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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와 그 ‘신하’들

『어린 왕자』와 부속도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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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는 망명지 뉴욕에서『어린 왕자』를 썼다. “『어린 왕자』는 1942년 미국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주문 생산된 작품이다.

어려서 읽은 것은 손바닥만 한 ‘영한대역’ 『어린 왕자』였다. (『어린 왕자』는 영어판과 불어판이 거의 동시에 나왔기에 영어로 된 『어린 왕자』는 일정한 ‘지분’이 있다.) 나는 당연히 우리말로 된 부분만 읽었다. 작은형이 영어독해력을 늘리고자 장만한 『어린 왕자』의 ‘국역’ 내용은 대부분 잊었다. 책을 읽고 나서 한참 후, 어린 왕자의 프랑스어 ‘어린’과 프랑스어 소시민의 ‘소’가 같다(petit)는 걸 알고 ‘그렇군!’ 했던 기억이 오히려 또렷하다.

 

 

이번에 읽은 『어린 왕자』(문학동네, 2007)는 김화영 교수가 옮겼다. 우선 작가의 긴 이름이 눈길을 모은다. 앙투안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Exupery, 1900-1944). ‘생텍스’는 작가의 애칭이다. ‘토니오’라고도 한다. 아무리 전에 읽은 것의 기억이 흐릿해도 『어린 왕자』의 아이콘인 “코끼리를 삼키고서 소화시키는 보아구렁이를 그린” 삽화마저 잊을 순 없었다.

“그게 바로 바오밥나무의 씨였다. 그 별의 땅에는 온통 바오밥나무 씨가 널려 있었다. 그런데 바오밥나무란 자칫 손을 늦게 쓰면 영영 없앨 수 없게 된다. 그놈은 별 전체를 다 차지하면서 그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어놓는 것이다. 그래서 별은 작은데 바오밥나무가 너무 많게 되면 별이 산산조각나고 마는 것이다.”

어린 왕자의 ‘왕국’ 혹은 ‘주거지’ B612호 소혹성을 위협하는 바오밥나무의 존재감을 예전엔 실감하지 못했다. 여행사진가 신미식의 포토에세이 『나는 사진쟁이다』(푸른솔, 2007)에서 실물을 보고 나서야 ‘위용’을 알 수 있었다. 마다가스카르의 바오밥나무들은 크기도 엄청나거니와 잔가지 없이 곧게 뻗은 매끈하고 굵직한 몸통이 인상적이었다.

‘길들인다’와 ‘간단한 비밀’은 길을 나선 어린 왕자가 일곱 번째 행선지에서 만난 여우가 들려준 ‘철학’이다. ‘길들인다’는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 너는 영원히 책임이 있는 거야. 너는 네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

뒤표지 커버에도 있는 여우가 왕자에게 들려준 비밀은 105쪽에 나온다. “그럼 비밀을 가르쳐줄게. 아주 간단한 거야. 오직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인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다음은 내 눈에 띈 구절이다. “해가 뜰 무렵이면 모래가 꿀 빛깔이 된다.” 이 책은 권말의 ‘생텍쥐페리 연보’ 말고는 별다른 군말이 없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김화영의 『어린 왕자를 찾아서』(문학동네, 2007)는 단행본 ‘역자 후기’다. 프랑스에서 불어판이 출간된 1946년을 기준 삼아도 『어린 왕자』는 환갑이 훨씬 넘었다. “그러나 어린 왕자는 늙지 않는다. 그것이 ‘어린’ 왕자의 본질적 의미인 동시에 존재 이유다. 어린 왕자는 영원히 어리고 영원히 변함없는 순수함의 광채로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사막의 샘물처럼 되살아난다.”

『어린 왕자』는 출판 기록을 몇 가지 보유하고 있다. 먼저 160개 국어로 옮겨졌다. “최근에는 남부 아프리카의 쇼사어 번역이 나왔다.” 8,000만 부가 팔린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무단번역과 해적판을 합하면 “일억 부를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1,100만 부에 이르는 프랑스에서의 판매량은 “단일 책으로는 최고의 기록이다.”

한편 “『어린 왕자』는 글로 쓴 ‘이야기’가 저자의 독특한 ‘그림’과 하나의 유기적인 전체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그 특징인 동시에 매력이다.” 이를 2006년 갈리마르 판 생텍쥐페리 『데생집』 편집자 알방 스리지에는 다음과 같이 부연한다. 생텍쥐페리의 “데생은 그의 우화의 가장 귀중한 보조물이 되어 사물과 존재들에 던지는 순진한 시선, 내면적인 울림이 풍부한 진정한 시선을 억압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우리들 저마다가 해방될 것을 권유하는 것이다.”

