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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소녀들도 들은 레이건 시대의 메탈 블록버스터 - 본 조비(Bon Jovi) <Slippery When Wet>(1986)

극심한 록 불황기 속에서도 본 조비는 건재했습니다. 신보 &lt;The Circle>이 내놓자마자 곧장 빌보드 차트 1위로 직행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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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록 불황기 속에서도 본 조비는 건재했습니다. 신보 <The Circle>이 내놓자마자 곧장 빌보드 차트 1위로 직행했네요. 무려 11번째 앨범이고 26년이란 세월을 활동했음에도 녹슬지 않고 대박 행진을 구가하고 있는 것이 참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쯤에서 26년 공력의 본 조비가 지금껏 내놓은 최고의 앨범은 무엇일지 한 번 되짚어 보는 것도 재미있겠죠? 이즘에서는 바로 「You give love a bad name」 「Living on a prayer가 수록된 1986년 3집 <Slippery When Wet>을 권해 드립니다. 이 앨범도 역시 1위를 했었네요.

본 조비(Bon Jovi) <Slippery When Wet> (1986)

치렁치렁한 긴 머리와 검은 가죽 재킷, 온몸을 휘감은 쇠사슬과 험악한 인상. 헤비메탈은 언제나 대중들에게 난폭한 것으로 비쳐졌다. 추종 층을 보더라도 그것은 여성이나 노약자의 접근이 금지된 신체 건강한 젊은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다. 전형적인 남근(男根) 음악이었다. 헤비메탈은 그러나 이러한 남성 우월주의라는 불평등(?)적 요소 때문에 점점 소수를 위한 향연으로 축소된 면도 없지 않았다.

본 조비(Bon Jovi)의 86년 흥행 폭탄 <슬리퍼리 웬 웨트>(Slippery When Wet)는 이러한 헤비메탈의 ‘남근성’ ‘소수’ 그리고 ‘음지’의 철학에 일대 변화를 초래하면서 남녀노소를 막론한 많은 사람들을 양지의 쾌속 음으로 데려갔다. 동시에 음악 속의 잠재된 성차별과 특권의식도 유배되었다.

본 조비의 3집인 이 앨범은 ‘여성들도 헤비메탈을 듣고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증했다. 음악뿐 아니라 여성들이 한눈에 혹할 정도로 매력적인 프로필과 터프하지만 자신들을 보호해줄 것 같은 부드러운 멤버들의 이미지, 연기자인 듯 분칠한 얼굴 등 음악 외적 요소들도 메탈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 완화에 기여했다. 무섭기는커녕 그들의 공연장에는 10대 소녀들이 꽉 들어찼다. 금녀(禁女)의 벽은 단박 허물어졌다.

본 조비는 시대의 물결을 견인했다. 메탈 서클에서는 그들의 스타일을 모방한 많은 그룹들이 생겨나 갑작스레 음악시장은 ‘메탈 키드들’의 판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포이즌(Poison), 신데렐라(Cinderella), 유럽(Europe), 스키드 로우(Skid Row) 등이 차트를 주름잡았던 대표적인 메탈 밴드들이었다(이 가운데 신데렐라와 스키드 로우는 직접 본 조비가 발굴한 밴드였다).

엄청난 성공은 평단의 질타를 유발해 본 조비는 메탈이기보다는 ‘터프한 이미지를 가진 보컬리스트 존 본 조비와 달콤하게 기타를 연주하는 리치 샘보라에 의해 주조된 작위적 인기형 팝 그룹’으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심지어 어떤 비평가는 ‘순전히 돈을 벌기 위해 만든 팝 메탈 음악’이라는 모욕적 재단을 서슴지 않았다. 본 조비 음악의 문은 소수 아닌 대중들을 위해 활짝 열린 것이라는 사실은 매장되었다.

역량 있는 작곡가 데스몬드 차일드(Desmond Child)의 상업적 경향과 뉴저지의 사랑 이야기가 믹스된 앨범 <슬리퍼리 웬 웨트>는 이듬해 87년 가장 많이 팔린 록 음반이 되었다. 판매량은 자그마치 1천만 장이 넘었다. 싱글의 화염도 폭발해 「사랑을 나쁘게 만드네요」(You give love a bad name)와 토킹 박스 이펙트가 인상적인 「기도로 살며」(Livin' on a prayer) 두 곡은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죽기 아니면 살기」(Wanted dead or alive)도 7위에 올랐다.

싱글로 나오지 않은 「사랑 없이는」(Without love) 「널 위해 죽을 테야」(I'd die for you)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Never say goodbye) 등 대부분 수록곡이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팝록의 사운드에 힘입어 널리 애청되었다. 가공할 차트와 시장 잠식으로 본 조비는 ‘메탈 그룹도 마돈나나 필 콜린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많은 메탈 그룹들이 당시의 팝 음악계를 천박하게 느끼면서 대중들과 소원해져 갈 때, 반대로 존 본 조비(보컬), 리치 샘보라(기타), 데이비드 브라이언(키보드), 티코 토레스(드럼), 알렉 존 서치(베이스)의 5인조 본 조비는 차근차근 다수의 대중들을 향하여 진군한 결과였다. 무기는 깔끔한 멜로디 라인과 팝 스타일의 곡 전개 방식이었고 전해 세상을 호령한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음악과 유사하다는 점도 촉매였다.

존 본 조비에게 브루스 스프링스틴은 같은 뉴저지 출신이었고 또한 영원한 영웅이었다. 실제로 「기도로 살며」나 「널 위해 죽을 테야」 같은 곡은 ‘보스’의 힘찬 로큰롤을 연상시키며 보컬도 많이 닮아 있다. 그러나 보스는 레이건 보수 시대의 어두움을 들춰내 베이비붐 세대의 의식을 일깨운 반면 본 조비는 비록 같은 시대에 활약했더라도 그 시대의 ‘물질적 성공 가치’에 편승했다는 점에서 성격은 판이했다.

영국의 록 평론가 말콤 돔은 “<슬리퍼리 웬 웨트>는 영광을 찬양한다 하더라도 기업적인 레이거노믹 록(corporate Reaganomic Rock)으로밖에 부를 수 없다.”고 했다. 이런 메탈의 ‘소프트 앤 멜로우’ 지향이 하드코어 메탈 세력의 대항을 불러 곧바로 스래시로 대변되는 초강력 메탈이 출현한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이후 본 조비는 <뉴저지>(New Jersey) <신념을 지켜요>(Keep The Faith) 등의 음반을 연속 발표해 레이건과 부시 시대를 풍미했고 94년에는 「항상」(Always)을 크게 히트시키는 저력을 과시했지만 그해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져 솔로 활동에 들어갔다. 얼터너티브의 파도 속에 솟아난 「항상」은 결국 상업적 메탈이 소실점에 달하기 직전 마지막 찬란한 빛을 낸 것에 불과했고(최후의 몸부림?) 바뀐 세상에서 본 조비 솔로 앨범은 예상대로 부진했다.

존 본 조비는 수려한 외모와 함께 타고난 연기력을 발휘하여 우피 골드버그와 캐슬린 터너가 주연했던 95년 영화 <달빛과 발렌티노>(Moonlight And Valentino)에 출연했고 97년에는 <주연배우>(Leading Man)에서 주인공역을 맡아 할리우드 배우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영상 연기로의 진로는 본 조비가 그 무렵 MTV의 총아였다는 점에서 결코 예상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 글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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