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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여전히 대본 작업이 제일 좋다”

‘노희경 대본 시리즈 2’ 『거짓말 1, 2』 출간 기념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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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4일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 출간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현재 다음 드라마를 집필 중이라는 노희경 작가는 에너지 넘치는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을 응대했다. “지금 쓰는 작품이 나에게 생기를 준다.”는 노희경 작가는 이번 대본집을 포함, 모든 작품의 인세 일부 또는 전액을 JTS, 평화재단, 좋은 벗들에 기부한다.

국내 최초 ‘마니아 드라마 신드롬’을 낳은 드라마, <거짓말>의 대본집이 출간되었다.

드라마 <거짓말>은 처음으로 팬 카페를 만들어냈던 원조격 마니아 드라마이자, 노희경의 이름을 대중에 알린 작품이다. 십여 년 만에 보는 드라마에서 읽는 드라마로 독자들을 찾아왔다. 이번 대본집에는 표민수 PD가 갖고 있었던, 서른여섯 페이지의 시놉시스가 최초로 공개되고, 당시의 비평과 언론 기사가 수록되었다.

지난 2월 24일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 출간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현재 다음 드라마를 집필 중이라는 노희경 작가는 에너지 넘치는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을 응대했다. “지금 쓰는 작품이 나에게 생기를 준다.”는 노희경 작가는 이번 대본집을 포함, 모든 작품의 인세 일부 또는 전액을 JTS, 평화재단, 좋은 벗들에 기부한다.

대사에 표정, 눈빛, 향기 더해 주는 어르신 캐릭터가 좋다

『그들이 사는 세상』(이하 『그사세』) 대본집도 출간되었는데, <그사세>를 썼을 때와 <거짓말>을 쓸 때 마음가짐이 달랐을 것 같다. <거짓말>을 다시 보는 기분이 어떤가?

“오늘 일찍 와서 몇 장 읽어 봤다. 짠하더라.(웃음) 밥을 못 먹고 쓸 때라, 그때 되게 말랐었다. 이거 쓰다가 죽지 않겠느냐고 사람들이 그랬는데, 읽다 보니 그때 생각이 나서 마음이 짠하더라. 아무래도 단점이 먼저 보인다. 각 캐릭터에 빠지다 보니, 담백하지 않다. 신들이 넘어가는 속도나 대사가 끈적끈적하다. 정제되지 않은 점들이 조금 창피한 것도 있고, 젊은 날 아니면 언제 이렇게 미쳐봤겠나 싶다.”

PC통신에서 드라마 팬 카페가 처음 만들어졌다, ‘거짓말 동호회’는 어떤 의미였고, 지금은 어떤 의미인가?

“무척 신기했다. 처음 인사말이 아직도 생각난다. ‘별로 오래갈 것 같지 않다. 드라마 끝나면 (모임도) 끝날 것 같으니, 오늘 하루 잘 놀다 가시라.’ 했던 게 벌써 12년이 되었다. 이 사람들도 훌훌 털어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인가 싶어 짠하기도 하고, 아직도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이 동호회에 가입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그렇다.”

마니아가 많은데, 시청률은 그다지 잘 나오는 편은 아니다. 속상하지 않은지.

“속상하다. 장사를 하려고 제품 만들었는데, 제품이 안 나가면 장인의 입장에서는 속상한 게 당연한데, 속상한 마음이 오래는 안 가는 것 같다. 이미 결과가 나왔을 때, ‘왜 그랬을까.’ 자책하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다. 예전엔 서너 달 갔는데 요즘은 빨리 잊는다. 마니아가 많다고 하는데 진짜 어디 있는지 궁금하다.(웃음)”

작품 쓸 때, 배우를 염두에 두고 쓰나?

“그런 편인데, <거짓말> 당시에는 훨씬 심했다. <거짓말> 같은 경우는 배종옥 씨 캐스팅을 모르고 썼는데, 배우가 결정되고 나서 그 친구 말투로 다 고친 기억이 난다. 유호정 씨 대사는 원래, 유호정 씨 말투를 따서 만든 거다. 원래 말을 은수처럼 예쁘게 한다. 가상으로 만드는 인물도 있지만, 대부분은 캐스팅이 되든 되지 않든 어떤 배우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한다. 하지만 결국 캐릭터는 작가가 다 만드는 게 아니라 연출과 배우가 같이 만드는 것이라고 본다.”

