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네온스가 전하는 아기자기한 일렉트로 팝

네온스(Neons) 인터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앞으로 세 편의 앨범이 더 나와 총 넉 장으로 하나의 시리즈가 완성될 네온스의 첫 기획물에는 우울함이나 쓸쓸한 분위기 외에도 왠지 모를 따스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이 네온스가 궁극에 얻고자 하는 잊혀 가는 낭만이며 대중과의 교감이 아닐까.

2005년 발표한 두 번째 앨범 <Dancing Zoo>로 이듬해 열린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 록 앨범’ 부문을 수상한 몽구스(Mongoose). 팀의 리더 몬구(김준수)는 지난 4월 네온스(Neons)라는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 앨범 <a-809>을 출시했다. 몽구스 시절에도 뉴 웨이브 느낌의 음악을 선보이긴 했어도 어디까지나 근간은 록이었다. 하지만 이번 그의 ‘나 홀로 작업’에는 오직 전자음악, 중심되게는 신스팝과 일렉트로팝만이 골자를 이룬다. 이것이 이름을 바꿔 가면서까지 새롭게 보여 주려는 음악적 방향이다.

스타일의 변화 외에도 앨범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그가 쓴 소설이 함께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성향이 강한 글은 외로움, 소통의 갈구,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한 희미한 애착 등 여러 가지 감정이 얽히고설켜 있는 듯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네오니시’에 대해 네온스는 ‘네온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라고만 할 뿐 뚜렷한 부가 설명을 붙이지는 않았다. 다만, “‘나도 너와 같고 너도 나와 같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한마디로 공감인 것이죠”라며 글과 음악으로 청취자들과 소통하고 어떤 부분에서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앞으로 세 편의 앨범이 더 나와 총 넉 장으로 하나의 시리즈가 완성될 네온스의 첫 기획물에는 우울함이나 쓸쓸한 분위기 외에도 왠지 모를 따스함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이 네온스가 궁극에 얻고자 하는 잊혀 가는 낭만이며 대중과의 교감이 아닐까. 차분한 그의 답변에는 음악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스함도 함께 묻어나는 것만 같았다.


네온스의 이번 앨범은 소설 테마가 전제된 상황에서 써내려 간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예전부터 네온 콘셉트를 너무 좋아했어요. 엘이디(LED)로 전부 교체되어 버린 시대에 네온을 이야기하는 것이 사실 어울리지 않기는 한데, 낭만적인 느낌이 저에게 너무 와 닿았어요. 그래서 우선 이름을 네온스로 먼저 정했고요. 그런 뒤에 제가 이전에 만든 곡 중에서 네온과 어울리는 것들을 가져오기도 하고, 소설도 구상하면서 첫 성을 쌓은 것이죠.”

부클릿 속의 글과 음악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궁금했다. 본 앨범을 일종의 사운드트랙 앨범으로 봐도 무방한가.

“부클릿 속의 소설이 만약 영화라고 하고, 이번 앨범에 담긴 노래들이 사운드트랙이라고 하면 자칫 안 맞을 수도 있는데, 앨범 자체만 보고 따졌을 때는 OST의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드라마틱한 면도 있고. 리뷰를 먼저 읽었는데 ‘앨범이 OST를 떠올리게 한다’는 그 말에 기분이 너무 좋았어요. 음악을 들었을 뿐인데 드라마나 영화가 연상된다면 좋은 것이잖아요.”

앨범 콘셉트에서 네온이 상징하는 우울함이 젊은 세대의 고민과 진실인가? 아니면 몬구 자신의 삶의 방식인가?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은밀한 마음인 것 같아요. 어느 누가 자신이 외롭다고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잖아요. 제 음악은 많은 사람이 모인 댄스 플로어에서 춤추는 곳에 어울리기보다는, 남들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어둠 속에서 혼자 거울을 보면서 춤추기 적합한 음악인 것 같아요. 저도 사람들이 많은 데에서 실컷 웃으며 이야기하다가도 결국 집에 돌아와서 잠드는 것도, 꿈을 꾸는 것도 결국 혼자잖아요. 집으로 돌아와서 창문을 열고 담배피우면서 퍼져 나가는 연기 같은 음악이랄까요?”

