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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 당신은 천사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 박상주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싶었던 이들의 오지 희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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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홍대의 카페 ‘디디다’. 그들은 천사니, 인류애니 같은 말을 거북살스러워하겠지만, 이 세계를 덜 슬픈 곳으로 만드는, 세상을 슬픔을 약간 덜어주는, 인류애와 천사를 만났다.

인류애. 어떤 맥락이나 설명 없이 듣게 된다면, 손발이 오그라들 단어.
천사. 닭살 돋는 연애질에서 듣게 되는 혹은 선행의 뒤끝에 따라붙는 단어.

나는 인류애 따위, 거부감이 있지만, 일상에서 우연히 만나는 인류애에 감동한다.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우연히 천사(들)를 만나 감탄한다. 그것은 있다. 흉포하고 엄혹한 세상. 그들은 부패한 세상에 방부제 역할을 한다. 그들마저 없었다면, 아마 세상은 이미 ‘펑’ 하는 파열음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27일 홍대의 카페 ‘디디다’. 그들은 천사니, 인류애니 같은 말을 거북살스러워하겠지만, 이 세계를 덜 슬픈 곳으로 만드는, 세상을 슬픔을 약간 덜어주는, 인류애와 천사를 만났다. ‘누군가에게 꽃이 되고 싶었던 이들의 오지 희망 보고서!’라는 레떼르를 단 『세상 끝에서 삶을 춤추다』(박상주 지음/북스코프 펴냄)와 독자와의 만남. 저자 박상주를 비롯해 저자가 세계 오지에서 만난 행복 여행자 세 명이 독자들과 함께했다. 그들이 천사인 이유. 천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록. 다른 삶도 있다는 것,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삶의 춤꾼들.

하모닝스, 문을 열다

그전에 잠깐. ‘하모닝스’가 막을 연다. 뉴규? 세계 하모니카 대회에서 1등을 수상한 실력파 뮤지션. “(카페) 사장님 만나러 왔다가, 좋은 행사가 있어서 축하드리고 싶은 마음에 말을 건넸더니 연주를 하게 됐다. 좋은 일 많이 생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하모니카를 전공하는 첫 번째 학생. 세계 하모니카 대회에서 수상한 자작곡, 「런 어게인」을 듣게 되는 영광이라니. 천사들의 등장을 알리기 위한 서곡인가. 하모니카가 춤춘다. 여기가 아닌, 그 어딘가로 달려나가고픈 갈망이 꿈틀댄다. 세 명의 하모니카가 어우러진 하모니. 길고 굵은, 하모니카. 엄청 크다. 처음 본다. 하모니카의 세계도 다양하구나. 내가 몰랐던 또 어떤 세계가 있구나. 각기 19세, 20세의 하모니카가 만난 앙상블이 흥을 돋운다. 하모니카, 어쩌면 이 지구별,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하모니카라는 섬이 있는 것, 아닐까.

20여 년 동안 일간지 기자로 일했던,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 박상주의 등장. 하모닝스의 연주 덕분에 한숨 덜었단다. “오늘 걱정했는데, 일단은 헛걸음 안 했다, 괜히 왔다는 소리는 안 들을 것 같다. 안심이다. 하모니카 연주 감상한 것으로 그다음 시간이 실망스러워도 참을 만할 거다. (웃음) 20년 기자 생활했지만 처음 낸 책이라 굉장히 낯설다. 오늘 편안하게 쌍방향으로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 봉사에 관심 있는 사람도 있고, 여행이 궁금해서 온 분도 있을 것 같다. 다 섞어서 얘기하겠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책을 채우고, 여기에 왔을까. “이런 얘기하잖나.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내가 그렇게 사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놀고먹는 사람이다. 필생의 꿈이었는데, 꿈을 이뤘다. 봉이 김선달, 흠모하는 사람이다. 대동강 물을 퍼서 팔아먹었지 않나. 나는 더 고단수다. 대동강 물보다 귀한 분들의 이야기를 공짜로 퍼 날라 여러분들에게 돈 받고 팔아먹었지 않나. (웃음) 어떤 물을 팔아먹었는지, 약간 소개하겠다.”

