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성탄절이면 떠오르는 로맨틱 영화 -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재즈로 그려낸 뉴요커들의 사랑 - 현대적 감각을 지닌 로맨틱 코미디의 상큼한 재미를 우리에게 처음 보여 준 영화가 바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아니었을까.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When Harry Met Sally, 1989년)
음악: 마크 샤이먼(Marc Shaiman), 해리 코닉 주니어(Harry Connick Jr.)
감독: 로브 라이너(Rob Reiner)
각본: 노라 에프런(Nora Ephron)
촬영: 배리 소넨펠드(Barry Sonnenfeld)
주연: 빌리 크리스털, 멕 라이언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시나리오 작가 노라 에프런은 뉴욕에서 태어나고 뉴욕에서 자란, 그야말로 ‘뉴요커’다. 뉴욕 토박이답게 그녀는 뉴욕이라는 도회적 배경과 서양 명절의 설레는 분위기를 영화 속에 아름답게 비벼 넣는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는 뉴욕의 야경과 12월 31일 송년의 밤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밸런타인데이를 묶어 사랑을 완성시킨다. 두 작품 모두 멕 라이언이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멕 라이언은 어쩌면 노라 에프런의 영화적인 페르소나인지도 모르겠다. 재치 있고 상큼 발랄한 도회 여성의 자화상 말이다. 같은 작가가 쓴 <유브 갓 메일>에서도 그 점은 마찬가지다.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으로서 멕 라이언의 귀여운 미소는 CG로는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 남자 주인공 역은 언제나 밝고 유머러스한 빌리 크리스털이나 톰 행크스 같은 배우가 맡는다. 이렇게 하여 그녀의 로맨틱 코미디가 완벽하게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 완성된다.

현대적 감각을 지닌 로맨틱 코미디의 상큼한 재미를 우리에게 처음 보여 준 영화가 바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아니었을까. 영화 제작 당시 감독 로브 라이너는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그에게 해리라는 캐릭터는 자기 얘기나 다름없었다. 노라 애프런 역시 주변 친구들과의 솔직한 수다를 토대로 샐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빌리 크리스털도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으면서 캐릭터를 견고하게 구축해 나갔다. 주요 제작진들 스스로 자기와 자기 주변의 남녀 관계를 허심탄회하게 영화 속에 반영한 것이다. 각본을 맡은 노라 애프런은 이 모든 연애담들을 살짝 유쾌하게 과장시키고,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함으로써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해리와 샐리는 너무나 다르다. 해리는 섹스 때문에 남자와 여자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믿는다. 반면 샐리는 남녀 친구 사이에서 섹스는 문제가 될 게 없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자마자 날을 세우고 티격태격할 만큼 다른 인생관을 갖고 있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하고 10여 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다. 해리는 아내와 이혼했고, 샐리는 애인과 헤어진 상태다. 처음으로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함께하면서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는다.

샐리(멕 라이언)가 오르가슴을 흉내 내는 신.
이 장면으로 멕 라이언은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해리와 샐리는 대화를 나누면서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섹스에 대한 악몽 얘기까지 솔직하게 털어놓을 정도로. 그러는 사이 계절이 바뀌어 간다. 걷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뉴욕의 가을이다. 빨간 단풍나무 아래에 서서 대화를 나눌 때, 해리 코닉 주니어가 연주하는 「Autumn in New York」이 깔린다. 샐리가 레스토랑에서 손님들이 전부 쳐다보는 가운데 오르가슴 흉내를 내면서 해리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 유명한 신이 지나고 나면, 계절은 어느새 바뀌어 겨울이 된다. 레이 찰스가 흥겹게 부르는 「Winter Wonderland」가 뉴욕의 겨울을 찬미한다. 사람들은 거리에서 선물을 사고, 스케이트를 타고, 즐겁게 썰매를 지친다. 해리와 샐리도 크리스마스트리로 쓸 나무를 사서 함께 간다. 송년의 밤, 두 사람은 댄스 파티에 같이 간다. 해리 코닉 주니어가 부르는 「I Could Write a Book」이 흐르는 동안 두 사람은 껴안고 춤을 추면서 뺨을 맞대고 상념에 젖는다. 두 사람이 플로어를 돌면서 클로즈업으로 얼굴이 보일 때마다 한 해를 흘려보내는 심경을 느낄 수가 있다. 10초 후면 새해가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의 송년 키스를 나눌 상대가 없다. 사람들은 환호하지만 어쩐지 어색하기만 한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하다가 가벼운 뽀뽀를 한다. 이렇게 가을과 겨울이 지나가고 한 해가 밝아온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만큼 음악이 영화와 보조를 잘 맞추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음악은 영화가 비추는 계절의 흐름을 노래해 주고, 스크린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만들어 준다. 관객들은 영상과 음악의 조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음악은 그 자체로 강조되기보다는 시간이 흘러가도록 곁에서 도와준다. 편안한 재즈가 안락함을 선사하듯이.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은 「It Had to Be You」가 장식한다. 처음에 메인 타이틀이 나올 때 피아노를 중심으로 연주되던 경쾌한 음악은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끌고, 또 마무리를 장식한다. “당신이었어야 해요.”라는 제목부터가 해리와 샐리가 나눌 수밖에 없는 운명적 사랑을 이야기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사서 혼자 힘들게 걸어가는 샐리. 작년에는 해리가 함께 있었지만 다투고 난 올해는 혼자다. 빙 크로스비의 부드러운 크리스마스 캐럴은 오히려 그녀의 우울함만 가중시킨다. 해리는 전화를 걸어서 사과 메시지를 남기지만 응답하지 않는다. 다시 송년의 밤. 샐리는 파티 장에 가서 흥겨운 무리들 사이에서 혼자 고독함을 느끼고, 해리는 혼자 외롭게 밤거리를 걷는다. 모두가 기쁜 날 두 사람은 각자 홀로 우울하기만 하다. 샐리와 지냈던 시간들을 회상하던 해리가 걷기 시작할 때 프랭크 시나트라의 목소리로 「It Had to Be You」가 나오기 시작한다. 운명적인 사랑이란 노래의 내용과도 같은 것이리라.

