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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A/S 칼럼

다음 라운드에서 만나요. 삶은 계속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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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판단이 틀렸을 때도 있고, 글을 쓰던 시점과 지금의 상황이 바뀌었을 때도 있지요. 그래서 이번 칼럼은 제가 글에서 다뤘던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는, 본격 A/S 칼럼이 되겠습니다.

아시겠지만 제 칼럼이 시의성을 영 안 타는 칼럼은 아닙니다. 칼럼이 실릴 시기에 회자되고 있는 이슈를 감안을 안 할 수가 없지요.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판단을 내리거나 발언을 하게 되면, 시간이 지났을 때 제 주장을 철회하거나 보완을 해야 할 경우가 생깁니다. 제 판단이 틀렸을 때도 있고, 글을 쓰던 시점과 지금의 상황이 바뀌었을 때도 있지요. 그래서 이번 칼럼은 제가 글에서 다뤘던 몇몇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는, 본격 A/S 칼럼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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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 1 - 이효리, 다음 라운드를 기약하다

이효리, 예능인과 뮤지션 사이에서 한판 도박을 걸다

이효리가 자신의 커리어를 걸고 벌인 거대한 도박판이었던 4집 <H-Logic>은 결국 여러분들이 보시는 대로 유래 없는 대규모 표절 사태로 끝이 났지요. 저도 칼럼을 통해 그 도박판에 올인을 했던 터라 이 글을 쓰는 뒷맛이 썩 개운치는 않습니다. 워낙 격하게 지지를 해놓은 터라 한 차례 정도는 제 견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싶었습니다만, 차마 말을 꺼낼 엄두가 안 나더군요. 그간 엠넷미디어 측을 통해서 여러 가지 해명들이 흘러 나왔습니다만, 표절 의혹이 일었던 곡들의 원작자들이 직접 나섰죠. 결국 6월 20일 이효리는 팬클럽 홈페이지에 표절 사실을 시인하고 원작자들과 접촉해 논의 중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응하는 이효리의 자세는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표절 시비 이야기는 <H-Logic>이 발매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인터넷에 불거졌지요. ‘영국 유학 시절 배포한 데모 곡들을 도용당한 것’이라는 작곡가 바누스(이재영)의 말을 믿었다는 엠넷미디어와 이효리 측의 해명은 나이브하기 짝이 없는 소리지만 믿을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바누스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작곡가 집단 바누스 바큠을 나왔던 5월 초순엔 사태 파악을 위해서라도 활동을 멈췄어야 좋았을 겁니다. 그러나 후속곡 활동을 안 하겠노라 선언한 것은 그로부터도 한 달 넘게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표절 시비를 피하기 위해 비슷한 곡을 찾아주는 어플까지 사용했다고 말한 사람들이 ‘영국 유학시절’ 운운하는 변명을 믿고 법적 대응까지 거론하는 건 자살골이었습니다. 바누스의 소속사 사장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5년간 감쪽같이 속았다고 하니, 바누스가 참 지독한 거짓말쟁이인 건 맞는 거 같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바누스의 말만 믿는 게 아니라 그 시점에서 원작자들과 접촉해서 자초지종을 알아보았다면 좀 더 빠른 대응이 가능했을 겁니다.

이효리는 2집 <Dark Angel>로 활동할 때도 표절 의혹이 있었고, 그때도 지금보다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은 표절 시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 비해 지금 더 비난의 밀도가 높은 것은 단순히 표절곡의 수가 많아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 당시의 이효리가―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긴 했어도―김도훈에게 프로듀싱을 받은 가수의 입장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앨범 제목에서부터 프로듀서로서의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어필하는 앨범이잖습니까.

프로듀서라는 자리는 아무나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앨범 전체의 색깔을 조율하고 음악 세계를 설계하는 자리이니까요. 다시 말하면 앨범 전체의 퀄리티를 뒤흔들 만한 문제가 생겼을 때 가수와 함께 책임을 나눠 지는 자리라는 말입니다. 그렇다고 했을 때, 표절 의혹이 처음 불거졌던 시점에 단순히 작곡가와 소속사의 말만 믿고 적극적인 사태 해결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프로듀서로서 좋은 자세라 할 순 없을 겁니다. 프로듀서로서의 책임이라는 게 앨범을 완성함과 동시에 끝나는 게 아니잖습니까. 그냥 가수의 입장이라면 작곡자나 프로듀서들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겠지만, 한 앨범의 완결된 형태의 음악세계를 책임져야 하는 프로듀서는 그렇게 도망갈 수 없습니다.

