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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노래하기 시작한 소울 거장 - 스티비 원더 <Innervisions>(1973)

스티비 원더는 3연속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습니다. 올해의 앨범은 그 해 최고의 상이나 다름이 없죠. 그래미 시즌도 되고 했으니 이쯤에서 스티비 원더의 최고작 하나를 회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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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그래미 시상식 후보가 발표되었습니다. 섹시 디바 비욘세가 무려 10개 부문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네요. 결과야 시상 당일이 되어봐야 아는 것이지만 벌써부터 언론들은 비욘세의 그래미 대박을 당연한 귀결인 듯 예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래미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은 무엇일까요? 개수로 따지면 대중음악인 중에선 퀸시 존스(Quincy Jones)가 27개로 단연 1위지만, 단순히 받은 숫자만 가지고서 종합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스티비 원더가 아닐까요? 그는 1973년 <Innervisions>, 1974년 <Fulfillingness' First Finale>, 1976년 <Songs In The Key Of Life>를 연속으로 내놓았는데 이것이 전부 다 3연속 그래미 ‘올해의 앨범’을 수상했습니다. 올해의 앨범은 그 해 최고의 상이나 다름이 없죠. 그래미 시즌도 되고 했으니 이쯤에서 스티비 원더의 최고작 하나를 회고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Higher ground」 「Living for the city」로 유명한 <Innervisions>입니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Innervisions>(1973)

한동안 달콤한 사랑 노래를 즐겨 부르던 스티비 원더는 23살에 공개한 <Innervisions>에서 인종 문제, 정치, 종교 등 사회적 이슈들을 거침없이 꺼내놓는다. 그런 접근은 ‘모타운’ 소속의 동료가수 마빈 게이의 <What's Going On>(1970)을 접하고 얻은 영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 후 디트로이트 흑인 폭동, 베트남 반전 운동과 관련된 혼란스럽고 흑인에게 여전히 억압적인 사회상을 스티비 원더 역시 음악으로 구상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 앨범에서 그 새로운 사고의 패러다임을 구체화한다.

전작인 1972년 앨범 <Talking Book>이 매끈한 고감도 팝, 소울 발라드로 가득 채워졌다면 <Innervisions>은 ‘좀 더 하드하고 펑키하고 파워풀한’ 로큰롤 색채가 군데군데 스며들었다. 이는 스티비 원더의 보컬 프레이징이 그간의 정적인 선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에서 잘 표출된다. 그는 이전의 ‘감미롭고 부드러운’ 창법에서 ‘과격하고 요란스런’ 목소리의 한(恨)을 담아내듯, 강한 보컬 톤을 유지한다.

마약 복용을 금하자는 내용의 오프닝 송 「Too high」부터 사회 비판적인 방향으로 시각을 바꾼 음악 노선은 훗날 그의 대표작이 되는 「Living for the city」에서 한층 심화된다. 이 곡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흑인들의 비인격적인 삶과 인종 문제에 대한 강한 부정의 메시지를 담은 한편의 서사시로서, 대곡 지향적인 구성과 입체적인 사운드 이펙트, 원더의 위대한 보컬 솜씨가 압권이다. 팝 차트 톱 10을 기록한 「Living for the city」(8위)와 함께 펑키 넘버 「Higher Ground」(4위) 역시 인종 문제를 표면화시킨다.

흑인 게토 사회의 차별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Don't you worry 'bout a thing」은 월드비트에 대한 원더의 관심을 최초로 드러낸 곡이다. 스타카토 피아노 인트로와 경쾌한 리틴 리듬이 인상적인 곡으로 명반 <Songs In The Key Of Life>(1976)의 수록곡 「Ngiculela-Es Una Historia-I am singing」의 모태가 된다.

물론 이전처럼 팝, 펑크(funk), 가스펠, R&B, 소울의 무드는 여전히 드라마틱하고 고급스럽게 전개된다. 명 세션 주자 딘 팍스(Dean Parks)의 어쿠스틱 기타 소리샘이 명상적인 「Visions」, 원더가 직접 연주한 신시사이저 무그 ?이스 연주의 그루브감이 매력적인 러브 송 「Golden lady」, 로맨틱한 관계 정립의 어려움을 노래한 피아노 발라드 「All is fair in love」 등도 ‘원더 표(標) 발라드의 미학’을 전한다.

하지만 음반의 포커스는 역시나 정치 음모를 신랄하게 비판한 「He's Misstra know-it-all」로 막을 내린다. 닉슨 시대의 세태를 풍자한 이 곡은 ‘트리키 딕(tricky dick)’이라 불리던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관한 정치적인 스캔들을 고발한다. <Innervisions>이 스티비 원더의 음악적 위상을 끌어올린 계기가 여기에서 비롯된다. 내용물의 곳곳에서 스티비 원더의 저항 의식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록 앨범’이다. 때문에 아름다운 하모니는 다소 떨어지지만 록 청자들에게 <Innervisions>의 수록곡이 지닌 짜임새는 스티비 원더의 그 어떤 앨범보다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레니 크라비츠는 ‘자신의 인생을 뒤바꾼 앨범’으로 <Innervisions>을 언급한 적이 있다. 이처럼 음반은 훗날 프린스, 레니 크라비츠 등의 흑인 로커들을 탄생시킨 결정적 배경을 제공한다.

이 음반을 통해 스티비 원더는 음악 인생 최초로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 수상한다. (이후 3회 연속 수상) 정확히 말하자면 <Music Of My Mind>(1972)부터 <Talking Book> <Innervisions> <Fulfillingness' First Finale> <Songs In The Key Of Life>까지 ‘빅 5’로 거론되는 위대한 걸작 가운데 가장 로큰롤 문법이 강조된 앨범이다.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대중성, 음악성뿐만 아니라 사회성까지 강렬하게 접목된 공인 명반이다. 2004년 6월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장의 로큰롤 앨범’ 순위에서 이 음반은 23위에 랭크됐다. 100위권 안에 진입한 그의 앨범 가운데는 <Songs In The Key Of Life>(56위)와 <Talking Book>(90위)을 밀어낸 최고 순위였다.

- 글 / 김獨(quincyjones@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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