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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소리를 찾아가는 여정

김사랑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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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시선을 사로잡은 18살 소년은 어느덧 30줄을 바라보는 성인이 되어 버렸다. 그에게 붙은, 누구나 한 번쯤은 우쭐했을 법도 한 ‘천재’의 칭호는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이었다.

다수의 시선을 사로잡은 18살 소년은 어느덧 30줄을 바라보는 성인이 되어 버렸다. 그에게 붙은, 누구나 한 번쯤은 우쭐했을 법도 한 ‘천재’의 칭호는 스스로에게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이었다. 오히려 김사랑은 자신에게 걸맞은 사운드를 포착하기 위해 스스로를 침윤시키고 음악적 사색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는 고독을 에너지로 택했다. 2007년 발표한 3집 <U-Turn> 이후 대외 활동은 뜸해졌고, 혼란스럽고 번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충북 진천으로 거주지를 옮겨 작품 활동에 들어갔다.

그가 오랜만에 내놓은 미니 앨범 <Behind The Melody>에서 풀어놓은 사운드는 그동안의 고민이 느껴지는 내실 있는 중량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선명한 멜로디가 확보되었고, 그가 내뱉은 화법은 솔직하면서도 털털했다. 기존에 김사랑을 감싸고 있던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해소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아티스트 본연의 과제를 ‘쿨하게’ 대처한 것이다.

그러나 아직 미니 앨범의 성격상 일부 곡들만으로 김사랑 음악의 지향점을 속단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었다. 사실 그동안 발표한 정규 앨범 사이에서도 폭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크고 작은 장르적 변주를 거쳐 온 그가 아니던가. 다면화된 김사랑 음악에 영향을 준 과거와 현재의 아티스트들 간의 진폭과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청사진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그의 머릿속에서 쉴 새 없이 조립되고 분해될 사운드의 조합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진천에서의 하루 일과는 어떤가?

아침에 일어나면 밥 먹고 나서 집 근처의 야산을 올라갔다 내려와요. 그리고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에 주로 무거운 것을 드는 운동을 요즘 하고 있어요.

원래 진천이 연고지인가?

원래 부모님이 사셨던 곳인데 청주로 이사를 가시면서 집이 비게 되었어요. 그래서 어차피 서울에 있어봤자 친구들이랑 술이나 마시고 소비적인 시간을 보낼 것 같아서 아예 진천으로 내려갔어요. 집 밖에 나가보면 논이랑 산밖에 없어서 자연스럽게 음악만 만들게 되더라고요. (웃음)

왜 미니 앨범을 제작하게 되었나? 김사랑 정도면 풀(full) 앨범을 발매해도 손색이 없는 인물 아닌가?

원래 계획에 있었던 앨범은 아니에요. 그런데 워낙 공백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팬 서비스 차원에서 아직 제가 살아 있음을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한편으로는 어떻게 보면 더 빨리 나올 수도 있었어요. 준비 기간이 길었던 것도 아니라 작년 이맘때쯤에 나올 수도 있었는데 개인 사정이 생기다 보니 1년 정도 늦게 나오게 됐네요.


미니 앨범의 반응이 괜찮음에도 불구하고 진천에 거주하는 관계로 활동은 어려울 텐데…….

공연 못 하는 것은 저도 답답하죠. 저도 무대 위에서 방방 뛰어다니고 싶은데, 이번 앨범이 계획보다 늦어진 앨범이기 때문이고, 또 다음 달에 디지털 싱글 앨범이 예정되어 있어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요. 그래서 후속 앨범 작업을 위해서 공연을 미뤄야 할 것 같았어요. 공연을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 곡을 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결정을 내렸죠. (정규 앨범은 내년 하반기가 될 거라고 했다)

4집의 구성은 어떻게 이루어질 것 같나? 막연한 구상이라도.

큰 틀은 다 잡아놨어요. 습작이 된 곡들이 열 곡 정도 되는데 대부분 비트가 빠르고 일렉트로니카 성향이 많이 가미되었어요. 큰 틀은 록에서 벗어나지는 않는 북유럽 스타일의 신나는 음악이 될 것 같아요.

김사랑이라 하면 헤비한 로킹(rocking)을 떠오르게 되는데 어렸을 때부터 선호했나?

