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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연기와 일상을 꼼꼼히 바느질하는 아름다운 그녀 - 『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 김현주

그녀와 그녀의 책이 예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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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김현주를 만난다는 설렘이, 저자 김현주를 만난다는 그것보다 더 컸음을 고백해야겠다. 얼마나 예쁠까, 하고 상상했던 것도 고백해야겠다. 1월 29일 저녁, 홍대 앞 상상마당 건너편 살롱드팩토리 문 앞에는 소위 연예인 차라고 불리는 하얀색의 커다란 차가 서 있었다. 다른 저자들보다 일찍 도착해 있구나, 하는 느낌에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더 커졌다.

탤런트 김현주를 만난다는 설렘이, 저자 김현주를 만난다는 그것보다 더 컸음을 고백해야겠다. 얼마나 예쁠까, 하고 상상했던 것도 고백해야겠다. 1월 29일 저녁, 홍대 앞 상상마당 건너편 살롱드팩토리 문 앞에는 소위 연예인 차라고 불리는 하얀색의 커다란 차가 서 있었다. 다른 저자들보다 일찍 도착해 있구나, 하는 느낌에 만남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 더 커졌다. 그녀가 잘 보일 가까운 의자에 먼저 자리 잡고 앉아 있었더니, 이윽고 환한, 정말 연예인다운 빛이 나는 김현주 그녀가 들어왔다. 굽 높이가 있긴 했지만, 키가 생각보다 더 컸고, 과연 예뻤다. 한때 연예인을 만나는 직업을 잠시나마 가졌던 건 다 잊어버리고 ‘와, 김현주다!’ 속으로 외쳤다. 언론에서 많이들 찾아와 소위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퍼부었고, 눈이 부셔 잠깐 깜박거리는 동안 저자는 방글방글 웃으며,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 주고, 미리 양해의 메일을 받고 온 독자들에게 다시 양해를 구했으며, 서글서글한 말투로 모두를 편안하게 했다. 저자가 낸 책은 바느질과 일상의 이야기를 엮은 『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 바느질 전문가가 아니라 바느질을 매우 좋아하는 탤런트의 에세이 같은 형식이어서, 물론 만드는 법도 소개되어 있지만 그저 읽기로도, 사진을 즐기기에도 좋은 책이다.


대세는 바느질이었다! 어쩌나

“어제 첫 번째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고, 오늘이 두 번째예요. 어제는 너무 긴장했었는데, 오늘은 한 번 해 봤다고, 아주 잘하는 애처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저자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모두 조그맣게 웃었다. 그리고는 바로 바느질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제가 쓰는 재봉틀을 가져왔어요. 대화하면서 가방을 만들어 보일 거고요. 만든 가방을 선물해 드릴 거예요. 여러분은 바느질에 관심이 있으셔서 오신 거죠?” ‘선물’이라는 말에 혹하면서도 저자와 책에 관심이 많은 반면 바느질에 대한 관심은 통 없는 탓에 ‘앗!’ 하는 탄성을 내지르려는 찰나, 저자의 권유로 독자들이 한 명 한 명씩 자기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소개를 하면 시간도 잘 가고, 훨씬 가까워지는 느낌이 있다.”고 저자가 말했기 때문이다.

과연, 모인 독자 30여 명은 대체로 바느질에 베테랑이거나, 초보자이더라도 관심이 지대하거나, 바느질은 아니어도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대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개중에는 탤런 트 김현주에 대한 솔직한 관심을 드러낸 독자도 있기는 했지만(지방에서 4시간 걸려서 온 어머니와 딸 및 유일한 남성 독자) 대세는 바느질이었다! 어쩌나.

