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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서부터 디스코까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보컬리스트

알리(Ali)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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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향한 알리(Ali)의 탐색 욕구는 전방위적이다. 리쌍의 「내가 웃는게 아니야」의 블루지한 음색의 소유자로만 알리를 기억하고 있다면 당사자는 서운함을 느낄 것이다. 알리는 욕심이 많다.

음악을 향한 알리(Ali)의 탐색 욕구는 전방위적이다. 리쌍의 「내가 웃는게 아니야」의 블루지한 음색의 소유자로만 알리를 기억하고 있다면 당사자는 서운함을 느낄 것이다. 알리는 욕심이 많다. 20대 중반에 접어든 이 당돌한 보컬리스트의 진가는 라이브 무대에서 드러난다. 알리는 라디오 프로그램 <김범수의 꿈꾸는 라디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매주 준비해 온 노래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놓는다.

그녀의 입을 통해 ‘알리화(化)’하는 데 성공한 곡들은 시공을 초월할 정도로 방대하게 분포되어 있다.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아바(ABBA), 퍼기(Fergie of Black Eyed Peas)에서부터 조용필, 산울림, 김현식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선곡 표는 난수표(亂數表)에 가깝다. 게다가 전설들의 곡을 다뤄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을 느낄 법도 하나, 스튜디오 안에서 그녀의 울림은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앨범 내에서도 발견되는 다양한 시도는 우유부단한 비일관성의 반영이 아니라 공격적인 탐구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재즈 밴드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으며 알앤비 싱어의 모습을 거쳐, 막 발표한 디지털 싱글 「Hey 미스터」에서는 디스코 사운드로 옷을 갈아입었다. 이처럼 탈피를 기꺼이 받아들이며 탁월하게 소화할 수 있는 비결은 음악적 소양이라는 자양분을 토대로 형성한 탄탄한 기본기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기본자세에 있다. 알리는 분명 현재 진화형 가수다.

본격적으로 가수 생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생활음악과를 전공으로 (단국)대학교를 다니다가 브라운 아이드 소울(Brown Eyed Soul)의 성훈 선배를 만나게 되었어요. 그분이 추천을 해 주셨어요, 리쌍 오빠들한테. 사실 저는 그 자리에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가서 오디션을 봤고 부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는데, 결국에는 「내가 웃는게 아니야」라는 곡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죠.”

그 이후에 「발레리노」 등 힙합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며 인지도를 쌓아 가기 시작했는데, 원래 알리가 추구하려 했던 음악이 힙합 쪽에 가까운가?

“그전에 재즈를 했었어요. ‘누보 두’(Nouveau Deux)라는 프로젝트 밴드에서 본명 ‘조용진’으로 노래를 불렀거든요. ‘누보 두’에서는 한국 가요 스타일을 재즈로 변형한 음악을 했어요. 예를 들어서 다섯 손가락의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곡을 「I think about you」로 재해석하고. 성기문(피아노), 박근혁(드럼), 오창민(기타) 등 선생님 위주로 구성된 밴드에 제가 참여한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원래 재즈 블루스 계열에서 몸을 담고 있다가 힙합곡으로 이동하게 되면 어색했을 것도 같은데.

“어렸을 때부터 힙합을 좋아해서 크게 개의치는 않았어요. 저는 힙합의 비트 감을 좋다고 생각해요. 원래 음악을 들을 때도 드럼과 베이스의 소리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데 참여 곡들의 멜로디를 들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일반 가요 느낌보다는 재즈 분위기가 나거든요. 「발레리노」도 싱잉 부분은 제가 직접 손을 댔어요.”

보컬 면에서 알앤비와 재즈는 길이 다르지 않은가?

