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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이상민’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재즈앨범

이상민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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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드러머 타이틀로 국내에 단독 앨범이 발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결정적인 순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 주인공은 이상민이다.

밴드에서 드러머는 통속적인 잣대로 평가하자면 투입량에 비해 별 소득이 없는 비우량주다. 대중의 기억에 남는 존재는 언제나 전면에 등장하는 보컬 아니면 기타리스트이며, 무대에서조차 드러머는 묵묵히 2선에서 중심을 잡는 데 열중한다. ‘사랑과 평화’의 리더 최이철은 이러한 드러머를 가족으로 친다면 우직하면서도 굳건하게 멤버들을 보듬는 아버지로 비유했다.

그렇기에 드러머 타이틀로 국내에 단독 앨범이 발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결정적인 순간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 주인공은 이상민이다. 생소한 이름이라면 1999년 프로젝트 밴드 긱스(Gigs)에서 올스타급 선배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던 약관의 이상민을 회상하라.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긱스 이외의 국내 뮤지션 앨범의 세션으로 참여하며 실력을 검증받은 그이다.

그는 ‘일렉트로 소울(Electrosoul)’이라는 장르를 <Evolution> 앨범에 담아보았다고 밝혔다. 드럼 연주의 묘미가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 국내에서는 생경한 장르의 음악을 가져왔으니 호기심이 발동할 만도 하다. 인터뷰 시간 동안 이상민은 그의 연주처럼 때로는 익사이팅하게 때로는 편안하게 자신의 음악관과 가치관에 대해서 답을 엮어갔다.


제작 경위가 궁금하다.

“저는 예전에 긱스(Gigs)를 하고 난 뒤에, 미국을 가면서부터 개인 음반을 하고 싶은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었어요. 그것에 대한 구상을 하면서 곡도 간간이 쓰고 있었고요.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무엇인가 질문을 해왔어요. 제 욕심이야 이 음악도 하고 싶고 저 음악도 하고 싶고 했는데, 아무래도 첫 앨범은 재즈 앨범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한 것이죠.”

왜 재즈 앨범인가.

“제 음악의 시작이 재즈가 아니었다고 해도 기반은 재즈에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연주자 이상민의 입장에서 의미가 있다고 봤어요. 저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일까 생각했고, 결국에는 제가 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재즈 앨범을 선택했죠. 이번 앨범이 물론 재즈적인 기반이 있지만 음악 자체는 되게 복합적이에요.”

음반 시장의 불황으로 한 가수의 정규 앨범이 발매된 것만 해도 청취자의 입장에서는 참 고마운 일인데, 여기에 드러머의 인스트루멘탈 앨범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좋게 이야기하면 기적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무모한 도전인 것 같다.

“왜 무모한 일이 되어버린 거죠? 하긴 해외에서도 실질적으로 드러머가 앨범을 내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긴 해요.”

한국에서 드럼 앨범은 처음이지 않나.

“드러머가 앨범 프로듀싱을 하고 작곡을 한 것은 아마 처음이죠. 그전에 김민기 형이 드럼 앨범은 냈었어요. 아마 H2O 전(前)일 것이에요.”

하모니를 자아내는 밴드의 음악이 아니라, 한 개인인 연주자로서 타이틀을 걸고 앨범을 내면 상대적으로 상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동의하는지.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실 이번 앨범 같은 경우는 드러머에 완전히 포커스를 맞춘 음악이 아니잖아요. 앨범 자체로 따져 봤을 때 드럼이 맡은 파트가 많이 있긴 하지만, 말씀드렸다시피 전체적으로 음악 자체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드럼의 개인 워크만을 보여주는 앨범은 아니라는 말인가.

“그렇죠. 그냥, 음악이에요.”

이번 앨범의 주안점은 무엇인가.

“드러머 앨범보다는 음악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음악의 중심에는 일렉트로 소울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었고요. 제가 워낙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했지만 그런 류, 일렉트로 소울 음악 자체가 우리나라에 없었어요. 그래서 해보고 싶었고요. 사실 드러머 중에서도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사람은 해외에도 별로 없거든요. 재즈 솔리스트들이 이런 음악을 하지, 드러머는 제가 본 것 중에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통상적으로 펑키한 재즈와 일렉트로 소울은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차이점이요? 재즈는 즉흥성이 가장 큰 매력이자 특징이지만, 일렉트로 소울은 전체적인 색깔이 있는 것 같아요. 즉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렉트로한 색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또 소울이라는 것이 굉장히 복합적이잖아요. 펑크(Funk)나 하다못해 재즈도 소울이라는 한 카테고리 안에 있는 거니까. 그 소울 한마디가 그 이야기들을 복합적으로 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색감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드러머 앨범이 아니라 복합적인 음악을 추구했다고 했는데, 사실 한국에서 드럼에 대한 이해도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청취자들이 이번 앨범을 어떻게 들어줬으면 좋겠는가. 혹은 어떤 순간에 들었으면 좋을 음악인가.

