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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청춘, 젊음에 답하다” - 『책에 미친 청춘』 김애리

‘천 권의 책에 인생을 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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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분야를 가로지르며, 1,000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지금도 한해 200권의 책을 읽고 있단다. 가방 가득 책을 넣고 독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일주일에 사흘 이상 잠을 줄여 가며 미친 듯이 책과 연애를 한다는, 정말로 책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당신에게 책 읽기란 어떤 의미인가?

리더leader는 곧 리더reader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위대한 사람들은 독서가였고 책으로 자신을 경영하였다. 실제로 수많은 거부를 비롯하여 정치가, 문학가, CEO, 예술가, 경제학자들은 독서를 단순히 취미 수준으로 여긴 것이 아니라 생존방법으로 받아들이며 훗날 세상을 움직일 위대한 사람이 될 내공을 쌓았다.(p.378)

과거에 이름 깨나 떨쳤던 사람들은, 꼭 한번씩 책에 대한 명언을 남긴 듯하다. 마치 ‘아름다운 서재’ 소개 글에 올릴 법한 말이다. ‘책이란 무엇인가?’ ‘독서란 무엇인가?’ 가끔 저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 곤혹스러워하는 분들도 종종 있다. 언뜻 거창해 보이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물으면 금세 대답이 흘러나온다. ‘당신에게 책 읽기란 어떤 의미인가?’ ‘책이 당신에게 무엇을 주는가?’ 책을 좋아한다면, 책이 무언가 나를 변화시킨 게 있(는 것도 같)다면 이런 질문, 한번쯤 스스로에게 해볼 법도 하다.

헤르만 헤세는 ‘인간의 정신이 만들어 낸 수많은 세계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은 책의 세계’라고 했고, 메콜리는 ‘책 없는 백만장자가 되느니보다 차라리 책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거지가 되는 것이 한결 낫다’고 말했다. ‘처음 책을 읽을 때에는 한 사람의 친구와 알게 되고, 두 번째 읽을 때에는 옛 친구를 만난다’는 공감 가는 말은 중국 속담에 있는 말이고, 책에 관련된 명언 중 피식 웃음 짓게 하는 말은 루키아노스의 이 말이 아닌가 싶다. ‘책을 갖는 것이 교양의 증거가 된다면 좋다. 그렇다면 많은 책을 가진 책방 주인과 누가 경쟁하겠는가?’ 당신에게는 어떤가?

정말이지 이렇게 수많은 현자들이 동의 표를 던진 말이니, ‘책 속에 굉장한 게 있다’는 말은, 정녕 믿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기, 그 ‘말씀’에 절대 동의를 표하고, 추천을 더하고 거기다 신봉까지 한다는 열혈 청춘 독서가가 있다. 『책에 미친 청춘』의 저자 김애리다.

그녀, 아직 이십 대다. 친구들이 연예인에 열광할 때 책에서 오려 낸 작가 사진을 지니고 다녔고, 아이돌 가수의 신곡보다 릴케의 연애편지를 더 궁금해 하며 십 대를 보냈단다. 그뿐이랴. 10년 동안 분야를 가로지르며, 1,000권 이상의 책을 읽었고, 지금도 한해 200권의 책을 읽고 있단다. 가방 가득 책을 넣고 독서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일주일에 사흘 이상 잠을 줄여 가며 미친 듯이 책과 연애를 한다는, 정말로 책 좋아하는 사람이 여기 있다.

‘천 권의 책에 인생을 묻겠다’는 말은 청춘으로서 책 위에 던진 출사표다. 책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읽을지 고민하는 사람을 위해 한 권의 책에 200여 권의 정수를 모았다.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청춘에 대한 배반’이라고 외치며, 청춘의 고민을 책에서 찾고자 질문을 던지고, 많은 책 사이에서 주옥같은 대답들을 찾아 모았다.

