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들의 터전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 - 『가난한 이의 살림집』
많은 이들이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들에 주목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한 저자의 수고로움에 감사한다.
2010.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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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의 북리뷰 기사에서 대충 훑어보고 책을 구해 놓고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밀쳐 둔 지 한참 만에 이 책을 펴들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느꼈던 먹먹한 감정이라니. 왜 좀 더 일찍 이 책을 읽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까지 들었다.
책을 읽기 전까진 표지와 저자의 약력만 보고 가난한 이들의 살림집과 그들의 일상을 다룬 감성적인 에세이일 거라고 지레짐작했다. TV 프로그램에 비유하자면 KBS의 <인간극장> 내지는 <현장르포 동행>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막상 읽어 보니 책이 전해 주는 느낌은 묵직하다. ‘가난한 이들의 터전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보고서’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근대 이후 급속한 변화에 따라 나타났다가 사라져 가는 가난한 이들의 거주 형태를 조목조목 정리한 글들을 읽고 있노라니 10여 년에 걸친 취재 기간과 5년의 집필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가끔 시골길을 지나다 보면 길거리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외주물집(노변 가옥)’이나 외따로 떨어진 마을(‘독가촌’)들이 그렇게 자리하게 된 데에 숨겨져 있는 사연과 맥락도 처음 알았다. 또한 흔히들 정겨운 풍경으로만 기억하는 분교와 간이역이 담당해 왔던 애초의 역할 역시 변화해 온 시대상을 가늠케 했다.
가장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대목은 ‘미관 주택’에 관한 것이었다.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도로를 향해 자리 잡은 알록달록한 주택들의 모습은 스쳐 지나가는 이의 눈에는 제법 낭만적으로 보였다. 그런데 그것이 군사 정권의 강력한 실천 의지였던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생겨난 것이라고 하니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남향집을 선호하는 우리 문화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보여지기 위해 북향으로 지어진 집들에서 살아야만 하는 이들의 불편함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게다.
허나 비루하고 볼품없다고 해도, 살고 있는 이들에겐 제 한 몸 누일 수 있던 안식처였을 게다. 많은 이들이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개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던 것들에 주목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한 저자의 수고로움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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