몽구스의 포맷으로 담을 수 없었던 음악이 있었나. 굳이 솔로 프로젝트를 구상했던 이유는?

“몽구스가 저랑 친동생 링구, 그리고 베이스 치는 슈샤드, 이렇게 세 명이라서 우선 밴드가 삼위일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링구가 드럼을 완벽하게 쳐서 좋았고, 슈샤드 형도 연주가 매우 좋아서 그 통일감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또 다른 저만의 성을 세워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죠. 아무래도 밴드이다 보니까 세 명이서 같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제가 어느 정도 버려야 할 것이 있었어요. 반면에 얻는 것도 엄청 많았지만요.”

네온스라는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생각했던 것은 언제쯤인가.

“몽구스 2집을 마친 뒤였으니까, 2007년 정도 되었죠.”

혼자 음악을 만들어보니 어떻던가? 신세계가 보이던가?

“몽구스는 밴드 음악이긴 하지만 공통적으로 전자음악의 요소도 있었잖아요. 하지만 네온스는 전자음악의 요소를 상향 조정하고 업그레이드한 상태에서 자기 세계를 표현한다는 점이 차이인 것 같아요.”

앨범 타이틀의 의미는 무엇인가?

“‘a’는 알파벳에서 첫 번째 문자잖아요. 첫 앨범이니까 ‘a’인 것이고요. 809는 회사마다 다르긴 한데 컬러 칩을 보면 각 색상마다 번호가 붙어 있어요. 제 앨범 재킷 뒤쪽을 보시면 노란 색깔이 그려져 있어요. 그 색상의 번호가 809라고 해요. 계획한 네 장의 앨범에 네온스를 상징하는 네 개의 색을 담을 건데 그중에 하나가 이번에 나온 것이고요, 뒤에 나올 앨범 타이틀도 마찬가지로 <b-컬러 번호> 이런 식으로 나올 것 같아요.”

총 일곱 곡을 순서대로 편집하면서 염두에 둔 점이 있다면?

“어느 정도 곡조를 감안해서, 잘 흘러갈 수 있게 했어요. 우선 CD로 듣게 되니까 처음에는 띄웠다가 가라앉기도 하고, 파도 타듯이 유연하게 배치하고 싶었어요.”

앨범이 약간 정적인 상태로 움직이다가 마지막 「Queen's cafe」에서 빠른 템포를 만회하고 있다. <a-809>가 4부작 중의 서장이라면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Queen's cafe」에서 더 기운이 떨어져야 하지 않았나.

“저도 고민이 되긴 했는데. <a-809>도 독립적인 하나의 앨범이잖아요. 영화도 구조상으로 보면 해피하게 시작했다가 약간 고민도 해보고 부딪히기도 하다가 결말이 나오잖아요. 제 앨범도 그런 식으로, 「Queen's cafe」를 정리하는 의미로 수록했어요. 퀸스 카페는 장국영이 살아생전에 운영하던 레스토랑 이름이에요. 영화 <아비정전>에서 실제로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Queen's cafe」는 90년대 홍콩 영화에 대한 저의 낭만을 담은 노래예요. 젊은 나이에 죽고 지금은 다 구식이 되어 사라진 아름다운 영혼들이 퀸스 카페에 모여서 춤을 춘다는 유령들의 이야기예요.”

첫 곡 「별의 노래」는 상당히 팝적인 곡이다. MBC 드라마 <트리플> 사운드트랙에 삽입되기도 했고.

<트리플> OST는 저를 포함해서 티어라이너(Tearliner), 스타리 아이드(Starry Eyed)의 김원섭 씨, 짙은의 성용욱 씨랑 같이 음악 감독을 해서 만들었어요. 네 명이서 따로따로 작업한 것을 묶은 것이죠. 그때도 네온스라는 이름으로 「별의 노래」랑, 「장미꽃 무늬 원피스」라는 노래를 수록했어요.”

드라마가 안 떠서 곡이 조명을 못 받았다.

