셉트로 가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공개방송의 방청객은 애들이잖아요. 그런 것 보면 ‘왜 그러지? 굳이 저렇게 가지 않아도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죠. (목소리를 높이며) 또 아이돌 가수 노래 가사 중에서도 죽는다는 것은 기본이야. 심장이 터지고…… 음악적인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아요. 자극으로만 흐르고 있는 거죠.”

젊게 사는 것 같습니다.

“젊은 또래의 친구들을 보면 내 아들, 딸 같은 생각이 안 들어요. TV에 나오는 비나 이효리 같은 후배들을 봐도요. 제 친구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아들, 딸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하는데도 전 안 그래요. 제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나 싶기도 하고.(웃음)”



인터뷰: 임진모, 홍혁의
사진: 정혜리
정리: 임진모
2010/06 임진모(jjinmoo@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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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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