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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대중이 만드는 새 패러다임, “미학이 곧 미래의 경제학” - 『교수대 위의 까치』 진중권

‘교과서를 던져라. 너의 머리에서 작동한 삘(feel)을 믿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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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인으로서의 곤혹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진 교수를 만났다. 지난 13일 『교수대 위의 까치』를 펴낸 출판사인 휴머니스트 본사. 사생활이 없어 괴로운, 곧 잠수라도 타야겠다는 진 교수에게 책 얘기부터 근황, 계획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세상엔, 60억 개 정도는 아니지만, 파리 예찬이 차고 넘친다. 당장 책만 검색해보라. 파리가 온갖 감언이설로 속살 드러낼 듯, 당신을 유혹할 것이다. 그걸 확인차 파리를 찾아간 이도 있을 테고. 파리 예찬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물론 ‘파리가 아름답다’에 침을 뱉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파리에 대한 로망과 예찬이 뜬금없이 나왔을까. 아무런 미감도 없어서, 미학적 감수성도 없어서, 홀라당 넘어갔을까.

19세기 중반에 형성된 파리. 21세기인 지금까지 미적 감성의 대표 도시로 호명되는 것은, 아마도 미적 감성과 미학에 섬세한 파리 사람들의 덕이 아닐까. 생각의 차이. 즉, 삶 자체에 미학을 직조하는 그네들의 방식. 일상 곳곳에 침투한 미학이 결국 놀라움과 매혹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여기와 비교해보라. 대세는 삽질과 토건에, 분수 공화국에, 인공 콘크리트 구조물에 세금이 흘러 다니는 데도 감탄하는 사람들, 꽤 있다. 엉성하고 성기다. 저렴하게 한 짓거리는 아닌데 싼티가 철철 묻어나면 대체 어찌하란 말이냐. 실용을 빙자해 사람들의 미적 감각이나 심미안을 훼손하는 일, 비일비재하다. 이 말, 아마도 진실이다. “파리 사람들은 불편한 것은 참아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못 참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참아도 불편한 것은 못 참는다.”

물론, 서울 예찬도 있다. 파리가 더 격하게 추할 수 있다. 사람마다 다르다. 거기엔 개인적인 체험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어떤 자그마한 요인에 의해 전체가 각인될 수도 있다. 억지로 끼워 맞추자면, 이것이 푼크툼이다. 각 도시를 읽는 각자의 방식. 미학자 진중권 교수가 최근 펴낸 『교수대 위의 까치』(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 펴냄)에서 제시한 회화 읽기의 한 방법이 푼크툼이다. 사진에서 빌린 용어로, 한마디로 ‘교과서를 던져라. 너의 머리에서 작동한 삘(feel)을 믿어라’, 이런 말 되겠다.

『교수대 위의 까치』는 회화를 통해 지적 자극을 얻고, 사유를 넓히는 팁이 제시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감히 말하건대, 재미난다. 흥미롭다. 당신이 지닌 미학의 폭이 넓어질 수도 있겠다. 그림을 모른다고, 회화에 문외한이라고 좌절할 것도 없다. 해석은 당신의 몫이니까.

미학자로서 낸 책이지만, 진 교수는 그것과 무관하게, 한국 땅에서 이미 셀리브리티(유명인)가 됐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렇게 됐다. 교수직에서 ‘잘렸고’(해당 학교의 공식해명을 누가 믿을쏜가), 한 정당 게시판에 글을 남기면 재빠르게 인터넷 매체를 통해 확산된다. 어딜 가도 사인 공세에, 아는 척을 한다. 그 누구도 아닌, 시대가 만든 유명인이 됐다.

유명인으로서의 곤혹을 톡톡히 치르고 있는 진 교수를 만났다. 지난 13일 『교수대 위의 까치』를 펴낸 출판사인 휴머니스트 본사. 사생활이 없어 괴로운, 곧 잠수라도 타야겠다는 진 교수에게 책 얘기부터 근황, 계획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는 이제 미학을 넘어 철학, 자신만의 이론을 구축하고자 고민하고 있다. 언젠가 ‘진중권 류’의 철학이 등장할 것이다. 혹은 그는 내년에 경비행기를 타고 슝~ 날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그가 직업 비행사가 되면 돈 내고 그의 에어 택시에 탑승할 수도 있다. 진 교수와 하늘을 나는 꿈, 당신도 꿀 수 있다. 참, 진 교수의 뇌 주름이 진짜 섹시했냐고? 책을 보면 알 수 있는 단초가 있을 것이다.