아니나 다를까, 저자가 직접 만든 물건들(『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에서 보았던 것들)을 돌려보는 시간에 독자들은 매의 눈을 하고서, 재질이나 바느질, 부재료 등을 꼼꼼히 훑어보았는데, 필자는 오로지 한 가지 감정으로만 일관했다. ‘와, 대단하다!’ 하는 감탄. 가방, 머플러(뜨개질), 컵 받침, 덧버선, 파우치, 주머니 등 한결같이 조그맣고 단아한 핸드메이드 용품을 파는 곳에서나 볼 법한 예쁨을 자랑했다. 한 번쯤은 발걸음을 멈추고 상점 유리를 쳐다보고 서 있게 만드는 그런 패브릭 제품의 느낌. 이유를 모르게 크리스마스가 잠깐 뇌리에 스쳤다.

바빠서 더 바느질이 필요하다?

이어, 미리 적어 낸 질문지를 들고서 저자가 하나하나 읽으며 답변을 해 주기 시작했는데, 거의 빠진 사람 없이 질문지를 낸 덕택에 꽤 오랜 시간이 이 일로 채워졌다. 탤런트 손예진과 오버랩된다는 질문에 그녀는 “그분이 저와 닮았을 거예요. 제가 더 나이가 많습니다.”라고 재치있게 대답했고,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을 때는 여느 사람들처럼 여행을 즐기는데, 홍콩, 필리핀을 자주 가고, 국내 여행도 참 좋아하며 그리스와 쿠바, 아이티에 가보고 싶다고 했다. 뜨개질부터 시작했는데 지금은 재봉틀과 더 친해졌다.”고 했고, 바쁜 시간에 어떻게 바느질을 하느냐는 질문에는 “바빠서 더 바느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늘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늘 카메라가 자신을 찍고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가 얼마나 중요할지는 불문가지다. 그래서 그녀는 ‘철저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능력 밖의 일에 욕심을 내게 될 때, 허황한 꿈에 사로잡힐 때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라앉는다.”고 했다. 그래서 바느질이 연기 생활에 전혀 애로 사항이 되지 않는단다. 다들 좀 웃었다. 겉보기에 화려한 생활의 뒤가 자칫하면 공허함과 쓸쓸함에 매몰되기 쉬울 거라 싶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은데 그래서 김현주의 건강함이 더 빛나 보인다고 생각했다.

하필 왜 바느질이 그녀에게로 왔을까? 데뷔 후 3년쯤부터 바느질 취미를 갖게 됐지만 원래부터 손재주가 좀 있었다. 학창 시절 미화 부장을 맡아 놓고 했고, 하드보드지로 필통 만들기가 유행했을 때는 주문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 어렵다는 2단 필통 만들기가 자유자재였다. 누군가 디자인을 직접 다 하느냐고 물었는데, 당연히 그렇다는 대답을 할 정도로 그녀는 자신의 솜씨에 자부심이 있었다. “네, 저 손재주가 좋은 것 같아요. 좋은 것 같기는 해요. 제 손을 타면 녀석들이 괜찮아지더라구요?” 비즈 공예나 도예, 미니어처, 꽃꽂이도 다 즐기는데, 꽃꽂이는 수준급이란다.

연기는 ‘버려서는 안 되는 것’, 인기는 ‘배고픔’

저자의 말을 인용한 대목들을 읽으면 짐작되듯, 사실 저자는 연기 경력 10년의 베테랑이고, 사람들과의 공식적인 자리나 언론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유연해, 농담과 진담을 적절히 섞어 부담스럽지 않게 진심을 전달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그리고 그 모든 걸 유쾌하게 했다. 예쁜 사람이 고운 목소리로 명랑하게 하는 이야기는 당연히 좌중을 유쾌하게 한다.

바느질에 홀릭하여 책까지 낸 저자에게 연기란, 인기란, 팬이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간명하고 진실하게 대답했다.

