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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맛]한여름 밤의 센트럴 파크

bouchon bak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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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센트럴 파크를 포함해서 크고 작은 공원에는 햇볕에 몸을 쬐기 위해 나와 있는 뉴요커들로 가득하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공원은 풀밭, 벤치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넘쳐난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 피부가 잘 타는 편이라 어렸을 때는 선탠은 고사하고 낮에 수영조차 피했었다. 대학에 들어와 까무잡잡하게 ‘태닝’한 피부가 유행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친구와 함께 바닷가에서 선탠을 해보게 되었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따땃한 모래사장 위에 알록달록한 수건을 깔고 오일의 코코넛 향기가 달콤하게 몸을 감싸는 맛이란! 햇살에 몸이 따끈해지면서 나른해지는 기분은 아주아주 추운 날 찜통에서 갓 꺼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호빵을 양손에 올리고 손을 녹이는 것처럼 좋았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가끔 고양이가 되어 아무 데나 벌러덩 누워 햇볕에 몸을 말리고 싶은 충동도 간혹 들었다. 소프트 아이스크림의 뾰족한 첫 한입처럼 시원하면서도 달콤하게 입 안에서 스르르 녹아드는 기분은, 영양소를 넘는 그 무언가가 몸 안에서 소록소록 생성되어 차가운 콘크리트와 넘치는 정보에서 지친 심신이 충전되는 것만 같다. 바닷가가 아닌 공원의 나무 그늘 사이에서 햇살을 쬐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뿌리를 내리고 대지의 양분을 담뿍 흡수하여 광합성을 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매디슨 스퀘어 가든의 일요일.

이런 착각은 많은 뉴요커들이 중독된 것 중 하나였다. 유명한 센트럴 파크를 포함해서 크고 작은 공원에는 햇볕에 몸을 쬐기 위해 나와 있는 뉴요커들로 가득하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공원은 풀밭, 벤치 할 것 없이 사람들로 넘쳐난다. 풀밭에 돗자리를 깔고 뒹굴 거리는 사람들, 조깅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공원 벤치에 앉아 나무 그늘을 즐기며 노트북을 열심히 두드리는 사람들, 소설책 문장 속 세계에 폭 빠져 있는 사람들, 늦은 점심을 포장해 나와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 그 사이를 기웃거리며 먹을 거 한 점 얻어보려는 다람쥐들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물론 다람쥐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뉴욕 공원에는 다람쥐과의 청설모가 무척 많다.) 어디보다도 높은 건물이 밀집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도시 곳곳에 있는 크고 작은 공원, 아니 공원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작은 공터라도 나무가 있다면 사람들은 나무의 숨결을 느끼기 위해 모여든다.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는 청설모. 가을이면 도토리에 정신이 없다.

나는 전생에 구름이었음을 안다. 왜냐하면 지금 나는 여전히 구름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나는 강물이었고 바위였다. 바로 이 순간 나는 강물이며 바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구 생명의 역사다. 그대 역시 과거에 사슴, 새, 물고기였고, 지금도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

센트럴 파크 안의 성 탑에서 찍은 사진.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있는 곳이 upper east side다.

뉴욕의 공원 하면 떠오르는 센트럴 파크Central park는 엄청나게 커서 공원보다는 숲 같은 기분이 든다. 워낙 규모가 커서 주변에 낮은 벽이 있고, 입구가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으며 동서남북을 가르는 차도도 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난 센트럴 파크보다 센트럴 파크 남서쪽 모퉁이 입구에 있는 타임 워너 센터Time Warner Center에 더 자주 들렀다. 그 안에는 다양한 가게들과 홀푸드Whole Food, 뉴욕에서 가장 비싸다고 유명한 일식당 마사masa와 전 세계 top 10에 드는 레스토랑 Per Se가 있다. Per Se도 두 번째로 비싸다고 할 정도의 고가의 레스토랑인데 레스토랑의 오너 겸 셰프인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는 대중을 위해 바로 아래층에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과 함께 베이커리인 부숑bouchon을 운영한다. 꿩 대신 닭, 아니 병아리인 격이지만, 셰프의 명성에 걸맞은 훌륭한 빵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날 수 있다. 부숑 베이커리에서 보기만 해도 웃음이 부풀어 오르는 크로와상이나, 군침이 돌게 하는 샌드위치에 진한 커피를 한잔 사서 양손에 들고 종종걸음으로 센트럴 파크에 들어가 피크닉을 즐기면 Per Se가 부럽지 않은 행복한 만찬이 된다.

59가 쪽 센트럴 파크 입구에 있는 타임 워너 센터.