“느낌이 다르죠. 제가 스캣을 좋아하고 어렸을 때 음악을 이론적으로 배울 때 기교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는 꼭 거쳐서 소화해야 하는 필수적인 존재였고요. 그러다가 대학교 들어와서 체트 베이커(Chet Baker)의 「My funny valentine」 노래를 부르면서 목소리의 느낌이 달라졌어요. 그 시작에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해 주신 분이 바로 웅산 선생님이시구요. 선생님께서는 테크닉을 알려 주시기보다는 노래를 툭 던져 주시기만 하세요. 처음에는 노래를 소화하면서도 긴가민가했는데 턱 앤 패티(Tuck & Patti)의 「Close to you」를 부르게 되면서 부드러운 것에 대해서도 욕심이 나기 시작했고요. 그때부터 느낌이 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재즈를 접하기 전에는 이소라 선배님을 많이 좋아해서 그 분위기를 ‘나중에 나도 표현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가져 봤었거든요. 하지만 가사적인 것은 따라 하고 싶지만 보컬 면에서는 상당히 저와 다른 부분이 있더라고요.”


어떤 점이 달랐나. 알리는 파워가 있고 이소라는 부드럽다는 느낌인데…….

“선배님은 ‘입맛’이 있으시죠. 저는 아무래도 서양의 기본적인 음악에 많이 영향을 받다 보니까, 특히 턱 앤 패티 때문에 많이 파고든 것 같아요. 웅산 선생님께서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를 많이 추천해 주셨는데 저는 사실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나 사라 본(Sarah Vaughan)을 많이 좋아했어요. 특히 이른바 ‘3대 재즈 여성 보컬’ 중에서는(웃음) 사라 본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웅산이 빌리 홀리데이를 추천한 이유는 ‘한번 겪어 봐라. 삶을 이지러지게 살아 봐야 그런 노래가 나온다!’라는 의도가 아니었을까?(웃음)

“그렇죠. 그래서 이지러지게 겪어 봤죠. 겪어 본 뒤에 리쌍 3집을.(웃음) 그런 훈련을 하다 보니 메리 제이 블라이지(Mary J. Blige) 같은 힙합, 소울도 좋아하게 되고. 하지만 결국에 깊은 음악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재즈인 것 같아요. 가슴의 힘? 혹은 느낌. 기교보다는 내 마음 깊은 곳의 소리를 이끌어 가는 과정을 재즈에서 배웠어요.”

작년에 EP 형식으로 낸 첫 앨범에서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은 「뱀파이어」 쪽이 아니었나. 타이틀곡인 「365일」은 왠지 대중적 접근을 겨냥한 듯한데…….

“가사적인 면은 「365일」이 저에게 더 좋고요. 음악적인 면을 봤을 때는 「뱀파이어」 같은 느낌이 좋죠.”

전체적으로 그 앨범은 맘에 들었는지.

“(웃음) 언제나 저는 신작을 여러분들에게 소개할 때 ‘도전’한 앨범이라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이전까지 접하지 못한 장르의 느낌을 보여 드리려고 노력하고. 저는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제가 도전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모습이 「뱀파이어」 같은 곡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앨범을 쭉 들어 보니 타이틀답게(<After The Love Has Gone>) 전부 이별 노래다.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더라고요, 구성이. 이 앨범의 구성을 보아하니 제가 이별을 하고 난 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직접 쓴 「울컥」 같은 곡도 제가 마음이 아팠을 당시에 쓴 경험이 묻어 있는 것이고, 별 뜻은 없어요. 제목은 제가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 Fire)를 좋아해서 붙였죠. 언젠가 있을 라이브 무대를 위해 지금은 아껴 놓고 있어요.(웃음)”

「365일」은 글쎄, 까칠한 면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중심은 자기 생각에 있잖아요. 그 면에 있어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제 음악의 중심 속에 한 가지가 뭐냐면 제 가족이 들었을 때 좋다고 말씀해 주시는 것이에요. 무엇보다 우리 부모님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리쌍 음악도 그렇고 재즈 음악도 그렇고 제가 좋아하는 음악은 제가 아무 나이 때나 할 수 있는 음악인 것 같아요.

그런 음악들을 하면서 부모님을 공연장에 모셨을 때 정말 제 음악을 듣고 즐기시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번 앨범도 부모님께서 많은 의견을 주셨어요. 가이드보컬을 뜰 때도 미리 들려 드렸고. 「365일」을 들으셨을 때 어머니가 주무시다가 벌떡 깨셨어요. ‘이게 뭐야’ 그러시면서. 우선 음악을 가져가면 많이 즐기세요. 어떨 때는 춤도 추시고.(웃음)”



결국에는 「365일」을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선택권이 없었을 텐데…….