생텍쥐페리는 망명지 뉴욕에서 『어린 왕자』를 썼다. “『어린 왕자』는 1942년 미국 어린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주문 생산된 작품이다. 생텍스가 그때 미국에 있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의 출판사, 에이전트, 번역자가 강권하지 않았다면 결코 이 작품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올리비에 다게)

생텍쥐페리는 1943년 3월, 뉴욕에서 영어로 먼저 출판된 『어린 왕자』를 두 사람한테 바쳤다. 눈에 보이는 헌사는 “레옹 베르트에게”다. 그는 22년 연상의 친구로 작가 겸 평론가다. 레옹 베르트에게 책을 바치는 세 번째 이유는 친구가 유대인이기 때문이다. “그 어른이 지금 프랑스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 춥고 배고픈 처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생텍쥐페리가 마음속으로 『어린 왕자』를 바친 대상은 그의 아내 콘수엘로다. 생텍스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서 누구를 위해 『어린 왕자』를 썼는지 밝혔다. “알다시피 장미는 바로 당신이야. 내가 당신을 항상 돌봐주지는 못했지만 나는 늘 당신이 예쁘다고 생각했소.”

 

 

김화영은 “『어린 왕자』가 비교적 단순하지만 정교한 환유(換喩, metonymie)의 연쇄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수사학에서 흔히 말하는 ‘환유’는 하나의 현실 A를 가리키는 낱말이 실제로든 생각으로든 인접성, 공존성, 의존성의 상관관계에 의하여 현실 B를 대신할 때 그 관계의 비유방식을 두고 하는 말이다.”

『어린 왕자』의 환유체계는 모자, 상자 속의 양, 어린 왕자의 별, 꽃이 홀로 남아 있는 별, 어딘가에 우물이 있는 사막, 보물이 감춰진 오래된 집으로 짜여 있다. 김화영 교수가 본문에선 생략했지만, 각주를 통해 보충한 바오밥나무의 상징은 이렇다. “바오밥나무는 작자가 멀리 두고 온 유럽을 휩쓸고 있는 독일 나치즘의 상징이라는 몇몇 해석자들의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불문학자 민희식 선생이 번역한 『어린 왕자-해설판』(문학출판사, 1986)에는 역자의 「어린 왕자의 심층분석」이 실렸다. 약간 무겁게 읽히는 ‘심층분석’은 『어린 왕자』를 조목조목 ‘다시’ 해석한다. 본문을 앞세우거나 뒤세운 다음, 분석을 시도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지구는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별이 아니다! 그곳에는 1백11명의 왕과(물론 흑인 왕도 포함해서), 7천 명의 지리학자와 90만 명의 실업가와 7백50만 명의 술꾼과, 3억 1천1백만 명의 허영장이, 다시 말해서 거의 20억 가량의 어른들이 살고 있다.”(p. 58)

그리고 이에 대한 분석이 뒤따른다. “정확한 통계에 의한 듯이 표현된 이 가공(架空)의 거대한 숫자의 나열은 저 유명한 16세기의 풍자작가 라블레를 연상케 한다. 그런데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별이 아닌’ 지구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는 특별난 다른 것이 있는 게 아니다. 왕, 지리학자, 실업가, 술꾼, 허영장이, 점등인 등 어린 왕자가 이제까지 만나고 온 어른들이 숫자만 몇 천 배, 몇 억 배로 늘어나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지구는 이제까지의 소혹성들과 이질적(異質的)인 존재가 아니라, 단순히 그들의 수량적 확대일 뿐이다. 그래서 소혹성에서는 점등인 하나가 밤에 한번 가로등에 불을 켰다가 아침이면 끄게 되지만 지구에서는 대지의 위치에 따라 점등하는 시간에 차이가 있다. 수많은 점등인들은 각기의 대륙에서 점등 순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차례차례로 가로등에 불을 켜면서 화려한 불꽃의 춤을 추는 것이었다.”

 

 

일본 동화작가 요시다 히로시의 『어린 왕자의 수수께끼가 풀린다-생텍쥐페리가 우리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가연 옮김, 조미디어, 2006)는 다소 자의적이다. “왜 주인공은 ‘왕자’여야만 했을까?” 요시다 히로시는 동화작가의 관점에서 답을 구한다. “어른의 비판정신을 겸비하면서도 순진함을 잃지 않는 존재는 ‘어린 왕자’밖에 없”기 때문이란다.