그리고 우리, 지난 4월의 어느 날, 홍대 아늑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화 통화를 하며 상상한 얼굴보다 영(young)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며 배시시 웃었다. 책에 대한 편한 수다를 나눴다. 물론, 정중하게 묻고 답했지만, 재잘재잘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받던 이날의 분위기를 살려 말끝을 줄였다. 봄은 오지 않을 것만 같이 바람만 불어 대던 4월의 어느 날, 책에 미친 청춘과 책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시대 청춘들, 무슨 고민을 하나?

좌절하고 있는 젊음의 생존법은 과연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독서라고 감히 단언한다.(p.5)



우선, 이 책.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 궁금해.

“살다가 힘들거나 막막한 일이 있을 때마다 책을 펼쳐 봐. 요즘 이십 대들을 표현하는 말을 보면, ‘88만 원 세대’ ‘3無세대’(돈, 집, 결혼이 없는 세대) ‘불안 세대’ 등 희망 없는 단어들뿐이잖아. 좀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책 속에 희망이 있고, 책 속에 우리가 찾으려는 진리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어.”

책을 내고 나니 어때?

“사실 나도 아직 어려서, 이러쿵저러쿵 책에 대해 말하는 게 망설여지긴 했어. 그래서 내 얘기를 하기보다는 책 속에 다른 책들, 저자들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을 선택했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니까 부담이 없더라고. 내 얘길 늘어놓으면, ‘인생을 얼마나 살아 봤다고!’ 이런 얘기가 나올 것 아냐.(웃음) 다른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주옥같은 명언들, 그런 것들이 조합된 책이라서 쓸 때 부담이 덜했지.”

주변 반응은 어때?

“책날개에 이메일을 적어 뒀더니, 메일이 많이 와. 흥미로운 건, 이십 대 독자들도 메일을 주지만, 사십 대, 오십 대 독자들의 메일이 많이 온다는 거야. 어떻게 사십 대스러운 글을 썼느냐. 내가 노티 나게 글을 썼는지, 그런 걸 의아해 하는 분이 많더라고.”

응. 서평 같은 데 봐도, 저자가 이십 대라는 사실이 화제가 되는 것 같아. ‘10년 동안 천 권’이라는 경력을 보고, ‘나는 그동안 뭐했나’ 하는 반성문식 리뷰도 있더라.(웃음) 그런데 이 책, 도서 에세이라기보다는, 자기계발 서적 같았어. 청춘에게 꿈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책을 선정했고, 그 메시지를 삶에 적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더라고.

“시중에 북 에세이가 많이 나오잖아. 나는 단순히 서평이나 독후감이 아니라 책 속의 구절로 깨달음을 전해 주고 싶었어. 책 내용을 객관적 입장에서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38권의 책들, 어떻게 추린 목록이야?

“일단 다섯 개의 파트로 나눴고, 성공, 사랑, 결혼 등등 청춘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골랐어. 각 대학 도서관에 찾아가서, 대출 도서 순위를 뽑아 보고, 주제에 부합되는 책을 나름대로 선정하기도 했어. 서울대나 각 대학 추천 도서 목록도 참고했고.”

혹시 책 목록을 짜면서 고민했던 책은 없었어? 넣을까 말까 마지막으로 고민했던 책이 있다면?

“맨 마지막 파트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야.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정말 좋아해! 프랑스 작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인데, 앉은 자리에서 두세 번은 읽은 기억이 나. 꽤 충격적인 독서 경험이라, 꼭 소개하고 싶었는데 출판사 쪽에서 외설적인 소설이라고 만류하더라고.(웃음) 그래도 청춘들이 읽을 책인데 말이야.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긴 했지.”

결국은 넣었네. 이 말을 들으면 사람들이 『단순한 열정』을 더 찾아볼 것 같은데?(웃음) 꼭 넣고 싶었는데 못 넣은 책은 혹시 없었어?

『무진기행』이라든지 『내 이름은 빨강』 같은 소설들. 정말 좋은 작품인데, 주제가 명확하게 분류될 만한 것이 아니라서 못 넣었지.”