‘푼크툼’이란 단어를 통해 작품과 관객 사이에 하나의 길을 놓아준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원래 푼크툼(punctum)은 회화에 적용하는 개념이 아니에요. 사진에서 롤랑바르트가 사용한 개념이죠. 사진을 보면 흔히 읽어내는 코드가 있어요. 어떤 사진을 보나 똑같이 해석하는 코드가 ‘스튜디움(studium)’이죠. 똑같은 제재의 사진이라도 와 닿고 안 와 닿는 게 있는데, 와 닿는 것. 즉, 삘이 와서 꽂히는 것이 푼크툼입니다.

사실 회화에는 피사체가 없어서 (푼크툼 개념을) 회화에 쓰기엔 무리가 있고, 푼크툼은 의도를 갖고 연출해서 되는 게 아니라 수용자 전달이 안 되는 측면도 있어요. 글자 그대로 이해한다면 쓸모없는 개념인데, 버리기는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푼크툼 개념을 완화시키면 회화에도 적용할 수 있겠구나. 회화에는 그것을 읽는 규칙이 있는데, 도상학이나 그림을 읽는 보편적 해석체계 같은 거죠. 책이나 해설서를 보면서 그런 걸 얻고 해석하게 되죠.

문제는 어떤 그림들이 많이 얘기되는데, 나한테는 감흥이 없을 수 있잖아요? 어떤 그림은 별로라고 하는데, 나한테는 와 닿고, 늘 얘기되는 부분이 있고, 디테일에 꽂힐 수도 있고, 궁금함이 생길 수도 있고. 지금까지의 미술사 얘기가 스튜디움이라면, 이번에는 고독하고 개별적인 관계에 대해 얘기해보자. (책에 나온) 초상화나 정물화 작가들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고, 렘브란트는 유명한데 그림에 있는 글자의 정체가 뭘까, 그렇게 그렇게 접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책을 냈어요.

가령, 블로그를 보면 거의 다 똑같아요. 책에서 본 것을 올려놓거나 올라온 그림도 한정돼 있고 비슷한 얘기가 많아요. 그래서 책은 남들과 다른, 자신과 개성적인 관계를 맺도록 촉구하는. 좀 위험한 일이긴 한데, 개념이라는 것도 외연을 넓힐 수도 있고, 좁힐 수도 있고, 적절한 수정을 통해 바꿀 수도 있으니까.


ⓒ 박태근

책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던 작품들로 꾸미셨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림 작품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네 가지 작품 감상의 태도도 말씀해 주셨는데, 교수님이 독자들에게 권하는 작품 감상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팁 혹은 태도를 푼크툼으로 집약하면 될까요?

우리나라 독자들은 참 이모셔널(감정적)해요. 작가와 소통할 때, 작품보다는 작가의 삶을 보곤 하죠. 예를 들어, 고흐라고 하면, 전형적인 고흐의 불우한 삶을 떠올리고. 귀를 자르는 등의 휴먼드라마에 가버리는 경우 많아요. 사실 그런 것보다는 그림 자체가 위대한 거예요. 뒤에 있는 작가는 작품을 냄으로써 끝난 거죠. 작품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측면이 있고, 정서적인 것들에 치우치는 건, 그리 좋은 것 같진 같아요. 화가들 대부분은 잘 먹고 잘살았어요. 화가들, 나쁜 놈들도 많았고. (독자들이) 지성적인 부분이 약해요. (책은) 일부러 그걸 강조했어요. 머리를 굴려라.

작품을 전기로 보는 건, 따로 읽어야 해요. 작품에도 미술사나 철학사, 문학사적 맥락이 있고, 기존 관습을 전복하고 창조하는 그런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상당히 인격적이죠. 인터넷을 봐도, 친교적인 성격이 강한데, 그런 것이 그림 읽기에도 많이 들어와 있어요. 굳이 예술가가 불우하다고 작품이 좋은 건 아니죠. 미술은 지적 실험입니다. 기존 관습을 파괴하고, 익숙한 사고나 습속 등을 전복해서 새로운 세계관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친절한 안내서(가이드)보다는 다르게 보기, 낯설게 보기를 자극하는 책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려운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하셨다는데,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반응도 대체로 좋아서 한 블로그를 보니 환상적이라고 표현도 했더라고요. 어떠세요?