또 “왜 ‘어린 왕자’에게는 이름이 없을까?” 이를 요시다 히로시는 “구체적인 이름을 붙임으로써 후에 (등장)인물의 모델이 누굴까 궁금해 하는 독자들에게 잘못된 힌트를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어떤 면은 부정확하다. “생텍스는 이 작품을 어린 시절의 친구에게 바쳤는데”가 그렇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어린 소년이었을 때의 레옹 베르트에게” 헌정했다.

때로 그의 수수께끼 풀이는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든다. 어린 왕자가 양을 매 놓을 고삐는 필요 없다고 말한 까닭을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대한 항의인 동시에 획일적인 관리사상에 대한 부정”이라고 보는 건 확대해석이 아닐는지.

 

 

 

장 피에르 다비트의 『다시 만난 어린 왕자』(김정란 옮김, 이레, 1998)는 생텍쥐페리가 남겨둔 ‘여지’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어린 왕자와 재회하기 위해 『어린 왕자』의 마지막 페이지로 되돌아간다. 이 때 길은 끝난 곳에서 다시 시작된다는 말은 ‘참’이다.

“만일 금발머리를 가진 어떤 사내아이 하나가 당신에게 다가와 미소를 지어 보인다면, 그리고 말을 건네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그 아이가 누군지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 제게 친절을 베풀어 주십시오, 날 이토록 슬픔에 잠겨 있게 내버려 두지 마시고 그 아이가 돌아왔다고 편지를 써서 알려 주십시오….”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이러한 생텍스의 간절한 바람에 대한 장 피에르 다비트의 응답이다. 미얀마의 아라칸 연안 평야에 있는 ‘키욕퓨’를 찾아 나선 ‘안방 모험가’는 얻어 탄 낡은 화물선이 거센 폭풍을 만나 안다남 해의 작은 섬에 표류한다. 그는 거기서 어린 왕자를 만난다. “아저씬 호랑이 사냥꾼이야?”

『어린 왕자』의 적극적인 패러디물은 원전(原典)에 비하면 즉물적이다. 아무래도 원전을 읽을 때만큼의 긴장감은 요구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린 왕자가 “중간 정도의 크기를 가진 별”에서 만난 온통 초록색으로 치장한 남자의 ‘색깔론’은 매우 불편했다.

어린 왕자가 들른 또 다른 별에 사는 환경주의자는 경직된 사고와 행동을 보인다. 자이나교의 불살생을 본뜬 환경주의자의 행동거지는 우스꽝스럽다. 어린 왕자는 끝내 호랑이 사냥꾼을 만나지 못한다. 그 대신 만난 사자가 들려주는 “인간이란” 정말 “이상한 족속”이다.

“인간은 무엇이든 굴복시키지 않으면 직성이 풀리질 않아. 자기들끼리도 그래.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조직되고, 정리되고, 구획되고, 합리화되어야만 해. 사실은, 자기 자신도 통제할 능력이 없는 주제에 말야. 인간은 자기 생각만 하면서, 가장 추악한 잔혹행위들을 저지르지. 이렇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교만이 숨어 있어. 인간은 자기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다시 만난 어린 왕자』는 우리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내가 이 글을 쓰려고 구입한 2007년 11월 20일 발행의 그 책은 1판 25쇄다. “그게 뭐가 중요해?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땐, 집은 언제나 여기 있는 걸. 그는 가슴이 뛰고 있는 곳에 손을 올려놓고 철학자처럼 말했습니다.” 이 대목만으로도 어린 왕자와의 재회는 뜻 깊다.

 

 

 

나는 ‘돌아온’ 어린 왕자도 반가웠다. 만화가 김태권의 『어린 왕자의 귀환-신자유주의(의) 우주에서 살아남는 법』(돌베개, 2009)은 『어린 왕자』의 틀을 가져와 신자유주의 시대의 고단하고 팍팍한 현실을 빗댄다. 예의 작가의 재치가 빛난다. “서민을위○○○는없다.” (229쪽의 핵심어는 선거법 위반으로 엮일 수도 있어 드러내지 않음. 아니, 그렇게 못함.)

