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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세 작가의 음성으로 세 가지 소설을 듣는 로망이 실현되다 - 김태용, 박형서, 이기호 작가와 함께한 낭독의 밤

“웃음은, 소설을 즐겁고 흥미롭게 읽도록 독자에게 주는 서비스 같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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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9일 토요일, 카페 바깥에서는 ‘와우 북 페스티벌’이 왁자하게 열리고 있었다. ‘2009 문학과지성사와 함께하는 낭독의 밤 3인 3색 색다른 시와 소설 읽기_소설편’ 행사도 ‘와우 북 페스티벌’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살롱 드 팩토리’는 다른 작가 강연회 참석차 한 번 갔던 카페인데, 책과 음반, 조명(특히 천장 샹들리에)의 느낌이 좋았다. 작가들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2인용 소파와 1인용 소파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그중 ‘함께 앉음’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듯한 느낌의 1인용 소파에 앉아 모처럼 ‘혼자’만의 행사 참여를 만끽하리라 했다. 9월 19일 토요일, 카페 바깥에서는 ‘와우 북 페스티벌’이 왁자하게 열리고 있었다. ‘2009 문학과지성사와 함께하는 낭독의 밤 3인 3색 색다른 시와 소설 읽기_소설편’ 행사도 ‘와우 북 페스티벌’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행사의 명칭에서 짐작되듯이 그 전날에는 ‘시편’이 이미 진행되었다. 시 낭독회가 문득 궁금해지기는 했지만, 또 낭독의 꽃은 시라고 하지만, 소위 ‘책 읽어주는 OO’의 주인공은 역시 소설이라는 생각을 하며 작가들을 기다렸다.

작가, 책 읽어주는 남자가 되다

의외로, 살아가는 동안 내게 책 읽어주는 사람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도대체 누가 내게 책을 읽어줄까? 누군가 내게 책을 읽어준다고 하면 그와 나는 어떤 관계일까? 누군가 내게 책을 읽어주는데, 그 책 읽어주는 사람이 그 책의 작가라면?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런 의미로 낭독회는 ‘작가의 음성으로 소설을 듣는’ 로망을 만족시켜주는 귀한 행사다. 더구나 세 명의 작가들이 저마다 자기 책을 읽어주는 행사라면 더할 나위 없고.


세 명 작가들은 이기호, 박형서, 김태용이다. 각각 『최순덕 성령충만기』(초판 2004년), 『자정의 픽션』(초판 2006년), 『풀밭 위의 돼지』(초판 2007년)를 들고 카페에 나타났다. 앞의 둘은 1972년생, 후자는 1974년생이며 각각 등단연도가 1999년, 2000년, 2005년이다. 세 작가가 모두 최근에 소설을 연재했거나 연재 중이다. 이 말은 머지않아 책이 나온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 모두 박사과정을 밟았거나 밟고 있거나 하면서, 문학과 학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행보를 보인다. 뭔가, 책이 이 행사의 주최인 문학과지성사에서 나왔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적지 않은 공통점을 찾아보게 만드는 이들이다.

필자의 대학 시절 소설론을 가르치시던 김상태 선생님은 “소설을 써 보려는 아이들은 모두 내 강의에서 나가라.”라고 호통치셨다. 소설론을 공부하는 일이 소설 쓰기를 망친다는 지론이셨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한참 지나버린 고색창연한 이야기인 걸까? 학문과 소설을 병행하는 작가들을 보면서 격세지감과 닮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이 작가들에게서 학문이 소설을 망치는 기미는, 잘은 모르지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공부가 소설 쓰기를 방해하지는 않나요?”라고 물어보는 것이 실례일 것 같은 느낌에 떠오르는 의문을 눌렀다.

가시적인 공통점을 차치하고라도, 작가들은 서로 친밀해 ‘보였다.’ 사회를 맡은 문학평론가 김형중까지 가세하여 그들은 스스럼없이 서로 공격하고 받아내고 엎치락뒤치락 칭찬인 듯, 비난인 듯 알아채기 쉽지 않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작가들 특유의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분간하기 힘든 저런 유머들은 ‘책 좀 읽는’ 독자들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재미있는, 이를테면 작가식 만담이다. 어눌한 듯하지만 저변에 깔린 달변을 간파해내는 독자들은 얼핏 재미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한마디 말 속에서도 웃을 요소들을 잘도 찾아낸다.

모두에서 사회자는 이런 말을 했다.