특히 여름이면 센트럴 파크에서는 Summer night이라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하는 행사가 있어 최고의 음악과 함께 공원의 풀밭을 즐길 수 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길 추천하는 곳이며 나 역시 다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고픈 시간이다. 언젠가는 꼭 함께.

Summer Night? New York Pill Harmonics Orchestra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 가운데 파란색이 무대다.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는 자리지만 이 뒤쪽으로도 사람들이 빼곡히 차 있다.

낮에는 무더웠던 여름날, 조금 일찍 친구들과 연락을 하고 역시 부숑 베이커리에 들렀다. 맛있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포장해서 센트럴 파크 입구에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이 돗자리를 옆구리에 끼고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 흘러 들어가자 드디어 넓은 잔디가 펼쳐진 공연장이 나오고 앞쪽에는 초대권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의자라면 조금 더 편할지는 몰라도 초대권이 없는 우리에겐 그 주변에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리 크지 않은 돗자리로 자리를 펴고, 신발을 벗어 던진 발끝을 이슬을 머금은 시원한 잔디 위에 얹고 둘러앉았다. 부숑 베이커리 도시락을 펼치고, 거기에 부담 없고 맛 좋은 와인이 센스 있는 친구가 준비한 와인잔에 곁들여졌다. 잔 속에서 흔들리는 붉은 장미 꽃잎 같은 와인에 얼굴이 살짝 물들어 갈 무렵, 악기를 조율하는 소리가 멈추고 공연이 시작되었다.

부숑 베이커리에서 테이크아웃해서 들고 간 샌드위치와 샐러드들.
모두 바닥까지 싹싹 해치웠다.

연주가 시작되자 시끌벅적했던 주위 사람들도 마치 교실에 교장선생님이 들어온 것처럼 조용히 숨을 죽이고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 지휘자의 손끝도, 화려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손놀림도 보이지 않는 풀밭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지만 어떤 연주보다도 가슴속 깊은 곳을 휘저었다. 오케스트라 대신 가끔 올려다보는 밤하늘은 투명한 감색 실크에 박혀 있는 보석 같이 흔들렸고,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찬란한 음악 소리에 별의 파편이 눈에 들어간 것만 같았다. 꼭 감아버린 눈앞에 갑자기 잊고 있었던 시가 튀어나왔다.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시라고 읊기엔 청승맞은 이 시를 너무나도 좋아해서 몇 번이고 외웠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귀천」, 천상병

정말 ‘귀천’ 후에 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고 싶다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세상 모르는 사춘기 소녀가 말했었다. 그때 그 소녀는 이제 어른 아닌 어른이 되어 이렇게 뉴욕 땅, 센트럴 파크 잔디밭 위에서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오케스트라 연주가 끝나고 조금은 적막해진 사이로 이번에는 피날레를 알리는 폭죽이 별빛 사이로 알록달록 화려한 꽃을 피웠다. 하염없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불꽃을 바라보며 나와 같은 미련 덩어리 사람들은 쉬이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제는 더 이상 불꽃조차 남지 않자 남은 와인잔에 미련을 담아 삼키고 일어나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공원은 여전히 싱그러운 잔디가 맞아주었고, 그 길을 따라나오는 오솔길 또한 여느 때처럼 꼬불꼬불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건물들이 가득한 뉴욕의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건 결국 푸른 생명의 빛의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히’ 더러운 지하철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대단히’ 깨끗한 잔디밭이 그걸 대신 얘기해주는 것만 같았다. 수많은 사람이 잔디 위에서 먹고 마시며 뒹굴었지만, 그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것은 엉덩이의 무게에 눌린 풀잎 정도였다. 모두 자기 자리를 정리하고 쓰레기를 한데 모아두고 나가는 장면은 오케스트라의 감동만큼이나 멋졌다.

한여름 밤의 꿈. 그 밤은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만큼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날 밤은 마치 꿈만 같이 텅 빈 공연장 풀밭.
저 넓은 풀밭에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토마스 켈러의 베이커리, Bouchon

타임 워너 센터Time Warner Center 3층에 올라가면 가운데 엄청나게 큰 ‘삼성’ 글씨가 거꾸로 보인다. 대한민국의 삼성이라는 생각에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무언가 생뚱맞기도 한 느낌이 든다. 바로 그 아래로 레스토랑이 있기 때문이다. 그곳은 미국을 대표하는 유명한 셰프인 토마스 켈러Thomas Keller가 운영하는 LA의 부숑Bouchon의 분점으로 본점보다 메뉴가 간단하고 옆에는 베이커리를 겸하고 있다.

삼성 로고 아래의 부숑 매장.

