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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로 흑백을 결합한 로큰롤 슈퍼스타의 진면목 -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Elvis' Golden Records>(1958)

가끔 텔레비전에서 기타를 치면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와 춤을 똑같이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될 때면 새삼 그의 파급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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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텔레비전에서 기타를 치면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와 춤을 똑같이 따라 하는 아이들을 보게 될 때면 새삼 그의 파급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초등학생이라면 기껏해야 우리나라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흥얼거리는 게 다일 나인데 바다 건너, 그것도 50년이 훨씬 지난 가수를 흉내 낸다는 것은 그의 노래와 춤에 특별한 힘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생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끌리는 존재이고 어른들에게는 신나는, 때로는 부드러운 음악으로 추억을 안겨준 인물이 바로 그입니다. 그의 음악으로 만든 뮤지컬 <올슉업 - ALL SHOOK UP>이 9월 8일부터 11월 1일까지 상연됩니다. 만 7세 이상이면 관람 가능하니 부모님과 자녀들이 함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음악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게 여의치 않은 분이라면 차선책은 당연히 엘비스 프레슬리의 모음집이 될 것 같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Elvis' Golden Records>(1958)

평자들은 흔히 로큰롤의 효시를 53년 빌 헤일리의 「Crazy man, crazy (광인)」로 보거나, 역시 빌 헤일리의 노래인 55년 「Rock around the clock (하루 종일 록을)」을 최초의 로큰롤 히트곡으로 정의한다. 록이 그렇게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정작 차트나 방송에서 그 시대를 풍미하기 시작한 것은 RCA빅터레코드사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가 발표되면서부터였다. 미국 전역에 록 열풍을 일으킨 노래는 8주간 빌보드 싱들 차트 1위를 점령한 「Heartbreak hotel (상심의 호텔)」이었다. 이 노래로써 그는 로큰롤의 제왕이 되었다.

「Heartbreak hotel」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적인 보컬 능력, 이를테면 흑인 ‘리듬 앤 블루스’와 백인 ‘컨트리 웨스턴’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장 잘 드러낸 대표곡이었다. 엘비스는 ‘목소리로’ 흑백음악의 혼합이 가져온 로큰롤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신문의 한 자살 기사에 착상하여 매 액스턴과 토미 더든이 작사, 작곡한 「Heartbreak hotel」은, ‘난 너무 외로워 죽을 지경’이라는 가사를 실음으로써 아이젠하워 시대의 10대들이 겪고 있는 따분함과 소외를 폭발시키는 뇌관 역할을 했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실로 아이젠하워 시대에 ‘10대의 반란’을 야기한 주동자였다.

이후에 그의 차트 활동은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롭고 눈부시게 전개되었다. 「I want you, I need you, I love you (너를 원해, 너를 요구해, 너를 사랑해)」는 차트 3위(56년 5월), 「Don't be cruel (잔인해서는 안 돼)」은 1위(56년 8월), 「Hound dog (하운드 독)」은 2위(56년 8월), 「Love me tender (러브 미 텐더)」는 1위(56년 10월), 「All shook up (난 흔들려요)」은 1위(57년 3월), 「Teddy bear (테디 베어)」는 1위(57년 6월), 「Jailhouse rock (교도소의 록)」 1위 (57년 10월) 등으로 히트 퍼레이드는 계속 되었다. 이 앨범은 RCA빅터사 초창기에 발표한 이 같은 로큰롤 클래식을 모아놓은 작품이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58년 3월 군에 입대하여 2년간 복무한 후 중대한 변화를 겪게 된다. 기성세대들에게도 어필하는 노래를 불러 10대들에게만이 아닌 ‘국민가수’로서의 위치를 구축한 것이 그것인데, 그 때문에 로큰롤의 냄새는 급격히 퇴색하고 말았다. 그래서 60년 7월의 「It's now or never (지금 아니면 안 돼)」와 같은 노래로 젊은 세대보다는 기성세대의 기호에 맞춘 스탠더드 경향으로 빗나간(?) 점이 돌출한다. 매니저인 톰 파커 대령의 지시에 의한 이러한 이미지 변화는 잇단 영화 및 뮤지컬 출연으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은 엘비스의 군 입대를 계기로 한 변화 이전의 ‘가장 엘비스적이고 가장 로큰롤적인 노래’를 담았다는 데 작품적 가치를 보유한다.

「Don't be cruel」과 「Hound dog」은 같은 싱글의 앞뒤 곡으로 모두 인기차트를 석권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그리고 가장 빅히트한 싱글로 기록되고 있다. 「Don't be cruel」은 그가 평소 좋아하던 리듬 앤 블루스 아티스트 오티스 블랙웰이 쓴 곡으로 엘비스 본인이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곡이라고 한다. 이 곡의 히트 이후 엘비스는 오티스 블랙웰의 또 다른 곡을 열망했는데 그리하여 만들어진 곡이 '난 흔들려요'였다. 이 두 노래는 모두 비교적 빠른 템포로 전개되지만 흑인의 작품인 관계로 자연히 흑인 감성이 스며있는데 엘비스의 그 소화력은 놀라운 것이었다.

엘비스는 사실 ‘흑인 블루스를 잘 부르는 백인가수’를 요구하던 시대적 요청에 의해 탄생한 스타였다. 선 레코드사의 샘 필립스 사장은 엘비스에게 그 가능성을 발견했고, 몇 곡을 발표케 하여 지명도를 올린 후 3만5천 달러를 받고 RCA빅터사로 넘긴 것이었다. 「That's when yor heartaches begin (그것은 네 마음의 고통이 시작될 때야)」은 그가 선 레코드사 계열인 ‘멤피스 레코딩 서비스’에 들러 「My happiness (나의 행복)」와 함께 어머니 생일선물로 취입한 곡으로 이 앨범에 수록된 유일한 RCA 이전의 레퍼토리이다.

「Hound dog」은 엘비스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곡이었는데, 회사측은 이 곡이 그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 팬들이 그 특유의 선정적 포즈를 연상하기만 한다면 분명히 히트할 것으로 확신했다. 회사측의 예측은 적중했다.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저음을 과시하고 있는 「Love me tender」와 「Loving you (널 사랑해)」는 각각 엘비스가 출연한 동명 타이틀 영화의 삽입곡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한 그의 영원한 걸작 「Love me tender」는 영화제작자들까지도 감동시켜 ‘레노 형제들’이란 영화의 원제목마저 바꾸게 해버렸다.

「Love me (날 사랑해 주오)」는 이 앨범 수록곡 가운데 유일하게 싱글로 발표되지 않은 곡으로 56년 11월 EP판을 통해 소개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트 6위 및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영화 <Loving You>에 타이틀곡과 함께 삽입된 「Teddy bear」는 10대 시장과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곡조를 지녀 엘비스 자신도 빅히트를 점친 곡이었다. 「Jailhouse rock」과 「Treat me nice (날 잘 다루어줘요)」역시 영화 <Jailhouse Rock>에 삽입된 곡으로, 엘비스의 상표인 광풍이 몰아치는 듯한 파워를 실감케 하고 있다.

존 레넌은 “엘비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아무것도 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라고 실토한 바 있다. 그를 위시한 무수한 후배 록 가수들이 왜 그토록 엘비스처럼 되려고 몸부림쳤는가를 알려주는 단서가 이 앨범에 들어있다. 그 단서는 엘비스의 명성이었고 그 명성은 엘비스의 환상적인 노래 솜씨가 가져다준 것이었다.

글 / 임진모 (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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