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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 1,200톤급 거대담론에 깔리다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은, 그 배의 크기만큼이나 아이들에겐 거대한 1,200톤급 담론이었다. 그럼에도 가끔은 거대담론과 놀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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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하면 생선이 떠오른다?
- 끝말잇기 추억과 단어연상 게임…… 너만의 독창적인 단어를 찾아봐

끝말잇기는 쓸쓸했다. 너무나 쓸쓸하여 잊을 수 없다.

몇 년 전 초봄의 화창한 오후였다. 우리는 수도권 외곽의 한 냉면집에서 낮술을 마시다 할 말이 떨어졌다. 누군가의 제안으로 끝말잇기 놀이를 시작했다. 상 위에 놓인 ‘냉면’을 먼저 던졌다. “물냉면.” “면죄부.” “부창부수.” 초반엔 평범했다. “수…… 수업.” “업적.” 대략 이쯤에서부터 비틀어진 것 같다.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군.” 엥? 이건 문장이잖아. 그러거나 말거나 모두들 태연했다. “군침이 도는구나.” “나, 이제 어떡하지?” “지랄.” “랄라리 같은 애들끼리 모여 뭐하는 게야?” “야, 기분 정말 더럽다.” “다 뭐 그렇고 그런 거지, 어쩌겠어.”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식으로 아무렇게나 조립된 문장의 끝 음절을 황당하게 이어갔다. 표정만은 심각했다. 우여곡절이 많은 팀 해체를 앞두고 심사가 복잡하게 꼬인 팀원들의 살풀이 허무개그였다. 가끔 그들과 만나 그 ‘끝말잇기’의 추억을 되새길 때면 모두들 짠해진다.

은서는 생선반찬, 준석은 정일이를 떠올렸네

집에서도 가끔 아이들과 끝말잇기를 한다. 이 끝말잇기는 쓸쓸하지 않다. 그저 싱겁다. 특히 막내 은서는 번번이 깨진다. 어휘력이 달려서다. 이 글을 쓰면서 은서와 다시 한 번 겨뤄봤다. 아빠가 먼저 ‘글쓰기’라는 말로 운을 띄웠다. “기…… 기자.” “자기.” “기준.” “준거.” “거래.” “래…… 내일.” “일요일.” “일상.” “상거래.” “거래는 했잖아.” “이건 상거래인데?” (일방적으로 우기면서) “안 돼. 딴 걸로 해.” “그럼 상점.” “점포.” “포도.” “도포.” “도표로 해. 도포가 어딨어?” “도포도 있어.” (한참을 생각하다) “포…… 음…… 모르겠다.” 열 번도 못하고 은서가 패배를 선언했다. 단어는 글쓰기라는 무기의 실탄이다. 그런 점에서 끝말잇기는 시간을 죽여주는 심심타파 놀이이자, 심심한 글쓰기 타파를 위한 일상적 트레이닝이라고 할 만하다.

수준을 좀 높여 ‘단어 연상게임’은 어떠한가. 글감과 관련된 단어들을 떠올리면서 글의 고리를 찾는 게임이다. 지난주 이 칼럼에서 썼듯 ‘가난한 생각’과 투쟁하려면 이 놀이부터 해봐야 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천안함 사태에 관한 글을 쓰라고 한 뒤, 단어를 대보라고 했다.

은서의 첫 단어는 생뚱맞았다. ‘생선’이었다. “웬 생선?” “바다잖아.” 오빠는 “헐~”이라며 코웃음을 쳤다. “또?” “침몰.” 은서는 ‘생존자, 구조자, 실종, 배, 선원’을 추가로 답했다. 준석에게도 물었다. 첫 대답이 걸작이다. “정일이요.” “정일?” “김정일. 북한이 했대잖아.” 이때 은서가 끼어들었다. “오빠, 미국이 했을 수도 있대.” 준석은 “백령도, 해군, 46인, 46인의 엄마들, 미스테리”도 꼽았다.

준석은 동생 은서의 ‘생선’이라는 단어에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다운 발상이 오히려 참신한 글쓰기의 초석이 된다. 식탁에 놓인 생선 반찬의 고향을 묻는 것으로부터 첫 문장을 풀어도 되지 않는가. 그러다 백령도 물고기 이야기로 넘어가고 천안함 사태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과 연결시키면 된다. 남이 쉽게 떠올리지 않는 독창적인 단어를 찾아야 독창적인 글이 나온다.