“나는 이 책에서 우리 시대의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 ‘자연스러운’ 경제 논리를 정치적 논리로 재단하지 말라는 참견과 명령을, 우리는 자주 듣는다. 시장원리는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이데올로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아닐까? ‘보이지 않는 손’은 ‘겉보기와 달리’ 가치중립적이지 않다.”(「작가의 말」)

“사회의 모순적 상황들을 유쾌한 풍자로 비꼬는 이야기, 그리고 그 황당함을 직면하며 난감해하는 주인공들은 김태권 만화 최고의 필살기. 브레이크가 고장난 상태로 전속력으로 달려가느라 바쁜 자본주의 과잉 사회에서, 이 앞은 절벽이라고 딴지를 거는 작업에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하다. 5시에 책이 배달된다면 4시부터 설렐 책.”(만화평론가 김낙호)

 

 

레옹 베르트의 『생텍쥐페리에 대한 추억』(양영란 옮김, 끌리오, 1999)은 절판도서다. 내가 인터넷 헌책방에서 산 첫 책이다. 주문한 이튿날 책이 왔는데, 참 좋다. 내 맘에 쏙 든다. 레옹 베르트와 생텍쥐페리는 또 하나의 ‘놀라운’ 우정 커플이다. 두 사람은 친구간의 나이 차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 한마디의 말. 일종의 재치 문답이었으나 그보다는 덜 형식적이면서 훨씬 자유스러운 화법. 하지만 이 말을 글자로 옮긴다는 것은 우정을 배반하는 행위이다. 주고받았던 말은 글로 옮겨 적지 말아야 한다.”(레옹 베르트, 1940년 10월 15일 일기)

“그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그는 내 젊음을 되찾아주었다. 내가 젊음을 잃고 쩔쩔맬 때 그는 새로운 젊음을 내게 선사한 것이다.(레옹 베르트, 1940년 11월 16일 일기)

“레옹 베르트 그리고 쉬잔, 나를 당신들과 같은 행성에서 살게 해준 축복받은 우연 덕분에 늘 기쁩니다. 게다가 동시대에 살 수 있으니 더욱 고마운 우연이지요! 우주에 떠다니는 그 엄청난 별들과 끝없는 시간들을 생각해 본다면, 그건 거의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일어나기 힘든 우연이지요.”(토니오의 편지)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 때 진정한 우정을 깨달을 수 있다.”(생텍쥐페리) 그리고 “생텍쥐페리의 우정에는 체면을 차리기 위한 점잔빼기는 없다. 그의 우정은 친구가 내심 털어놓고 싶어하면서도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애써 감추려 드는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는다.”

“우정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두 사람이 있어야 한다. 독일군 점령 치하에서 그가 대서양 너머에까지 들리도록 나에 대한 우정을 큰소리로 외친 것은, 자신의 충실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공개하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생텍쥐페리-지상의 어린 왕자』(나탈리 데 발리에르 지음, 김병욱 옮김, 시공사, 2000)는 화보가 풍성한 작가의 전기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로 출간된 이 책의 저자는 생텍쥐페리의 종손녀다. 그런 인척관계 덕분에 생텍스의 생애와 작품에 관해 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생텍스의 풀 네임, 정말 길다. “금세기 첫해 초여름, 앙투안 장 밥티스트 마리 로제 드 생텍쥐페리는 리옹에서 태어난다.”

『어린 왕자』 관련 내용은 생각보다 적은데, 지혜로운 여우의 모델은 생텍스의 여자 친구 실비아 라인하르트다. “별을 보고 길을 찾는 모든 이들과 비행사들의 책들 틈에서 『어린 왕자』 같은 동화가 아직 튀어나올 수 있는 것이라면, 그림 형제가 없다고 슬퍼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메리 포핀스』의 저자 P. L. 트래버스)

“언제나 생텍쥐페리는 원고를 늦게 보내곤 했다. 일단 원고가 작성되면 파리로 전화를 걸어 속기타자수에게 불러주었다. 언젠가는 여타자수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편집장이 놀라 저자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 아가씨는 리포터가 보낸 글의 아름다움에 감동하여 한 문장씩 타자해 나가는 동안 눈물을 멈출 수 없었노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생텍쥐페리는 우정을 매우 중요시했다. “오랜 친구는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생텍스의 작품을 독점 출판한 갈리마르 출판사의 단순한 표지장정이 어딘지 눈에 익다. 지금은 절판된 어느 출판사의 총서시리즈 표지가 이와 비슷했다. 설마 베꼈었나? 아무튼 내가 보기에 한국판 어린 왕자는 프로야구계의 김원형 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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