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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에서 고흐의 10년을 보다

반 고흐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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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미술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바로 「감자 먹는 사람들」 이다. 고흐는 이 작품을 완성하며 비로소 ‘작품’이라고 일컬을 만한 첫 번째 그림을 그렸다고 이야기했다.

■ 암스테르담 | 고흐의 10년을 그대로 담아낸 반 고흐 미술관

고흐의 첫 번째 그림?

반 고흐 미술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바로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고흐는 이 작품을 완성하며 비로소 ‘작품’이라고 일컬을 만한 첫 번째 그림을 그렸다고 이야기했다. 반 고흐는 이 작품을 치밀한 준비 과정을 거쳐 완성해냈다.

빈센트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캔버스에 유채, 82?114cm, 1885,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이 그림은 고흐가 처음으로 시도한 대규모 구성 작품이었어. 1884년에서 다음 해로 넘어가는 겨울 동안 누에넌에 머물면서 시골 농부 40여 명의 얼굴을 그렸지. 그 후, 봄부터 「감자 먹는 사람들」의 구성과 스케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는데 고흐는 이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노동으로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가는 농부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

“제 생각엔 그림 속에서 농부들의 얼굴과 손 그리고 감자가 노란 불빛을 받는 것이 중요한 부분 같아요.”

“그래, 고흐는 그렇게 함으로써 노동을 통해 얼마나 정직하게 음식을 수확했는지 강조하려고 한 거야. 특히 여기 다섯 명의 인물들이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도록 고흐는 치밀하게 구도를 짰어.”

어둠 속에서 식사를 하는 이 장면은 마치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에서 볼 수 있는 정적과 신성함을 떠오르게 한다. 연약한 조명 아래라 공간은 불안정해 보여도, 비교적 생생한 느낌이 든다. 인물들은 함께 식사하고 있어도 서로 시선이 마주치지 않아 고립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인물 한 명 한 명의 표정을 살피게 한다. 이 그림에서는 고흐가 그토록 원했던 경건한 삶이 물씬 느껴지는 듯하다.

푸른 하늘에 그린 사랑

빈센트 반 고흐, 「활짝 핀 아몬드 나무」, 캔버스에 유채, 73?92cm, 1890,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다음으로 우리는 고흐가 조카의 출생을 축하하기 위해 그린 「활짝 핀 아몬드 나무」를 보았다. 고흐가 그린 작품들 중에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풍기는 얼마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테오에게서 힘든 고비를 넘기고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흐의 마음이 기쁨으로 피어났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테오는 고흐에게 보내는 편지에 자신의 아들 역시 파란 눈을 가졌다고 썼다. 그래서 고흐는 아이의 방을 꾸밀 수 있도록 아이의 눈을 닮은 푸른색의 하늘을 배경으로 아몬드 나무의 하얀 꽃이 피어나는 그림을 그렸다. 고흐는 아몬드 나무를 평면적으로 표현하면서도 그림 안에서 색깔을 다양하게 구사했고, 평화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새하얀 꽃잎이 보석처럼 푸른 하늘에 박혀 있는 듯한 「활짝 핀 아몬드 나무」 앞에서 우리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

생애 첫 작업 공간

빈센트 반 고흐, 「고흐의 침실」, 캔버스에 유채, 72?90cm, 1888,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고흐의 침실」은 다양한 색조로 완전한 휴식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고흐의 마음이 잘 담겨 있는 그림이다. 고흐는 생활이 궁핍하여 자신만의 작업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카페, 식당, 길거리 그리고 동생 테오의 집을 전전하며 그림을 그렸다. 예술가로서 작업 공간을 가질 수 없었던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고흐는 동생 테오의 도움으로 아를에 노란 집의 방 하나를 임대할 수 있게 된다. 비록 그 집에서 반년도 채 살지 못했지만, 그는 자신만의 거주지를 갖게 됨으로써 정서적 충만함과 안정을 얻을 수 있었다. 정신병원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방을 두 번이나 더 그렸으니, 생애 첫 작업 공간에 대한 그리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방에서 고흐는 홀로 살았지만, 그림 속에는 베개, 의자, 액자 등을 두 개씩 짝지어 그려 넣었다. 외로웠던 고흐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반 고흐는 1888년에 처음으로 「고흐의 침실」을 그렸고 1889년에 병원에서 두 번 더 같은 그림을 그렸다. 벽에 걸려 있는 그림과 초상화의 인물이 바뀌었고, 전체적인 색감에도 변화가 있다. 그래도 여전히 그림에는 따뜻하고 밝은 색상과 고요함이 스며 있어서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파리로 돌아가기 전까지 기차 시간이 넉넉히 남아 큰 마음 먹고 운하에서 유람선을 타보기로 했다. 유람선의 선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반가운 얼굴로 “재패니스?” 하고 친근하게 물었다. 민석은 단호하게 “노. 코리안!”이라고 대꾸했다.

이때부터 민석은 자신이 외국어에 재능이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 같다. 이후로 거침없이 외국인들에게 웃으며 “하이, 위 아 코리안! 헬로!”하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외에는 물의 도시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암스테르담도 운하로 연결된 물의 도시다. 유람선을 타고 이동하면서 눈에 띈 예쁘다 못해 앙증맞은 집들, 배가 지나면 열리는 개폐교, 자전거로 다니는 사람들이 정말 볼만했다.

“예스, 히딩크, 사커…”

두 아저씨가 바깥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진 동안 민석은 단 세 마디로 옆의 관광객들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런 민석을 경이로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

art in ads 8★ 고흐를 웃게 한 파이저사의 광고


“만약 고흐가 정신질환을 앓지 않았다면 고흐의 자화상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재미있는 광고가 있다. 미국 제약회사 파이저Pfizer의 우울증?정신질환 치료제 젤독스Zeldox의 광고다. 흰 벽에 두 개의 고흐 자화상이 걸려 있다. 하나는 귀가 잘린 모습의 원래 자화상이고, 다른 하나는 귀가 멀쩡히 붙어있는데다, 만면에 웃음을 띤 고흐의 자화상이다. 어찌나 흐뭇해 보이는지 보고 있는 사람마저도 같이 웃음 짓게 만들 정도다. 바로 아래에는 젤독스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약 효과 톡톡히 보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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