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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색(色)의 발라드를 느껴보자 - 윤하 & 스웰 시즌 & 알 켈리

발랄한 피아노 록을 들려주던 윤하가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내걸고 인기 차트를 순항 중입니다. 「오늘 헤어졌어요」가 각종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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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랄한 피아노 록을 들려주던 윤하가 발라드를 타이틀곡으로 내걸고 인기 차트를 순항 중입니다. 「오늘 헤어졌어요」가 각종 차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대중적으로 더 친근해진 것 같지만 인기를 떠나 뮤지션으로서의 발전을 위해 몸부림친 흔적도 있습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앨범입니다. 영화 <원스>의 커플이죠, 글렌 한사드와 마케타 잉글로바의 스웰 시즌도 신보를 냈습니다. 「Falling slowly」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여전히 애잔한 ‘향’이 나는 발라드네요. 알앤비의 대부 알 켈리도 새 음반으로 돌아왔습니다.

윤하 <3rd Album Part.B ‘Growing Season’>(2009)

확실히 윤하는 많은 부분에서 변했다. 주특기인 록 트랙들부터가 상큼하고 즐겁기보단 거칠고 그르렁대려고 한다. 「Say something」이 대표적이다. 「좋아해」도 업 템포에 밝은 내용을 담곤 있지만 기타 연주가 상당히 무겁고 공격적이다. 「비밀번호 486」 「Gossip boy」와 비교했을 때 트레이드마크인 경쾌한 피아노도 사라졌다.

갑자기 재즈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뜻밖이다. 김범수와 듀엣으로 부른 「헤어진 후에야 알 수 있는 것」은 퓨전 재즈, 「Lalala」는 스캣을 흥얼대는 재즈 보컬 실험 곡이다. 같은 재즈 필이라도 무드 송 격으로 삽입된 2집의 「빗소리」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둘의 공통점은 ‘마니아’ 성격을 대표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윤하가 날이 갈수록 음악적 취향이 깊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뮤지션으로선 발전, 대중적으론 위기일 수 있는 어려운 기로다. 고민이 많을 것 같다.

타이틀곡 「오늘 헤어졌어요」부터가 이 고민을 드러낸다. 대중적 승부처인 첫 싱글과 음악성으로 돋보이려는 나머지 곡들의 격차가 너무 큰 것이다. 「오늘 헤어졌어요」는 윤하의 예전 발라드 곡들과 비교해 히트 노림수가 너무 노골적이다.

유희열이 작곡한 「편한가봐」에서 둘의 적절한 절충을 기대한 것 같지만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만큼의 이상적인 균형감은 나오질 않았다. 돌이켜보면 윤하의 특별한 순간들은 절충의 모범 답안 선배들이 써준 곡을 윤하가 놀라운 가창력으로 소화했을 때 만들어졌다. 「오늘 서울 하늘은 하루 종일 맑음」은 물론 타블로가 만든 「기억」과 「우산」, 조규찬이 만든 「Strawberry days」가 모두 그랬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하드 록, 재즈, 대중적 발라드가 7곡의 미니 앨범 안에서 얽혀 있는 것도 장르적으로 산만하게 들린다. 하나의 일관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방황하는 느낌이다. 개별 곡들의 품질이 전부 뛰어나면 백화점식 진열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2집이 바로 그랬다) 작곡 운이 따르지 않은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과도기로 보인다. 발랄한 록에서 발라드로의 전환을 확실히 굳힌 것, 재즈 키드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확인한 것으로 족해야 할 것 같다. 이쯤에서 앨범 제목을 다시 보니 ‘성장의 계절(Growing Season)’이다. 이번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글 / 이대화(dae-hwa82@hanmail.net)

스웰 시즌(Swell Season) <Strict Joy>(2009)

길거리 악사와 가난한 이민자의 순수하고 아린 사랑 이야기, 2008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빛나는 영화 <원스(Once)>다. 그 두 주인공 글렌 한사드(Glen Hansard)와 마르케타 이글로바(Marketa Irglova)의 프로젝트팀 스웰 시즌(Swell Season)이 돌아왔다.

영화 개봉이 2007년이었으니 2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간 바뀐 것은 무엇일까? 예상치 못한 흥행으로 세계적 유명 인사가 되었다는 점도 있겠지만, 실제 연인임을 밝혀 화제였던 둘의 관계가 더 지속하지 못한 채 친구로 남았다는 것이다.

헤어진 마당에 앨범을 내다니, <원스>의 명성을 쉽사리 놓지 못하는 걸까? 이와 관련해 상업적 관점에서 여러 의혹을 제시할 수 있으나 그러기엔 <Strict Joy>가 부정적 시각을 잠재울 만큼 정직하게 울려 퍼진다.

음악은 영화의 히트곡 「Falling slowly」 「When your mind's made up」을 떠올리면 쉽게 그려진다. 원래 두 곡 다 스웰 시즌 첫 번째 앨범 <The Swell Season>의 수록곡이었다. 대중에게 알려진 순서가 바뀌긴 했으나 차례를 고민할 만큼 시간적 변화에 기인한 팀은 아니기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앨범 전반이 이별에 기댄 분위기는 아니지만,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그림이 인쇄된 커버만큼 밝은 감정은 살피기 힘들다. 여전한 한사드의 통기타와 이글로바의 건반 소리와 함께 조금씩 거칠고 어두우며 서정적으로 다가온다. 앨범 제목처럼 오직 음악만을 위해 선을 그은 ‘엄격한 즐거움(Strict joy)’으로 노래한 느낌이다.