『책에 미친 청춘』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이 단순히 고전만이 아니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문학이나 에세이 등 장르를 두루 걸치고 있다는 점도 매력인 것 같아.

“고전만 넣기에는 딱딱한 감이 있어서. 이 책의 목록들은, ‘이 시대 청춘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고민을 하면서 살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들이거든. 여행이라는 분야도 청춘들이 관심 많은 분야잖아. 그래서 여행기도 넣었고, 성공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 같아서, 한비야, 앤서니 라빈스의 자기계발서도 포함시켰지.”

그래. 쓰고 보니, 청춘들이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 것 같아?

“나도 청춘이지만, 예전에는 ‘청춘’ 하면 낭만, 객기 이런 단어랑 동일시되었잖아. 요즘 청춘은 너무 치열한 것 같아. 먹고살기도 힘들고 하다 보니 고민도 많고. 이 책을 준비하면서 도서관 대출 순위를 보면서 좀 놀랐어. 판타지나 토익 책이 상위 목록에 많더라고. 그게 꼭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배제시켜 두고, 독서가 단순한 처세술에 편?되어 있는 게 아닌가 싶었어.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한치 앞만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말야.”

이 책의 타깃이 이십 대인 것 같은데, 지금의 이십 대에게 김애리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라면 뭐가 있을까?

“단순한 처세 위주의 책이 아니라 평생 옆에 끼고 힘들 때마다 넘겨 볼 수 있는 책, 힘과 용기가 되어 주는 구절을 많이 담고 있는 책을 만들고자 했어. 실제로 독자들의 댓글을 보면, 인용한 구절들이 가슴에 와 닿는다는 얘기가 많더라고. 그런 걸 볼 때 뿌듯해. 인생의 이정표가 되어 줄 수 있는 명언과 구절이 담겨 있다는 점이 다른 책과 차별화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단순히 ‘성공해야 한다’ ‘앞서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라,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것들이 있잖아. 죽음이라든지, 나 자신에 이르는 길이라든지. 그런 부분을 다뤘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제목이 인상적이야. ‘책에 미친 청춘!’ 대학 시절, 누구나 꿈꾸는 로망 중의 하나인데.(웃음)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책을 썼어.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편집부 회의를 통과해 낸 제목이지.(웃음) 대학 가면 그런 생각하잖아. ‘대학 도서관의 책을 다 읽어볼 거야!’”

실제로는 어땠어? 대학 도서관의 책, 다 읽어 봤어?

“나는 중국에서 학교를 다녔어. 한국 책을 구하기가 힘들었지. 한인 교회나 학교 안에다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어. 그래도 200~300권이 전부였지. 유학생이나, 한국에 갔다 온 분들이 남긴 책으로 채워졌는데, 그 안의 책은 다 읽었어. 그럼 나, 도서관의 책은 다 읽었다고 할 수 있나?(웃음)”

중국에 있었으면, 한국어 책 구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겠는걸?

“한국 친구들 집이나 한인 교인들 집에 돌아다니면서 책 동냥을 하기도 하고, 인터넷으로 책 목록 적어서 한번 한국에 나왔을 때 왕창 사곤 했지. 한국 들어가시는 분들에게 부탁도 하고. 한국 대학원에 입학해서, 학교 도서관에 딱 왔는데, 수만 권의 책이 꽂혀 있는 걸 보니까 정말 좋더라! 그때 읽은 책으로 등록금을 다 뽑은 것 같아.”

책날개에 써 있는 소개가 재미있었어. ‘가방 가득 책을 짊어지고 독서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일주일에 사흘 이상 잠을 줄여가며 미친 듯이 책과의 연애를 즐긴다.’ 책과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 하나 소개해 준다면?

“책에 빠져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겪는 현상이겠지만, 활자 중독증에 걸린 적이 있어. 눈에 보이는 모든 글자를 읽어 내야 직성이 풀릴 때였지. 이러다 나중에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로 말이야. 지하철 전단이고 뭐고 보이는 건 다 강박적으로 읽어 댔어.”