“음.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냥 뭔가 자극을 줄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자극이라는 콘셉트는 있거든요. 연주할 때 뭔지는 잘 몰라도 느껴지는 감을 제가 또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자극이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렇다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일반적인 팝 인스트루멘탈 앨범으로 전달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말인가.

“네. 무장 해제를 하고 쉬라는 음악은 아니죠. 자극적인 긴장감이죠.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정서에 약간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서정적이고 편하고 친근감이 느껴지는 음악이 우리 정서에 맞는다면 이 앨범은 약간 좀 무섭잖아요. 공격적이고.”

이번 앨범에 참여한 보컬은 누구인가.

“강태호라고 원래 보컬을 하던 친구이고, 다른 가수의 코러스 세션도 많이 하던 친구예요. 앨범을 들으시고 저랑 음색이 많이 비슷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유롭게, 기분 좋게 녹음을 한 곡이 있다면.

“저는 드럼 녹음을 하루 반 정도 시간을 해서 3프로 안에 녹음을 다 마친 것 같아요. 사실 드럼 녹음하는 시간을 일찍 마쳐야 했던 상황이었거든요. 괜찮은 소스를 마련하기 위해서 돈을 들여서라도 좋은 곳에서 녹음하려다 보니까 시간상으로 제약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생각하면 드럼을 조금 여유로운 상태에서 연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중에서도 굳이 한 곡을 뽑자면. 글쎄요. 「Evolution comes in」이 잘 나온 것 같아요. 반면에 「My vanished dream」은 많이 아쉬워요.”

어떤 면에서 아쉽나.

“일단 리허설을 했던 곳과 녹음을 했던 스튜디오가 다른 장소였고요. 리허설을 했을 때는 아무래도 즉흥적이다 보니까 매번 연주가 완전히 다르게 나왔어요. 사실 리허설을 통해서 가이드 자체가 정확하게 녹음이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어서 좋지는 않았어요. 밴드가 다 같이 리허설에서 녹음을 하고 스튜디오에 가서 다시 친 거죠. 결국에는 전에 치던 악기들이 불안정해서 가이드를 다 무시하고 연주를 한 것이었거든요. 그런 것이 아쉬웠죠. 연주 면에서는 더 마음에 드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것을 약간 더 설득력 있게 연결해서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 그런데 저도 첫 시도잖아요. 같이 연주하는 사람들도 익숙하지 않았고요. 시행착오인 거죠.”

일렉트로 개념을 동원한 것이 최근에 일렉트로니카 강세의 경향을 참조한 것인가.

“어느 정도 참조되어 있죠. 최근의 경향이.”

‘긱스’ 활동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상민은 어쿠스틱 소스를 중시할 것 같은데 약간 의외다.

“어쿠스틱한 사운드도 당연히 하고 싶죠. 리얼 소스의 음악들은 제 나름대로 할 예정이에요. 다음에는 어쿠스틱 소울로 한번…….(웃음) 그렇게 따지면 이번 앨범은 약간 요즘 스타일이죠. 이번에는 모던한 일렉트로 사운드를 가지고 음악을 해보고 싶었어요. 사실 어쿠스틱 악기로 일렉트로니카한 음악을 한다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어쿠스틱한 연주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미디 같은 것으로 찍어서 만드는 일렉트로니카 음악은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마지막 트랙인 「How could」가 라디오 에디트(Radio Edit)버전이다. 홍보를 원하는 전략인가.(웃음)

“그건 아니고. 일단 곡이 조금 길잖아요. 그래서 회사랑 이야기할 때 그런 점을 생각해서 방송에 맞게 어느 정도 에디션이 필요하겠다 싶었어요. 라디오 방송 관계자 분한테 앨범을 줬다고 했을 때 바로 틀어줄 수는 있어야 하니까요.”

9번 트랙인 「Burn it up」은 일레트로소울 분위기에서 갑자기 펑키(Funky)한 곡이 끼어들어서 단연 튀는 느낌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어요. 「Burn it up」은 약간 올드 펑키한 느낌이 있어서 조금 더 어쿠스틱하죠.”

애착이 드는 이유는?