“그렇죠. 처음에는 오히려 프로듀서께서 「뱀파이어」를 타이틀곡으로 하자고 그러셨어요. 사실 「뱀파이어」를 타이틀로 뮤직 비디오를 찍어 놓은 상태였어요. 「365일」은 서브로 잠깐 찍어 온 건데, 막상 촬영을 마치고 서울에 왔는데 주위 분들이 전부 「365일」 이야기를 하시고 계시더라고요.”

상대적으로 「365일」이 장점은 있다. 가창력을 보여 주려면 정적인 측면이 필요한데, 「뱀파이어」는 안무를 동반해야 하니까.

“맞아요. 「뱀파이어」는 참 그게 아이러니한데요, 저는 거짓말을 하면서 음악을 하고 싶지 않거든요. 「뱀파이어」는 솔직히 저 같지는 않거든요. 어떻게 하면 타협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대중음악을 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 소리를 내면서 하고 싶어요.”

「365일」의 반응은 어떤가?

“오래가요. 생각보다 오래가더라고요. 며칠 전에도 주위 분들이 음원 사이트 다운로드 순위에 「365일」일이 20위권에 들었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설마 하고 흘렸는데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듣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청취자분들이 드러나지 않게 들으시는 것 같아요. 빅마마 신연아 언니도 ‘결국에 좋은 음악은 사람들이 찾아서 듣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좋은 음악을 만들어서 어떻게라도 많은 분들을 끌어 보려고 노력을 해야겠죠?”

신곡 녹음은 어떻게 됐나?

“녹음은 마쳤고 뮤직 비디오도 다 찍어 놨어요. 디지털 싱글이고 「Hey 미스터」라는 디스코풍 곡이에요.”

디스코? 그리 만만치 않은 음악인데…….

“재미있었어요. 최준영 선생님께서 만든 곡인데 선생님은 단순한 멜로디 안에서도 저를 자유롭게 놀게 하세요. 저는 댄스도 그렇고 발라드도 그렇고 한국적인 느낌을 대중들이 알고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요즘 히트곡들을 들어 보면 빌보드 차트에서 인기 있는 음악이랑 비슷한 음악이 되게 많아요. 저는 물론 그 음악 안에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어요. 실제로도 힙합 피처링을 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제 음악을 할 때는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어렸을 때 접한) 판소리를 창법적인 면뿐만 아니라 느낌이나 분위기에서도. 대중음악마저도 이런 느낌이 없어져 버린다면 우리나라의 색깔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지고 도태될 것 같아요. 너무 ‘뽕’ 같지도 않으면서도 세련되게 우리나라 정서를 표현하고 싶어요. 그런 점에서는 최준영 선생님께서 많이 구현해 주고 계세요. 저는 우선 곡을 받으면 가만히 듣고 있어요. 그럼 저를 보시고 딱 알아차리세요. ‘아, 얘가 또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곡이로구나’ 하시고.(웃음)”

최준영 씨는 대중적인 감성에 익숙한 프로듀서다.

“제 안에서 싸움이 많아요.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듣는 노래를 꾸준히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도 해보고요. 제가 김광석 씨의 「서른 즈음에」라는 곡을 좋아하는데 제 나이 서른이 지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는 젊으니까 많이 도전하고 싶고요. 선생님께서 이것도 던져 봐 주시고 저것도 던져 봐 주시고 그런데, 지금은 피하지 않고 날름날름 집어삼켜 보고 싶어요.”

서른 즈음이 되면 알리 음악은 어떤 형태일까?

“굉장히 오묘한데. 지금은 정의 내릴 수 없어요.”

앞서 말했지만 지금까지 사라 본을 좋아하고, 클래식 에드바르트 그리그(Edvard Grieg)의 음악까지 듣는다면 음악의 전(全) 장르를 커버하고 있다는 건데.

