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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집중 탐구]

박지성! 우리의 평범한(!) 월드 스타를 예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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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은 한 편의 드라마다. 우리가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그에게 믿음을 보낼 뿐 아니라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까닭은, 박지성의 삶이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여자친구 사귀면 망한다?!

“여자친구 사귀면 망한다! 나중에 성공하면 제일 예쁜 여자를 애인으로 삼을 수 있으니 한눈팔지 마라.”

박지성은 중학교 선배의 이런 조언을 듣고, 여자라는 존재를 잊고(!) 살기로 마음먹는다. 아직까지 예쁜 애인이 생기지 않아 그때 조언해 준 선배가 원망스러울 터. 하지만 이를 두고 선배 탓만 할 수 있을까. 선배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었던, 박지성의 순진함과 고지식함도 한몫했다. 맥주를 처음 입에 대본 것도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때였다. 그날이 처음으로 자정이 넘어 귀가한 날이었다. 그의 통금 시간은 9시. 국가대표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FM이었다. 남들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했고, 남들이 싫어하는 훈련은 더 반복했다. 가끔 외박을 나올 때도 얼른 집으로 돌아가 집 주변을 수십 바퀴 돌았고, 방 안에서는 헤딩으로 공 컨트롤하는 연습을 했다. “한순간도 공과 떨어져 있지 말라”는 말을 박지성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했다. 한번은 감독님이 “발등 구석마다 3,000번씩 공이 닿아야 감각이 생긴다”는 말을 했단다. 눈을 반짝였을 소년 박지성, 과연 어떻게 했을까? 다음 장면이 눈에 선하다.

듣고 보니 그렇다. 박지성은 믿어버림으로써 불필요한 의심과 불안의 시간을 단축시켰다. 적어도 자신이 몸담은 축구라는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말이다.

박지성은 박지성이다

광고 속 박지성은 대부분 평소 선수 박지성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월드컵 시즌이 되자, 여기에도 박지성, 저기에도 박지성이다. 전광판에, 버스 배너에, 신문에, TV에 박지성은 마치 신출귀몰 그라운드를 누비듯 온갖 광고판에 등장하고 있다. 헌데 박지성의 광고는 박지성만 보인다. 카메라 앞에 서면 으레 짓는 어색한 표정이 화려한 광고의 배경 속에도 여전하다. 우리는 그가 축구하는 모습밖에 본 적이 없으므로, 박지성은 광고 속에서도 그저 평소의 박지성처럼 보인다. 오히려 박지성이 가장 자연스럽고 예쁘게 웃을 때는, 역시 그라운드 위에서구나, 하는 생각을 들 뿐. 노래, 춤 등 돋보이는 예능감을 선보였던 김연아의 자연스러운 광고들을 볼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그가 가장 많이 노출되는 광고에서조차 축구밖에 모르는 외골수 박지성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인터뷰를 할 때는 어떤가? 박지성은 기자들이 가장 인터뷰를 하고 싶어하는 인물이면서도, 어려워하는 인물이다. 최근 남아공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터뷰 내용을 보니 이러하다. 기자 질문한다. “한 팀이었던 아르헨티나의 테베스를 공격수로 어떻게 평가하느냐?” 박지성, 대답한다. “몰라서 묻나.” 이어지는 질문 “(당신이) 예전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메시를 잘 막더라.” 박지성 왈, “내가 아니라 에브라가 막았다.” …… 그러니까, 그가 까칠하다는 말은, 한편 정확하다는 뜻인 거다. 군더더기 없는 삶만큼 말도 행동도 담백하다.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믿음직스럽다고 말한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대한민국과 그리스의 첫 경기. 박지성은 우승을 확정 짓는 시원한 골을 터뜨렸다. 끈질기게 따라붙는 수비수들의 태클을 교묘히 제치고, 그는 정확한 판단력으로 거침없이 골문을 향해 공을 내질렀다. 박지성이 양손을 휘두르며 세리머니를 하는 순간, 그의 머리 뒤에서 후광을 본 것은 비단 나뿐이 아닐 터. 히딩크 감독은 ‘아름답다’고 표현한 이 골은, FIFA에서 ‘오늘의 골’로 선정되었고, 이로써 박지성은 월드컵 3개 대회를 연속 출전하여 최다 골을 넣은 아시아 선수가 됐다. 즉, 일타삼피!

박지성 드라마 남주 캐릭터 탐구!

“이제 맨유의 선수라는 걸 제대로 증명할 만한 확실한 족적을 남기고 싶습니다.”