첫 싱글 「Low rising」은 대표적이다. 익숙한 한사드의 목소리와 기타 리프가 시작을 이끌지만, 현악과 조합되는 후반은 슬프게 마무리된다. 이글로바가 노래한 「Fantasy man」 「I have loved you wrong」 역시 기존의 음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 그러나 하모니카의 마무리가 매력적인 「Feeling the pull」, 후반 밴드 합의 힘을 보여주는 「The rain」 「High horses」 등 속도감 있는 음악의 연결이 자연스러워 청취의 집중도를 높였다.

애초 스웰 시즌은 한사드의 솔로 프로젝트로 시작하다 세션인 이글로바의 자리가 커지면서 팀으로 발전했다. 그것이 <원스> 이전(2006년)에 생긴 일이니 어찌 보면 영화의 존재는 음악으로 출발했던 팀의 지속 여부에만 영향 끼쳤을 뿐이다. 그리고 이 고마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2년간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열고 초대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쁘게 보내 앨범만을 위한 시간을 많이 못 가졌으나 제작 여유와 무관할 만큼 밀도 높은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와 함께 19살 나이 차를 극복했던 과거의 로맨스가 드러난 것도 사실이지만, 남녀로 구성된 듀오에서 연인 관계였던 건 이들만이 아니다. 또한, 음악에 있어 외부 시선에 당당히 맞설 수 있는 뮤지션으로서의 능력을 어김없이 발휘한다. <Strict Joy>는 굳이 <원스>에 엮이지 않을 만큼 스웰 시즌이란 팀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알 켈리(R. Kelly) <Untitled>(2009)

한동안 아동 포르노 비디오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알 켈리(42)는 꾸준히 새 앨범을 발표했다. 어느덧 아홉 번째 정규음반이 나왔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섹스 스캔들의 상처로 당분간 골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그와 비슷한 처지에서도 알 켈리의 곡 작업은 거침없었다. 그는 대놓고 노래를 통해 섹스를 이야기했다. 때론 무모할 정도로 보였다. 전성기는 3집 <R>로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그는 오랜 휴식 뒤의 컴백을 원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작 <Double Up> 이후 2년 만에 공개된 알 켈리의 신보는 원래 지난해 <12 Play: Fourth Quarter>라는 타이틀로 발매될 뻔했다. 그러나 앨범 발매일은 음원이 유출되면서 1년 이상 지연됐고 출시 연기를 거듭한 끝에 올 연말 ‘언타이틀’ 앨범으로 출시됐다. 그리하여 음반 수록곡은 상당수 교체됐다. 네 번째 TP 시리즈의 미완성을 겪은 셈이다.

신보에서도 섹스 라이프는 중심 테마로 자리한다. 알 켈리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섹스’와 ‘신앙’은 데뷔 초부터 지금껏 주요 음악적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반면 사운드 패턴은 기존 슬로 잼과 R&B 발라드에서 폭을 넓혀 유로 디스코와 오토튠 댄스까지 확장되고 있다. 「Crazy night」를 비롯한 알 켈리가 요들로 노래한 「Echo」, 여가수 케리 힐슨과 듀엣을 한 첫 싱글 「Number one」 그리고 유로 댄스곡 「I love the DJ」 등이 대표적인 노래들이다. 트렌드세터 카니예 웨스트와 T-페인의 영향에서 알 켈리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듯하다.

너무 많은 시도 탓에 앨범은 다소 집중력이 떨어진다. 곡 구성과 짜임새가 분산된 느낌이다. 그럼에도 아직 그가 주류 R&B계의 리더임을 말해 주는 곡이 다수 들어 있다. 앨범의 핵심은 웅장한 발라드 「Religious」 「Elsewhere」 두 싱글이다. 이것은 전형적인 알 켈리의 가스펠 스케일을 재차 활용했다. 이밖에 1990년대 타입의 크루너로 복귀한 노래들, 즉 「Go low」 「Whole lotta kisses」 그리고 로빈 시크와 타이리스가 참여한 엔딩 송 「Pregnant」 등은 기존 팬들이 환영할 만한 리듬과 무드를 선사한다. 몇몇 곡은 그나마 이 시대 젊은 흑인 싱어의 노래보단 낫다.

섹스 동영상 소동은 무죄로 끝났지만 알 켈리의 음악적 전진은 좀처럼 빠르지 않다. 앨범 숫자만큼 가속도가 붙지 않고 느리다. 현재 알 켈리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그가 그 어떤 노력을 하더라도 추락한 이미지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그것을 이겨낼 수 없는 한, 혹은 세상을 발칵 뒤집은 「Bump n' grind」나 「I believe I can fly」에 버금가는 괴물 히트곡이 다시금 탄생되지 않는 한 알 켈리는 오랜 침묵 뒤의 컴백을 택해도 괜찮다. 타이거 우즈처럼 지금은 휴식이 최선이다.
- 글 / 김獨(quincyjones@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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