천사들, 만나다

당신은 천사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저자가 소개하는 천사들. 우선, 최인혁 목사(「아프리카 한복판에서 우물 파는 사나이」). 케냐에서 만났다. 식수 개발 전문 구호단체 팀앤팀(Team&Team)의 일원. 우물 파는 일을 한다. 반사막인 케냐에서 사람들에게 깨끗한 물을 주는 것을 필생의 사역으로 삼고 일을 한다. 이런 순간도 있었단다. 차를 타고 소말리아로 가는 길. 노을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있던 찰나, ‘펑’ 하는 파열음과 함께 모래 먼지와 메케한 연기가 확 밀려온다. 차가 통제력을 잃고 좌우로 뒤뚱뒤뚱 흔들린다. 노련한 운전사의 통제가 아녔다면 큰일 날 뻔했다. 바퀴가 터진 정도가 아니고, 절반 정도 찢어져 너덜너덜해졌다. 천만다행이다. 그게 누구 ‘빽’이겠나. 목사님이 있어서다. (웃음) 놀라움과 그런 기적을 실감하며 산다.

이수현 씨(「따뜻한 지구인 스물셋 수현」). 에너지 덩어리다. 2년 전 베트남에서 봤다. 그때는 정말 아기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성숙한 여인. (웃음) 베트남 소수민족인 므엉족이 사는 마을. 차로 못 간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야 하는데, 진창이 많다. 그때 엉덩이가 날아 가는 줄 알았다. 이수현 씨는 소를 키운다고 여물을 주고 쿵쿵거리고 뛰어다니더라. 그곳은 들판이 참 예쁜데, 얼마 전까지 화장실이 따로 없었다. 일을 볼 적에는 아름다운 대지에서 대충 본다. 그러면 멍멍이가 와서 엉덩이를 막 핥는다. 그래서 막대기를 들고 일을 보라고. (웃음)

유성주(「나도 행복해지고 남도 행복해지는 방법」) 씨. 남해산 무공해 총각이다. 이집트에서 정부 청사의 공무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유성주 씨에 대해 놀랐던 것이 있다. 요즘 사람들 그렇게 살기 쉽지 않다. 이른바 한국에서 최고의 직장이라면, 그렇다. 삼성. 유성주 씨도 그곳을 다녔다. 그런데 농촌공동체에서 커서 인간다운 삶에 대한 향수가 있다. 철이 덜 든 거다. 삼성 들어갔더니, 인간 공동체는 죽어도 아니었던 거다. 고민했다. 봉사를 하겠다고 삼성을 때려치웠다. KOICA를 지원했고, 2년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다시 꿈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굉장히 궁금하다. 어떤 삶의 궤적을 살아갈 것인지. 스콧 니어링처럼 살아가려는 고민이 어떻게 관철될 것인지, 죽을 때까지 지켜보고 싶다.


저자 박성주는 이렇다. 말하자면, 놀고먹는 근황. 세계 일주를 했는데, 아껴 두고 있는 곳도 있다. 코소보, 세르비아 등. 하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국을 제대로 못 봤다. 그래서 지금 오지의 섬마을을 돌고 있다. 한 일간지에 매주 연재를 시작했고, 내년 6월경 책을 낼 예정이다. 비금도, 기도 등 지도에도 나오지 않은 조그만 섬을 돌아다니고 있다.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입에 발린 소리 같지만, 대한민국처럼 아름다운 곳이 없다. 말 그대로 옥토다. 애인과 꼭 가야할 곳도 추천할 수 있다. 배도 별로 없고 풍랑주의보도 워낙 많이 내린다. 들어가는 건 마음대로 가도 나오는 게 쉽지 않다. (웃음) 우이도, 가거도 등. 우이도는 특히, 사구 모래 언덕이 무척 예쁘다. 해수욕장도 좋고. 무릉도원 같다. 아쉬운 건, 젊은이가 없다.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젊은이들을 빨아들인 것 같다. 학교도 전교생이 1~2명이거나 10명 안쪽이다. 그러다 보니 전교 1~2등 하는 애들만 만났다. (웃음) 선생님도 만나서, 선생님 이야기도 쓰고 있다.