박지성은 한 편의 드라마다. 우리가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그에게 믿음을 보낼 뿐 아니라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까닭은, 박지성의 삶이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마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을 흠모하듯 사람들은 박지성을 좋아한다. 대개 이맘때쯤 실시되는,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묻는 설문 조사를 살펴보면, 일반인과 연예인 구분할 것 없이 박지성의 이름을 꼽는다. 그보다 더 훤칠하고, 수려한 외모를 지닌 데다가, 어리기까지 한 선수들을 물리치고, 여전히 부동의 1위를 차지한다. 뛰어난 축구 실력 때문일까? 그것은 첫 번째 이유에 불과하다.

 

박지성 캐릭터를 탐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드라마의 줄거리를 되짚어봐야 한다. 박지성 이야기는, 그의 저서 『멈추지 않는 도전』 『나를 버리다: 더 큰 나를 위해』를 참고했다. 두 권의 책에서 드러나는 박지성의 목소리는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스물여섯에 낸 첫 책 『멈추지 않는 도전』에서 박지성은 새로운 도전 앞에서 뭐든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청년이었다. 그리고 4년 후, 남아공 월드컵 시기에 맞춰 출간된 『나를 버리다』에는 맨유의 주전 선수이자, 국가대표 주장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물씬하다. 열심히 뿐 아니라, 욕심껏 잘하겠다는 프로 선수다운 목소리가 들린다. “이제 맨유의 선수라는 걸 제대로 증명할 만한 확실한 족적을 남기고 싶습니다.”(p.182)

덧붙여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달라졌다. “남편이 따뜻하게 다독이고 보살펴주어야 하겠지만 늘 자상하게 해줄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이 없다”(p.25)던 스물여섯의 청년은 좀 더 의젓하게 고백한다. “아직도 날 괜찮은 신랑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홍보 좀 해야겠습니다. 스스로 평가하기에, 난 그다지 까다로운 성격은 아닙니다.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챙겨야 할 것은 스스로 챙기는 편입니다. (…) 나도 자상하고 속 깊고 누구보다 가정적인 남편이 될 자신이 있습니다.”(p.259) 그러니까, 나를 비롯해, 그를 괜찮은 신랑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우리는 그의 매력을 좀더 면밀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성실할 수밖에 없었다”

1993년 차범근 축구교실에서 대상을 받은 박지성.

우리의 축구 영웅은 강하다. 그는 우리에게 단 한번도 약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어느 때나 그는 완벽할 정도의 성실함을 보여주며 지켜보는 이들을 안심시켰다. 이것이 박지성이 시련 혹은 슬럼프를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실함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외동아들을 공무원으로 키우고 싶었던 아버지의 반대를 이겨내기 위해 소년 박지성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내심과 친구 삼아야 했다. ‘아파도 참아야 한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런 애답지 않은 구절로 가득한 일기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버지가 몰래 자신의 일기를 본다는 걸 눈치 채고 부러 그런 글을 적어두었단다. 하지만 당시 아버지의 반대는 소년의 축구 사랑을 좀 더 간절하게끔 추동한 몫도 있지 않을까. 반대가 있는 사랑이 더 뜨거운 드라마의 공식처럼 말이다.

게다가 특별했다. 특별히 남들보다 허약했다. 산소탱크라는 별명이 무색할 정도로, 꼬마 박지성은 종종 경기를 일으켜 의식을 잃곤 했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까지 170cm를 넘지 않는 키 때문에 마음고생을 단단히 했다. 작은 체구만 보고 감독들에게 저평가되기 일쑤였고, 대학 진학 당시, 웬만한 대학에 접촉했으나 전부 퇴짜를 맞았다. 명지대에 입학하기로 한 선수 중 한 명이 다른 팀으로 가는 바람에 자리가 생겨 간신히 대학에 들어갔다.

올림픽 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통해 허정무 감독 눈에 띈 박지성은 시드니 올림픽 선수단에 합류하지만, 수난은 이어졌다. 허정무가 명지대 감독인 김희태와 바둑을 두다 결정한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이 따라다녔다. 매번 새로운 도전은 시련과 맞물려 찾아왔다. 그런 상황들이 본능 같은 그의 성실함과 인내심을 자극했다.

“나는 무조건 성공해요”

성실함만으로 과연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까? 바깥으로 드러난 기질이 성실함이었다면, 내면을 채우고 있던 것은 자신감이었다. 중학교 때 그를 지도했던 이덕철 선생님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성이는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나는 무조건 성공해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성공할 거예요’가 아니라 ‘무조건 성공해요’라고 했습니다.” 선생님 왈, 다른 아이들 같으면 건방지거나 얄미울 법도 한데, 진짜 노력하는 녀석이 그렇게 말하니 믿어졌단다.

