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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음악을 그들만의 감성으로 조율한 데뷔작

원웨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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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멤버는 흑인의 감성으로 생성된 태반 속에서 뮤지션의 길을 선택했다. 따라서 데뷔 앨범인 <Oneway Street>는 이들의 자양분이었던 소울, 힙합, 알앤비가 키워 낸 과실임이 명백하다.

‘음악적 견해의 차이’라는 설명은 이혼 사유의 ‘성격 차이’만큼이나 밴드 해체의 통속적인 사유로 끌어 오곤 한다. 집안싸움의 내막을 속 시원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동행한다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가 보다. 역으로, 동일한 노선 안에서 음악을 즐기다 우연히 ‘원웨이’(Oneway)라는 팀으로 만난 챈스(Chance), 피터(Peter), 영 스카이(Young Sky)는 운이 좋은 편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공통된 음악 취향을 가진 데다 음악을 대하는 각각의 자세부터 자못 진지하다. 피터는 이미 2008년 솔로 앨범 <No1. Show Man>과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은 적이 있고, 챈스와 영 스카이 역시 데뷔 이전부터 소규모의 무대 경험을 쌓아 가며 출격 채비를 위한 몸을 단련해 왔다. 음악, 한 우물만을 파겠다는 뜻으로 팀명을 새긴 대목은 이미 원웨이의 각오가 명징함을 반증한다.

세 멤버는 흑인의 감성으로 생성된 태반 속에서 뮤지션의 길을 선택했다. 따라서 데뷔 앨범인 <Oneway Street>는 이들의 자양분이었던 소울, 힙합, 알앤비가 키워 낸 과실임이 명백하다. 또래 뮤지션들과는 달리 전곡을 작사, 작곡하며 탄생한 곡들은 이들이 답습해 온 레전드들과, 시류를 쥐락펴락하는 트렌드세터와의 중간점에 놓여 있었다. 이들은 두 지점 사이에서 적당한 조율을 찾기 위해 애를 쓰며 원웨이만의 ‘제3의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세 멤버가 원웨이로 모이게 된 경위가 궁금하다.

Chance: 처음에 만나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이야기하다 보니 공통점이 많아서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장르가 알앤비나 힙합으로 겹쳐지더라고요. 장르에 대한 배경 지식이라든지 특성도 꿰뚫고 있는 친구들이라서 같이 이야기하다 보니 잘 통하게 되었어요.

데뷔 앨범이 나오고 손에 쥐어졌을 때 작업 초기에 보여 주고 싶었던 의도대로 완성된 것 같나?

Chance: 작업 초기에 굉장히 도전적이었던 것 같아요. 기존의 한국 대중음악에 저희가 좋아하는 문화를 섞어서 만들어 보자 해서 나온 것이 이번 앨범이에요. 들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앨범 안에는 여러 장르가 섞여 있어요. 힙합, 알앤비부터 댄스 뮤직과 펑키한 느낌까지 젊은 친구들이 듣고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뭔가 신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목표대로 됐는지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웃음)


순수한 의도대로 작업했지만 음반이 완성되면 하나의 산업적인 표현이 되지 않나. 스튜디오에서는 세 사람의 음악이지만 시장에 나오면 리스너에게 해석의 몫이 달려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는 약간 유행에 민감하고 정체성이 미약한 느낌을 준다. 이에 동의하나?

Peter: 저도 그런 의견에는 많이 동의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장르에 관해서는 한 아티스트나 한 그룹이 특정 장르만 꼭 해야겠다는 고정관념을 가지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시장의 시각에서는 정체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여러 가지 스타일의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 준 것 같다는 점에서는 만족해요.

Chance: 저희 음악을 들어 보고 쓰신 블로그의 글들을 읽다 보면 비평적인 글도 있고 물론 악플도 있어요. 하지만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 저희 멤버들이 미국이나 호주에서 온 사실을 모르고 들으셨더라도 현재의 미국 음악 스타일 같다는 면에서 기존 가요들과는 달리 신선함을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앨범 중에 어느 곡이 제일 마음에 드나. 원웨이의 개성이 잘 표현된 곡을 뽑으라면?

Peter: 1번 트랙인 「U drag」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저희들만의 색깔이라고 할 수 있는 알앤비와 힙합의 조화가 잘되어서 나타난 곡이라고 생각해요. 이러한 색깔을 나중에 더 강조하고 끌어내고 싶은 생각이에요.

chance
스튜디오에서 셋이서 음악을 할 때 재미있었나?

