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은사리 단풍나무 숲 | 전북 고창군 고수면 은사리 | 산책 시간 1시간 30분
고창 문수산 단풍나무 숲은 보기 드문 경관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숲이 천연기념물(고창 은사리 단풍나무 숲)로 지정된 후에 유명해져 지금은 해마다 단풍 축제 기간이면 주차장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문수사 일주문 곁에 분홍빛을 띤 단풍나무 고목을 시작으로 절 안으로 드는 약 6백 미터 길가 양쪽으로 100~400년 정도 된 단풍나무 고목들이 자라고 있다. 말끔히 포장한 길가에 늘어선 단풍나무 고목은 알록달록한 수피를 뽐내고, 가끔 아름드리 소나무도 드문드문 서 있다. 직경 1m가 넘는 초대형 단풍나무는 마음껏 가지를 뻗었고 그 주변도 온통 단풍나무 천지다. 성곽처럼 쌓아 올린 축대 위에 자리 잡은 문수사 역시 주변의 단풍과 여러 나무들과 어우러져 화려한 경치를 선보인다. 최근에는 숲의 명성이 전국적으로 드높아져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이 출입하게 되자, 숲의 훼손을 우려해 산책로 명목으로 만들어 놓은 길 이외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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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와 단풍나무 고목이 펼치는 가을 향연 | |
전북 고창군 문수사 입구에는 백 년에서 사백 년 정도 된 단풍나무* 고목들이 자라고 있다. 이렇게 오래되고 큰 나무들이 집단으로 산에 있는 경우가 드물어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단풍나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이 숲에서는 단풍철에 축제도 열리는데 호젓한 단풍 숲을 감상하려면 오히려 축제가 끝난 직후에 가는 것이 좋다. 고창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단풍나무 숲 이외에도 고창읍성** 등에 독특한 소나무 숲이 많아 볼만하다. 강원도 금강소나무와 같이 크지는 않으나 나름대로 개성 있는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크고 작은 단풍나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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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 ‘모양성(牟陽城)’이라고도 하며 조선 단종 원년(1453)에 외침을 막기 위하여 전라도민들이 축성한 자연석 성곽으로 사적 제145호이다. 돌을 머리에 이고 성을 밟으면 병 없이 오래 살고 저승길에 극락문에 당도한다는 전설이 있어 매년 답성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성 밟기를 한 후 머리에 이고 온 돌을 일정한 지역에 쌓아 놓게 한 것은 유사시 석전(石戰)에 대비하기 위한 유비무환의 예지라 생각된다. | |
고창 고수면 소재지에서 문수사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21번 도로를 타고 약 7킬로미터 들어간다. 조산저수지를 지나고 신기계곡을 따라 오르면 마을 회관이 나타난다. 길이 좁아지고 7백 미터쯤 더 오르면 은사리 문수사다. 문수사 입구를 나타내는 일주문부터 문수사까지 이어진 6백여 미터 길가에 단풍나무 숲이 있다. 길 양옆을 지키는 오래된 단풍나무가 이 숲의 주인이다.
일주문 바로 옆에는 수백 년 된 단풍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키는 작지만 직경은 70센티미터나 된다. 45도로 비스듬하게 누운 자태로 유혹하듯 손을 맞는다. 왼쪽은 산비탈이고 오른쪽은 깊은 계곡이다. 저 멀리 산 능선에 자리 잡은 소나무들이 하늘 아래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며 자라고 있다. 얼마 전에 말끔히 포장한 길가에는 알록달록한 수피를 가진 단풍나무 고목이 늘어서 있다. 쌍둥이처럼 똑 닮은 두 그루의 단풍나무가 시선을 끈다. 곧게 자라기를 포기한 듯 이리저리 줄기를 비틀어 하늘로 올렸다. 단풍나무 특색을 잘 보여주는 나무다. 길 가장자리에는 흙이 떨어져나가 뿌리가 노출된 단풍나무가 서 있다. 나무는 보통 수직으로 뿌리를 내리지만 이 나무는 큰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인지 수평으로 뿌리를 내렸다.
드물지만 이들과 경쟁하며 같은 키를 유지하고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도 있다. 커다란 숲에서 생명을 유지하려면 주변 나무와의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특히 빛을 좋아하는 소나무는 주변이 활엽수로 덮이면 죽기 마련이다. 솔잎이 나무 꼭대기에만 붙어 있는 이유도 활엽수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다행히 직경이 70센티미터나 되는 굵은 소나무들이 단풍나무 사이에서 잘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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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 주변의 단풍. 여러 빛깔이 곱게 어우러졌다. | |
약간 경사진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그 정점에서 소나무가 잠시 많아지다가, 다시 단풍나무로 바뀐다. 큰 돌들이 바닥에 깔려 있는데 그 틈새에도 나무가 자라는 걸 보면 자연의 강인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직경 1미터가 넘는 초대형 단풍나무가 제멋대로 가지를 뻗었다. 여기저기 온통 단풍나무가 자라나는 와중에 한쪽 급한 비탈면에도 어린 단풍나무가 자라나고 있다. 제멋대로 굽은 채로 흰 수피를 드러내고 어른이 될 때를 기다린다. 그 아래 사시사철 늘 푸른 조릿대가 땅을 뒤덮고 있다. 화려한 단풍이 지나간 초겨울 숲에서 황량하고 삭막한 기운을 지워낸다.