저도 의외였어요. 『서양미술사』 같은 책이 교과서적인 스튜디움이죠. 세미나 하듯이, 교재의 성격이 강하죠. 그런 것들은 넓은 독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이번 책은 개성적인 측면이 강해서 독자들이 안 꽂히거나, 한정돼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더 넓어진 것 같아요. 작품과의 관계, 무전제로 들어가자, 그런 것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간 측면이 있지 않나 싶어요. 사실 예상과 달라서 좋았어요. 하나 더 나아가 이 책을 읽은 분들이, 제 책인 『서양미술사』나 다른 분의 책도 읽고, 미술사에 대한 개괄 등을 읽어보시면 좋을 거예요.

특히 작품에 담긴 서사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와 해석이 재미있었어요.

모든 자료는 인터넷에서 찾았어요. 특히 구글에서. 사용된 자료들이 미술사 외에 엉뚱한 책도 많았어요. 신경생리학적 논문도 보고. 미술사 참고 문헌이 아닌 주변이나 경계에 있는 텍스트들을 많이 찾았어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해석에 반대한다는 느낌이랄까. ‘이런 거다.’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고, 해석의 절대성을 전복시키려 하는 거죠. 해석에 반대한다는 나도 내 해석을 내잖아요. 이것만이 표준이다, 이런 건 없고, 다른 해석이라는 거죠. 그런 텍스트가 (작품을) 훨씬 풍부하고 유연하게 이해할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각도에서 볼 수 있게 해 주죠. 도상 해석학의 불편함도 있고, 그림에 꼭 제재가 있어야 하나. 아예 제재가 없는 경우가 고야의 개잖아요. 해석의 강박관념에서 풀어주기 위한 것이죠.

그런데 푼크툼의 순간을 여는 것, 즉 정답을 과감히 벗어나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가 받은 제도권 교육만 봐도 그렇고요. 이른바 삘이 꽂힐 때, 놓치지 말고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는 그런 것,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그게 핵심일 겁니다. 우리의 학습 체제가 남이 문제를 내면 거기에 정답을 내는 거잖아요. 표준적인 답이 있다고 믿고, 이런 패러다임을 몸에 익히고, 이걸 갖고 미술사에 들어오니까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것을 몰라요. ‘이건 이거야.’라고 말할 수 있는 걸 구하잖아요. 그게 잘못된 거예요. 문제해결능력이 더 중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던지는 능력이거든요. 푼크툼이 그런 겁니다. 질문을 던지고, 너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러니까, 시도를 하면 돼요. 작품에 대한 텍스트는 굉장히 많이 나와요. 엉뚱한 맥락에서도요. 경제학, 의학, 법학 등 미술사에서 얘기되는 것도 엉뚱한 게 많아요. 주변적인 텍스트들이 그래요. 네티즌들도 직접 해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어떤 그림이 있으면 하루 종일 검색해보는 거예요. 삘이 꽂히면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합니다. 하나 들어갔다가 링크를 타고 여기저기 헤매다가 미로 속에 빠지기도 하고. 다각도의 접근, 이거다 싶은 접근이 중요하죠.


ⓒ 박태근

맞아요. 작품을 볼 때, 작가에 대해 기본적으로 주입된 것에 얽매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듯, 작가의 삶이나 화풍에서 그림을 보려고 하고, 작품에 이걸 이입시키려는 그런 경우요.

물론 그렇게 그림을 보는 것도 필요해요. 그렇게 그림을 보는 것이, 주요한 측면일지도 몰라요. 언어랑 비슷해요. 낱말의 의미가 사전에 있죠. 사전이 불필요한 건 아니지만, 모든 일상의 의미가 사전에 실려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사용하는 낱말이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아닙니다. 작품도 마찬가지에요. 사람마다 굉장히 다를 수 있어요. 법학, 경제학 등 다르게 볼 수 있는 측면이 있잖아요. 상호 침투 하는 거죠. 낱말도 사전에 있는 의미로만 사용되는 게 아니고, 이런저런 의미로 사용되듯이, 스튜디움도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작품에서) 개별적인 의미를 끄집어낼 수 있어야죠.

