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시기에 읽어야 할 동화책을 찾아내는 것이 엄마의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령에 상관없는 책도 있다. 아직 의미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오감이 즐거운 책들이 그렇다.
대부분의 동화책에는 월령 표시가 되어 있다. 적당한 시기에 읽어야 할 동화책을 찾아내는 것이 엄마의 중요한 임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령에 상관없는 책도 있다. 아직 의미를 파악하긴 힘들지만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오감이 즐거운 책들이 그렇다. 그런 책들은 장난감을 대신하고도 남는다. 나는 많은 부분 월령을 무시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보여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작가 로버트 사부다(Robert Sabuda)의 팝업북이 대표할 만하다.
도현에게 맨 처음 펼쳐 준 로버트 사부다의 작품은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다. 5개월에 접어들었을 무렵인데 도현이는 정말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뜨며 어떤 장난감보다도 집중하며 빠져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 속에서 울창한 숲이 마법처럼 나타나고, 파란 지붕의 집 속에서는 커다란 앨리스가 거인처럼 끼어 있다. 뚝딱뚝딱 앨리스의 하얀 티테이블이 차려지고 핑크색 포커 카드가 무지개처럼 솟아오른다. 메인 팝업 옆에 딸린 미니 팝업은 또 얼마나 섬세하고 구조적인지 보고 또 봐도 신나고 재미있다. 이렇듯 어른이 봐도 신기할 만큼 화려하게 펼쳐지는 팝업북이 어린 도현에게 환상적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지사다. 그 뒤로도 도현이는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에 열광한다. 크리스마스에 사준 『The 12Days of Christmas』와 국내에 『공룡의 비밀』로 출간된 『Dinosaurs』도 아들의 중요한 북 리스트에 올라 있다.
미국에 ‘칼 데콧 상’이 있다면 영국에는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이 있다. 모두 일러스트레이션이 훌륭한 작품에 주는 저명한 도서상이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1999년에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전문가도 인정한 좋은 그림이며 작품이란 소리다. 로버트 사부다는 어려서부터 두꺼운 종이를 접었다 펴며 카드 만들기를 좋아했고 여덟 살에는 자신만의 팝업 카드를 만들어 주변 친구들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도현이는 가끔 나에게 묻는다. ‘엄마, 내가 커서 무슨 일을 하면 좋겠어?’라고. 그럴 때마다 나는 도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해 준다. 진심이다. 로버트 사부다도 어려서부터 자신이 좋아했던 일에 열중했기 때문에 팝업의 왕이란 칭송을 받고 있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든 책에는 만든 이의 마음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그의 열정이 담긴 팝업북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귀여운 팝업북을 만들고 싶다. 로버트 사부다는 친절하게도 아이들이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자신의 사이트 www.robertsabuda.com/popmakesimple.asp를 통해 팝업의 전개도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있다. 알면 알수록 마음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비룡소 문학상이 4년 만의 대상 수상작과 함께 돌아왔다. 새 학교에 새 반, 새 친구들까지!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처음’을 맞이하고 있는 1학년 어린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섬세한 시선이 눈부신 작품. 다가오는 봄, 여전히 교실이 낯설고 어색한 친구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응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