당신이었어야 해요.
나는 헤매고 다녔고, 결국 발견했죠.
나를 진실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
나를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사람.
그리고 나를 기쁘게도 만드는 사람.
오직 당신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슬프게 만들 수 있는 사람.

택시를 못 잡은 해리는 파티장을 향해 달려간다. 지금 시간을 놓치면 또 한 해가 그냥 흘러 가버리는 것이다. 진짜 사랑을 놓칠 수는 없다. 혼자 외롭게 서 있는 샐리를 발견한 해리는 다가가서 사랑을 고백한다. 12시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람들의 카운트다운 고함 소리를 들으며 서로는 서로에게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그 사이 자정은 지나버렸지만, 「올드 랭 사인」이 흐르며 두 연인은 열렬한 키스를 나눈다.

두 사람은 액자 신으로 처리한 커플들의 연애담에도 등장하여
그들의 후일이 잘되었음을 예고한다.

뉴욕의 사랑과 아름다움을 하나의 음악 장르로 표현한다면 가장 어울리는 것은 아마도 재즈일 것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재즈 넘버들은 옛날 냄새를 아련하게 풍긴다. 22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영화 음악을 맡은 해리 코닉 주니어의 나이가 실감 나지 않을 정도다.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로 흐르는 「It Had to Be You」가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뜨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 적재적소에 좋았던 옛 시절의 고풍스러운 재즈들이 흘러나온다. 때로는 루이 암스트롱의 묵직한 목소리가, 때로는 엘라 피츠제럴드의 시원한 목소리가, 때로는 빙 크로스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렇게 30대 초반의 우정과 사랑, 연애와 결혼의 우습고도 애틋한 이야기는 음악을 통해 완성되어 간다.

[Tip 1]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는 영화 <카사블랑카> 얘기가 양념처럼 계속 등장한다. 서로의 남녀관을 얘기하면서 말다툼할 때 샐리는 “술집 주인과 결혼해서 카사블랑카에 살 생각은 없어요. 그래서 잉그리드 버그먼은 비행기를 타고 떠난 거예요.”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뉴욕에서 친해진 두 사람은 각자의 침대에 누워 TV에서 방영하는 <카사블랑카>를 보면서 전화 통화를 한다. 마지막 신에서 험프리 보가트와 클로드 레인즈가 걸어가고, TV에서는 「라 마르세예즈」 음악이 흐른다.

해리 코닉 주니어의 OST LP
[Tip 2] 로브 라이너는 그룹 ‘Blood, Sweat & Tears’에서 드러머를 맡고 있는 친구 바비 컬럼비로부터 젊은 해리 코닉 주니어를 소개받았다. 젊은 날의 프랭크 시나트라를 닮은 해리의 목소리에서 깊은 인상을 받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음악을 맡기게 된다. 파트를 나누어 마크 샤이먼은 영화 속에서의 빅 밴드와 오케스트라 편곡을 맡았고, 해리 코닉 주니어는 주요 테마곡들을 맡은 것이다.

[Tip 3] 영화 속에서는 옛날 노래들이 연이어 나온다. 루이 암스트롱, 엘라 피츠제럴드, 프랭크 시나트라, 빙 크로스비, 레이 찰스 등 황금 같은 목소리들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를 장식한다. 하지만 OST 앨범은 해리 코닉 주니어의 독무대이다. 그가 이끄는 트리오가 연주하고 부르는 곡들로만 구성된 사운드트랙 앨범은 빌보드 재즈 차트 1위에 올랐고 베스트셀러 앨범이 되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4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CR (1Disc)

<로브 라이너>,<빌리 크리스탈>8,800원(0% + 1%)

12년간이라는 오랜 세월을 두고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를 거듭하며 우여곡절 끝에 우정을 바탕으로 참된 사랑을 찾은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주연 : 빌리 크리스탈 , 맥 라이언/18세이상관람가/96분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기욤 뮈소의 매혹적 스릴러

센 강에서 익사 직전에 구조된 한 여인, 유전자 검사 결과는 그가 일 년 전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유명 피아니스트라 말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이 의문의 사건이 가리키는 진실은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신화와 센 강을 배경으로 전해 내려오는 데스마스크 이야기를 결합한 소설.

박완서의 문장, 시가 되다

박완서 작가의 산문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의 문장과 이성표 작가의 그림을 함께 담은 시그림책. 문학에 대한, 시에 대한 애정이 담뿍한 문장을 읽으며 그와 더불어 조용히 마음이 일렁인다. 가까이에 두고 '정신이 번쩍 나고 싶'을 때마다 꺼내볼 책.

‘나’를 잊은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

베스트셀러 『긴긴밤』 루리 작가가 글라인의 글을 만나 작업한 신작 그림책.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악어가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자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 고독과 절망, 그리고 자유의 감정까지 루리 작가 특유의 색채와 구도로 다양하게 표현했다.

바다를 둘러싼 인류의 역사

『대항해 시대』로 바다의 역할에 주목하여 근대사를 해석해낸 주경철 교수가 이번에는 인류사 전체를 조망한다. 고대부터 21세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여정을 바다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이 책은 그간 대륙 문명의 관점으로 서술해온 역사 서술의 한계를 극복한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