“네, 저도 참…… 아쉽게 생각해요.(웃음)”

「별의 노래」를 다시 수록해 1번 트랙으로 넣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깝게 생각했던 곡인가?

“저는 「별의 노래」의 초반에 느껴지는 설렘이 들을 때마다 기분이 무척 좋았거든요. 그리고 <트리플> 때 못 느꼈던 사람들도 다시 들어보고 동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네온스가 하나의 성이라면 기초가 되는 곡이에요. 어느 한 성의 기둥처럼 단단하게 처음부터 세워놓고 싶었어요.”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말을 나는 믿어」는 어떤 감성이 반영된 곡인가.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에요. 뭐랄까. 여태까지 내가 가지지 못했던 색을 가져본 기분? 옷 가게에 마음에 드는 옷이 있어서 보자마자 ‘이건 내 옷이야’ 하고 입어봤는데 너무 잘 어울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느낌으로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됐어요.”

가사를 먼저 생각하고 곡을 쓴 것인가?

“곡을 먼저 썼고요. 곡에 어울리는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잖아요. 백 번이면 백 번, 곡을 계속 들으면 들을수록 생각나는 단어들이 저한테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런 단어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서 가사를 썼어요.”

곡과 가사 사이의 조정 작업도 꽤나 걸렸을 것 같은데.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말을 나는 믿어」는 예전부터 인트로가 엄청 마음에 들어서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멋있게 완성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루하루 조금씩 만들어가면서요.”

신스팝에서 인트로는 큰 매력이지만 창작에 있어서는 상당한 어려움을 줄 수 있다.

“네. 인트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록에서 기타 리프가 그렇잖아요. 「첫눈에 반한다는 그런 말을 나는 믿어」에서는 인트로를 뽑아내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그만큼 마음에 드는 것 같아요.”

「혼잣말 / 나, 아직도 혼잣말 잘하니?」가 상징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가사에도 나와 있긴 하지만 서울의 인구밀도가 전 세계에서 6위래요. 진짜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얘기잖아요. 예쁜 아가씨, 잘생긴 남자 분들도 정말 많고, 다 많은데 정작 자신은 가진 것도 없고 너무 외롭고 혼자인 느낌이 강하게 들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하다못해 같이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예쁜 아가씨가 정말 많나? 요즘에는 성형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인공미가 넘쳐나는데, 몹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사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남자분도 거의들 신발에 키높이 깔창 깔잖아요.(웃음)”

「눈물의 루비」는 앨범의 통일성 측면에서 굳이 넣었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튀는 느낌이다. 다음 앨범에서 다른 분위기를 낼 때 넣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여러 반주를 많이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동생 링구가 듣더니 ‘형, 이건 아니야. 반주도 바꾸고 가사도 조금 유치하게 바꿔보자’ 해서 옆에서 도와주면서 함께 만든 곡이에요. 가사도 링구가 다 썼고요, ‘오~ 크리스털’ 이 부분만 제가 썼어요.”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유난히 많이 들었던 곡이나, 영향을 받은 앨범이 있다면?

“그런데 여기에 수록된 노래들이 나온 지가 오래된 곡들도 있고요, 오랜 기간 공을 들여서 만든 것도 있고 해서 딱히 뭐라고 들지는 못하겠네요.”

「바보 같은 내 모습」에서 뭔가 특정 장르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보 같은 내 모습」은 조금 다른 경우이긴 한데요. 갑자기 90년대 가요 감수성이 쏠려서 그런 음악을 많이 듣게 되더라고요. 동아기획 이쪽 음악 말고요.(웃음) 당시 인기 있었던 서태지나 신승훈 선배님의 음악 같은 것이요. 또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국내 뮤지션이 이현도 선배님이기도 하고요. 그때 곡들이 정말 좋았는데. 그런 가요의 자극을 많이 받지 않았나 싶어요.”

「Baby swing」은 어떤 분위기 속에서 나온 곡인가?

