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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을 오페라 경지까지 끌어올리다 -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72)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감독과 엔니오 모리코네, 이 두 대가가 만들어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웨스턴 무비’의 기념비적 명화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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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영화음악의 대명사가 된 ‘엔니오 모리코네’. <시네마 천국>의 장면을 가르는 한 줄기의 테마, 평원을 배경으로 울리는 피아노 연주의 <러브 어페어>를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그의 이름을 상징처럼 떠올릴 수 있겠죠.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과 엔니오 모리코네, 이 두 대가가 만들어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는 ‘웨스턴 무비’의 기념비적 명화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와 음악이 만들어내는 묘한 감동의 울림을 느껴보세요.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72)

서부영화사에서 반드시 거론되는 명작이면서도 대중들에게는 외면당하다시피 한 비운의 걸작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 무명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를 일약 스타로 만든 저예산 <무법자>(Dollars) 삼부작(<황야의 무법자> <속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무법자>)으로 ‘스파게티 웨스턴’ 장르를 창출한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은 불후의 명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를 만들기 전 미국 대규모 자본의 지원을 받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재난에 가까웠다. 롱 테이크와 숏의 반복으로 점철된 레오네의 방식에 대중들은 인내하지 못했다. 제작사에서 일부를 들어내 상영 시간(4시간 10분)을 단축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비 수익에는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 지금에야 ‘옛날 옛적 고전 명작’으로 우대받는다지만, 사실 겉으로 드러난 당시의 평판은 그리 좋지 못했던 게 사실.

잘 짜인 미국 서부극의 장점은 채용하면서도 감상적이고 신화적인 할리우드 서부영화의 주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노선을 택한 ‘스파게티 웨스턴(Spaghetti Western)의 결정판’은 우선 배역 설정부터 이례적이었다.

<황야의 결투>(My Darling Clementine, 1946)와 <서부개척사>(How The West Was Won, 1962)를 비롯해 존 포드(John Ford) 감독의 다수 미국 서부영화에 출연해 정의를 대변했던 명배우 헨리 폰다(Henry Fonda)가 자본과 결탁한 청부업자 ‘프랭크’(Frank) 역을 연기했고, 동유럽적 터프가이의 외모를 타고난 찰스 브론스(Charles Bronson)이 ‘무명’(No name) 캐릭터 ‘하모니카’로 분해 악당(프랭크)을 응징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 문제로 유나이티드 아티스트(United Artists)에서 파라마운트(Paramount Pictures)로 배급사가 바뀌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레오네는 현대 문명의 도착을 알리는 철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자본가와 총잡이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미망인의 서로 엇갈린 운명을 얼개로 한 내러티브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이면에 깔린 물질만능주의에 냉소를 보낸다. 거친 역사 의식과 장대한 시각적 스케일 속에 영웅보다는 인간을 그리고, 미국의 현대사를 해부하고자 했던 것. 이태리 출신의 절친한 동료로 그의 영화음악을 전담해온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또한 한층 더 정교한 음악으로 장대한 서사극의 미적 완성도를 절정으로 끌어올렸다.

장쾌하고 유려한 사운드를 좍좍 뽑아대는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대 편성 오케스트라 편성을 답습하지 않고 다양한 민속(풍)악기와 전기기타, 휘파람 등의 소리를 관현악 오케스트라와 함께 기괴하게 믹싱해 창조한 그만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스코어는, 때로 목가적 감성과 극적 장려함이 우러나지만, 근본적으로는 어둡고 불길하며 애절하다. 음악이 아니라 소리의 조합이나 음향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역시 이방인으로서 영화의 주인공에 내재된 고독과 불안의 정서를 음악으로 투영해낸다. 주인공의 별명이기도 한 하모니카(Franco DeGemini 연주)의 음산하고도 구슬픈 한풀이 소리는 그래서 더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만돌린과 밴조, 피들 등의 컨트리 웨스턴 악기를 써서 경쾌한 맛을 낸 것도 특이할 만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영화사적 위치를 대표하는 음악성은 무의미한 여성 허밍 코러스에서 나온다. 바로 전작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의 음악에 참여했던 에다 델'오르소(Edda Dell'orso)의 솔로 소프라노와 관현악의 화음이 만들어낸 서사적 비장미의 메인 테마는 영화음악을 오페라적 경지까지 끌어올렸다는 최고의 찬사를 얻어냈다. 그만큼 고혹적 아름다움이 영혼을 울린다. 질(클로디아 카디날 분)이 처음 기차역에 도착하는 장면에 삽입된 주제 선율은 역 너머의 분주한 도시 전경을 비치는 카메라 앵글과 함께 점점 고조되며 울려 퍼진다. 보기 드문 감동과 전율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영화음악은 촬영에 들어가기 이전에 곡을 완성해 영화의 진행과 속도, 배우들의 동작에 맞게 편성되었다. 음악에 맞춰 등장인물들의 액션과 내면이 표출될 수 있게 설정하고,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테마의 변주곡을 삽입해 각 장면을 구체화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의 흐름을 하나로 엮는 방식으로 극적 감흥을 극대화한 것이다.

통념을 깬 스타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두 대가의 절정의 기량이 만들어낸 ‘웨스턴 무비’의 기념비적 명화. 영화나 영화음악 지망생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작품이다.

- 글 / 김진성(jinsung@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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