Chance: 만들 때는 재미있었어요. 「U drag」는 너무 자유롭게 녹음해서 좋았고 「Casino」도 끝 부분에 대화를 삽입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죠.

요즘 한국 가요계에서도 흑인 음악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인 트렌드다. 이에 대해서 원웨이만이 가진 특징이라고 할 점이 있다면?

Chance: 물론 많은 장르는 아니었지만 이만큼 우리가 다양한 음악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차별화될 수 있도록 악기 공부도 열심히 해서 솔로 연주라든지 요즘 곡들에서는 찾기 힘든 측면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어요. 레코딩 실력에 의존하지 않으려고요. 특히 그래서 「U drag」 「Magic」 「Casino」에서 기타와 피아노 솔로를 보여 주고 싶었고요. 2번 트랙 「One way」 경우에는 오토튠을 사용했지만 이 시장이 펼쳐 놓은 카드 내에서 저희 음악을 보여 주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One way」를 곡 완성도로 봤을 때는 흡족한가?

Chance: 솔직히 만들면서 가사의 측면에서 독특한 점은 만족해요. 하지만 시류에는 맞는 것 같은데 곡 전체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면이 있어요. 저희가 거쳐 온 음악적인 백그라운드, 즉 저희가 만들고 싶은 대로 하면서도 어떻게 트렌드와 커넥션을 이뤄 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해 왔죠. 그런데 「One way」는 약간 대중적인 훅으로 빠지지 않았나 싶어서죠.

원웨이라는 이름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Young Sky: 한 장르의 길만 고집한다는 뜻은 아니에요. 뒤돌아보지 않고 오직 음악에만 신경을 쓰고 싶은 저희의 생각을 표현한 이름이에요.

Peter: 저희 셋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가장 영향을 받은 장르를 따지자면 약간은 또 달라요. 저는 네오 소울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영 스카이는 힙합에 많은 영향을 받은 것처럼.

영 스카이가 선호하는 래퍼를 꼽는다면?

Young Sky: 미국 쪽에서는 패볼러스(Fabolous)를 되게 좋아하긴 하지만 거의 다 들어요. 제이지(Jay-Z)부터 시작해서 티아이(T.I) 같은 래퍼까지요. 한국에서는 원타임(1TYM)의 테디(Teddy) 씨를 좋아하고,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분들도 좋아해요.

Young Sky
피터의 선호 장르를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Peter: 저는 팝 알앤비인 것 같아요. 호주에서 자랐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미국 쪽 스타일로 듣는 것은 힙합이었고 나중에는 브라이언 아담스(Bryan Adams), 크레이그 데이비드(Craig David) 같은 노래들을 들으면서 알앤비로 꺾어져 들어갔어요. 그러다가 뮤지끄 소울차일드(Musiq Soulchild)를 듣게 되었어요. 지금은 많이 대중적으로 변한 감이 있지만 처음 두 앨범(<Aijuswanaseing> <Juslisen>)은 알앤비를 많이 듣는 사람만이 호응할 수 있었거든요. 흑인 친구들을 통해서 한 번 딱 듣고 나서 이렇게 알앤비가 자유로운 가사와 소울로써 표현될 수 있구나 느꼈어요. 그전에는 노래를 부르는 것만 좋아하다가 그때부터 그분 때문에 저도 송 라이팅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뮤지끄 소울차일드 이외에도 맥스웰(Maxwell), 질 스코트(Jill Scott), 디안젤로(D' Angelo)도 좋아해요.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서 그런 느낌이 많이 실린 곡을 꼽으라면?

Peter: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가까웠던 쪽은 아무래도 보컬에서는 「U drag」인 것 같아요. 디안젤로나 맥스웰 같은 네오 소울의 주요 아티스트 보컬을 들어 보면 파워 보컬이 아니라 가성이 살아 있고 부드러운 무드? 녹아 있잖아요. 「U drag」도 그런 면을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랩도 들으시면 약간 올드 스쿨 스타일처럼 하려고 노력했고, 보컬도 가성 부분을 부각시켜서 네오 소울의 이미지를 많이 담아 보려고 했어요.

록은 좋아하나?

Peter: 저도 다양한 장르를 들어 왔지만. 록이라고 하면 완전 하드코어, 메탈 쪽은 접하지 못한 것 같아요. 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하면서 섹스 피스톨스(Sex Pistols) 같은 펑크 음악까지는 들어 봤는데요. 전통적인 하드코어는 그다지. 학교 다닐 때 친구를 통해서 콘(Korn), 판테라(Pantera)를 조금은 들었지만. 저는 그때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에 빠져 있었으니까요.