“어떻게 만들었었지? 오래된 곡이라. 뭔가 이 노래는 그런 것을 생각했어요. 점멸하는 조명들. 이것도 역시 밤의 기운 같은 느낌? 딱히 스윙 춤은 아니지만 춤을 추는 사람들이 빛처럼 보였던 적이 있어요. 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번쩍번쩍하게 보이는 착시. 그래서 이 노래가 나오게 된 것이에요.”

앨범은 요즘 주류에서 인기를 끄는 일렉트로팝과는 다르게 온순하기만 했다. 신스팝이라면 으레 어느 정도의 힘이나 댄서블함은 나타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네온스의 음악은 ‘착한 음악’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섬세하고 조용했다. 인터뷰 중 그는 요리를 좋아하고, 라디오와 물 흐르는 소리, 창문 열면 솔솔 불어오는 바람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음악은 그의 성격과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보다 센, 아주 강렬한 신스팝에 대한 미련을 보이기도 했다.

네온스는 전자음악이 기본이 된 음악을 하지만 한편으로, 그리고 의외로 흑인음악과 포크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쩌면 만판 의외는 아닐 것이다. 몽구스 2집 <Dancing Zoo>에는 마이클 잭슨에게 헌사하는 「Michael Jackson」이란 노래를 담은 적이 있고, <트리플> 사운드트랙에는 몬구라는 원래의 예명으로 「예쁜 옷을 입고 싶은 날」 「어떡해야 내 마음을 알까」 두 편의 포크 음악을 수록했다. 그에게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음악적 행보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앨범 속에서 신스 팝 계열의 곡들이 많다. 신스팝 이미지를 강조하게 되면 댄서블한 면이 있을 만도 한데.

“그 점은 제가 노렸던 것이에요. 댄서블한 비트가 물론 있는데, (클럽 댄스를 흉내 내며) 이렇게 춤출 수는 없는? 그래도 「Queen's cafe」 같은 곡은 그 중에서도 좀 더 신나게 만들어보려고 그랬어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여성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같은 뉴 웨이브 성향의 음악을 하더라도 디페시 모드(Depeche Mode) 같은 강렬함도 고려할 수 있지 않았나.

“저도 인정하는 부분이고,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닌데요. 아직 제가 그런 느낌까지는.(웃음) 사실 「Queen's cafe」는 개인적으로 더 거칠고 러프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랬는데 사운드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처음 생각보다는 부드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1번에서 6번 트랙까지는 약간 묶인 느낌이라서 상대적으로 「Queen's cafe」에서 더 폭발하는 느낌을 원했는데 그게 잘 안되었던 것 같아요.”

하나는 분명히 나올까 했는데 끝까지 안 나오더라. (웃음)

“저스티스(Justice) 같은 거 하나 정도 집어넣으려고 했는데, 다음 앨범에는 분명히 들어갈 것 같아요.”

본인이 여성지향적인, 아니마적인 성격이 있다는 생각은 안 드나?

“제가 좀 섬세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웃음)”

몬구의 음악을 관통하는 장르는 신스팝, 좀 더 크게 보자면 전자음악인데. 어떤 점에서 매력이 있나?

“80년대 들어와서 무그(Moog), 롤랜드(Roland), 야마하(Yamaha) 같은 회사에서 만든 신시사이저의 기능이 급속하게 발전했던 시대와 맞물리면서 신스팝이 유행했던 것 같아요. 신시사이저는 자기가 어떤 소리를 조합하면서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큰 것 같아요. 기타와 드럼은 고유의 음을 가지고 있는데 신시사이저는 음을 창조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잖아요. 그리고 음악을 만들기에도 더 용이하죠. 휴대하면서도 만들 수 있고.”

이런 음악을 하게끔 인도한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정말 많은데요. 오른손에는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를 쥐고 있고, 왼손에는 마빈 게이(Marvin Gaye)를 잡고 있는 것 같아요. 네온스 음악을 얼핏 들으면 펫 샵 보이즈에 가까운데 제 마음속에는 소울 음악에 대한 동경을 늘 가지고 있어요.”

소울에 대한 애정이 음악에서는 확 와 닿지는 않은데.

“그것을 표출하려고 노력을 하긴 하는데 제가 흑인이 아닌 이상 못하고 있어요.(웃음) 그런 음악 들으면 너무 좋긴 한데.”