“쓰고 싶은 내용을 딱 10자로 줄여보는 거야”

다음엔 대표 문장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 수년 전 아빠가 경험한 술자리의 끝말잇기가 단어에서 문장으로 확장됐듯 말이다. “너희들이 쓰고 싶은 내용을 딱 10자 이내로 압축해봐. 이게 명확해지면 글쓰기가 쉬워져.” 준석이의 결과물은 그럭저럭이다. “저, 도, 당, 신, 의, 슬, 픔, 알, 아, 요.” 은서의 것은 좀 민망하다. “천, 안, 함, 이, 침, 몰, 하, 였, 다.” 은서야 흑흑 OTL.

모르면 쓰지 마, 아는 척 쓰지 마

딱 걸렸다. 이번에는 준석이다.

지난 주 은서의 표절 행위가 아빠의 조사로 밝혀진 데 이어, 이번 주엔 준석의 표절 혐의가 포착됐다. 중학생답지 않은 글투가 이상한 냄새를 풍긴 탓이다. 은서보다는 조금 지능적인 표절로 보였다. 문제의 글을 보자.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하여

아마 한국 사람이라면 거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백령도에 살던 주민들이나 아니면 그 사건 때 사망한 해군들의 어머니들이 그럴 것이다. 바로 '천안함' 침몰 사건이다.

그 사건 때 해군들이 탄 초계함 천안함은 자그마치 1200t급이었다. 그 천안함은 104명의 승무원을 태운 함대였는데, 2010년 3월 26일 저녁 쯤에, 서해 백령도 인근 해역에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충격으로 두 동강이 나서 침몰하고 만 것이다. 벌써 다섯 주가 넘게 지났고, 39일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원인을 찾을 수 없어서 모두가 이렇게 슬퍼하고 있다. 원인이라도 알면 좋으련만.

이 천안함 침몰 사건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사건이다.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지만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뢰, 북한 공격 등의 많은 주장이 있지만 다들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확신이 가는 설은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는 이 침몰 원인을 북한의 어뢰 공격이나 버블제트 등 외부 공격으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안함의 오래된 이유 등에 의한 피로 파괴나 선박의 건조 불량으로 인한 파괴 등 내부적인 원인을 서서히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런 결론은 지극히 역학적 사고에 어긋나는 비과학적인 추론과정이다. 따라서, 정확하다고 단정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놀랄 만한 주장 또하나! 바로 북한이 우리를 공격했다는 점이다. 아까 전에도 물론 대충 말했을 터이지만 말이다. 그 북한 공격 주장은 바로 북한의 바다 밑의 어뢰 설치로 배를 폭파시켜 두 동강이 나게 해 버리겠다는 것. 오랜 항해, 함포사격, 작전 수행 등의 다양한 의견들도 있다(물론 말했지만), 그러나 이 중에 정확한 원인은 없다.

많은 사람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아무도 침몰 원인을 모르니... 꼭! 이 사건의 원인은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천안함 사망 군인들을 추도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2010. 5. 6

준석과의 대질신문 “버블제트가 뭔지는 아냐?”

준석이를 역시 ‘피의자 신분’으로 연행해 주방 식탁에서 대질신문을 벌였다.

“너 피로파괴가 뭔지나 아냐?”
“알아요.”
“뭔데?”
“그 노후…… 그러니까 배가 오래된 것 때문에 낡아서 망가지는 것.”
“뭐 비슷하게 맞췄다. 그럼 버블제트는?”
“배가 돌 때 나오는 거품 있잖아요.”
“그게 버블제트야? 버블이 거품이라는 건 알고 대충 때려맞췄구나.”
“…….”
“그럼 건조불량은?”
“습기가 없는 것.”
“습기?”
“네, 습기가 없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그게 불량하다는 거죠.”
“헐. 그건 물기가 없다는 뜻의 ‘건조’(乾燥)지. 이건 배나 건물을 짓는다는 의미의 ‘건조’(建造)야.”
“(눈을 둥그렇게 뜨며) 그래요?”
“너 또 어려운 표현 썼더라. ‘배제하고 있는 실정’이라니. 그게 뭐냐?”
“(한참 머리를 긁적이다가) 음 그러니까 ‘배제한다’는 ‘나타낸다’는 뜻이에요.”
“…….”
“아니에요?”
“너 뭐 베꼈지??”
“음, 그러니까요. 인터넷에서 검색어를 쳤어요.”
“뭐라고?”
“천안함 침몰사건이 일어난 날, 이라고.”
“인터넷에서 본 걸 네가 쓴 것처럼 하면 어떻게 해? 지난주 은서가 표절한 거 몰라?”

