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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후반기 음악의 최고 정점 - 퀸(Queen) <Innuendo> (1991)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하기 전, 네 멤버가 함께 만든 마지막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Innuendo>는 의미가 깊을 것 같습니다. 퀸의 1991년작 <Innuend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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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음악을 따로 챙겨듣는 음악 팬이 아니더라도 ‘퀸’의 히트곡 몇 곡 정도는 줄줄 댈 수 있을 겁니다. 「Bohemian Rhapsody」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Don't stop me now」 정도는 방송에서도 즐겨 들을 수 있으니까요. ‘프레디 머큐리’가 사망하기 전, 네 멤버가 함께 만든 마지막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Innuendo>는 의미가 깊을 것 같습니다. 퀸의 1991년작 <Innuendo>입니다.

퀸(Queen) <Innuendo> (1991)

1989년 <The Miracle>을 발매한 퀸이 투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차기작을 제작하기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가자, ‘프레디 머큐리 중병설’은 더욱 설득력 있게 퍼져갔다. 그러나 퀸은 프레디 머큐리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중병설을 부인했다. 그리고 1년에 걸친 작업 끝에, 전성기의 음악적 지향점과 현대의 최신 기술을 결합한 앨범 <Innuendo>를 내놓았다.

작품의 세심한 편곡은 <A Night At The Opera>를 연상시키며, 실제로 멤버들은 옛 시절의 퀸으로 돌아가는 느낌으로 작업에 임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여기서 프레디 머큐리는 그의 전작을 통틀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은 보컬을 선보이고 있다. 역시 전작과 마찬가지로 작곡자를 ‘Queen’으로만 표기하여 멤버 전체가 각 작품에 고루 애정을 쏟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덕분에 라이브로 녹음한 트랙들을 그대로 살려서 작품화할 수 있었다.

동명 타이틀곡 「Innuendo」는, 영국에서의 첫 싱글로 발매되어,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와의 합작 「Under pressure」 이후 무려 10년 만에 영국 차트 정상을 되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에 대한 헌정가인 이 곡은 「Bohemian rhapsody」를 방불케 하는 복잡다단한 구성을 보여주지만, 곡을 만들게 된 발단은 즉흥적이었다.

멤버들이 스튜디오의 콘서트홀에서 공연하듯 꾸며놓고 몇 번의 즉흥 연주를 시도하던 중 이것을 듣고 영감을 받은 프레디가 뛰쳐 들어와 노래하기 시작했다는 일화를 남긴다. 중반부의 인상적인 어쿠스틱 플라멩코 기타 연주는, 우연히 스튜디오에 놀러온 예스(Yes)의 기타리스트 스티브 하우(Steve Howe)가 단 몇 시간 동안 공동 작업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가사는 로저 테일러가 주로 썼다.

영국에서 두 번째로 발표된 싱글 「I'm going slightly mad」는 차트 22위까지 올라갔다. 사실상 이 곡은 프레디가 작곡했으며, 가사는 역설적 내용의 짤막한 농담들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멤버 전원이 미치광이로 분장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뮤직비디오와 함께 반복적인 리듬이 인상적이다. 이 곡을 좋아했던 프레디와 로저는 싱글이 빅 히트를 기록하지 못하자 매우 실망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첫 싱글로 커트된 「Headlong」은 브라이언 메이가 자신의 솔로 앨범에 넣을 생각으로 만든 곡이었으나, 프레디가 부르는 것을 듣는 순간 마음이 바뀌어 퀸의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고 한다.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밴드에게 선사한 결과는 성공적이다. 퀸 특유의 코러스와 다양한 변주에 힘입어, 하드록의 거친 맛이 흥겨우면서도 익살스럽게 구현되었다.

「I can't live with you」 역시 브라이언이 작곡한 곡이었는데, 멤버들을 위해 기꺼이 곡을 내놓았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가 프레디의 풍부한 표현력으로 인해 더욱 뚜렷이 묘사된 앨범의 숨은 보석이다. 본 앨범의 처음 두 곡과 마찬가지로, 1820518을 완성한 직후인 89년 3월에 스위스 몬트뢰의 마운틴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다.