아니요. 음악을 재밌게 노는 수준이었던 어렸을 때는 일렉트로니카 쪽이나 댄스음악으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취향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3학년 때 라디오헤드(Radiohead) 카피 밴드를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록의 맛을 알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저는 나름대로 혼자서 곡을 만들고 있다가 1997년부터 홍대에서 ‘청년단체’라는 하드코어 밴드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나름대로 홍대에서 인지도가 있던 팀인데 제가 오기 전에 음악적 견해 때문이었는지 보컬이 공석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오디션을 보고 마지막으로 가입해서 그때부터 제대로 샤우팅을 질러댔죠. (웃음)

6년이라는 공백기를 거치며 완벽주의자라는 이미지가 형성된 것 같다. ‘원맨밴드’라는 상황 속에서 공백기가 길어지고 늘어지게 되면 창작 작업에 있어서 부담스럽지 않나?

스스로 쓰러지죠. 최대한 빨리하려고 하는데 실력이 부족해서. (웃음)

「취중괴담」의 멜로디가 젊은 청취자들에게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1, 2집 경우에는 사운드의 울림 자체가 컸는데 이번 앨범은 톤 다운된 면모가 발견된다. 이런 음악이 김사랑의 음악이라고 봐도 무방한가.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멜로디 감각은 있는데 사운드도 꽉 차있는 음악이요.

그렇다면 중성적, 여성적인 음악은 싫어하는가?

예전에는 그랬어요. 하지만 <U-Turn> 앨범에서는 통기타로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만들었듯이 싫어하지는 않아요. 이번 앨범에서는 약간 달린다는 느낌이 드는 곡들이 몇 개 있겠지만 중성적인 음악을 꺼리는 것은 아니에요.

최근의 「취중괴담」의 제목을 상쇄하고 가사만 봤을 때는 상당히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앞으로의 메시지 측면에서는 희망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인가?

그렇죠. 예지력이 있으신 것 같네요. (웃음) 곡의 코드 워크도 앞으로 밝은 쪽으로 전개될 것 같아요.

다음 달에 발표할 싱글 앨범의 콘셉트는 무엇인가?

가을을 생각한 그냥 모던록이에요. 가을쯤에 들으면 좋을 만한 곡들을 의도했습니다.

대체 김사랑이라는 가수는 무슨 음악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전작을 통틀어서 생각해보면 이것저것 많이 했죠. 저 스스로도 제가 록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 안 하거든요. 윤도현 선배랑 같이 음악 하다 보면 록적인 모션을 유도하실 때가 있는데 저는 뭔가 스스로 어색해요. 또 아직 록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입장이고.

그런데 지금 하고 있는 음악은 전형적인 록이잖나?

그런데 저는 그때그때마다 하고 싶은 음악이 달라요. 제한된 틀에 담는 것보다는 여러 장르의 음악을 하면서 그 안에서 저만의 멜로디 메이킹이라든지 반복되는 스타일을 형성해 나가는 것 같아요.

아직까지 실험의 여정인 것인가?

그렇죠. 앞으로 오랫동안 음악을 하다 보면 저만의 음악 색깔이 나오겠죠. 그런데도 아직까지는 뭔가를 나오게끔 하고 싶지는 않고 그냥 편안하게 즐기면서 재밌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롤모델격인 아티스트가 있다면?

외국에서는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를 들 수 있어요. 무엇보다 악기 톤이나 이펙트를 설정하는 부분이 탁월한 것 같아요. 악기에 대한 이해가 이미 통달한 수준이니깐 가능한 것이겠죠. 국내에서는 윤상 선배님을 좋아해요. 우리나라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윤상 선배님을 영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특히 비트가 너무 깔끔하고 모든 음악적 소스가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일단은 노래를 정말 잘하세요. 곡에 슸는 멜로디 라인과 보컬 톤이 너무 잘 아시는 것 같아요. 2집 활동 때 방송국에서 윤상 선배님을 뵌 적이 있는데 제가 원래 가지고 있던 존경심과 워낙 풍기시는 카리스마 때문에 인사하기도 버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웃음)

록의 침체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문화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예전부터 대중적인 접점이 무너져 내렸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일단 재밌게 생각하지 않다 보니 클럽도 활성화가 안 되는 것이고. 음악가의 입장에서도 활발해야 할 아티스트 간 소통도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대중적인 흡인력이 있는, 잘 들리는 록이 절실할 것 같다.