이 대목에서 준석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표절이라뇨?”
“그럼 뭐야?”
“우와, 그건 그냥 참고한 거죠.”
“인터넷에 오른 문장을 그대로 옮겼는데 뭐가 참고한 거야? 베낀 거지.”
“전 모르는 일이에요. 이 글은 올리지도 마세요.”

초딩과 중딩은 다르다. 순순히 자신의 죄를 인정한 초딩 은서와 달리, 중딩 준석은 뻔뻔스럽다.

본인의 부인에도, 준석의 위 글은 인터넷에 나온 뉴스로 대충 짜깁기해 썼음이 탄로 났다. 언론계에서 통용되는 은어로는 ‘우라까이’라고도 한다. 이 글 저 글 짜 모아 자기의 글처럼 편집하는 경우를 말한다. 준석아, 동생에 이어 ‘표절소년’으로 데뷔한 것을 축하한다. 표절남매의 탄생이란 말인가.

사실 초·중·고생들은 학교에서 글쓰기를 할 때 베끼기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공식적인 글쓰기 대회에 작품을 낼 때도 그렇다. 8년 전 직접 겪은 일이기도 하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에서 ‘한국-베트남 어린이 문예대회’를 기획해 진행할 때의 일이다. ‘평화랑 뽀뽀해요’라는 주제로 두 나라의 초등학생들의 시와 산문, 만화와 그림을 공모했다. 심사하는 과정에서 친구의 글이나 어린이 잡지에서 그대로 가져온 작품들이 적지 않았다. 문장이 거의 똑같은 글들이 3~4편 한꺼번에 들어온 적도 있다. 한국만이 아니었다. 베트남도 상황이 비슷했다. 베트남 쪽 심사위원들도 순수해야 할 아이들이 너무 쉽게 남의 생각을 자기 생각인 것처럼 위장한다며 아쉬워했다.

준석과 은서처럼 표절 전과()를 지닌 이 땅의 소년 소녀들에게 이 말을 던지고 싶다.

모르면 쓰지 마라.
모르는 걸, 아는 척 쓰지 마라.
너의 논리로 소화한 다음에 써라.


글쓰기의 제1원칙으로 삼아도 될 만한 이야기다. 거창하게 ‘윤리적 글쓰기’를 들먹일 마음은 없다. ‘솔직함’은 좋은 글쓰기의 으뜸 미덕이다. 남의 생각에서 나온 표현이나 논리로는, 결코 솔직한 글쓰기가 나올 수 없다. 어쩌면 절도와도 같다. 모르면, 쓰지 마라.

아빠는 그 원칙을 실천한 편이었다고 자부한다. 아빠는 원래 어려운 이야기는 딱 질색이다. 웬만해선 골치 아픈 말을 으스대며 늘어놓지 않겠다는 신조로 살아왔다. 덕분에 남의 글 베껴놓고 고민할 일도 없었다. 표절 때문에 공직에서 사퇴한 사람도 꽤 된단다. 곤혹을 치른 소설가도 많고. 요즘 개봉한 영화 <베스트셀러>는 표절 의혹을 받은 어느 소설가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만든 거란다. 나중에 관람 적령기(!)가 되면 꼭 보기 바란다. 표절 때문에 별별 사건이 다 생기거든.

아무튼 준석에게 천안함 사태에 관해 다시 쓰라고 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누군가의 입장

이번에 천안함 사건에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다. '어떻게 폭발하였나?' 등등, 하지만, 이럴 때 누군가의 입장을 살펴보도록 하자. '새'들 같은 경우, 뭘 했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지 상상해 보자는 것이다. 물론 새에게 물어봐야 제대로 알 수 있겠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상상해 보자.