섬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정말 올라오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음식도 정말 좋다. 도초도의 간재미, 흑산도 홍어. 인간이 만들어내는 맛이 아니다. 정말 죽여준다. 오리지널 맛을 안다는 건 때론 불행이다. 다른 곳을 가진 못한다. 우리나라를 돌아보면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세계 어느 곳에 견주어도, 우리나라는 조물주가 굉장히 공을 들여서 만들었다.

아프리카, 물 한 동이의 아픔과 생명의 물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우물 파는 사나이, 최인혁. 2006년부터 케냐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볼 일이 있어 잠시 귀국했고, 내년 1월에 다시 돌아간다. 지구시스템 과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지하수를 연구했다. 물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곳에서 봉사하고 싶었다. 가난한 사람 도우면서 사는 게 대학 때 품은 꿈. 아내가 된 사람은, 아프리카의 고아나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있었다. 교집합이 만들어졌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면 되겠구나. 갔다. 소말리족 있는 곳. 소말리아 해적 부족. 케냐와 소말리아 국경 지역에서 소말리 사람들과 함께 산다.

아프리카에서 가사 일은 여자와 어린이의 몫. 남자들은 전혀 돕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다. 속도 상하고 남자들 때려주고 싶었다. 요즘은 마음을 잡았다. 어떻게 그들의 문화를 더 이해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그네들의 물. 짐승도 마시고 빨래도 하는 물. 그 물을 식수로도 사용한다. 오염된 물이라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그런 환경이라 우물을 판다. 하지만 펌프가 고장 나서 방치한 경우가 많다. 지역개발과 관련한 화두. 지역사람들을 어떻게 동참시킬 수 있을 것인가. 오너십을 가지게 할 것인가. UN 등에서 만들어줘도 빠르면 3개월 만에 고장 난다. 물이 경수다 보니, 고무 패킹이 금방 닳는다. 우물 하나에 의존하니 견디지 못한 것. 이것도 1,500원이면 된다. 하지만 돈도, 기술도 없고, 무엇보다 우리 것이라는 생각이 없다. 만들어줬으면 고쳐줘야지, 하는 생각.


여기서 고민. 큰돈 들여 우물을 여럿 파 준다고 지속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것. 어떻게 하면 지속이 가능할까. 국경 주변에 1000km가 넘는 강이 있다. 강물의 존재는 축복. 하지만 많은 어린이들이 악어에게 잡아먹힌다. 고장 난 우물에서 물을 못 마시니까 강물에서 마시다가. 속상하다. 목표는 이것. 고장 수리는, 남자의 영역이라 생각해서 스스로 펌프를 고치게끔 하는 것. 우물을 새로 파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새로운 우물 하나를 파는 데만도 1만에서 1만 5000달러가 드나, 1,500원으로 하나를 고치면 똑같은 효과를 낸다. 그들에게 훈련도 시킬 수 있다면, 수리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한편으로 강수량이 적어 지하로 침전되는 양은 한계가 있다. 다른 건설적인 방안을 생각하는 중. 스스로 할 수 있고 유지 관리될 수 있는 아이디어. 51개 우물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12만 명. 한국에 와서 기회 될 때마다 하는 말. “물 아껴 씁시다.” 지구상에 있는 H₂O의 총량은 똑같다.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지도 않고 나가지도 않는다. 그러나 환경파괴로 굉장히 불균형하게 됐다. 한쪽에 비가 많이 오게 되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가 점점 더 안 오게 된다는 얘기. 이것이 우리가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이유.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

물과 모기, 위생 부분이 가장 큰 문제. 아프리카에서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 1위가 물 부족, 2위가 말라리아. 에이즈는 10% 미만. 물(수인성 질병, 44%)과 모기(말라리아, 37%)로 81%. 움막 안에서도 장작에 불을 때는데, 연기 때문에 천식?안질이 생기거나 아기들이 움막 안에서 기어다니다가 안타까운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 각자 최대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동참한다면, 함께 어우러져서 잘 살 수 있는 세계가 되지 않을까.