원래 어렸을 때부터 읽는 걸 좋아했어?

“공부에 딱히 흥미를 갖지는 않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많이 읽긴 했어. 아버지가 책을 많이 읽으셨거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읽는 습관이 형성된 것 같아.”

글을 쓰면서 특별히 재미있었거나 애착이 갔던 부분이 있다면?

“마지막 5장, 사랑 얘기를 가장 빨리 몰입해서 쓴 것 같아. 사랑이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 독자들도 그 부분이 술술 잘 읽힌다고 하시더라고. 책 중에서는 피에르 신부님의 『단순한 기쁨』과 앤소니 드 멜로 신부님의 『깨어나십시오』. 이 책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이었는데, 공지영 작가가 자기 책에서 한 번 소개하면서 유명해졌어. 진짜 좋아하는 책이야.”

응. 나도 그 책은 꼭 읽어 보고 싶더라! 전부 주옥같은 책이겠지만, 본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책을 꼽는다면?

“평소에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아. 그중에서도 『죽음의 수용소에서』, 이 책을 꼽고 싶어. 일 년에 두 번씩 다시 읽는 책인데.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읽어.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빅터 프랭클이라는 신경정?과 의사가 쓴 유대인들과 함께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쓴 글이야. 건강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서, 유리 조각으로 면도를 하기도 하고,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와. 그런데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풀려났는데, 여동생을 제외한 가족이 몰살당했다는 소식까지 들어. 그 사람이 이런 얘길 해. ‘인간은 상황의 노예가 아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넓은 길이 있다’고. 신이 운명을 그렇게 줬다고 해도,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은 본인이라는 거지. 이 책이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아.”

가슴속에 슬픔 밖에 없는데 어떻게 웃으라 하시냐고 따지는 한 청년에게 틱낫한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자네의 슬픔에 웃어 주게나!”
자신의 슬픔에 진짜 미소를 보낸 남자, 빅터 프랭클. 삶이 던지는 질문 앞에 고민이나 말장난이 아닌 행동으로 답을 해야 한다는 빅터 프랭클은 고통에 일그러져 비틀대는 당신과 나에게, 휘청거리고 넘어져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단념하는 우리에게, 이제 이렇게 얘기한다.

당신의 인생을 두 번째로 살고 있는 것처럼 살아라. 당신은 첫 번째 인생을 형편없이 행동함으로써 망쳐버렸는데, 이제 두 번째 인생을 살면서 지난번의 과오를 지금 막 다시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행동하라.(p.127)



좋은 책, 나를 1퍼센트라도 변화시킬 수 있는 책

책 읽으면서 저자가 굉장히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 아닐까 생각했어. 실제 성격은 어때?

“하하. 전혀. 빈틈이 많지. 덜렁대고, 4차원이라는 소리도 들어.”

한 해 200여 권의 책을 읽는 비결이라면?

“일단 책을 좋아해야겠지. 책 읽는 시간을 즐기고, 나는 딱히 취미가 없어. 요새 고민하고 있는 일이기도 한데, 유일한 취미가 책 읽는 거야.”

아무래도 시간 관리를 잘해야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은데, 시간 관리는 어떻게 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려고 하지. 지하철 탈 때 책을 읽고, 예전에는 커피 끓이는 3분, 5분에도 책을 보려고 했었어. 요새는 책 쓰는 게 직업이 되다 보니까 오히려 전 같지 않아.”

정말 사나흘 잠도 안 자고 책을 읽어?

『삼국지』 같이 끝을 봐야 하는 책은 밤새 가면서 읽었지.”

열일곱 살에 본격적으로 책에 빠졌다고 했는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거야?

“내가 17살이 되던 해에 중국으로 갔어. 가까운 나라지만 환경도 다르고, 언어도 못했을 때였지. 그때부터 책에 빠져든 것 같아.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 때 몰래 꺼내서 소설책을 읽고, 하면서 말이야. 외로워서 그랬나?”