그렇다면 푼크툼은 개인이 관통한 시간과 경험의 체적에서 나올 수 있겠네요. 개인의 총체적 경험이 만들어낸 푼크툼이 관객의 상상력과 연결된다면 작품을 보는 재미도 한결 더 커질 것 같고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만의 경험인데, 그것도 보편적인 전달 가능성을 가지잖아요? 아우구스트 잔더(사진작가)의 석탄 배달부의 사진이 있어요. 그 사진에 꽂혔는데, 같은 주제로 다른 작가가 찍었어요. 제목도 똑같고, (똑같은 모습을) 연출해서 찍었어요. 누군가 다른 사람도 꽂혔다는 얘긴데, 개별적인 체험이 반드시 달라야 할 필요는 없는 거죠. 전달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 전달 불가능하면 의미가 없어요.

‘교수대 위의 까치’는 어찌 보면, 진 교수님의 현재에 대한 은유 같기도 합니다. 브뤼헐이 죽기 직전, 운하 건설의 장면을 그려달라고 위촉을 받았으나 착수도 못 하고 숨을 거두기도 했다는 대목에선 뭔가 기시감도? (웃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도 모르겠는데, 자기의 처지가 반영이 되지 않겠나 싶어요. (웃음) 브뤼헐은 풍자 작가인데 높은 사람들은 물론, 대중들의 어리석음도 풍자했어요. 나도 권력자들을 비판하지만 대중들과 싸울 때도 있고. 브뤼헐이 그림으로 했던 걸 난 글로 하는 셈이죠. 브뤼헐이 살던 당시의 네덜란드는 당시 가장 자유로운 국가였는데, 반동 정권 들어와서 모든 텍스트와 이미지 검열하고 죽이기도 했어요. 지금의 우리나라와 비슷한 분위기 같아요. 가장 자유로웠던 인터넷에서도 법원이나 검찰이 달려오고, 억압 분위기가 있고. 오버랩될 수밖에 없죠. (웃음)

책 제목도 직접 뽑으신 건가요?

직접 뽑았어요. 출판사는 다른 제목을 갖고 왔는데, 영 아니라서. 강하게 반발했죠. (웃음) 대개 책을 낼 때, 보통은 수긍하고 넘어가는데, (이번에는) 고집했어요. 이것은 반드시 가야 한다고. 표지도, 표지 콘셉트도 정해줬어요. 최소 조건을 제시하고 디자이너가 받아들여서 지금의 표지와 제목이 나온 거죠.

보슈의 <우석의 제거>가 재미있었습니다. 광기나 광우에 대한 이야기…….

우리나라의 상황과 같아서? (웃음) 허경영 같은 경우를 들어보죠. (그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태도는, 그가 사기꾼이고 거짓말하는 것을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죠. 그런데 모 방송에서 그걸 굳이 밝히겠다고, 제거하겠다고 하던데. 2탄을 할 때는 물리학과 교수 모시고, 교통통신 공학자 모시고 결론 딱 낸 거예요. ‘공중 부양은 불가능합니다. 속지 마십시오.’ 얼마나 썰렁해요.

우석 제거, 그거야말로 광기죠. 명화라는 게 몇백 년 전 얘긴데도, 영원한 현재인 것 같고. 허경영 터졌을 때, 젊은이들 좋아하잖아요. 허구가 현실에 들어와 현실 행세를 하는 것. 디지털 시대,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정신에 맞는 태도라고 봅니다. 과도한 엄숙함. 그거야 말로 광기요 정신병이죠. 미쳤다고 말하면서, 자기는 미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거예요.


“미학자로서 좋은 책을 내는 것이 삶의 궁극적 목표”라고 하셨습니다. 미학자의 몫은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할 수 있는 가이드 일부를 제시해주는 것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또 미학자로서 어떤 좋은 책을 내고 싶으신지…….

그건 낡은 틀입니다. 미추는 객관적 속성이 아니거든요. 문화적으로도 속성이 아니고 상대적인 거죠. 예술이 반드시 아름다울 필요는 없어요. 추하고 그로테스크하고 충격을 주기도 하고. 혹은 짜증 나게 만들어서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고. 미추의 기준은 상대적인 거죠.