“익사이팅하잖아요. 「Burn it up」 같이 버닝할 수 있는 음악이 사실 흔하지도 않고요. 이런 곡이 어떻게 보면 스탠더드가 될 수도 있어요. 곡 포맷 자체가 스탠더드 하거든요. a-a-b-a 구조로 완전 재즈 포맷인데다가, 완전 펑크 스탠더드예요. 그런 스탠더드한 음악을 해보고 싶었는데 여기에다 5박자를 넣었기 때문에 모던해지는 거죠. 옛날에는 다 4박자였으니까.”

다른 예를 들어본다면.

“요즘 음악 하는 팀 중에 레터스(Lettuce)라는 밴드가 있어요. 그 팀 음악 들어보면 올드한 느낌이 있는데 음악은 굉장히 세련해요. 기본적으로 펑크(Funk)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데 소울라이브(Soulive)보다 더 세련되고 테크니컬하고 익사이팅한 면에서는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이죠. 거기 멤버들도 소울라이브 멤버들과도 연관이 되어 있어요. 건반을 치고 있는 닐 에반스(Neal Evans)도 소울라이브에서 연주를 하고 있기도 하고. 레터스에서 섹소폰 부는 샘 키닝거(Sam Kininger)도 역시 소울라이브에서 활동하고 있고. 그 밴드의 음악을 들어보면 어쿠스틱하고 아날로그 한 악기를 썼지만 굉장히 세련되어 있어요. 그런 콘셉트인 거죠. 「Burn it up」이. 연주자의 음악 같은. 케니 가렛(Kenny Garrett) 같은 사람도 펑크 음반을 했었잖아요. 그것도 스탠더드하게. 음악 스타일이 그러니까 정말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것 같고 계속 그런 음악들을 찾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대목은?

“사실 저는요, 이번 1집 앨범이 우리나라에서 작업을 한 것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만족해요. 하지만 엄연히 앨범을 내게 되면 앨범이 곧 나 자신이 되잖아요. 그러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이 많이 모자라는구나 하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인간적인 부분에서 좀 더 성숙해야겠다는 점.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차피 음악적인 면은 앞으로 발전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 외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너무 신경을 안 쓰고 산 것 같거든요.”

인생을 막살았다는 회한?(웃음)

“(웃음) 막살았다기보다는 제가 많이 이기적이었던 것 같고, 너무 위만 바라본 것 같아요. 정말 전설 같은 롤 모델들만 뮤지션으로 보고, 그 수준에 따라오지 못한 사람들은 뮤지션이 아니었던 것이죠. 제가 이전까지 전투적으로 음악을 했던 것 같아요. 엘리트주의 비슷하게.”

반대로 성과가 있다면 앨범 타이틀처럼 진화(Evolution)인가.

“그렇죠. 에볼루션이 제일 큰 것이죠. 제 앨범을 냈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의미인 것 같고요.”


버클리대에서 4년 동안 있었는데 어떤 것을 많이 배웠나.

“음악은 정답이 없는 거다. 이런 것?(웃음) 미국으로 가기 전에 우리나라는 너무 고립되어서 그런 것인지 정보가 너무 많이 없었어요. 어디를 갔다 온 선배가 있어서 어떤 말을 하면 그 말이 다 맞는 것이었죠. 저는 그것에 대한 의문이 많이 있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밖으로 너무 가고 싶었던 것이죠. 가서 확실히 느낀 점은 음악은 이렇게 해야 된다는 정답이 없었다는 것이에요. 막상 가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다 새로운 음악을 하고 있었어요. 분명히 위에서 대가들이 있고 그들이 한 음악을 존경하지만, 그러면서도 젊은 애들은 완전히 새롭고 신선한 음악을 해요. 또 학교 다니는 학생들이 그렇게 음악을 잘할 줄은 몰랐거든요. 구조를 봐도 특출난 친구들은 이미 외부에서 다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 그래도 대학교는 가야 하니까 일반적으로 지원해서 학교에 온 거에요. 그리고 학교도 많이 안 다녀요. 한 4학기 다니고 자기 지역으로 돌아가서 연주해요. 토마스 프리젠(Thomas Pridgen)이라든지. 비욘세(Beyonce) 투어 밴드에서 연주하는 니키 클레스피(Nikki Claspie) 이런 친구들이요. 블랙 가스펠 밴드인 이스라엘 엔드 뉴 브리드(Israel and New Breed) 멤버인 저스틴 레인즈(Justin Raines)는 베이스와 드럼을 둘 다 톱클래스로 잘 연주해요. 그런 친구들을 보면서 자극을 너무 많이 받았죠.”