“가뭄과 홍수, 폭설과 허리케인 등 기상이변은 선진 강대국의 산업화에서 초래된 부작용들이에요. 최근 아프리카 북부의 오랜 가뭄도 한류와 난류의 왜곡으로 발생한 기상이변의 하나죠. 부유한 나라들의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로 인한 부작용에 엉뚱하게도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아프리카의 가뭄 문제를 해결해줘야 해요.”(p.134)

아주 약간의 용기로 바뀐 삶

나도 행복해지고 남도 행복해지는 방법, 유성주. 2006년 8월부터 2년 동안 KOICA봉사단(IT분야)으로 이집트 카이로에서 근무. 솔직히 봉사라는 게, 어울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집트로 떠난 이유? 텅 빈 느낌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위한 생을 살아 보겠다고? 천만에. 제도권 교육권에서 잘 가고 있다가 불현듯 돌아보니, 이게 아니었다. 박차고 나왔다. 다른 사람보다 아주 약간의 용기가 있었을 뿐.

그래서 삶이 바뀌긴 했다. 고민도 따랐다. 봉사라고 하고 있는데, 정말 봉사 맞아? 그냥 그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왔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잠시의 편리와 풍족을 포기하고 불편하게 지내다 왔다. 이것밖에 없다. 이건 누구라도 약간의 용기와 결심만 있다면 다 할 수 있는 것.


얻고 깨달은 것도 많지만, 그 경험, 잠깐의 외유랄까, 개인적인 방황이었다 할까. 그래서일까. 평생 봉사하겠다는 분들이 부럽다. 근무했던 이집트의 정부 종합 청사. 모든 행정 부처가 다 모여 있고, 2만 명이 일한다. 컴퓨터 6대가 있고, 공무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이집트에 가서 좋았던 것? 말로만 듣던 고대 유적들을 직접 보고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처럼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싶었어요. 아버지는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이거든요. 공부를 잘해서 대학까지 갔지만 정말로 아버지 같은 농군이 되고 싶었어요. 회사 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니어링 부부의 생활이 자꾸 머릿속에 떠오르더라고요. 스콧 니어링은 꼭 100년을 살았어요. 그의 100번째 생일인 1983년 8월 6일에 그가 살던 메인 주 하버사이드 마을 사람들이 그의 집 앞에 ‘당신이 살아서 세상이 조금은 나아졌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축하했다죠. 그 이후에는 살 만큼 살았다면서 스스로 음식을 거부했어요. 1983년 8월 24일 그는 부인 헬렌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지요. 나 역시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지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p.169)

인류애와 열정이 만든 베트남행

따뜻한 지구인 스물셋 수현, 이수현. 2007년 1년간 베트남에 있었다. 한국 NGO봉사단이라는 제도에 지원했다. 베트남에 있는 굿네이버스 지부로 갔다. 왜 갔니. 뭘 했니. 스물셋. 마음속 가득 찬 인류애. 뭐가 하긴 해야 해. 나는야 지구인. 스무 살, 한 달 동안 케냐의 국제 워크캠프 체험. 함께 부대꼈다. 지구촌은 한 가족이라는 뜨거운 체험. 그들은 혼자가 아니야.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체계적으로 해야겠구나. 그래, 장기 봉사! 당시 우리나라에 등장한 이슈가 베트남 처녀 문제. 어이없음. 말도 안 돼. 어떻게 여자를 물건 취급하나. 도망가면 환불해준다고? 마음에 안 들면 교환 가능하다고? 아니, 어떻게 우리나라가 이럴 수가……. 반만년 역사를 지닌 문명국가 맞아? 부끄러움이 밀려오고, 숙명처럼 떠난 베트남. 그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까.