“연기는, 버려서는 안 되는 것. 인기는 배고픔인 것 같아요. 더 가지고 싶고, 사람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고. 있어야 하기는 한데 욕심을 내면 안 되는 것이죠. 그리고 팬은, 제게는 적지도 않고 많지도 않은 팬들이 있어요. 대개 조용하시죠. 궁금한 게 있어도 막 묻지 않고 참아 주고, 찾아와서 얼굴만 보다가 가요. 저를 닮아서요.(웃음) 그렇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이만큼이에요.” 하면서 저자는 뒤쪽에 앉은 팬들 몇몇을 보고 웃어 보였다. 잘 알고 아주 친한 사이 같았다. 스타와 팬이 정말 편한 사이가 되려면 어느 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어느 만큼의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나중에 저자는 자신의 연기를 좋아한다고 덧붙이며 크게 소리 내 웃었다. “으하하!”라며.

책을 쓰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연예인들의 책이 너무 자주 쏟아져 나오니까, 누구는 대필을 의심하고, 누구는 정말 직접 바느질한 것들일까 의심하고, 아마 보지 않아도, 묻지 않아도 그랬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데 저자는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재봉틀에 전원을 연결하여 실제로 재봉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식의 똑 부러지는 성격으로 보였고, 때문인지 작가가 써 준 글을 읽다가 느낌이 다르다고 판단하여 처음부터 직접 다시 썼다고 했다.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현재 김현주 씨가 촬영 중인 인권 영화-편집자 주) 촬영 기간과 겹쳐 밤샘 촬영을 하면서 글을 썼기 때문에 마감이 마치 목을 죄는 듯했고, 좋아하는 바느질이 ‘일’이 되어 버려서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바느질 하나도 안 싫어졌어요. 여전히 좋아요.”

그녀와 그녀의 책이 예쁜 이유

“만든 것들은 주로 선물하냐고요? 아뇨, 솔직히 선물 잘 안 해요. 너무 아까워서. 특히 아무렇지도 않게 ‘이거 나 줘.’ 하는 사람한테는 절대로 안 줘요. 선물은 미리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야 줄 마음이 생겨요.”라는 저자가 행사 말미에 어마어마한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누구나 저자가 되면 책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하는 독자에 대해 한없이 너그러워지는 것인지. 하얀 수건의 하단에 패브릭으로 덧대어 나만의 수건으로 탄생시킨 것들(세 장이 한 세트. 저자는 반드시 세 장이라야 예쁘다고 여러 번 강조했고, 마지막 한 장은 행사장에서 직접 재봉틀로 완성했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양면 가방(한 면은 책에도 나온 뉴스페이퍼 천으로, 또 한 면은 누구나 좋아하는 체크무늬 천으로 만듦), 커피 잔 받침 3세트, 『현주의 손으로 짓는 이야기』 한 권, 그러고도 청중이 아쉬워하자, 제비뽑기 통으로 사용한 커피세트를 담는 통(이것 역시 저자가 직접 만든 것)까지 추첨으로 나눠 주었다. 뽑힌 사람들의 얼굴에는 홍조가 진달래처럼 번졌다. 저자는 한 명 한 명과 사진을 찍었다. 필자 역시 선물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사진 찍히는 일이 무서워 추첨 시간 내내 갈등했다는 이야기를 굳이 밝힌다. 다행히 혹은 불행히도 그녀가 만든 작품 선물에는 뽑히지 않았다.


시종일관 재봉틀을 놀리며, 손목에는 동그란 바늘꽂이를 두르고, 목에는 앤티크 풍의 조그만 가위를 걸고 웃고, 말하고, 사람들과 눈 맞추는 그녀의 모습이 예뻤다. 새침해 보이지만 그녀의 속에는 넉넉함이 들어 있을 게 분명했고, 프로는 아니지만 프로에 가까운 바느질 솜씨를 가졌으며, 유려하지는 않지만 정성 어린 글을 쓸 줄 알며, 무엇보다 일상을 아름답게 가꿀 줄 아는 그녀가 예뻤다. 그녀가 버릴 수 없다는 연기 생활이 더 단단하게 다져지기를 기대하기도 하고, 그녀처럼 예쁜 다음 책도 기대해 본다. 문학만 좋아하는 필자는 에세이 자체를 즐기지는 않지만, 이 책에는 기분 좋게 하는 아름다움이 가득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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