그때 사건이 터지고 만 날은 3월 26일, 백령도 해안가에서 일어난 침몰 사건이었다. 그 때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새라면 단연 '갈매기'를 꼽겠다. 바다 주위에서 어슬렁거리며 먹이를 주워먹는 녀석이니까. 매일 날개를 펴며 바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갈매기라면 당연히 그 때 침몰 사건 때 느낌이 왔을 것. '갈매기야, 그 때 넌 뭔가 느꼈니?' 하지만 갈매기는 '꽈아오~' 하며 헛날개질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상상해서, 생각해서 써 볼 수밖에 없다. 갈매기들이 천안함이 폭발하기 전에 바다에 무언가 있는지 예상하거나, 천안함이 폭발할 것을 예상하거나 그랬던 건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것이 폭발했을 때는 다들 날개를 파다닥 거리며 날았을 것이다. 놀라는 백령도 주민과 호흡을 맞추어 가면서. 아마 그들이 할 말은 그때 '으악! 도망가자!' 로 예상한다.

갈매기들은 아마 천안함이 부수어진 원인을 알지도 모르지만 입을 열지를 않는다. 하여튼, 천안함이 침몰할 때 갈매기들도 무섭지 않았을까? 바다에서 먹이를 잡아먹다 화들짝 놀라 '위험하다!' 느끼고 파다닥 파다닥 날개짓을 하며 달아나는 갈매기들도 있었을 테고, 그 근처애 있다가 갑자기 달아나는 갈매기들도 있었을 것이다. 백령도 주민들의 장단에 맞추어서.

2010. 5. 7

쓰고 싶은 글만 쓰며 살 수는 없겠지

뭐냐, 이건! 무슨 갈매기 똥 싸는 소리란 말이냐.

지지난주 이 칼럼에서, 은서는 새똥 맞은 이야기를 쓴 뒤 새의 입장에서 두 번째 글을 썼다. 아니, 준석이도 천안함에 관한 마땅찮은 첫 글 이후 백령도 새의 입장에서 두 번째 글을 쓴 셈이 됐다. 안타깝게도 준석이 글에 등장하는 “‘꽈아오~’ 하며 헛날개질을 할 뿐”이라는 문장처럼 새떼의 입장에서 풀어간 글은 ‘헛날개짓’이 된 듯해 안타깝다.

드디어 준석이도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매너리즘(타성)에 빠진 건가. 타박을 하려 하자 오히려 대들 기세다. “아빠, 글이란 건 쓰고 싶을 때 써야 잘 써져요. 근데 아빠가 쓰라 쓰라 하니까 좋은 글이 안 나와요. 그춰도 어려운 주제잖아요.”

인정한다. 다만 절반만 인정한다. 글을 쓰고 싶을 때만 쓸 수 없다. 특이하거나 재밌는 경험을 하고, 그걸 딱딱 글로 풀 영감이 올 때만 글을 쓰게 되고, 더더욱 그걸로 돈도 번다면 무진장 행복하겠지. 인생을 살다 보면 마음에 안 내켜도 글을 써야만 하는 때가 있다. 성인이 되어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좀 더 잘하기 위해 교육을 자청해서 받는 것은 다 그런 이유다. 때로는 머리를 쥐어짜 억지로 써야 한다. 강제로 아이디어 캐내야 한다. 지금은 힘들지만, 미리 훈련 좀 하면 유익하지 않겠니? 자꾸 쓰면서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피하는 법을 익히면 어떤 글이 좋고 어떤 글이 재미없는지, 그 감을 조금은 얻게 된다.

다음으로 은서의 글을 보자. 지난주 칼럼에서 밝혔듯, 천안함 사태에 관해 처음 쓴 글은 엽기적이고 황당했다. “돌아가신 분이 무려 46명이나 됩니다. 46명이면 그 크고 무거운 오토바이를 들을 수 있는 수입니다. (중략) 그곳에 계셔서 행복하십니까? 슬프십니까? 저 같으면 슬펐겠습니다” 등등. 어처구니없는 표현들이 너무 많았다. 두 번째 쓴 글은 꽤 차분해졌다.

천안함에서 돌아가신 군인 아저씨들게

안녕하세요? 저는 고양시에 사는 고은서라고 해요.