“조금씩 얕게.(웃음) 그 깊이를 찾으려면 앞서 말한 서른을 넘어야 할 것 같아요. 주위에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한 장르를 파고든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서로 만나면 배울 점이 많아요. 스펙트럼은 넓지만 지식적인 깊이가 있는 것은 아직은 아니라고 봐요. 일렉트로니카를 듣는 것도 좋아하고요, 하지만 슬립낫(Slipknot) 이후로는 메탈은 못 듣겠고요.(웃음)”


알리를 매혹시키는 노래의 힘은 뭔가?

“제가 예전에 자주 꿈을 꾼 영상이 있어요. 꿈을 꾸면 깜깜한 공간에서 빛 하나만 들어와요. 저를 비추는 건지 어딜 비추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조명? 그 느낌…… 때문에? 저는 생각보다 산만한 아이라서 노래를 부르는 4분 동안도 무지 많은 생각을 해요. 그런 점에서는 집중할 수 있는 뭔가, 평소의 저 중에서도 가장 나다울 수 있고 사람들에게 저를 보여 줄 수 있고 제가 저를 집중적으로 말하고 알려 줄 수 있는 방법. 그때가 노래 부르는 때인 것 같아요.

저는 어렸을 때 많이 내성적이었거든요. 사소한 오해 때문에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지메를 당한 적이 있었어요. 제가 부회장이 되었는데 어머니들 치맛바람에 됐다고 친한 친구가 퍼뜨렸다는 사실에 낙심하고 회의감이 들었었어요. 그전에는 굉장히 활발한 아이였고, 회의하는 거 좋아하고, 친구들 선동하는 아이였는데. 그러고 나서 많이 성격이 변했죠. 제 손을 누가 쳤는데도 제가 ‘미안해’라고 이야기해야 했어요. 자신을 숨겨야 하고 제가 잘못한 아이라는 것을 스스로 정하고. 그러다가 중학교 때 판소리를 하고 제가 스스로 당당해지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조금씩 노래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된 것 같아요. 그리그를 듣게 된 것도 그때 즈음이고요. 노래로 본심을 이야기했던 거죠.”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수도 있는 자신의 아픈 과거를 털어놓는 대목에서 알리의 목소리는 의외로 덤덤했다. 오히려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발화하는 모든 언어들에서 당당한 자신감이 단어 하나마다 묻어나왔다. 알리에게 있어서 음악은 ‘치유’와 동어(同語)였다.

알리 씨는 본인 보컬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통’인 것 같아요. 큰 통(웃음), 쿵쿵 울리는 통. (울림이 크다는 얘기냐고 재차 물었더니) 예, 그렇게 생각해요. 아니면 다양함?”

현재 나이 스물일곱(1984년생)에 스스로 보기에 보컬의 미진한 구석이 있다면?

“비주얼이요(웃음). 사실 그래요. 비주얼적인 면이 갖추어 있으면 다양한 장르를 재미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대에 설 때는 멋있어지고 싶어요. 노래를 부르면서 사람을 다 같이 놀게 해야 되잖아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네요. 저 자신이 수더분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그런 저를 남겨 두려면 예쁜 저를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

만났든 만나지 못했든 한국 혹은 외국 뮤지션 중에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인가?

“비쥬얼은 패티 김 선생님. 무대 안에서는 인순이 선배님. 전반적으로 아우르는 것은 김창완(산울림) 선생님이에요. 김창완 선생님은 가사적인 면도 좋아하고요. 아무래도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는 음악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음악을 서브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예술적인 면도 있지 않을까요. 저도 평소에 미술관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영화 보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서브적인 영역도 두루두루 하는 뮤지션들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김창완 선배님이 좋습니다. 제가 욕심이 참 많아요. 사실 그만큼 열정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정돈됐으면 좋겠어요. 내가 욕심이 과한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리쌍 피처링 활동부터 근래 라이브 방송도 해 가면서 그간 알리가 본 현재 음악계는 어떤가? 솔직하게.