삼성 로고가 있는 아래쪽은 안내를 받고 들어가 서버들에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레스토랑 같은 곳이고, 왼쪽으로 꺾으면 테이크아웃이 가능한 베이커리와 함께 간단한 스툴이 준비되어 있어 간편하게 먹기에 좋다. 베이커리라고 해도 샌드위치나 수프 같은 음식을 예쁘게 포장해서 갈 수 있으며 케이크도 한 조각이라도 박스에 예쁘게 담아준다. 언제 가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10번에 한 번 정도만 기다리지 않고 주문할 수 있었지만, 워낙 빠르고 친절한 점원들이 많아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차례가 되었다.

엄청 잘 부푼 크로와상.

모든 빵은 참 잘 부풀어져 있고 큼직해서 파리의 빵집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맛있어 보이는데, 특히 잘 부푼 크로와상은 마치 빵 반죽이 아니라 천을 말아놓은 것처럼 층층이 단면이 다 보인다. 끝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 크로와상은 뉴욕 시내에서 가장 완벽한 크로와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워낙 겹겹이 층이 잘 분리되어 있어 먹고 나면 온통 부스러기로 정신없지만, 제대로 반죽하지 않아 층이 다 녹아내린 크로와상에 비하면 부스러기에 엉망이 된 손조차도 사랑스럽다.

보기만 해도 진득한 스티키 번.

스티키 번Sticky bun 또한 <뉴욕 매거진>(New York Magazine) 2007년도 베스트 스티키 번으로 뽑힐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 말 그대로 끈적끈적한 캐러멜과 시나몬 가루가 빵과 함께 잘 말려 있고 캐러멜라이즈한 피칸이 빵이 안 보일 정도로 듬뿍 올려져 있다. 한번 손을 대고 나면 물티슈로 닦아야 할 정도로 끈적거리지만 매끈거리는 자태와 달콤한 향기에 나도 모르게 고르는 빵 중 하나이다. 코끝이 찡하게 단 피칸과 캐러멜빵을 한입 베어 물 때 양심은 옆구리 살을 꾹꾹 찌르지만 조금 진하게 탄 아메리카노와 함께 돌돌 벗겨 먹다 보면 어느새 바닥에 캐러멜 자국만이 남는다.

브리오슈 토스트, 오트밀 쿠키, 다양한 빵, 도넛 박스.

브리오슈 토스트는 잘 구운 사각 브리오슈를 잘라 달콤한 시럽에 적신 후 슬라이스한 아몬드를 얹고 다시 한번 토스트한 뒤 파우더슈가를 눈처럼 뿌려준다. 브리오슈란 우리나라로 치자면 버터 식빵이나 버터 롤과 비슷한 빵인데 버터가 아주 많이 들어가서 색깔도 속은 노란 편이며 부드럽지만, 껍질이 버터 롤에 비해 조금 두껍다. 그 진한 버터 빵을 시럽에 적시니 맛이 더욱 진하고 달콤해졌다. 또한, 오트밀 레이즌 쿠키는 CD보다도 큼직한 크기에 오트밀과 함께 건포도, 시나몬 넛맥 등 향신료도 듬뿍 들어 있어 한번 맛보면 중독되기 쉽다. 오죽했으면 그 맛에 빠진 친구를 위해 서울로 떠나기 전날에 들러 비스킷 공수에 나섰을까. 그뿐만 아니라 다양한 머핀, 팽 오 쇼콜라(크로와상 반죽에 초콜릿 심이 들어 있는 것)를 빼놓을 수 없으며, 주말에만 파는 동그란 도넛 박스는 어릴 적 엄마 옆에서 맛보았던 생각만 해도 흐뭇한 복슬복슬 달콤 폭신한 맛도 단연 최고다.

식전 빵인 에삐 바게트.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삼성 마크가 있는 레스토랑 쪽에 자리를 잡고 친절한 서비스와 함께 따끈한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다. 음식을 주문하면 에삐라고 부르는 나뭇잎 모양으로 자른 바게트를 준다. 이런 빵은 바게트의 끝, 뀌뇽이라 불리는 딱딱한 부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졌는데, 바삭바삭한 부분에 질 좋은 버터를 듬뿍 발라먹기 참 좋다.

Ham & Cheese on Baguette.

