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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윽한 솔숲 지나 바다가 열리는 곳 - 월송정 솔숲

진군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월송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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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숲 너머 바다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정자인 월송정은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입구에 넓은 노송 숲이 있고 담을 끼고 10분쯤 걸어가면 월송정이 나타난다.

월송정 솔숲 | 경북 울진군 평해읍 월송리 362-2 | 산책 시간 1시간

울진군에서 약 20km 떨어진 곳에 월송정이 있다. 솔숲 너머 바다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정자인 월송정은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입구에 넓은 노송 숲이 있고 담을 끼고 10분쯤 걸어가면 월송정이 나타난다. 그런데 월송정 주변 해송(곰솔) 숲에 비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평해 황씨 종중 숲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대단하다. 키가 20m도 더 되는 미끈한 소나무들이 천 그루나 서 있는 흔치 않은 숲이다. 이 숲을 먼저 둘러보고 다시 입구로 나와 담을 끼고 논을 지나면 정면에 소나무 숲이 보인다.

월송정 입구 평해 황씨 종중 숲의 소나무들

앞쪽은 오래된 소나무로 이루어진 숲이고, 그 뒤쪽이 바로 해송 숲이다. 작은 주차장을 지나 해송과 소나무가 섞여 있는 숲길로 들어서면 바다 쪽으로 월송정이 보인다. 모래 언덕 위에 있는 월송정에 오르면 숲 너머로 백사장과 바다가 시원한 대비를 이룬다. 이 풍경을 보면 송강 정철이 관동팔경의 하나로 이곳을 찬미한 까닭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동해안을 따라 달리는 7번 국도는 소나무 숲과 바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운 길이다. 차를 타고 달리는 내내 수많은 해수욕장을 마주치고, 해수욕장 주위에는 어김없이 여러 그루 해송이 서 있다. 게다가 동해에서 나는 풍부한 해산물까지 가세해 수많은 관광객을 동해로 끌어들인다. 하지만 7번 국도가 지나는 동해안 한 귀퉁이의 작은 도시 울진은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 지역에서 볼 때 교통이 매우 불편한 곳이다. 최근에는 동해안 쪽 도로를 확장해 접근하기가 조금 수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멀다.

미끈한 소나무들이 모여 사는 곳

울진군을 지나 잘 닦인 도로를 따라 20여 킬로미터를 더 달려가면 월송정 표지판이 나타난다. 그리고 길가에 널찍한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동해를 바라보고 있는 아름다운 정자, 월송정은 차에서 내려 숲 사이로 10분쯤 걸어 들어가야 나온다. 바닷가에 자리한 이 정자 하나만 보아도 멋지지만, 그곳에 이르기 전에 펼쳐지는 수백 년 된 소나무 숲 또한 그에 못지않게 압권이다. 이 솔숲은 평해 황씨 종중 숲인데 키가 20미터도 더 되는 미끈한 소나무들이 천 그루나 모여 있다. 적갈색의 줄기가 거북 등처럼 박혀 있고 연둣빛 잎은 늘어져서 마치 풍류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하늘로 솟아오른 줄기 형태가 제각각 다르고 가지 또한 모두 다른 멋을 지닌 소나무들이다. 하나하나 보며 숲 속으로 들어가면 솔 내음이 진동하여 나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된다.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 폐 가득히 들어 있던 낡은 찌꺼기를 밀어내는 것 같아 십장생의 일원이 되는 듯 기분이 좋아진다.

소나무의 붉은 수피가 인상적인 평해 황씨 종중 숲

검은 옷을 벗어 버리고 황토색 옷을 갈아입는 소나무들은 줄기 아랫부분까지 거의 누렇게 변하였다. 숲 안에는 죽은 가지를 치거나 다듬지 않아 무섭게 생긴 나무도 보인다. 깊이 들어갈수록 나무가 작아지지만 그럼에도 금강소나무의 일원답게 위용이 대단하다. 나무의 굵기는 30~70센티미터까지 천차만별이나 키는 비슷하다. 하층 식생이 유난히 많은 것을 보면 빛은 땅까지 잘 투과한다는 말인데, 이는 천연림의 특징이다. 안쪽으로 제각이 있으며 종씨인 황인성 전 국무총리의 기념 식수목도 눈에 띈다.

솔숲 너머 바다를 바라보는 곳

숲에서 나와 월송정으로 간다. 월송정은 숙종 때 송강 정철이 찬미한 관동팔경 중의 하나로 정자 위에서 바라보는 빽빽한 노송림과 명사십리의 아름다운 바다가 잘 어울리는 곳이다. 조선 성종이 당시 국내 명화가를 시켜 “팔도의 사정(射亭, 활을 쏘는 활터의 정자) 중 가장 풍경이 좋은 곳을 그려오라.”고 명하자 그 화공이 영흥永興의 용흥각龍興閣과 평해의 월송정을 그려 올렸다. 이를 본 성종은 “용흥각의 부용(芙蓉, 연꽃)과 양류(楊柳, 버들)가 아름답기는 하나 월송정에 비할 수 없다”며 월송정과 그 주변 경치에 감탄했다고 한다.