「Don't try so hard」는 프레디와 브라이언의 공동작. 가사는 프레디가 썼는데, 그가 이 작품에 쓴 것 가운데 그의 병과 관련해 생각해볼 수 있는 유일한 가사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편곡 속에 묻어나는 처연함은, 절규하는 「The show must go on」의 처절함과 대비된다. 로저의 곡 「Ride the wild wind」는 때때로 전위적이고 실험적으로 도전하는 그의 음악 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All god's people」은 프레디의 솔로 활동작인 <Barcelona>(88년)에서 시도했던 클래식과 록의 결합을 퀸식으로 재창조한 것이다. 그 작품에서 프레디가 함께 작업했던 마이크 모란(Mike Moran)도 작곡에 참여했으며, 본디 프레디 혼자 작업하던 방에 브라이언 메이, 존 디콘, 로저 테일러가 차례로 들어가 연주해서 완성되었다는 후일담을 남긴다. 웅장하고 풍부한 클래식 음악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프레디는 자기 목소리의 거의 최고음과 최저음을 함께 곡조에 포함시켰는데, 그 두 음 사이의 간격은 무려 3옥타브 반이나 된다.

퀸의 후반기 곡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작품 중 하나가 된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는 프레디 사망 직후 「Bohemian rhapsody」와 함께 더블 A면 싱글로 발매되어 영국 차트 정상을 차지했던 곡이다. 로저가 썼으며, 퀸 팬들에게는 프레디 머큐리의 마지막 모습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로 잘 알려져 있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상한 얼굴 피부에 진한 분장을 하고 미소 짓는 모습은, 따뜻한 곡 분위기와 오버랩되면서 감동을 부른다.

「Delilah」는 프레디가 썼다. 그가 가장 아꼈던 고양이 ‘딜라일라’에게 하고 싶은 말을 가사로 표현했고, 브라이언은 고양이 울음소리를 표현하기 위해 토크 박스를 사용했다. 프레디는 키우던 고양이들을 아주 좋아해서, 자신의 85년 솔로 앨범 <Mr. Bad Guy>의 크레딧에도 키우던 고양이들의 이름을 실었으며 존과 함께 「Cool cat」을 작곡하여 <Hot Space>(82년) 앨범에 싣기도 하였다.

「The hitman」은 언뜻 브라이언 스타일의 곡으로 생각되지만 사실 「Ogre battle」 「Let me entertain You」를 잇는 ‘프레디표’ 하드록 넘버라는 것이 더 합당하다. 프레디가 키보드 반주로 처음 곡을 썼고, 브라이언이 곡의 기타 리프를 완성하였으며, 무언가 성에 차지 않았던 존이 대폭 수정하여 완성하였던 것이다. 기타리프가 완급 조절 없이 시종일관 몰아붙이는 이러한 스타일은 80년대 이후의 퀸에게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상당히 특별한 곡이다. 이러한 곡이 재등장했다는 것은 이 앨범의 지향 중 하나인 ‘70년대로의 회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브라이언은 2003년의 인터뷰에서, 프레디가 가끔 하드록 스타일의 곡을 쓰는 것을 좋아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Bijou」는 프레디와 브라이언에 의해 단 한 시간만에 만들어진 트랙이다. 브라이언은 이 곡의 기타 연주가 제프 벡(Jeff Beck)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목소리를 중앙에 배치하고 그 앞뒤로 기타 연주를 집어넣어 일반적인 곡과 정반대되는 형식을 시도했다. 쓸쓸한 곡의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다음 곡과 연결되어, 전주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The show must go on」은 의심할 나위 없는 퀸 후반기 최고 걸작이다. 가사와 곡조가 표현하는 비장미는 프레디의 비극적인 죽음과 맞물려 농도가 더 짙게 들린다. 존과 로저의 연주에서 영감을 얻은 브라이언이 작업에 동참해 네 명 모두의 피나는 노력으로 완성된 곡이다. 브라이언은 프레디의 앞날을 암시하는 듯한 가사를 써 조심스럽게 그의 허락을 구했고, 브라이언이 작곡한 높은 음으로 구성된 멜로디들을 프레디는 처절하게 절규하듯 불러냈다(보드카를 마셔가며 힘을 짜냈다고 한다).

95년의 앨범 <Made In Heaven>이 프레디가 남긴 목소리들을 다른 멤버들이 짜 맞추어 만들어낸 앨범이라면, <Innuendo>는 프레디 살아생전 네 사나이가 함께 정열을 불태우며 온 힘을 쏟아 만들어낸 앨범이라는 점에서 퀸의 진정한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마지막 작품’은 샘솟는 아이디어를 주체 못하던 옛 시절을 연상시키는 작업과정 속에 만들어져,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는 작품들로 가득하다.

그들은 프레디의 죽음을 예측하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것을 드러내놓고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다만 평소처럼 다같이 ‘즐겁게’ 작업에만 충실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그 가열 찬 노력의 결과물들을 사람들이 함께 즐겨주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 글 / 이호상(monpti@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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