미학자로서의 야심은 아니고, 철학을 하고 싶어요. 순수한 논리적인. 가장 높은 추상수준에서 철학적인 생각을 발전시키고 싶어요. 그런 책을 쓰는 것도 이제는 할 때가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해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생각을 발전시키고 있는 거죠. 지금은 (책을 쓸 때) 독자와 대화 구조로 쓰는데, 독백 구조로 가야 합니다. 독자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많은 것을 담지는 못해요. 독자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복잡성이 있어서. 독자들의 원하는 정보 수준과 해야 하는 정보 수준의 차이도 있고. 대중 서적보다는 전공적인 서적을 낼 생각도 하면서 계속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이죠.

미학은 철학의 일부니까, 미학을 쓸 수도 있는데. 지금 생각은 그래요. 나만의 이론들. 그게 철학이든 미학 이론이든, 내 이론을 구축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대중 서적 속에 제 아이디어를 뿌리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고, 나만이 바라보는 세상의 틀을 제시해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름다움에 대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파리 사람들은 불편한 것은 참아도 아름답지 않은 것은 못 참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참아도 불편한 것은 못 참는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미학적인 부분은, 삶을 조직하는 방식이 어디냐에 따라 달라지죠. 우리는 실용성, 유용성을 강조하고, 프랑스는 스타일이나 디자인을 강조하죠. 프랑스와 좀 다르지만, 일본도 미학적으로 가는 것 같아요. 차를 한 잔 마시거나 꽃을 꺾어도 예술로 만들고 뭘 해도 장인이죠. 그런 민족으로 그리스도 있죠. 부러운 측면도 있고,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일본 같은 경우 윤리적 궁지에 몰리면 미학적 경지를 찾아요. 프랑스와 달리 일본은 문제가 좀 있어요. 예전에 이라크에서 김선일 씨가 살려달라고 하는데, 그걸 본 한 일본 사람은 ‘죽는 방법을 몰라.’ 그렇게 얘기해요. 섬뜩하지 않아요? 뭐라 대꾸했느냐면, ‘맞다. 일본 사람은 왜 죽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웃음) 두 문화의 차이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데 유미주의는 피곤해요. 우익적인 사고방식이죠. 미시마 유키오가 그 예죠. 극우파의 생각인데 또라이 같아요. (죽음을) 예술작품으로 만들고, 사무라이 미학을 갖고 와서는……. 얼마나 한심하며 위험해요. 썩은 생각에 포장을 아름답게 하는.

다른 한편으로는 세련된 미감인데, 단지 ‘좋다, 나쁘다’로 얘기하긴 어렵죠. 한국은 좀 지나쳐요. 지금이 어떤 시대냐면 디자인 시대인데, 삶이 그만큼 발달을 못 했고 여유가 없어요. 길에서 한번 보세요. 간판을 보면, 사람들이 참아내요. 그러니까 아직까지도 삶 속에서 엥겔계수가 높은 거죠. (웃음) 프랑스는 맥도날드만 봐도 예술이죠. (사람들이) 따지니까 가능한 겁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서, 미학적인 삶을 조직하는 거죠. 부러워요.


ⓒ 박태근

어쨌거나 풍진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들은 어떤 미학을 추구해야 할까요.

문제는, 공과 사의 결합인데, 지금 우리는 이상하게 돼 있어요. 쓰레기는 밖에다 내다버리죠. ‘길바닥은 더러워도 된다.’ 이건데. 바깥은 깨끗해야 하고, 쓰레기는 안 보이도록 집안에 갖다 놓으면 되는, 이런 조합이 돼야 해요. (사람들은) 개인적이지만 사회적은 아닌 것 같아요. 개인주의가 발달하지 못한 거죠. 이기주의와 집단주의가 결합된 구성을 바꿔줘야 합니다. 집단주의를 사회적인 것으로 일단 바꾸고요.

그리고 (지금의) 청계천을 보고 감탄하면 안 되죠. 문화적 수준 문제인데, 인공적 콘크리트 구조물을 보고 감탄하다니. ‘물놀이하면 좋잖아.’ 이러는데, 수준을 보고 건축이 이뤄지는 거예요. 반면에 선유도는 좋은 콘셉트입니다.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데, 인공물을 생태계로 바꾼 좋은 예죠. 삽을 안 쓰고 포크레인도 동원 안 하고, 살짝 바꾼 건데. 도시건축이 달라질 수 있는 좋은 예죠.