책을 읽을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게 있다면?

“소설에 나오는 장면 장면의 묘사는 소설가들이 피땀 흘려 쓴 대목들이잖아. 한 글자 한 글자 정독하려고 노력해. 소설은 표현법을 염두에 두는 반면, 그밖에 경제, 경영 서적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식으로 속독을 하지. 중간 중간 중요한 챕터만 골라 읽는 식으로 말이야.”

대각선으로 속독하는 기술 같은 거 있고 그런 건 아니지?(웃음)

“아, 속독, 배워 볼까 생각은 했어. 십 분 만에 다 읽고 그런 거!(웃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속독 배워 보고 싶었을 것 같아. 책을 읽고 달라진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

“음, 덜 외로워졌어.”

정말?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해. 볼테르가 그런 말을 했어. ‘어떤 슬픔도 한 시간에 독서로 풀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 구절이 와 닿더라고. 나도 그런 생활을 많이 했거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죽기 전까지 아무리 열심히 책을 읽어도 모든 책을 다 읽을 순 없잖아. 그 사실 자체만으로, 죽을 때까지 읽을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덜 외로워진다는 생각이 들었어.”

책을 읽을 땐 그렇지만, 책을 덮고 나면 또 외롭지 않나?

“가슴에 남는 구절이 있으면 계속 오래 남아. 그 구절이 입가에 맴돌거나 머리에 박혀. 그래서 책을 읽으면 단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두고두고 위안을 많이 받지. 특별히 외우려고 하는 건 아닌데, 좋은 구절은 적어 두고 되새기면서 자주 생각해.”

책을 정리하는 나름의 방법이 있어?

“베스트셀러나 평이 좋은 책이라도 나에게는 와 닿지 않는 책이 있잖아. 모든 책들에 대해 솔직해지려고 해. 이 책 평이 너무 좋고 언론이 극찬을 해도 와 닿지 않는 책은 나름대로 비판을 해. 나만의 비평집을 만든 달까, 솔직하게 책 감상을 정리하고 있어. 그리고 일 년에 한 번씩 내가 읽은 책 목록으로 통계를 내. 그러면 어떤 장르의 책을 가장 많이 읽었나, 알 수가 있지. 대게 소설이나 에세이가 많아.”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이라고 생각해?

“단 1퍼센트라도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책. 덮고 나서 끝나는 책이 아니라, 뭔가 진짜 내면에 변화를 유도하는 책 있잖아. 난 『깨어나십시오』가 그랬어. 진짜로 망치로 맞은 것 같은 기분이랄까! 슬픈 책은 아닌데, 눈물이 계속 나더라. 신부님이 슈렉 같이 귀엽게 생기셨단 말이지.(웃음) 책에서 그런 말을 반복해서 얘기해. ‘사람의 불행은 무지에서 비롯된다. 깨닫지 못한 데서 비롯된다. 우리 모두는 어떤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거짓된 삶을 벗어 던져라. 진짜 자신의 모습 그대로 살아라.’ 책에도 이런 구절을 언급했지. ‘이 세상에는 살아 숨 쉬는 시체가 너무 많다.’ 그 구절이 정말 인상 깊더라. 우리가 어쩌면 진짜 살아 숨 쉬는 시체처럼 사는 건 아닐까? 사는 시늉만 하는 건 아닐까?”

우리는 조건 없이 행복하기를 원치 않습니다. 내가 이러이러한 것을 소유할 여건을 상정해 놓고서 행복을 기대하는 겁니다. 사실상 그건 우리의 친구나 우리의 하나님, 혹은 어느 누구에게라도 “너는 나의 행복이다. 만일 내가 너를 갖지 못한다면 나는 행복해지기를 거부한다.”라는 얘기가 되는 겁니다. 이 점을 이해한다는 건 대단히 중요합니다. 우리는 단서가 붙지 않은 행복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조건 없이 행복해지기를 상상할 수가 없는 겁니다.
- 『깨어나십시오』 중에서(p.302)

그런 내면의 변화를 겪고 나서, 뭐가 달라졌어?