버클리 출신 뮤지션들을 보면 결국은 내 표현력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배워오더라. 두 갈래로 좁혀지는 것 같다. 겸손해지거나, 엘리트 의식만 강화되거나.

“그런데 그것도 오래 안 가요.(웃음) 현실이 그렇지 않은데요.”

언제부턴가 대중음악계에서도 괴상한 엘리트주의가 유입되고 있다는 심증을 품게 된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특정 대학교 출신의 수학 경력이 대다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고평가하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하며, 또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 도구에 활용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는 말이다. 뮤지션들도 스펙을 쌓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

그러한 점에서 이상민의 고백은 신선했다. 궁극적으로 그가 버클리대에서 느낀 교훈은 동료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끊임없는 음악적 자극이었던 셈이다. 또한 우리의 인식과는 달리 버클리대라는 관문이 하나의 목표가 아니라 아티스트로서의 완성을 이뤄나가는 하나의 과정임에 불과하다는 시각 또한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

내가 드러머로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면.

(깊게 생각한 후에)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음악을 일찍이 좋은 분들이랑 같이 하면서 음악에 대한 프로듀싱 마인드를 일찍이 가지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편견을 가지지 않고 음악을 다양하게 계속 듣다 보니 여러 가지 방식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 아이디어는 제가 다른 가수의 앨범 세션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제가 나름대로 곡을 해석해서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돼요.”

처음으로 드럼 스틱을 잡는 데 영향을 준 사람은 누구인가.

“처음에는 저보다 다섯 살 위인 저희 형이 먼저 드럼을 쳤어요. 교회에서 형이 드럼을 쳤었는데 형 따라서 재미로 배우게 된 것이죠. 재미로 배우다가 저한테 잘 맞아서 계속해서 하게 되었어요.”

그렇다면 드럼을 연주하면서 이 사람은 정말 음악적인 멘토로 모셔야겠다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너무 많죠. 일단 먼저 크리스 데이브(Chris Dave). 그분은 원래 가스펠로 시작을 했고, 약간 알앤비 라이브 음악 하다가, 또 힙합 하다가, 케니 가렛 밴드에 10대 때 들어가서 재즈도 했었고. 모든 걸 다 하는 사람이에요. 지금은 아마 맥스웰(Maxwell) 투어 다니고 있을 거예요. 에리카 바두(Erykah Badu) 밴드에도 있으셨고요. 그리고 브라이언 블레이드(Brian Blade). 이분은 재즈 쪽 아티스트 중에 같이 안 한 사람이 없어요. 허비 행콕(Herbie Hancock), 칙 코리아(Chick Corea) 등과 같이 작업을 했고요. 자신이 이끄는 브라이언 블레이드 앤 펠로우 십(Brian Blade & the Fellowship) 팀으로도 앨범을 3장 냈어요. <Mama Rosa>라는 솔로 앨범을 내서 노래도 했고요.”

록 분야에서 선호하는 드러머를 꼽아 달라.

“레드 제플린의 존 본햄(John Bonham)이요. 저도 시작은 록으로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 ‘노브레인’에서 베이스 쳤던 (정)재환이랑 문샤이너스(MoonShiners)의 차승우랑, 그리고 김바다 씨 동생 경준이랑 그렇게 모여서 밴드를 했었어요. 주로 레드 제플린, 딥 퍼플, 지미 헨드릭스, 크림(Cream), 마운틴(Mountain), 야드버즈(Yardbirds), 뭐 이런 올드 록들만 연주했었어요. 물론 같이 연주했던 친구들이 연주를 잘하지 못했더라면 그런 음악을 할 수는 없었겠죠. 그때는 존 본햄이 제겐 최고였어요. 진저 베이커(Ginger Baker)도 좋아했었고.”

드러머임에도 직접 노래를 부른 필 콜린스(Phil Collins)는 어떻게 보는지.

“결국에는 그룹 제네시스(Genesis)로 들어가긴 했지만 원래 필 콜린스가 레드 제플린에 들어갈 뻔했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어렸을 때는 되게 연주를 잘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는 솔로 앨범부터 해서 음악 콘셉트가 작곡으로 바뀌다 보니 드럼에서 멀어진 것 같기도 해요. 연주라는 개념을 같이 가져갔으면 지금과는 다른 뮤지션이 되었겠죠. 지미 페이지(Jimmy Page)가 눈여겨봤을 정도면 그때는 굉장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었겠죠?”

이글스의 돈 헨리(Don Henley)는 어떤가.

“편안하게 치죠. 「Hotel california」 보세요. 악기는 편안하게 쳐야 돼요. 노래도 마찬가지고.”