한편에서는 그래도 표절 의혹이 일었을 때 그것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칭찬할 만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저간의 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에요. 그동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표절을 어떤 식으로든 속 시원하게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잖아요. 절대 다수의 경우가 인정을 안 하고 유야무야 넘어갔지요. 저도 지금 당장에 가수들이 어떤 식으로든 표절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를 취한 경우를 떠올려 보라 하면 전람회의 서동욱과 룰라의 이상민 정도만 떠오르네요. 가만, 둘 다 지난 세기의 일이군요.

더 어이가 없는 건 원작자 측이 문제를 파악한 경우에 일어나곤 합니다. 설령 원작자 측이 알게 되더라도 대중들에게 그 사실을 사과하기보다는 슬그머니 저작권 협회의 저작자 표기를 바꾸고 음원 판매로 얻은 수익을 원작자에게 주는 것으로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걸출한 보컬리스트마저도 토크쇼에서 농담조로 ‘저작권자 바꾸고 수익금 다 원작자한테 주니까 된 거 아니냐’고 말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참담해집니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이효리가 직접 여섯 곡의 표절 사실을 인정하고 원작자들과 논의를 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활동 없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다 하겠다고 말한 것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그는 그냥 이런 상황에서 가수로서, 그리고 프로듀서로서 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당연한 대처를 한 것뿐 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가수들과 작곡가들이 부도덕한 대응을 해 왔기 때문에 이효리의 대처가 도드라져 보이는 거지요.

그리고 그 대처마저도 너무 늦은 시점에 취해진 터라 빛이 바랬습니다. 늦게나마 인정을 했다는 건 옳은 일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라면 좀 더 공식적인 자리에서 제대로 된 대처를 했었어야 옳습니다. 기자회견이 부담스러웠다면 기획사를 통해 공식 보도자료로 이야기를 하는 방법도 있었지요. 팬들에게 제일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을 거란 생각은 합니다만, 팬클럽에 쓴 글이 공식 보도자료처럼 유통되는 지금의 모양새는 옹색해 보입니다.

인터넷상의 논의들이라는 게 가끔은 불필요하게 지엽적인 부분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지요. 이번 논쟁에서도 그런 부분들이 눈에 좀 밟혔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효리 본인’라는 몇몇 사람들의 발언을 두고 말들이 많더군요. ‘어떻게 이효리가 가장 큰 피해자냐. 이효리를 믿고 앨범을 구매한 팬들이 가장 큰 피해자 아니냐’라고 말입니다. 당연히 그를 지지했던 팬들이 입었을 당혹과 충격, CD 가격들도 무시할 수 있는 피해가 아닙니다. 지지했던 사람이 나에게 판 것이 고작 한 줌의 허상이란 것을 알게 되는 일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결국 이번 일은 이효리의 이름을 계속 따라다닐 것을 생각하면 이효리가 최대의 피해자라는 말 역시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닌 듯싶습니다. 표절곡을 준 작곡자, 미숙했던 소속사의 대처에 대한 책임도 결국엔 가수이자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인 이효리가 져야 하니까요. 원래도 표절 이야기가 없던 사람이 아닌, 딴에는 야심 차게 발매한 앨범으로 표절 이미지만 강해졌으니 말 다 했지요. 그러나 만약에 그런 억울하다는 마음으로 대처에 늦장을 피운 거라면 무책임했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이래도 저래도 결국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라면 좀 더 일찍, 더 성의를 보여서 대처했어야 옳을 거예요.

이효리는 이 일로 자신의 음악 세계를 스스로 ‘책임’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깨달았을 겁니다. 하지만 깨달음에 비해서 지나치게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거 같군요. 결국 상황은 그가 <Dark Angel> 이후 몰락했던 전철을 밟을 것 같지요. 나름 편파적인 애정을 가지고 그에 대한 글을 쓴 사람으로서 전 이 사태가 좀 안타까워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안타까워하기보단, 그가 사후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을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느냐를 지켜볼 생각입니다. 그에게 만회할 다음 라운드의 기회가 주어지길 바랍니다만, 그러려면 일단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깔끔하게 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효리는 음악적으로 더 설 자리가 애매해 지겠지만, 결국 그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번 사태를 지혜롭고 책임감 있게 수습하고 다음 앨범을 더 충실히 만드는 것 말고는 없을 겁니다. <Dark Angel>의 실패 이후의 길고 긴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게 했던 것은 <It's Hyorish>였던 것처럼 말입니다. 부디 명민한 그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것보단 더 지혜로운 행보를 보이기를 바랍니다.