“그 구절이 항상 생생해. 나태해지려고 하거나 사는 게 힘들거나 막막하거나 지루하거나 할 때 그런 구절을 생각하는 거지. 어차피 지금 이 순간이 최상의 기회고 유일한 시간이라는 생각 말이야. 그 책으로 인해서 생긴 습관 중 하나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 「문학적 건망증」을 보면 이런 얘기가 나와. ‘기억하지 못하는 책은 안 읽은 책과 마찬가지’라고. 어떻게 생각해? 실제로 읽고도 다시 보면 새 책 같기만 한 책이 있잖아.

“맞아. 가끔은 내가 쓴 서평집을 들춰 보면서, ‘내가 이런 책을 읽은 적도 있나?’ 이런 생각도 해. 아무리 재미없는 책이라도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다 읽는 편이거든. 그런 책은 기억이 잘 안 나지. 머리로 읽지 말고 가슴으로 읽어야 하는데, 머리로만 읽으면 기억이 안 나.”

가슴으로 읽는다는 건?

“가슴을 움직이는 독서.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 같고, 깨달음이 있는 책. 나만을 위한 구절이 담긴 책들이 있잖아.”

책을 덮고도 조르바의 목소리가 방안 가득 울려 퍼지는 것 같다.
“제발 머리로만 살지 말고 가슴으로 살란 말이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라니까!”
조르바를 떠올리면 미소가 번진다. 지치고 힘들 때면 늘 조르바를 만나고 싶어진다. 조르바의 말마따나 불 질러 버려야 할 책을 통해서일지라도 그와 호흡하며 그의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고 싶어진다. 인생과의 정면 돌파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먹은 일, 하고 싶은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반드시 하고야 마는 이 노인?가 진정 사랑스럽다.(p.221)


책을 읽는 특별한 습관이 있다면?

“자기 전에는 꼭 5분이라도 책을 읽어. 자기 전에 책을 읽지 않으면 허전해.”

책을 많이 읽다 보면, 정말 쓰고 싶어질 것 같아. 앞으로도 집필 계획이 있어?

“쓰고 싶은 책이 많아. 사실 지금은 소설을 쓰고 있어. 인생에 내공이 아직 쌓이지 않아서, 소설은 사십 대 이후에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일단 도전한 일이니까 열심히 해보려고. 개인적으로 여행기에 관심 많아. 언젠가 여행기를 써 보고 싶어.”

첫 번째 책은 중국 문화 에세이였잖아? 중국 여행기를 써 보면 좋겠네. 첫 책은 어떻게 발간하게 된 거야?

“중국에 오래 있었잖아. 중국에 한국 사람들 왕래가 잦은데, 보고 있으면 시행착오를 겪고 돌아가는 사람이 많더라고. 사업을 하든 유학을 하든 말이야. 중국을 너무 모르고서, 단순히 더 못사는 나라라고 덤볐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웠어. 그래서 나의 노하우를 책으로 묶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지. 그때가 스물네 살이었는데, 출판사마다 원고를 돌렸어. 내가 먼저 나서지 않으면 뭘 할 수 없는 나이였잖아. 내가 한비야 씨를 정말 좋아해. 한비야 씨가 첫 책을 낸 곳이 금토 출판사거든. 그래서 거기에 첫 번째로 연락을 했는데 정말 책을 내게 됐지. 그래서 더 좋았어.”


좋은 책, 백 마디 설명보다 꼭 한 번 읽어보길!


중국의 유학 경험이 남긴 게 있다면 뭐가 있을까?

“총 7년 정도 된 것 같아. 다른 문화 속 사람들을 접하고 생활을 하면서 보는 관점이 넓어졌다고 할까? ‘이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야. 이건 절대 안 돼.’ 나 스스로에게 이런 제약이 별로 없어. 각자의 고유성, 다양성에 열려 있는 편이야. 일본, 미국, 중국, 한국 사람이 다 같이 수업을 하면서 그런 문화의 다양성을 많이 배웠지.”