저도 그런 생각들을 많이 정리했어요. 그 결과로 얼마 전부터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계획했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큰 틀은 김사랑의 음악이지만 세부적으로 더욱 헤비한 하드록, 그리고 랩 메탈, 마지막으로 일렉트로니카가 가미된 스타일을 각각 진행하고 싶어요.

그러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콘서트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1, 2집 때 공연을 해봤는데 「Feeling」 같이 부드러운 곡을 부를 때는 앞에 계신 분들이 박수쳐주고 호응해주시다가 공연 후반부에 가서 헤비한 곡들을 불러 드리면 관중 분들이 자연스럽게 물갈이가 되더라고요. 마치 스테이지의 흐름마다 관객들이 바뀌는 록 페스티벌처럼. 차라리 아예 공연을 따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렇다면 프로젝트의 전체적인 그림은 밴드 음악을 염두하고 있다는 말인가?

네. 물론 제가 많은 부분을 전체적으로 정리하겠지만 많은 세션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공연장에 남자 여자 관객 성비가 어떻게 되나?

반반인 것 같아요. 양념 반, 프라이드 반도 아니고. (웃음)

1, 2집 제작할 때 랩 메탈의 선두 주자들을 많이 선호했을 것 같다. 림프 비즈킷(Limp Bizkit), 콘(Korn),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등.

네. 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죠. 음악이나 공연 자체가 너무 좋았어요. 특히 콘의 드럼 톤 자체를 좋아했어요.

그럼 요즘에 관심 있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요. 많은 분들이 의외라고 생각하시는데 저는 가리지 않고 다 들어요. 틈틈이 빌보드 차트를 확인해서 괜찮다 싶은 곡이 있으면 많이 들어봐요. 듣다 보면 좋은 점을 참고해서 김사랑 음악으로 재해석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얘기하기는 싫지만 초기 때부터 따라다녔던 천재라는 수식어는 부담 아니었나?

천재였던 것 같아요. (웃음) 하도 많이 주위에서 말씀해주시니까 천재였던 것 같기도 하고.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제가 봐도 별로 음악 연습도 안 했고, 단지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천재라는 수식어가 붙었거든요. 평론가분들도 “쟤는 천재 아닌데.”라고 냉정하게 말씀해주실 때마다 가슴이 아팠어요. 제가 천재라고 스스로 말한 것도 아니었잖아요. 앞으로 음악을 통해서 소통하다보면 천재라는 과거의 수식어가 없어지겠죠. 저 스스로 천재가 아닌 것을 아니까요.


지금 돌이켜 봤을 때 자신의 1, 2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때는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긴 한데 저도 그때 앨범을 쭉 들어보면 다양한 음악이 섞여 있는 것 같아요. 용기도 아니고 객기를 부렸던 것 같은. (웃음) 정말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거든요. ‘어린 꼬마를 데리고 어떻게 자유롭게 음악 할 수 있도록 해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데 저 자신으로서는 그때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김사랑의 음악 패러다임 안에서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악기 연주 스킬이죠. 제가 봐도 전문 세션 분들이 봤을 때 형편없는 수준이고 단지 제 음악에 사용할 만한 레벨에 그쳐 있는 것 같아요.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요즘에 관심 있는 악기가 있나? 악기의 음색이 맘에 든다거나.

카혼(Cajon)이라고 손 드럼의 일종이 있어요. 다리 사이에 놓고 연주하는 한 악기인데 마치 드럼세트 전체를 겸비한 효과가 나요. 손으로 터치하는 부분에 따라서 킥 드럼, 스네어, 스틱 파트를 전부 다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 있는 악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전에는 기타를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베이스가 역시 중요하다고 절감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오랜 공백기를 거쳐서 미니 앨범으로 돌아왔음에도 관심 가져주신 것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다음 앨범부터는 최대한 빠른 시기 안에 여러분들께 모습을 비춰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터뷰: 임진모, 홍혁의
정리: 홍혁의

2009/10 홍혁의 (hyukeui1@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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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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