드러머가 중심이 되는 앨범 중에서 정말 명반으로 추천할 만한 앨범을 꼽아 달라.

“저는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의 <Thrust><Head Hunters> 앨범인 것 같아요.”

2001년에 허비 행콕의 내한 공연을 봤나.

“아. 코엑스에서 했을 때요? 당연히 봤죠. 사람들이 별로 안 왔었던 기억이 나요. 그날은 약간 실험적으로 <Future 2 Future> 스타일로 연주했었죠. 또 그때에는 아마 테리 린 캐링턴(Terri Lyne Carrington)이 안 왔을 것이에요. 그런데 미국에서도 테리 린 캐링턴은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꽤 있더라고요. 제가 이 사람한테 배웠었어요. 미국에서 한두 학기 동안.”

우리나라에서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다는 게 기쁜가.

“기쁘죠. 좋은 면도 있고요. 어떻게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저는 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좋은 분들과 연주를 같이할 수 있었다는 것부터가 거름이 될 수도 있었고요. 그런 것이 거름이 잘 되어서 제가 중간에 한국에 오더라도 그 사람들이랑 같이 연주할 수도 있거든요. 연주를 많이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외국에서는 나이 어린 친구들이지만 연주 면에서는 정말 잘하는 대가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대가들이 너무 힘들게 살아요. 악기를 들고 다녀야 하는데 저는 차가 없었다 보니 악기를 카트에 실어서 이동했거든요. 그럴 때는 어떻게 보면 되게 비참해요. 그래도 한국에서는 그런 상황은 아니잖아요. 미국도 클럽 같은 데 보면 시스템이 되게 열악한 곳이 많아요. 아예 시스템 자체가 없을 때도 있고.”

뉴욕대(NYU)의 케니 워너(Kenny Werner) 선생이 이상민의 드럼에 대하여 호평을 했는데, 앞으로의 지향점에 대하여 조언을 해준 것이 있는지.

“특별히 그런 이야기를 해주시지는 않았어요. 단지 같이 트리오를 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었어요. 자기 집에 와서 같이 연주해보자고 몇 번을 그러셨는데 제가 갈 수가 없었어요. 교수님 집이 시골 주변이었는데 제가 차가 없었거든요. 그래서 학교 오실 때만 같이 합주하고 그랬죠.”

이번 앨범의 곡 제목이 전부 영어다. 한국에서만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도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인데, 앞으로 활동은 어떤 식으로 할 건가.

“일단 학교 졸업은 해야죠. 올 8월 초에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요. 전공인 재즈 스터디를 끝내면 아마 1년~1년 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때는 제가 결정을 해야 하죠. 한국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미국에 계속 남을 수도 있고요. 아직은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안 했어요. 제가 뭐 계획을 정하고 그것을 이루면서 산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서 있다 보면 어떻게 길이 열릴 수도 있고요. 아직은 전혀 모르죠.”

드러머로서의 길이라면 미국, 뮤지션의 길이라면 우리나라를 선택해야 할 것 같은데…….

“네. 맞는 것 같아요. 사실은 드러머로서도 미국에서 성공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아요. 저도 미국에서 음악 하면서 느낀 점이지만 아시안 계가 뮤지션으로 성공하기에는 정말 힘든 구조인 것 같아요. 뮤지션뿐만 아니라 드러머로도 인터내셔널하게 인정받기가 정말 힘들어요. 아키라 짐보(Akira Jimbo, 神保 彰) 같은 경우도 일본에서 성공한 뒤 야마하(Yamaha)가 미국으로 끌어줘서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지. 미국에서 활동을 거의 안 하잖아요.”

실제 공연에서는 어떤 변화를 주고 싶은가.

“연주할 때마다 매번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브라스도 마음 같아서는 써보고 싶고, 트리오로 해보고도 싶고 그래요.”

음악 말고 즐기는 취미가 있다면.

“복싱이랑 수영을 좋아해요. 스포츠를 잘하는 타입은 아닌데 조금씩 즐겨 하는 편이에요.”

긱스가 다시 만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글쎄요, 긱스는 모르겠어요. (정)재일이가 5월에 군대를 간대요. 뭐 전에 2월에 봤을 때는 3월에 간다고 했고, 3월에는 4월에 간다고 했는데. (웃음) 모르겠어요. 어떻게 될지. 그런데 그것도 리더가 한 명이 있어서 해야 되는데 다들 리더잖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제가 계속해서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려놓지 않고 계속 살아남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인터뷰: 임진모, 홍혁의
사진: 김현이
정리: 홍혁의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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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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