저는 이번에 돌아가신 분들을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 길 기원하며 이 편지를 보내요.

천안함이 침몰한 사건으로 돌아가신 분이 무려 46명이나 된다고 해어요. 46명이면 정말 큰 수입니다. 그 정도 많은 수의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입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은 북한이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했을 수도 있어요.

침몰원인은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침몰원인이 나올 것입니다. 누군가가 천안함을 이상하게 했는지, 어딘가에 부딪혀서 침몰한 것인지.

천안함에서 바다에 빠진 분들을 구하신 구조자는 최원일, 김덕원, 이채권, 박연수, 김광보, 정다운, 박세준, 김병남, 김덕수, 오성탁, 김수길, 허순행, 김정운, 강봉철 등등의 구조자가 잇습니다. 무려 58명이나 되요.

그리고 저번 과학 실험 수유대 시간에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어요. 사실 전 그게 뭔지 몰랐어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묵념을 했습니다. 그래서 전 그냥 아이들을 따라서 같이 묵념을 했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께 학교에서 사이렌이 울렸다고 하니까, 사이렌이 울린 이유가 천안함 침몰사건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 사건이 얼마나 크게 터졌으면 학교에서까지 사이렌이 울렸을까?

돌아가신 군인 아저씨들께서도 슬퍼하시는 가족들, 애인들, 친구들을 보면 정말 너무 슬플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슬퍼하는 사람들을 보면 죽은 것이 미안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전 남자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남자로 태어난다면 군대에 가야 하고, 또한 군대에 가서 죽을 수 도 있기 때문이에요.

군인 아저씨도, 남자로 태어나질 말껄. 이라는 생각도 들 것 같습니다. 남자로 태어나서 군대 가서, 결국은 죽어서 어머니, 아버지의 얼굴을 못 보니까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럼, 안녕히계세요.

2010년 05월 1일 토요일
고은서 올림

천안함에서 바다에 빠진 분들을 구하신 분들이 최원일, 김덕원 등 58명이라고? 그분들은 생존자겠지. 두 번째 글은 차분한데, 지나치게 반듯하다. 추모사에 위트나 재치를 바라는 게 무리일 거다. 그럼에도 반짝이는 표현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은서, 너도 오빠처럼 매너리즘에 빠진 게냐?

은서는 천안함 사태에 관한 7행시도 지었다. 맨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가 천안함 사태에 관한 글을 준비시키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10자로 줄여서 말해보라고 하자 “7행시를 지으면 어떻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뭐냐, 이 맥락 없는 7행시는……

천안함이 만약에 침몰하지 않았더라면
안주를 먹으며
함성을 지르며 기뻐할 텐데
침만 흘리고 가족은 못 만나는구나.
몰래 몰래 가족들에게 가 볼려고 하지만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건빵을 가족들과 같이 먹는 것처럼 어렵다네.
2010. 5. 7

참으로 맥락이 없다. ‘안주를 먹으며’는 왜 나오는지, ‘침만 흘리고’라는 건 무슨 의미인지, 건빵이 튀어나온 이유는 뭔지……. 은서의 이 7행시를 본 준석도 작품을 급조해 내놓았다. “유치짱이다, 그게 무슨 7행시냐”라면서.

천안함 해군 아저씨들
안답니다.
함대를 지키시다가
침몰하는 중
몰랐던 사이에 일어난 죽음에 대한
사무친 슬픔과 억울함은
건강하신 당신의 부모님도 마찬가지란 것을요.

다음엔 거대담론에 밀리지 말자

준석이의 7행시가 훨씬 자연스럽긴 하다. 은서는 아직 언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각이 모자란다. 은서가 준석에게 배울 구석이다. 이번 천안함 사태에 관한 준석의 글 중에서는 이 7행시가 가장 나았다. 나머지는 실패작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천안함 사태라는 주제가 아이들에겐 버거웠다.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의 침몰은, 그 배의 크기만큼이나 아이들에겐 거대한 1,200톤급 담론이었다. 그럼에도 가끔은 거대담론과 놀아야 한다. 크다고 주눅 들지 말고, 거대담론을 요리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글쟁이의 모습이다. 이번엔 쬐끔 실패했지만 괜찮다. 다음에 잘하면 된다. 까짓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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