스스로도 그렇게 회상한다. ‘이상하게도 두렵지가 않았다. 안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자기가 남들보다 왜소했고, 사람들이 알아봐주지도 않던 상황에서, ‘지금 보이는 게 내 전부가 아니다’라고 철썩 같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진정 강한 사람이 아닌가. 박지성이 매번 경기장에 나갈 때마다 외는 주문이 있다. “내가 이 경기장에서 최고다. 이 그라운드에서는 내가 주인공이다. 여기 22명의 선수가 있지만 나보다 나은 녀석은 아무도 없다.”

평소 박지성의 겸손한 모습을 생각하자면 의외의 멘트처럼 느껴지지만, 이것이 맨유의 홈구장이자 꿈의 무대로 불리는 올드 트래포드에서도 그가 평소 같은 기량을 선보이는 비결이다. 분명 이런 자기 암시를 해 본 사람은 알 거다.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의 진정한 확신과 단단한 자존감 없이는 이런 주문을 아무리 외워 봐도 효과가 없다는 걸 말이다. 매번의 경기에서 우리는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움직임뿐 아니라, 단단한 그의 내면까지 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그가 스스로에게 품고 있던 믿음을 함께 공유한다. 현재 MUTV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맨유의 전설 미키 토머스는 그를 두고 이렇게 얘기했다. “박지성의 플레이는 모두 경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박지성도 더 많은 골을 넣을 능력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선수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팬들보다 동료가 더 좋아하는 선수다.” 홍명보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코칭스태프뿐 아니라 동료들에게도 신뢰를 주는 선수의 전형이다.”

“박지성은 결코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주지 않는다”

2007/2008 시즌 맨유 우승 당시의 박지성. 우측은 에브라, 좌측은 17일 대한민국-아르헨티나전에서 맞붙게 된 테베즈.

“나의 행운은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라는 그의 말을 들으면, 이제껏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몇몇 장면들이 인증샷처럼 떠오른다. 이를테면 상처로 가득한 맨발의 흑백사진 같은 게 말이다. 그가 노력으로 거머쥔 행운은 그의 인생을 바꿀 만한 것이었다. 축구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이라면 훌륭한 지도자와 선배를 만난 것일 테다.

그의 잠재력을 바깥으로 끌어낸 히딩크 감독은 박지성을 설명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고, 어린 시절부터 그를 눈여겨본 수원공고의 이학종 감독 역시 소중한 은사다. 그는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던 박지성을 일 년 정도 훈련에서 제외시켜 키를 키울 수 있도록 배려해주기도 했다. 그를 처음 대표팀으로 발탁한 허정무 감독과 그의 실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맨유의 퍼거슨 감독도 마찬가지다.

용이 승천했다는 태몽 때문일까. 운세를 본적이 있는데 “우승복은 타고 났다. 가는 팀마다 우승할 팔자”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단다. 듣고 보니 전적이 화려하다. 그가 고3 때, 수원공고는 창단 후 17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일본 J-리그에서 교토팀은 창단 이후 일왕배 결승전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히딩크와 함께한 에인트호벤에서 두 차례 리그 우승을 비롯해, 다섯 차례 챔피언에 올랐을 뿐 아니라, 맨유에서도 30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 프리미어 리그, UEFA 챔피언스 리그, 칼링컵 등 각종 대회를 석권했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은 결코 우리에게 패배를 안겨주지 않는다”고까지 말한 바 있으니, 선수로서 이보다 영광스러운 상찬이 있을까.

“축구는 혼자 승리할 수 없는 경기”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같은 선수와 함께 경기를 한다는 것은 모든 감독의 꿈”이라고 말했다. “그가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6월 12일, 그리스전 경기가 끝나고 이런 인터뷰가 있었다.

Q: 이번 월드컵 목표가 있다면?
A: 목표는 단 한 가지다. 한국팀의 16강 진출 생각뿐이다.
Q: 이번 그리스 경기 득점으로 본인이 아시아 최다골 주인공이자,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A: 개인적인 타이틀이 기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팀의 승리에 도움이 돼서 더 기쁘다.
Q: 최우수 선수로 뽑힌 소감은 어떤가?
A: 감사하고, 우리 팀이 좋은 경기 내용으로 좋은 결과를 거둬서 좋다.