펫 샵 보이즈 음악의 어느 부분에서 매력을 느끼는가?

“정말 증발할 것 같은 목소리와 신스 사운드요. 정말 오십 번이면 오십 번, 앉아서 그 노래만 무한 반복해서 들었던 적이 있어요.”

마빈 게이를 펫 샵 보이즈와 함께 중심이 된 아티스트로 뽑았는데 앞으로 R&B 성향의 음악을 들을 수는 없을까.

“트렌디한 R&B는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고요, 오히려 소울 음악, 특히 모타운 쪽이 저랑 맞는 것 같아요.”

소울은 지극히 보컬 음악이다. 가창에 있어서 한계가 있지 않을까.

“곡을 제가 만들고 객원 보컬을 초청해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요.”

몬구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보컬이 있을 것 같나?

“그래서 저도 가끔 괴로워요. 그런 고민도 많고. 그래서 사실 몽구스에서는 머릿속에 많은 것들이 있으면 절충해야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래서 네온스에 더 애착이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뒤이어 발표할 연작들이 계속 신스팝 쪽으로 가는 것인가. 장르의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나?

“일렉트로니카의 빚을 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골드프랩(Goldfrapp) 같은 경우는 거기에다 어쿠스틱 사운드도 섞긴 하더라고요. 하지만 네온스의 베이스는 일렉트로니카가 될 것 같고요. 몬구로는 나중에 닉 드레이크(Nick Drake) 같은 제대로 된 포크 음악을 할 예정이에요.”

최근 음악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쿠스틱이 유행인 것 같아요. 특히 인디 신에서. 하지만 제가 결국에 하고 싶은 말은, 다들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남들 신경 쓰지 말고. 모두들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하면 정말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재미있는 일이 많아지고 앞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질 것 같아요.”

누구나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하면 정말 다양해질까?

“네. 한국 인디 신이나 메이저도 마찬가지로 폭이 좁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물론 음악을 사는 사람의 폭이 좁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공연할 때와 음악 만들 때 중 어느 때가 더 즐겁나?

“대체적으로는 만들 때가 더 즐거운데요. 계속 만들기만 하면은 언젠가는 꼭 공연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해요.”

연작 앨범이 될 거라고 했는데 대략적인 그림이 있나.

“소설은 제 머릿속에는 있는데 글로 나타나거나 누구에게 아직 말하지는 않았고요. 좀 더 격하고 신나는 음악이 있는 앨범을 만들거나, 완전히 몽환적이고 연주 음악으로만 된 형태도 구상 중이에요.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아예 180도 바뀌어서 통기타 하나 들고 나오는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아요.”

시리즈 앨범인 만큼 첫 앨범이 잘 팔리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네, 맞아요. 일단 이번 앨범이 잘 팔려야 돼요. 사실 회사 분들이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거든요. 아티스트를 존중해 주시는 건 알겠는데, 저는 좀…… 그러니까, 사실 안 팔릴까 봐 걱정이에요.(웃음)”

몽구스 4집은 언제 완성될 예정인가?

“사실 오늘도 합주하고 왔어요. 7월이나 8월? 예상뿐인데요.(웃음) 일단은 그것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죠.”

청취자들이 이 앨범을 어떻게 들었으면 좋겠나.

“우선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들어 줬으면 좋겠어요. 자신이 생각하는 낭만 그런 것을 좀 더 고양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거울 앞에서 혼자 춤추면서 들어도 되고, 어두운 밤에 산책하면서 들어도 또 좋더라고요.”


* 몬구가 뽑는 ‘나의 베스트 앨범’ *

펫 샵 보이즈 <Behaviour>(1990)

이 앨범은 ‘팝이란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명반 같아요. 완벽하게 예술성과 대중성이 혼재되어 있는 앨범이죠. 어떤 사람들은 상업적이라고 해야 하나? 너무 쉬워서 싫어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이것보다 증발할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한 멜로디를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할 정도로 좋은 앨범이에요.




다프트 펑크(Daft Punk) <Discovery>(2001)

저스티스처럼 부서질 듯하게 돌진하는 스타일도 좋아하거든요.