소나무 숲과 어우러져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월송정

월송정을 향하는 솔숲 사이의 어두운 길은 논을 지나며 밝아지고 다시 소나무 숲을 지나며 어두워진다. 숲 앞쪽에는 오래된 소나무가, 뒤쪽 즉 바닷가 쪽에는 신세대 곰솔이 주로 서 있다. 굵은 나무는 원래 주인이고 작은 것들은 후대 사람들이 심은 것이다. 숲이 얼마나 울창한지 빛이 들어오지 못해 바닥에는 풀조차 자라지 못한다. 곰솔의 자생 한계선은 삼척인데 지금은 그런 개념이 없어졌다. 지구 온난화로 남쪽 지방에서만 자라는 나무를 서울의 가로수로 심고, 곰솔은 해안선을 따라 계속 이동하여 북한까지도 가니 한계선을 새로 연구하여 정해야 할 노릇이다.

관동팔경 중 제일 남쪽에 있는 월송정은 신라시대 영랑, 술랑, 남속, 안양이라고 하는 네 명의 화랑이 울창한 솔숲에서 심신을 단련하고 달을 즐겼다고 해서 월송정月松亭이라고도 하고 중국의 월국越國에서 묘목을 가져다 심었다고 해서 월송정越松亭이라고도 한다. 고려 충숙왕 13년(1326년)에 창건되었다가 몇 차례 고쳤다고 하며 현재의 것은 1980년에 만든 것으로 현판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친필이다.

모래 언덕 위에 있는 월송정 주변은 곰솔이 우거져 있어 이곳에 오르면 숲 너머로 백사장과 바다가 대비를 이룬다. 그래서 혹자는 ‘월송’이라는 말을 ‘소나무 너머’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정자 주변에 빽빽한 곰솔은 노송이 아닌 청년 숲이라 한창 자라고 있어 푸르디푸르다. 이 숲은 1970년대 바닷바람으로 인해 모래가 날리고 해안이 자꾸 침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실시한 해안사방으로 이룬 숲이다. 그래서인지 함께 심은 아까시나무의 어린나무들이 무성하게 하층을 차지한다. 소금기를 먹은 해풍에 가장 잘 견디는 우리 고유 수종인 곰솔은 잎이 두 개지만 바늘과 같이 억세다. 험한 자연에 견디려면 억세야 하나 불행히도 솔껍질깍지벌레**라는 해충에는 치명적이다. 이 벌레는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점점 북상하고 있는데, 이를 막지 못하면 곰솔 숲은 사라져 버릴지도 몰라 걱정이 크다. 또한 월송정 입구의 소나무 숲 역시 소나무재선충***이 위협하므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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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팔경(關東八景)
강원도 대관령 동쪽(관동)의 동해안에는 경관이 아름다운 명소 8곳이 있어 이를 관동팔경이라 부른다. 통천 총석정, 고성 삼일포, 간성 청간정, 양양 낙산사, 강릉 경포대, 삼척 죽서루, 울진 망양정, 평해 월송정인데 대부분 정자가 있어서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다. 삼일포와 총석정은 북한지역에 들어 있으며 망양정과 월송정은 경북에 있다. 명승지로 꼽히는 관동팔경을 노래한 시가도 많은데 정철의 <관동별곡>이 대표적이다.

**솔껍질깍지벌레
솔껍질깍지벌레는 소나무과 수목 중 적송과 해송에만 기생하는데, 주로 해송에 큰 피해를 입히는 해충이다. 암컷의 부화 약충이 바람에 날려 확산되며, 소나무 줄기 위를 기어다니다가 나무껍질 밑의 적당한 장소를 찾아 정착한 뒤, 가늘고 긴 입을 나무에 꽂고 수액을 흡수한다. 이 벌레의 피해를 받은 나무는 적갈색으로 변하면서 고사하는데 주로 3월에서 5월 사이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다.

***소나무재선충
소나무재선충은 소나무, 잣나무 등에 기생해 나무를 갉아먹는 선충이다. ‘솔수염하늘소’라는 곤충과 공생 관계에 있어서, 이 곤충을 통해 나무에 옮는다. 일본, 타이완, 우리나라에서 출현했으며,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릴 만큼 심각한 해충이다.

여행정보
● 입구의 평해 황씨 종중 숲과 월송정을 둘러싼 솔숲까지 둘러보는 데 1시간이면 충분하다.
● 월송정 주변에는 편의시설이 없다. 울진군청 소재지까지 나가야 음식점과 숙박 시설이 있다.
● 울진문화관광 054-782-1501, //tour.uljin.go.kr

찾아가는 길
버스 : 시외버스를 타고 울진까지 간 다음, 울진에서 영덕행 버스를 갈아타고 월송정 입구에서 내린다.
자가용 : 동해안고속도로 → 동해시 → 7번 국도 → 삼척시 → 울진 → 영덕 → 월송정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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