베이커리 쪽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햄 앤 치즈 바게트는 바게트 사이에 정말 심플하게 질 좋은 햄과 치즈(그뤼에르나 에멘탈 같은 약간 딱딱한 치즈)에 버터와 씨겨자 혹은 그냥 겨자가 전부다. 무엇보다도 재료의 질에 맛이 좌우되는 솔직한 맛이라 좋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정말 맛있기가 정말 힘든 샌드위치이기도 하다. 이런 샌드위치는 가격이 비싸면 사람들이 먹지 않기 때문에 이윤을 포기하면서 좋은 재료를 쓰기란 웬만한 신념이 있지 않다면 쉽지 않다. 또한, 잘 구운 바게트도 중요한데 프랑스식으로 껍질이 딱딱하고, 속은 촉촉하고 구멍이 어느 정도 있으며 소금간이 절묘한 바게트가 필요하다. 흔히 한국에서 먹는 껍질이 얇고 속이 마르고 뻑뻑한 바게트로는 아무리 좋은 햄과 치즈를 쓰더라도 진짜 맛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런 간단하지만 어려운 조건을 모두 갖춘 햄 앤 치즈 샌드위치가 바로 여기 있었다. 차갑게 사서 먹어도 좋지만, 레스토랑 쪽에서 주문하면 파니니 그릴에 눌러 주니 따끈하게 색다른 맛을 신선한 샐러드와 함께 즐길 수 있다.

Tartine of Tuna Nicoise on Pain de Campagne.

딱띤tartine 또는 타르틴이라고 불리는 오픈 샌드위치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유행하는 미국과 유럽에서 인기가 많다. 부숑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참치 샌드위치는 딱띤 형태로 나오는데, 니수와즈 샐러드처럼 참치와 함께 올리브와 삶은 계란이 얇게 저민 래디쉬와 함께 나온다. 두툼한 참치살은 차이브와 양념으로 잘 버무려져 있으며 전체적으로 카이엔 페퍼cayenne pepper(주1)를 뿌려줘서 느끼한 맛을 잡아 주었다. 유난히 미인이 많은 베네수엘라에서는 참치를 즐겨 먹는다니, 속는 셈 치고 참치를 듬뿍 먹고 싶을 때 주문하길 권해본다.

Tomato Soup & Grilled Cheese.

그릴드 치즈Grilled cheese는 말 그대로 샌드위치 빵 사이에 치즈를 넣고 그릴에 구워 준 샌드위치이다. 서양에서는 어린 시절 밤참이나 아침으로 자주 먹는 메뉴로 간단하지만, 역시 재료의 질에 맛이 좌우된다. 부숑의 그릴드 치즈는 아주 잘 구워진 오렌지빛 도톰한 식빵에 두툼하게 들어 있는 에멘탈이 흠뻑 녹아 빵 사이로 흘러나와 있다. 거기에 토마토 수프를 곁들여 주는데 토마토를 곱게 갈아 크림을 약간 갈아 넣어 부드러운 맛이지만 조금 간이 센 편이라 싱겁게 먹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

Bouchon Chocolate Cake

베이커리에서 파는 다양한 케이크도 예쁘게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사진은 부숑 초콜릿 케이크로 탁구공보다 작은 케이크 안에는 초콜릿 한 통을 다 넣은 듯이 진하고 녹진한 맛이 일품이다. 한입 베어 물면 녹진하게 녹아드는 다디단 초콜릿에 혀가 얼얼하고 머리가 찡한데, 곁들여 주는 라즈베리 셔벗으로 시원하고 새콤하게 찡한 혀를 달래며 먹는 이 맛은 부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디저트이다.

어서 빨리 조금 더 따뜻해져서 공원을 거닐기 좋은 날씨가 되었으면 좋겠다. 부숑 베이커리에 들려 잘 부풀어 오른 크로와상과 아직은 쌀쌀한 공기를 덥혀줄 따끈한 아메리카노를 양손에 들고 타박타박 센트럴 파크로 걸어 들어가고 싶다.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아주 엷은 연두색 새싹이 피어올라 있으면 좋겠다. 부드러운 새싹이 딱딱한 나뭇가지 사이에서 피어오르듯 나도 그렇게 새로운 소망이 마음속에서 피어오르기를 한걸음 한걸음 다독여야지. 아 참. 오트밀 쿠키도 잊지 말아야겠다.

센트럴 파크 벤치에 앉아 봄 기다리기.

주1.
카이엔 페퍼: 우리나라 고춧가루와 비슷한 것이지만 매운맛이 훨씬 강한 아주 고운 가루이다. 느끼한 소스나 요리에 약간의 매운맛을 주기 위해 넣는데, 칼끝으로 아주 조금만 찍어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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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원

대학 시절 4년간 심리학을 공부하며 내 자신에 대해, 인생의 맛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 끝에 결정한 요리 유학은 가족과 친구들을 떠나, 홀로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며 뉴욕과 함께 농밀한 데이트를 보냈던 1년이었다. 객관적인 시간으로는 1년이라는 것은 결코 길지 않지만 주관적인 시간으로는 10년과도 같이 지냈던 그 해를, 함께 가지 못했던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을 모자란 글에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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