하고 싶은 목록 같은 게 몇 백 개씩 리스트로 있을 것 같은데.

“맞아. 정말 그래.(웃음) 그런데 다분히 현실적인 목표들이야. 운전면허 따기, 학사 따기, 책 내기, 스페인어 배우기, 토익 만점 받기, 국토 종단, 아이 세 명 입양하기, 세계 일주 등등.”

이전 인터뷰를 보니까, 취업을 하고 싶지 않고 사업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 학교 다니던 시절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어?

“취업을 하고 직장 생활 하는 게 평균적인 삶의 모습이잖아. 아마 작년에 한 얘기일 거야. 사실 이후에 취업을 하려고 준비도 했었어. 영어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회사에 입사 원서도 내 봤어. 취직을 하면 경제적 안정은 보장이 되겠지만, 진짜 하고 싶어 하는 일은 못 할 것 같았어. 책을 쓰고, 가르치는 일도 나는 너무 좋거든. 그런 일을 할 수가 없는데 경제적 안정 때문에 포기해야 되는 걸까? 나만의 페이스를 가지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그때그때 충실해 볼 생각이야. 졸업 후에 중국어 강의도 나가고 기업체 출강도 했지. 그때 생각한 사업은 중국어 콘텐츠 사업이었는데, 당장은 다음 책 집필에 열중하고 있어.”

올해 목표가 있다면?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 회사 생활도 한번 해 봐야 하지 않겠나. 거기서 생각 못한 걸 또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올해 계획은 아니고. 지금 이 책이 나온 지 한 달 정도 됐는데, 이 책 홍보도 계속 열심히 하고, 다음번 소설을 올해 안에 출간하는 게 목표야.”

롤모델이 있다면? 이전에 보니 공병호 씨 같은 1인 기업가가 되고 싶다고 했던데?

“응. 공병호 씨 홈페이지에 가끔 들어가서 글을 읽어 보면, 정말 치열하게 사는 분 같아. 분초를 다투면서! 공병호 씨 책도 정말 좋아해. 특히 『1인 기업가로 홀로서기뮡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어. 그 책 읽으면서 ‘조직에 묶여서 취업하는 것만이 다가 아니구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 그게 유일한 길이 아니구나. 다른 방법을 제시해 주는 책 같아.”

책 속에서도 큰 화두가 되는 질문인데,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어려운 질문이지만.

“공지영 씨가 소설에서 그런 말을 했어. ‘스스로 행복한 여자가 되고 싶다’고. 나중에 인터뷰할 일이 생기면 나도 그렇게 말해야지 생각했었어.(웃음)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스스로 행복한 여자가 되고 싶어. 힘든 운명 앞에 놓이게 되더라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책 추천을 받아 볼까. 외로운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외로울 때는 위로가 필요하니 많이 웃을 수 있는 책을 추천해. 닉 혼비의 소설이 되게 재미있어. 특유의 유머가 있거든. 『딱 90일만 더 살아볼까』. 외로울 때 읽으면 딱인 것 같아. 자살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얘기야. 그리고 공지영의 산문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너를 응원할 것이다』. 나도 외로울 때 읽은 책인데, 위로를 받았어.”

혹시 나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 이 책 꼭 읽어봐. 이 책은 말로 설명이 불가능해. 소설인데, 담고 있는 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야. 백 마디로 설명하는 것보다 읽어 보는 게 좋겠다. 아까 말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피에르 신부의 『단순한 기쁨』도 아직 안 읽어 봤다면 꼭 읽어 보길!”

책에 대해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책 속에 세상의 모든 해답이 있다고 맹신해. 외롭거나 힘들 때 책을 봤으면 좋겠어. 방황을 하더라도, 책 속에서 방황을 하면, 남는 게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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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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