사회적 미감이 중요합니다. 미적 교육이 필요해요. 아직도 기업이나 관공서 로고 등을 보면 눈 뜨고 보기 힘든 것이 많아요. 그런 것 보면 미치겠어요. (웃음) 콘셉트가 결여된 거죠. 문화적 잠재력의 문제인데, 김구 선생님이 그런 면에서 보면 대단합니다. 우리나라가 문화 국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잖아요. 이제는 콘텐츠 중심의 문화적 콘텐츠를 가진 국가야말로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고, 상상력이 생산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상상력을 제한하고 새로운 생각을 막고, 모난 돌 정 때리듯 획일적으로 생각하는 문화 깨줘야 해요.

예술가가 그래서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한계를 깨주고 자유를 부여해주는 것이 바로 예술가죠. 대중들의 미감을 끌어올려 주는. 지금 도처에 분수에, 인공 폭포예요.
(분수 공화국 같아요!) 다른 나라에서 가능했겠어요? 미감 차이가 있는 겁니다. 미감이 발달하지 못해서 예산 낭비가 되는 거예요. 해수욕장에 노래비나 비석 세우는 것 보세요. 미치겠어요. 예산은 예산대로 들이고 흉물이나 만들고. 그게 다문화적 잠재력의 문제입니다. <디 워> 때 열광하는 것도 문제고. 대중들이 깐깐해야 합니다. 미학이야말로 미래의 경제학이에요.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20만 년 전, 5만 년 전에도 아름다움에 대해 광적으로 집착했었다. 아름다움은 내용과 표면이 일치하는 것이다. 위대한 그림을 봤을 때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캔버스 속에 숨은 생각과 의미,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도 그렇다. 외면과 내면이 일치하고 조화를 이뤄야 아름다운 인간이 될 수 있다.” 작품을 볼 때 자신만의 답을 찾아 이 세계와 조화롭게 연결한다면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러기 위해선 미학적 태도, 미학적 생활이 필요하죠. 간판을 보면서도 미학적으로 볼 수도 있어요. 사람들이 아이팟을 왜 사겠어요. 프라다도 옷이나 가방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공간이에요. 프라다, 아이팟, 소니 바이오……. 얼마나 아름다워요. 미감이 굉장히 중요해요. 다시 강조하지만, 미학이야말로 미래의 경쟁력입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보세요. 퍼포먼스 아티스트잖아요.

우석훈 박사님은 “노는 것을 회복해야 한다. 삽질하는 나라는 생각하는 나라를 이길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진 교수님도 책에 이런 글을 쓰셨습니다. “새로운 물음, 새로운 해석으로 작품을 살아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은데요.

지금 우리나라는 ‘삽질 코드’예요. 산업사회 초기 코드죠. 그때는 기계와 인간의 군대식 규율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정보화 시대잖아요. 인터페이스가 달라졌어요. 인간이 상수예요. 기계를 거기다 뜯어 맞춰야 하고, 국민을 상수로 놓고 맞춰야 하는데, 자기들이 상수고 국민들 보고 따라오라고 해요. 70년대 초반이죠. 계몽을 하겠다고 하니까 황당하고. 정보화 시대는 몸이 느려지고 생각이 빨라지는 건데, 옛날 틀로 돌아가자고 하는 거예요.

미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박 코드는 인간을 기계에 맞추자는 거예요. 선진국들은 머리로 이미 기계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뭐냐. 미감이나 인문학이 중요한데, 이제는 인간을 연구해야 해요. 옛날이 자연이라면, 지금은 인문학이에요. 또 옛날에는 베스트였다면, 이제는 유니크해야 합니다. 유니크는 질적으로 다른 겁니다. 상상력의 전쟁이죠. 예술가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얘기를 했고, 전복했으며, 엉뚱하게 보게 하면서 많은 걸 보여줬어요. 이미 산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고요. 스티브 잡스처럼 CEO도 예술적 안목을 갖추고 있어야 해요.


석연치 않은 외부 요인에 의해 강단에서 퇴출되셨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강단에서 미처 하지 못한 수업의 강의록이 됐다고 말씀도 하셨고요. 요즘 근황은 좀 어떠세요?