A/S 2 - 김제동,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김제동 쇼>, ‘닥본사’하고 얘기합시다

훈훈한 녹화 미담을 흘리며 성공적으로 첫 녹화를 마친 엠넷 <김제동쇼>는 원래 제 글이 실리고 일주일 후에 방송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는 것처럼 편성 불발이 되어 버렸지요. 사실 석연찮은 이유를 들며 트위터상으로 편성 지연을 반복 고지할 때부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어쩐지 왜 연기되고 있는지 알 거 같았고,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예정되었던 녹화들마저 줄줄이 취소가 되는 걸 보면서 심증은 확신이 되더군요.

5월 31일 탁현민 한양대 겸임교수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 김제동의 하차 소식을 전하면서 저간의 사정들이 하나씩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첫 녹화를 마치고 난 뒤에 미국 공연을 위해 출국했던 김제동에게 엠넷 관계자들이 접촉해서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 추도식 사회자 자리를 재고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하지요. 김제동은 개인적인 신념을 꺾을 수 없기 때문에 정 그렇다면 자신이 <김제동쇼>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들은 김제동의 소속사인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가 공식 입장을 밝힌 게 있으니 찾아보시면 참고하시기 좋을 것 같군요.

김제동의 연이은 프로그램 하차가 단순한 개인의 슬럼프 문제라는 주장이 <스타 골든벨> 하차 때는 어느 정도 수긍할 구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노 브레이크>로 커리어의 바닥을 치고 솟구쳐서 전 석 매진을 이뤄 낸 상황에서 명확한 이유 없이 기약 없는 편성 지연이 반복된 <김제동쇼>의 경우는 유가 다르지요. 엠넷 측에서도 자체적으로 해명을 한 기사들이 있습니다만, 6월에 편성할 예정이었다면 애초에 왜 5월 초에 편성될 거라고 어마어마하게 홍보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명이 없었습니다.

솔직히 이 이슈는 여러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인 이슈입니다. 이번 정권이 들어선 다음에 석연치 않은 이유를 빌미로 멀쩡하게 잘 진행하고 있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사람들이 어디 한둘이어야 말이죠.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하차된 윤도현, <100분 토론>에서 하차된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 <MBC 뉴스데스크> 앵커 자리를 놓고 내려온 신경민 앵커, 하차시켜야 한다 아니다 말이 많았던―그리고 아직까진 하차하지 않은―<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김미화까지.

결국 이건 방송이라는 것을 어떤 식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두고 벌이는 세계관의 싸움입니다. 방송을 공공의 의견과 정보가 위계 없이 공평하게 유통되는 정보의 창구로 보는가, 아니면 권력 계층의 가치관으로 판단하기에 바람직하고 널리 계도할 가치가 있는 의견과 정보들을 선별해서 유통시키는 홍보의 도구로 보는가의 차이지요. 그리고 한때는 방송을 포함한 언론이 후자의 목적을 위해서 복무했던 시절이 있었지요. 불과 이십여 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권력에 대한 낯 뜨거운 찬양이 공중파를 타고 흘러나오는 게 당연하던 시절을 만나게 됩니다.

최근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하는 일이 있었지요? 지난 4월 19일 KBS 업무보고 등을 위해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김인규 KBS 사장에게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던진 발언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나는 KBS의 연예오락 프로그램 중 <개그콘서트>를 좋아해서 즐겨보는데, 한 코너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어떻게 김 사장이 취임했는데도 이 프로에서 그런 대사가 나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나는 잘 못 봐서 모르겠다. 심의팀에 전달해 조치토록 하겠다.”(김인규 KBS 사장)

문제가 된 코너는 개그맨 박성광이 출연하는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란 코너였습니다. 한선교 의원의 이 발언 이후 그 코너는 결국 6월 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지요. <개그콘서트> PD는 외압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소재가 다 고갈되어 자연스럽게 폐지하게 된 거라고 해명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박성광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연을 들어보면 녹화 당시는 객석 분위기도 좋았고 웃음도 많이 터졌는데 명확한 이유 없이 통편집이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식의 방송 내용에 관한 터치를 외압으로 볼 것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양심의 문제로 판단해서는 사태를 정확하게 볼 수 없습니다. 그건 양심의 문제가 아니라, 방송을 어떤 식으로 볼 것인가 하는 세계관의 문제지요. 방송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통제할 수 있는 프로파간다의 도구로 보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그러다 보니 방송인 출신 국회의원이 아무런 자괴감 없이 저런 발언을 할 수가 있는 거지요. 그런 것을 양심의 프레임을 씌워서 보니까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도 없고 상대의 의도 또한 이해할 수도 없는 겁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실제적인 위해나 불이익을 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론과 방송이 알아서 눈치를 보고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저는 어떤 형식으로든 정권 차원에서의 압력이나 위협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김제동이 추도식의 사회를 본다고 했을 때 엠넷 간부진들이 쇼 자체가 정치적인 색깔을 띠게 되지 않을까 하고 지레 걱정했던 게 좀 더 진실에 가까울 거예요. 그게 아니라면 기약 없는 편성 연기를 설명할 길이 없지요.