노희경 드라마 <거짓말>이 두 권짜리
대본집으로 발간되었다.
이제껏 캐릭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나 배우가 있다면?

“배우는 대부분 기억에 남는다. 정말 고생을 하니까. <거짓말>의 성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인희(나문희), <내가 사는 이유>의 바보 할머니 숙자(나문희), 그리고 욕쟁이 할머니(김영옥)…… 이런 어르신 캐릭터가 좋다. 주현 선생님 캐릭터도 그런데, 이분들 대사를 보면 재미없다. 연기로 봐야 재미있지. 젊은 친구들은 내 작품보다 딴 작품에서 빛이 나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는 송혜교가 기억에 남는다. 열심히 해줬다.”

말한 것처럼, 연기를 해야 살아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대본집 출간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가?

“그런 생각 때문에 이제까지 제안을 받고도 책을 고사했다. 우리는 베이스를 쓰는 사람이지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 하고 대본이 드라마 자체는 아니니까. 동료들의 수고와 배우들의 노력을 알기에 화면으로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잘못되면, 배우 덕으로 돌리면 되고, 잘되면 베이스라 그렇다고 하면 되니까(웃음) 한결 마음의 부담이 덜어진 점도 있다.”



한 컷의 재미를 위해 창작을 포기하지 말라

명품 드라마, 막장 드라마. 어떻게 생각하는가?

“막장이라는 말도 재미있다. 막장 드라마는 예전에 머리가 아파서 안 봤는데,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아서 공부 삼아 봤다. 재미있었다. 시간 금방 가더라. 이것도 이것 나름의 선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드라마는 내가 봐도 머리 아프다. 내가 좀 팬 서비스가 모자랐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도 순한 이야기가 많았으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세상이 각박하니까. 옅게 푼 된장국 같은 드라마가 많았으면 좋겠다.”

소재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는가?

“‘지난번에 내가 뭘 잘못했지?’ 하는 반성에서 시작한다. 작품이 끝나면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해 주는 모니터링을 귀담아듣는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고쳐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 끝나면 바로 새로운 소재가 생각난다. 지난 작품에 대한 반성이 첫 번째 소스가 된다.”

사극에 대한 관심은?

“있다. 사극을 보면 죽일 수가 있기 때문에 갈등이 쉬운 편이다. 무대를 강원도라고 해도, 전주에서 찍어도 문제가 안 된다. 산속에서만 만나면 되니까.(웃음) 그런데 공부를 참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그런 시간이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고. 요즘 사극 쓰는 여자 작가가 많아지는 것이 반갑게 생각된다. 시대극의 정서라는 게 있어서, 그런 것들 하고 싶다. 나중에 충분히 준비할 기회가 되면 써 보고 싶다.”

최근 한국 드라마를 보면, 일본 원작 각색이 많은데, 어떻게 느끼는지.

“걱정스럽다. 왜냐하면, 일본 작가와 세미나를 두세 차례 가졌는데, 그 작가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게 한국 작가다. 대다수가 원작을 갖고 작업하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작가들이 입지가 가장 좋다. 100% 원작이라 포지션이 굳건한데, 그다음으로 원작 사용하는 게 한국 작가다. 일본은 많게는 80%가 다 만화 원작이다. 지금은 대부분 각색자로 남아있는 셈이다. 그들이 우리 사정을 보며, ‘이러다가는 판을 다 잃어버린다.’고 하더라. 한류 드라마는 나오는데 일류 드라마가 못 나오는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화 원작은 커트가 굉장히 재미있다. 그 장점 하나로 창작을 포기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작가는 ‘짓는 사람’이다. 후배들도 잘 쓰고 있다. 원작보다 자기를 좀 믿었으면 좋겠다. 원작에서 빼내 오는 것은 10%고 어차피 재창작을 해야 하는 거다. 그 재미를 위해서 중요한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드라마 <거짓말>은 사랑에 대한 내 젊은 날의 치열한 기록이다.”

작품 쓸 때 자신을 믿는 편인가? 부담은 없는지?

“그냥 한다. 울며불며 가는 거다. 작년에 처음으로 18Km를 걸어 봤는데, 가기로 했으니까 가는 거다. 울면서도 가고, 욕도 해 가면서 하지만 결국 가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은 종착역까지 가는 게, 끝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시종일관 믿음, 불신을 안 갖겠는가? 순간순간 갖는데, 시청률이 나오든 안 나오든, 나는 하여간 엔딩은 쓴다. ‘방송은 끝이 난다.’ 이것을 믿는다.(웃음) 직장 생활 하면서 울고불고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노희경표 드라마’라고 하는데 ‘노희경표’란 대체 뭔가?