바빠요. 강의가 줄어든 것도 거의 없어요. 내가 교수직에서 잘렸다고 하니까, 강의 요청도 많이 들어와요. 지난 10월에만 35건이었고, 어제 하루만 해도 3건이나 있었고. 살인적 일정입니다. (웃음)

또 하나는 유명해졌어요. 그것 때문에 미치겠어요. 저를 아는 사람이 한정돼 있었는데, <디 워> 때 많이 알려지고, 촛불을 거치니, 요즘은 다 알아봐요. 그것도 황당해요. 대학로에서 떡볶이를 사먹다가도 할머니가 알아보시고, 사생활이 없어요. 여기저기 많이 (강연 요청이) 와서 자르고 있는데, 요즘은 극한이에요. 망각으로 들어가, 잠수 탈 때가 됐어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해지고 중요해졌어요. 손석희, 김제동, 진중권 이렇게 된 거예요. 같이 이름이 불리면서 올라가니까, 난 언론인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닌데, 겪어야 할 유명세를 너무 치르다 보니 힘들어요.

일단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세 탄 것도 그렇지만, 중요해졌다는 것도 웃긴 얘기죠. 저는 기껏 한 것이 진보정당 게시판에 글 쓴 것밖에 없어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인터넷 매체에서 보도하고 포털에 실리고. 그것 때문에 (저에 대한) 정치적 중요성이 부풀려졌어요. 제가 갖고 있는 것보다 중요성이 과장돼 있고 유명세가 부풀려 있어서, 망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웃음)


그럼 어떤 행보를?

내년에 외국에 비행기 면허를 따러 갈 계획이에요. 상업용 면허증도 딸까 생각 중이고요. 에어 택시. 직업이 됐으면 좋겠어요. 진지하게 해보려고요. 나이가 많아서 될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이는 조건에 불과하고 직업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거의 일요일마다 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얼른 100시간을 채워야 해요. 사실 지금쯤 되면 150시간은 타야 하는데…….

이 책에 보면, ‘작은 몸통에 커다란 머리를 가진 역사의 천사’라는 말로 지식인을 가리키셨습니다. 저는 지식인이 지니는 한계에 대한 아쉬움이자, 그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의지 같은 것도 느꼈는데요. 폭력이 움직이는 세상에서 미학을 추구하는 지식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어요. 정치인이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 제 존재를 치고 들어오잖아요. 자리를 없앤다든지, 고소를 한다든지, 내가 그냥 당할 수 없으니까……. 먹물들은 머리만 크고, 관념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현실을 바꾸려고 했으면 정치를 해야죠. 노무현 정권 때만 해도 논리 싸움이었는데, 지금은 얘기하면 대꾸가 없어요. 워낙 잘못하니까. 대신 바로 존재를 치고 들어와요. 바둑을 두고 있는데, 상대는 바둑통을 들고 격투를 하니까 그게 황당하죠. 그런 사회가 되니까 무력감을 느껴요.

다음 작품은 혹시 사진이나 비행기에 대한 푼크툼을 다룬 건가요? 전설적인 러시아 여성 전투기 조종사 이야기도 좋아하신다던데…….

(『교수대 위의 까치』) 2탄을 쓴다면 사진이 될 것 같아요. 여행기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안젤리나 졸리가 타고 있는, ‘CIRRRUS SR22’라는 참 섹시한 비행기가 있는데, 옵션 없이 신형이 4억이고, 중고 시장을 보니까 2천 시간 비행에 2억이더라고요. 사고 싶어요. 그걸 사려면, 1만 원짜리 책을 20~40만 권 팔아야 하는 거예요.

아프리카 비행기 렌탈 15박 여행 상품이 있어요. 여러 비행사들이 함께 횡단하는 건데, 경험 있는 사람이 에스코트를 하고 면허증을 가진 조종사들이 함께하는 거죠. 1천만 원이래요. 물론 출발장소까지는 알아서 가야 하고. 경험이 생기면, 호주 해안선을 일주하거나 북미에서 남미까지 횡단 비행하는 것도 하고 싶어요.

러시아 여성 전투기 조종사는 ‘ 리트비야크(Litvyak)’라고, 2차 대전 때 소련 폭격기 여류 조종사들 무리인 붉은 마녀들의 일원이에요. 당시는 사회주의 국가니까, 폭격기 조종사로 여자도 같이 뽑았어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되게 재밌더라고요. 폭격기가 나무가 본체인데, 시속 500km나 갔대요. 지금 민항기가 800km인데. 우습게 볼 비행기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자료들 모으니까, 어쨌든 되게 재밌던데…….


소설로 한 번 써보시는 건 어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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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이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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