요 라 텡고(Yo La Tengo) <And Then Nothing Turned Itself Inside-Out>(2000)

이 앨범도 멋있는 작품이죠. 제가 스무 살 때 요 라 텡고 팬클럽 회장이었어요. 정모도 제가 열고.(웃음) 스타리 아이즈도 정모로 인해서 결성된 것이거든요. 아무튼 요 라 텡고의 매력은 사이키델릭한 면인 것 같아요.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빚을 지고 있는 밴드잖아요. 팝적인 면도 너무 순수하게 하는 것 같고.




마돈나(Madonna) <Madonna>(1983)

마찬가지로 정말 잘 만들어진 팝 앨범이에요. 어느 정도 교과서적인 앨범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첫 앨범 이후로는 그다지 안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그 이후로는 별 관심도 없고.






얼렌드 오여(Erlend Oye) <DJ-Kicks: Erlend Oye>(2004)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의 멤버가 만든 디제이 앨범이니까 약간 의외이긴 한데 이 앨범도 저한테 네온스를 구상하고 레퍼런스가 되었던 앨범 중에 하나에요. 컴필레이션 앨범에 가깝고요. 자기는 두 곡밖에 안 불러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에서는 완전 포크 음악인데 여기서는 일렉트로니카를 하더라고요. 감성적인 면도 저랑 닮아있는 것 같아요.




퍼퓸(Perfume) <Game>(2008)

너무 멋있는 음악이에요. 일본 음악이라서 영어보다는 덜 알아듣지만 사운드나 멜로디나 너무 멋있어서요. 팀 이름 그대로 귀에 향수를 뿌리는 것 같아요.

닉 드레이크 <Pink Moon>(1972)

이 앨범도 무척 좋아해요. 처연하고 우울한 느낌이 좋거든요.







골드프랩 <Black Cherry>(2003)

골드프랩의 디스코그래피 중에서는 이 앨범을 제일 좋게 들었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안 느끼는 것 같은데 앞서 말했다시피 증발되는 듯한 여자 보컬을 듣고 있으면 ‘내가 지금 살아있는 건가’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신비로워요. 특히 타이틀곡인 「Black cherry」가 제일 마음에 드는 데 이 노래도 밤에 들으면 괜찮은 곡이에요.




듀스(Deux) <Deuxism>(1993)

제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 이현도 선배님인데, 이 앨범을 빼면 섭섭할 것 같아서요.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 <Curtis>(1970)

수록곡 중 「Move on up」을 가장 좋아해요.







인터뷰: 임진모, 홍혁의, 한동윤
사진: 김현이
정리: 한동윤

글 / 한동윤(bionicsoul@naver.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1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수많은 사랑의 사건들에 관하여

청춘이란 단어와 가장 가까운 시인 이병률의 일곱번째 시집. 이번 신작은 ‘생의 암호’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언어화되기 전, 시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사랑의 사건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아름답고 처연한 봄, 시인의 고백에 기대어 소란한 나의 마음을 살펴보시기를.

청춘의 거울, 정영욱의 단단한 위로

70만 독자의 마음을 해석해준 에세이스트 정영욱의 신작. 관계와 자존감에 대한 불안을 짚어내며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임을 일깨운다. 청춘앓이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결국 해내면 그만이라는 마음을 전하는 작가의 문장들을 마주해보자.

내 마음을 좀먹는 질투를 날려 버려!

어린이가 지닌 마음의 힘을 믿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 신작! 장갑 초등학교에 새로 전학 온 발가락 양말! 야구 장갑은 운동을 좋아하는 발가락 양말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호감은 곧 질투로 바뀌게 된다. 과연 야구 장갑은 질투심을 떨쳐 버리고, 발가락 양말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위기는 최고의 기회다!

『내일의 부』, 『부의 체인저』로 남다른 통찰과 새로운 투자 매뉴얼을 전한 조던 김장섭의 신간이다.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며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를 중심으로 저자만의 새로운 투자 해법을 담았다.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 삼아 부의 길로 들어서는 조던식 매뉴얼을 만나보자.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