“모르겠다. 나도, 말을 지어낸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다.”

분명히 일관된 스타일, 주제 의식, 이런 것이 있으니까 명명되었을 텐데?

“나는 마니아 드라마를 쓰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 없다. 결과가 그렇게 되어 버렸고, 사는 사람이 제품을 보고 ‘명품이다, 저질이다’ 하는 거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보 같은 사랑>할 때 <거짓말>과 비교할까 봐 이름을 바꾸려고 그런 적도 있다. 지금은 별로 상관 안 한다.

‘노희경표’라는 것이 방송국에서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쓰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더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나는 만날 새로운 걸 쓰려고 하는데, 만날 똑같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어쩔 땐 기분 좋은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다음 작품으로 서민들, 어른들 이야기를 쓰고 있다

지금 쓰는 작품은 <그사세>에서 어떤 점을 극복하는 작품인가?

<그사세>는 전문 직종을 다루는 드라마라 용어 때문에 어려운 게 있었다. 워낙 서민들, 어른들 얘기를 좋아하는데 <그사세>에는 그런 게 없다. 이번 작품에는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른들과 젊은 세대가 어우러지는 얘기다. 노희경이 좋아하는, 문 씨 아저씨, 할머니들이 나온다. 생각만 해도 좋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충분히 쓸 수 있어서 좋다. 어제도 밤 열 시 반까지 썼는데 이번 작품이 나에게 생기를 준다.”

<화려한 시절> 류승범, 공효진 커플이나 <그사세>의 현빈, 송혜교 커플 등 드라마 속 커플이 실제로 잘 만나는 걸 보면 어떤가?

“재미있다. 모르던 사람들이 내 작품에 와서 만나는 건데. 나는 상견례를 지켜본 사람이니까 더 신기하다. 애인 있는 사람은 노희경 작품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런 얘기도 들었다. 거기서 눈 맞는다고.(웃음)”

시간 중에 많은 부분을 드라마 작가로서 살고 있고, 또 많은 부분을 JTS 홍보 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구호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엊그제도 배종옥 씨와 김여진 씨와 후원을 받으러 갔었다. 기획 단계부터 직접 해야 할 실무적인 일이 많아 힘든 점도 많지만, 우리끼리는 ‘이거 안 하면 뭐 하겠느냐. 쇼핑하고, 놀러 다니겠지.’라고 농담을 한다. 친구랑 그런 일 하는 게 좋다. 이제는 친구들끼리 앉으면 이런 얘기를 하고 있다. ‘아이티는 어때? 텐트가 괜찮대? 구호품은 뭐가 필요하대? 물은 어떻게 마련할까?’ 이런 것들이 즐겁다. 해보면 정말 재미있는데.(웃음)”

대본집도 나왔는데, 향후 소설집에 대한 생각은 없는지?

“전혀 생각이 없었다가, 나이 들고 일거리 떨어지면 혼자 쓰고 있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한다.(웃음) 전공도 산문과 시를 같이했고, 산문 쓰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대본을 쓰는 게 재미있다. 내가 작품을 그려 놓으면 배우들, 스태프들이 색칠하는 활동이 즐겁다. 어른들 대사는 내가 아무리 해도 맛이 안 난다. 그 양반들의 눈빛, 향기 이런 것들이 있어서 그렇다. 대본 작업으로 내가 베이스를 만들어 준다는 게 너무 기쁘고 좋다.

우리 때는 시인이나 소설가는 대단하게 보고 방송 작가는 그보다 못하다고 보는 풍토가 있었다. 그때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시인과 세상을 논하는 작가가 그러면 안 되지.’ 싶기도 했고 ‘베이스를 만드는 드라마 작가는 겸손할 수밖에 없는 작가다.’라는 말도 했는데, 그런 방송 작가가 좋다. 나중에 내가 쓴 소설이 잘돼도, 묘비에는 드라마 작가라고 쓸 거다.(웃음) 물론 농담이다.”


노희경과 가장 닮은 캐릭터가 있다면?

“<내가 사는 이유>의 욕 할머니? 입만 열면 욕하시는 분이 있다. 독단적이지만, 귀엽고, 김영옥 선생님 역할이었는데, 그 정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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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수영

summer22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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