굿네이버스 지부는 베트남의 세 마을을 담당했다. 그 중 소수민족의 삶은 굉장히 열악하다. 그들을 위해 우물을 파주거나 우물 상태를 점검한다. 암소를 가정에 지원해준다. 새끼를 낳아 농가 소득에 이바지하도록. 암소가 잘 자라는지 오줌 색깔도 체크한다. 겨울에는 양계 사업도 하고. 우리가 옛날 소를 팔아 자식들을 대학 보냈다면, 베트남에서는 닭을 팔아 학교를 보낸다. 베트남에선 닭이 소보다 비싸다. 흔하고 가꾸기 편하면서도 고가의 가축. 아이들에겐 영양 급식도 주고, 여름 교실을 운영해 미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농촌 기술 사업도 한다.

떠난 지 2년. 그때 쓴 다이어리, 편지를 봤다. 그때 삶이 어땠나. 거기 가서 똑같이 살아가려고 애썼다. 마음에 남은 것 하나는, 그 사람들과 같은 땅에서 같은 공기로 호흡했구나.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도 이 정도의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수혜 관계가 아닌, 그렇게 함께했다는 것. 지금도 계속 연락한다. 마을에서 이수현을 기억하는 방법, 술 잘 먹는 한국인. 그런 느낌이 좋다. 오늘, 11월의 마지막 금요일. 우수 깊은 날. 여기 모인 사람들은 어떤 열정을 갖고 왔나, 궁금하다. 지금은 평범한 직장인이라 다시 열정을 갖고 싶다. 그래서 이 자리에 왔다.

“제가 농촌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이번 양계 프로젝트를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농촌 처녀의 경쟁력이 뭔지 아세요? 농사를 짓고 소, 돼지를 키우는 부모님을 도우면서 생명의 신비와 땅의 정직함을 배웠다는 거예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저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배웠어요. 누군가의 삶에 내 힘을 보탠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도 알게 됐고요.”(p.330)

여기 몇 질문. 오지 거주자 혹은 장기 여행자들을 향한 궁금한 것에 대해 물었다.

스콧 니어링에게 감명을 받았다는 유성주 씨. 헬렌 니어링 같은 여자 친구가 혹시?

다행히 없다. (웃음) 스콧 니어링은 대학 때부터 영향을 많이 미쳤다. 그가 100세 생일에 마을 주민들로부터 얘기를 들었다. “당신이 세상에 있음으로써 우리는 행복했었다.” 여기에 있으면서 돈을 벌고 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도 있지만, 거기 가서 다른 사람므 행복하게 만드는 방식도 있지 않을까 해서 갔다.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삶을, 물론 온몸을 다 던져서 그렇게 하겠다는 건 아니었고, 내가 행복하게 느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즐겁게 살고 싶다.


이수현 씨, 스물셋, 어린 나이에 어떻게 그런 결정을? 부모는 반대하지 않았나. 앞으로도 다시 갈 의향이 있는지.

지구는 하나고, 나는 지구의 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당시의 나는 놓을 게 하나도 없는 거다. 스물셋, 부양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쌓아 놓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1년이란 시간이 아깝지도 않았다. 봉사단은 돈도 나오니, 돈 들 것도 아니고. 1년이라는 시간이라면 한번 해보고 싶었다.

당시 엄마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시더라. 지금은 회사에서 1년 지내고 있는데, NGO라는 공간이 열정은 넘치지만 체계가 돼 있지 않다. 회사에 있지만, 아직도 뒤숭숭해서 다른 분은 어떤지 참 궁금했다. 지금도 KOICA 홈페이지에 종종 들어가서 본다. 그쪽에서 일하면 어떨까. 아직 많이 갈등 중이다. 다시 봉사자로 돌아가라고 하면 자신은 없다. 재미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이어리 보니까 힘들어서 한 달 내내 울고 그랬더라. (웃음) 그때만큼은 자신이 있진 않지만, 선택할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천사들과의 시간은 막을 내렸다. 두 개가 떠올랐다. 이 노래, 「당신은 천사와 커피를 마신 적이 있습니까」(김성호) 그리고 이 책,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조병준 지음/그린비 펴냄). 내가 사랑하는 노래와 책. 이날, 나는 이렇게 갈무리를 했다. 나는 천사를 믿지 않지만, 천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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