“오늘 행사가 잘 진행될까 걱정스럽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는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세 소설가들 중 한 명은 남이 못 알아들을 얘기를 하는 사람이며, 또 한 명은 무조건 웃기려 드는 사람이다. 또 한 명도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

이 말에 독자들은 모두 웃었다. 실제로 이 작가들의 책은 ‘실험적’, ‘풍자적’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그건 달리 말하면 독특하다는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괴짜’라는 단어를 떠올리기 쉽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세 작가는 저마다 자신의 책 중 한 대목씩을 읽었고, 그 와중에 이기호 작가는 독자들을 더 웃겨야 한다는 강박을 드러냈다. 김형중 평론가가 말한 ‘웃기려 드는 작가’가 누군지 짐작되는 부분이다. 이 작가는 “박형서가 이렇게 진지한 모습을 처음 본다. 심지어 김태용은 손을 떨더라. 나로 말하면 지금 겁이 난다. 사실 이런 시대에 낭독회에 오는 사람들이 누군가 했다. 고등학생들 중에서는 왕따들이 주로 이런 데 찾아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오신 독자들이 한결같이 너무 진지해서 겁이 날 정도다. 나는 놀러 왔는데.”라고 했는데, 왕따 취급을 당한 독자들은 또 모두 웃었다. 짐작건대 나름대로 후기를 쓰기 위해 열심히 손을 놀리고 있던 필자는 작가가 말한 바로 그 왕따의 중심이었을 것이다.

독자에게 랩을 하고 퀠퀠거리게 하다


이후 작가들이 서로의 책을 낭독하는 순서가 있었고, 이어 미리 낭독을 하겠다고 신청한 독자들 세 명이 또 책을 낭독했다. 모두 아홉 차례의 낭독. 책을 감칠맛 나게 잘 읽거나 목소리가 청아한 사람들이 아닌 이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낭독은 자칫 지루할 수도 있으련만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책을 읽을 때는 그나마 유지되던 작가들의 표정이,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자신의 책이 읽어지는 순간에는 조금씩 무너졌고, 그 어색해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었다. 작가는 작품이 읽히기를 바라지만 그 방식은 대개 개별 독자들의 한정적 공간일 것이고, 은근히 공개적으로 읽히기를 바라고 있었더라도 막상 트인 장소에서 소리 내어 읽히는 일이 쑥스럽기는 할 것이었다.

쑥스러움은 독자 낭독 시간에는 가히 클라이맥스에 이르렀다. 흰 모자를 쓴 청년이 이기호의 「버니」를, 그야말로 작가의 의도를 십분 살려 랩 형식으로 읽기 시작하자 독자들 사이에서는 또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고, 작가는 눈을 어디 둬야 할지 모르는 표정으로 쑥스러워했다. 호기롭게 나선 독자의 랩이 꽤 프로급이리라 했던 예상이 빗나간 것도 웃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기는 했다. 검은 드레스를 우아하게 입은 또 다른 여성 독자는 김태용 소설 중 『풀밭 위의 돼지』를 읽었는데, 이때는 웃음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폭발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쉴 새 없이 퀠퀠거렸던 것이다.

돼지에게도 언어가 있을까. 언젠가 풀밭에 누워 그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피시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장난삼아 퀠퀠퀠 퀠퀠,이라고 돼지 소리를 흉내 내보았다. 퀠퀠퀠퀠. 그녀도 나의 농을 받아치며 말했다. 퀠퀠. 퀠. 퀠퀠퀠퀠퀠퀠. 퀠퀠퀠 퀠퀠. 퀠퀠퀠퀠. 퀠. 퀠퀠퀠 퀠퀠 퀠.……(42쪽)


이기호 작가가 우려했던 지나친 진지함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김형중 사회자는 독자들이 골라낸 대목이 가장 그 작가적이라는 말로 세 작가의 색깔을 넌지시 드러내 주었다. 그건 실험성이었다. 본인들은 아니라고, 실험적일 수 있는 것들은 이미 남아 있지 않으며 그저 자신들은 중심부로만 향하는 시선을 경계하고 주변을 탐색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에게서는 실험성이 돋보였다. 작가는, 문학은, 예술은 근본적으로 상투성의 극복을 지향하며, 그런 그들에게 매너리즘은 가장 극악한 적일 테지만, 그래서 실험적이라는 말은 작가와 문학에 대해 너무 쉽게 해버리는 소리일 수 있지만 그래도 잠깐의 관심과 그들 책에 대한 얕은 독서에서는 실험적이라는 인상이 가장 크게 남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행인 것은 그들의 실험성이 그로테스크하기보다는 유쾌했다는 것이다. 박형서 작가가 한 다음의 말이 바로 그 점을 반증한다. “웃음은, 소설을 즐겁고 흥미롭게 읽도록 독자에게 주는 서비스 같은 겁니다.”

갑자기 후기를 이 작가들의 유머를 흉내 내어 초등학생들의 일기 형식으로 끝맺고 싶어진다.

‘세 명의 작가가 나오는 낭독회에 다녀왔다. 참 즐거운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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