문제는 그겁니다. 방송사들이 고작 그 정도 수위의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을 쇼에 출연시키는 것을 지레 겁먹는 분위기라는 것은 그만큼 언론의 자유가 위협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혹자는 지난 정권 때 슬럼프를 겪었던 몇몇 연예인들의 예를 들면서 정권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이 어느 정도 불이익을 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난 정권에서도 유동근이나 이덕화, 이순재와 같이 정치 참여나 정치인 지지를 했었던 재능 있는 연예인들의 활동은 활발했었죠. 지레 겁을 먹을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결국 그가 방송 환경에도 여전히 유효한 컨텐츠인가를 검증할 수 있는 무대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방송 일이 없는 것과는 별개로 김제동은 참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동료 연예인들로부터 ‘퇴출의 아이콘’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라는 농담조의 별명을 얻은 김제동입니다만, 기죽지 않고 꿋꿋이 잘 지내고 있는 거 같더군요. 최근 <시사IN>과의 인터뷰에서 김제동은 자신을 걱정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KBS <스타 골든벨> 하차와 관련해) 외압이었다고 한다면…… 아, 그렇게 믿고 싶지 않다. 내부로부터의 처절한 반성, 내가 지켜야 하는 것들에 대해 그 반성부터 선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심을 잃은 부분이 많았다. 요즘 솔직히 행복하다. 인생의 전성기다. 역설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있다. (중략) 걱정하지 마시라. 이제 관심 많이 받았으니 돌려드릴 때다. 나에 대한 걱정을 거두어 달라. 방송에 안 나온다고 죽은 거 아니다. 어머니는 일 끊겼다고 설에 떡 안 뽑겠다고 하는데 걱정하지 마시라. (나는) 보시는 것만큼 불쌍한 사람 아니다. 최근 문재인 변호사님 인터뷰한 거 봤다. ‘김제동 씨 일 끊어질까 걱정이라고 꼭 써달라’ 했더라. 나도 이 말 꼭 써달라. ‘걱정하지 마시라 제발. 그런 걱정 하는 게 걱정이다. 변호사님이나 잘하시라고. 변호사님보다 훨씬 돈 많고 잘살 것이다. 경제적 조건만 보면 나는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다. 이게 어디서부터 온 건지 다 알고 있다. 다 내줘도 큰 손해 없고 이기적인 생각도 있어서 받은 거 이상으로 돌려줄 생각도 없고, 적당히 돌려주고 칭찬받으며 살 것이다.”
- “걱정하지 마라 걱정해주는 게 걱정이다”, <시사IN> 141호

그는 방송 일들이 끊기고 나서 겪었던 오랜 우울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던지고 그 안에서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월부터 <경향신문>에 비정기적으로 연재하고 있는 인터뷰 코너 ‘김제동의 톡톡톡’을 통해 인터뷰어로서의 자질을 선보이고 있지요. 물론 전문 인터뷰어들에 비해서는 부족함이 많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말로 중재함에 능한 김제동답게 온화하고 따뜻한 인터뷰를 잘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비록 방송 일은 없지만, 각종 대학교 축제, 행사 등 자신의 마이크를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서 힘을 보태고 있지요. 오는 7월 초에는 한국여성민우회의 초청으로 <노 브레이크> 앵콜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요. 본인 스스로도 성공회대학교 학생으로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와중에, 올 연말에는 그의 오랜 꿈인 대안학교를 세울 거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닌 거 같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력적인 삶을 살고 있지요.

김제동의 말처럼 방송에 안 나온다고 해서 삶이 끝나는 건 아니기에, 누구보다도 정력적으로 생을 꾸려나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의 당부처럼 걱정은 안 하려고 합니다. 대신 그 누구도 다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 하차나 퇴출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사회적 발언을 함에 있어서 불이익 등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상이 오는 데 일조해야겠다 하는 다짐을 해봅니다. 제가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지요. 공적인 글을 쓰는 자로서 두려워하지 않고 끝없이 발언하고 묻혀가는 이슈를 다시 끄집어내는 것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 날이 오는 날까지, 두려움 없이 신나게 떠들까 싶습니다. 간혹 제 견해가 틀릴 때면 이렇게 A/S 칼럼으로 늦은 인사라도 보내면서 말입니다. 이번 <땡땡의 요주의 인물>은 다시 돌아 본 이슈메이커, 이효리와 김제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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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땡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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