역시 썩 친절하지 않은 인터뷰에서, 박지성은 온통 팀 얘기뿐이었다. 그의 겸손한 성품 탓도 있겠지만, 여기서 프리미어 리그 생활이 박지성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는지 엿볼 수 있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악명 높은 로테이션 제도를 통해 선수를 기용한다. 주전 열한 명을 정하지 않고, 선수 전원이 두루두루 경기에 나가게 하는 방식이다.

박지성은 이것이 맨유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열한 차례나 우승을 휩쓴 까닭이자 동시에 많은 스타 선수들이 팀을 떠나는 까닭이라고 밝혔다. 하나의 팀을 위해 욕심을 버리라고 강조하는 퍼거슨 감독은 이 제도를 통해 팀을 위해 희생을 마다 않는 선수들로 구성된, 지금의 맨유를 만들었다. 아직도 맨유 맨이고, 앞으로도 맨유 맨이고자 하는 박지성이 자신보다 팀을 우선시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표팀 주장을 맡은 박지성은, 언론에서 ‘박지성 리더십’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했다. 2009년 9월 파주에서의 합숙훈련 때, 인터뷰를 하러 가는 후배들에게 “절대로 박지성 리더십 얘기는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기까지 했단다. 내성적인데다,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는 그에게, 리더십이라는 말은 거창하게 들릴 뿐이다. 그저, 초등학교 주장 시절의 실패 경험을 약으로 삼아 이번에는 최대한 민주적 절차로 의사를 결정하고, 훈련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팀 내에서의 주장 박지성의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는 브라질 선수 둥가의 모습을 보자. “브라질의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 받지는 않지만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존재.” 박지성이 둥가를 설명한 이 말은, 맨유의 박지성에게 대입해도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홍명보나 둥가처럼 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통솔력 있는 선수를 꿈꾸었기 때문에, 지금의 박지성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생판 낯선 잉글랜드에서 맨유 사람들을 겪고 생활하며, 이전보다 자유롭고 편안한 모습으로 다듬어졌다. 승자의 여유와 패자의 자세를 배웠다. 맨유에 있을 때도, 유럽에서 뛰고 있는 이청용, 박주영 등을 불러 저녁을 먹으며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선배였다. 이런 경험들이 쌓여 지금의 소위 리더십이 만들어 진 것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수트를 공식 협찬한 제일모직 갤럭시 화보.


그의 선수 생활을 돌이켜보면, 그는 시작도 좋았지만, 마무리는 더 잘한 선수였다. J-리그에서의 지지부진한 성적을 거둘 때도, 에인트호벤에서 팬들이 야유와 함께 맥주를 담던 종이컵을 던질 때에도, 그는 섣불리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이적할 기회가 그를 유혹했지만, 자신의 최대치를 보여줄 때까지 버텼다. 그렇게 교토의 첫 우승, 에인트호벤 결승 우승을 이끌어냈다.

상황이 반전되는 결정적인 순간을 빅모멘텀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빅모멘텀을 많이 경험한 선수도 드물다. 처음 맨유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에게 벤치만 지킨다고 ‘벤치성’, 밥만 축낸다고 ‘밥치성’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제는 누구도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영국 언론은 그를 ‘다이너마이트’ ‘번개 같은 습격자’ ‘슈퍼박’이라고 부른다.

박지성은 이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넌지시 꺼냈다. 자신보다 더 좋은 기량을 지닌 후배들이 등장한다면 기꺼이 다음 월드컵 출전 기회를 양보하겠다는 뜻이다. 앞으로도 박지성이라는 이름 안에만 안주하지 않겠다는 선배의 출사표처럼 들리기도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박지성은 그때에도 가장 멋진 마무리를 보여줄 거다.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갑작스런 결정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지도 않을 테고, 오늘날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갔던 것처럼 마무리 역시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준비해나갈 것이다.

“박지성이 승리의 골을 넣었다!”라는 말보다, “박지성이 없었다면 승리하지 못했을 거다”라는 말에 더 보람을 느끼는 사람. “우리에겐 박지성이 있잖아”라는 믿음만으로 경기와 관중석을 달아오르게 하고 싶은 사람. 우리의 평범한(?) 월드 스타는 아직 우리에게 더 보여줄 게 남았다고 말한다. 이제는 기대치도 한층 높아졌는데, 또 어떤 빅모멘텀을 일으킬지 기대가 된다.

그러니까 이제 막 시작한 월드컵, 우리는 좀더 안심하고 박지성의 플레이를, 한국 대표팀의 경기를 즐겨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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