Chance: 「Juicy」 같은 곡은 요즘 미국에서 돌아다니는 중학생 꼬마들도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한 것 같아요. 되게 오래된 곡이잖아요.

그룹 이름을 ‘음악 한길’로 정할 만큼 음악에 빠지는 이유를 무엇으로 보는가?

Young Sky: 저는 처음에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어요. 피아노를 배우면서 느낀 점은 무슨 일을 해도 힘들 때는 음악 이외에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살면서 힘이 들어도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의외다.) 쇼팽의 왈츠가 마음에 많이 오더라고요.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도 그랬고. 좋아하는 클래식 곡을 들을 때마다 ‘멜로디가 이렇게 감미로울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또 이런 곡들이 즉석에서 작곡을 하고 연주를 했다는 사실이 대단하기도 하고요.

Peter
클래식으로 감동을 받다가 어떻게 힙합으로 선회를 했는가?

Young Sky: 주변 환경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형이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눈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더라고요. 그러다가 한번은 가사를 랩으로 써 봤거든요. 제가 시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쓰다 보니 라임을 맞추는 것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그리고 저는 노래를 잘 못하지만……(웃음), 그러면서도 흥겹게 음악을 즐길 수 있잖아요.

기발하게 배열된 라임을 듣다 보면 신기하지 않나?

Young Sky: 랩 가사를 쓰고 라임을 배워 가면서 다른 아티스트를 많이 듣고 참고했어요. 랩을 들을 때 라임만 듣거나 플로우만 집중해서 들으면서, 어떻게 이런 라임을 맞출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특히 한국에서는 피타입(P-Type) 씨의 랩이 인상 깊었어요. 그분이 쓰신 가사를 보면 눈으로 봤을 때는 라임을 이루는 단어가 맞춰지지 않는데 귀로 듣다 보면 라임이 드러나게 랩을 하시더라고요.

나만의 앨범을 꼽는다면.

Chance: 우선 디안젤로의 <Brown Sugar>를 뽑고 싶고, 프린스(Prince)의 <Purple Rain>, 스탠 게츠 앤 조앙 질베르토(Stan Getz and Joao Gilberto)의 <Getz/Gilberto>, 마지막으로는 존 메이어(John Mayer)의 <Room For Squares>를 꼽고 싶습니다.

Young Sky: 저는 닥터 드레(Dr.Dre)의 <2001>,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의 <Under Construction>, 제이 홀리데이(J. Holiday)의 <Back Of My Lac'>이 떠오르네요. 에리카 바두(Erykah Badu)가 피쳐링한 「You got me」가 수록되어 있는 더 루츠(The Roots)의 <Things Fall Apart>도 좋아해요. 그리고 조금 전에 말한 것처럼 쇼팽의 왈츠 곡들도 덧붙여서 뽑고 싶네요.

Peter: 글쎄요, 저는 좀 전에 말씀드린 뮤지끄 소울차일드의 <Juslisen>이랑 노토리어스 비아이지의 <Life After Death>를 우선 뽑고요. 그리고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 로린 힐(Lauryn Hill)의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을 뽑을까 해요. 마지막으로는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곡들도 정말 좋아해요. 그리고 저희가 공통적으로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랑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를 좋아해요. 스티비 원더 같은 경우에는 돌아가시면 살아 있는 진짜 소울 싱어들이 전부 사라지는 것이잖아요. 마빈 게이(Marvin Gaye)도 돌아가시고, 레이 찰스(Ray Charles)도 돌아가셨고요.

1시간 30분가량 동안 진행된 원웨이와의 인터뷰에서 아티스트의 입장으로서 음악적 방향성에 대한 자문을 끊임없이 이어 왔었다는 흔적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뮤지션을 위장한 자본과 이에 호응하는 소비자가 동조하는 가운데 낙천(樂天)주의가 만연한 가요 시장은 일면 낙천(落賤)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작금의 상황은 이들이 열거한 개인의 취향과 트렌드의 접점을 탐지하는 과정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을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좁고 포장되지 않은 길이지만 관성처럼 이들을 이끄는 흑인 음악에 대한 원초적 본능이 존재했기에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품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인터뷰: 임진모, 홍혁의
사진: 김현이
정리: 홍혁의

- 글 /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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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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