문수사 안의 느티나무산 중턱에는 주차장이 넓게 마련되어 있다. 산 쪽으로 난 길 앞에는 전나무 몇 그루가 싱싱한 초록 잎을 빛내고 있다. 근처에는 땅 위를 기듯 줄기를 뻗었다가 겨우 고개를 쳐든 어린 비자나무도 한 그루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단풍나무와 힘을 겨뤄야 할 것이다.
계곡의 작은 물줄기가 형형색색의 낙엽을 적신다. 길은 어느덧 계곡을 따라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길 좌우는 여전히 단풍나무 세상이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풍경을 감상하면서도 도저히 이것이 현실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단풍나무는 한 그루만 있어도 매우 아름다운 나무인데 수백 년 동안 숲을 이루어 유지하였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숲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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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에는 회색빛 단풍나무 고목이 서 있다. | |
집채만 한 돌들이 계곡을 메운 다리를 지나면 성곽처럼 축대를 쌓은 문수사가 나타난다. 문수사는 643년(의자왕 3년)에 신라의 자장율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문수사 들어가는 초입에는 돌계단이 마련되어 있고 그 곁에는 특이한 수피를 가진 느티나무 한 그루가 우람하게 서 있다. 여러 곳에서 느티나무를 보았지만 이 나무처럼 큰 물방울이 떨어져 무늬가 새겨진 것 같은 수피는 처음 본다. 다르게 보면 큰 동전을 이용해 콕콕 찍어 만든 무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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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한자로 시수(枾樹)라 한다. 온대 특산종으로서 중국 중북부, 일본, 한국 중부 이남에서 널리 재배한다. 중국에서는 BC 2세기경에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일본은 8세기경 중국에서 전래되었는데 800여 종의 품종이 있으며, 특히 단감은 일본 고유 품종이다. | |
절집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전북 유형문화재 51호로 지정된 문수사 대웅전을 만난다. 그 외 문수전, 명부전, 나한전, 요사채 등 여러 건물이 다소 좁은 공간에 들어서 있었는데, 2008년에 발생한 화재로 요사채를 비롯한 전각 셋이 전소됐다. 다행히 문수사 대웅전과 문수전은 피해를 입지 않았다.
절 뒷산에는 주황색 감을 다닥다닥 달고 있는 감나무*** 몇 그루가 있다. 그 곁에는 진한 초록빛을 발하는 잣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가을에 벌이는 단풍의 화려한 축제는 이미 끝났지만 잣나무 숲이 선사하는 싱그러움 때문인지 그다지 쓸쓸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
단풍나무과*
단풍나무과는 돈단풍속(Dipte-sonia)과 단풍속(Acer)으로 구분된다. 돈단풍속은 2종이 있으며 중국의 중부와 남부에 분포한다. 단풍속은 100~150종으로 구성되는데, 분포 중심지는 아시아다. 한국에는 단풍나무, 당단풍, 고로쇠나무, 신나무, 복자기 등 15종이 분포한다. 고로쇠나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키가 10m 이하이므로 보통 숲의 중간층을 차지한다. 단풍나무와 당단풍의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전자는 잎이 5~7개로 갈라지고, 후자는 9~11개로 갈라진다는 점이다. 단풍나무는 형태에 따라 내장단풍, 털단풍, 아기단풍이 있고 당단풍은 좁은 단풍, 왕단풍, 털참단풍, 서울단풍, 산단풍 등 변종이 많다.
여행정보● 산책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호젓한 단풍 숲을 감상하려면 11월 초 고창국화축제가 끝난 직후에 가는 것이 좋다.
● 주변에 마땅한 숙식 장소가 없으므로 고창읍으로 나가야 하는데, 고창읍성에도 훌륭한 소나무 숲이 있으니 여유가 된다면 함께 둘러본다.
● 문수사: 063-562-0502
● 고창 문화관광:
//culture.gochang.go.kr찾아가는 길버스: 고창에서 신기마을행 군내버스를 타고 종점인 신기마을에서 내린다.
자가용: 서해안고속도로 고창나들목 → 고창읍 → 영광 방면 23번 국도 → 고수면 → 고수 주유소 앞 좌회전 → 조산저수지 좌회전 → 은사마을 → 신기마을 → 문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