“중간이 없어요. 중간 계층도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중께서 길을 좀 만들어 주셔야 언더에서도 오버에서도 여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는 음악을 쫓기면서 하는 것 같고. 결코 ‘대중음악=상업적인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역으로 언더 음악도 상업적인 음악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요. 저도 솔직히 아이돌 같은 비주얼은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음악을 들었을 때 너무 인디 쪽도 아니고요. 그래서 제가 터뜨릴 수는 없어도 중간 계층에서 시작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자신의 디지털 싱글 「Hey 미스터」 표지의 S라인 실루엣을 가리키며) 저도 이 몸매가 될 수 있어요. 리쌍 4집 때도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그랬었거든요. 비주얼로 명명될 수는 없지만 홍대 신에 있는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인기가요>나 <음악중심>에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반대로 대중음악을 하는 아이돌 가수들도 반짝하고 끝날 게 아니라 이후에도 음악을 할 수 있는 마음이 되면 언더라도 상관없으니 사람들 눈에 좋게 보였으면 해요. 대중들도 그런 가수들을 ‘아, 얘가 이제 인기가 떨어졌으니까 이런 음악을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런 색깔을 낼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대세인 아이돌 걸 그룹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Hey 미스터」를 무대 위에서 보여 드리려면 어느 정도 (퍼포먼스를) 해야 하는데 요즘은 어떤가, 하고 가요 프로그램을 봤어요. 아, 너무 현란한 거예요. 이전 같았으면 ‘나도 저렇게 해야지’ 하고 운동을 했을 건데, 그런데 지금은 ‘아, 저 분야는 저 분야구나,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해요. 이번에 제 무대를 보신다면 반응이 극과 극일 것 같아요. 한쪽에서는 ‘알리 쟤 왜 저래?’라고 싫어하실 것 같기도 하고 ‘얘, 또 펑키한 것 하고 싶어서 그렇구나’ 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이실 것 같기도 하고. 사실 저는 걸 그룹의 모습을 좋게 봐요. 그만큼 노력을 안 하면 나오지 않는 무대잖아요.”

EP 앨범에 자작곡이 있는데 히트곡에 대한 압박은 없나?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그냥 지금은 막연하게 생각해요. 지금 이 시대의 기준에서는 히트송은 못 쓸 것 같아요. 저는 제 마음에 드는 노래를 쓰고 부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굳이 히트송의 압박을 받고 싶지도 않고요.”

요즘 듣고 있는 음악은?

“오렌 라비(Oren Lavie)라고요, 미니홈피 배경 음악으로도 「Her morning elegance」라는 곡이 좋은 것 같아요. 캐나다 출신의 뮤지션이긴 한데 연출가로서 뮤지컬도 만드는 아티스트예요. 약간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같은 스타일인데 약간 재즈적인 성격이 강해요. 차분한 봄 느낌이에요.”

참 그런데, 알리라는 이름은 어떤 연유로 붙여진 건가. 복서 알리의 이름을 딴 거라던데…….

“리쌍의 길 씨께서 처음에는 (마이크) 타이슨으로 붙여 주셨다가…….(웃음) 워낙 리쌍 두 분께서 권투를 좋아하세요. 작업실에서도 권투를 하시고. 그런데 워낙 제가 ‘통’같이 노래를 부르니까. 이미지 때문에 길 오빠께서 타이슨으로 이름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 하시다가 개리 오빠가 그래도 여자 애니까 좀 더 부드러운 알리로 하자고 하셨어요. 저도 그전까지 이름을 계속 찾았어요. 이름도 조용진이라 중성적이다 보니. 여성적인 이름을 찾고 싶었는데 알리라니…….


인터뷰: 홍혁의
사진: 정혜리
정리: 홍혁의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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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알리 (Ali) - 미니앨범 : After The Love Has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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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많은 뮤지션들의 세션으로 참여하고, 리쌍의 3집 '내가 웃는 게 아니야' 와 4집 '발레리노' 를 히트시키면서 개성 있는 보컬로 주목을 받았던 'Ali'의 등장에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음색은 어릴 적 배운 판소리의 영향을 받아 그녀만의 독특한 색깔로 승화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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