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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다양한 무대를 ‘꽤’ 맛있게 즐기는 뷔페 같은 콘서트

예스24 이즘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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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플라워, 박지윤, 크라잉넛, 드렁큰타이거, 휘성, 김수철 밴드 등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한 콘서트. 9월 2일 7시 30분, 마포문화센터 대극장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신청해 당첨된 이들(20대1의 경쟁률을 뚫은 행운아들!)이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아는 사람은 아는, 음악을 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드나드는 대중음악 평론 웹진 <이즘(IZM)>이 최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두 회사는 <이즘>의 8주년과 제휴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 ‘예스24 IZM 콘서트’를 열었다. 드라이플라워, 박지윤, 크라잉넛, 드렁큰타이거, 휘성, 김수철밴드 등이 출연하는 버라이어티한 콘서트. 9월 2일 7시 30분, 마포문화센터 대극장에는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기 위해 신청해 당첨된 이들(20대1의 경쟁률을 뚫은 행운아들!)이 일찍부터 모여들었다. 출연가수들의 면면이 다채로운 만큼 관객들도 다양한 연령층을 형성했다. 한 가수의 공연, 일정한 색깔의 그룹으로 묶이는 가수들의 공연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열광보다는 '즐기자'는 분위기. 말하자면 ‘예스24 IZM 콘서트’는 다양한 음식이 차려진 뷔페 같은 콘서트였다.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가수들의 노 개런티 공연과 ‘10년’

<이즘>은 저명한 대중음악 평론가인 임진모와 뜻 맞는 평론가들이 모인 곳이다. 8년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얼핏 보기에도 특별히 안정된 수익구조를 갖추지 못한 웹진이 살아남기에는 꽤 긴 시간이다. 별 관심 없이 지내던 사람의 눈에는 8년 된 대중음악 웹진의 존재가 새삼스럽고, 어느 정도는 대단해 보인다. 사실 문외한의 눈으로 보기에도, 대중음악은 연예계라고 하는 마당과 오버랩되어 있어, 어떻게 보면 냉정한 평론을 하기가 힘든 분야일 수 있다. 연예인들에 대한 비판은 자칫 가십으로 전락해 버리거나, 무분별한 찬양이 되어 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연 전에 상영한, 축하인사들을 담아온 동영상에서나, 게스트로 나온 가수 출신 음악프로 진행자 배철수의 말에서 짐작되듯이 <이즘>은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소신 있는 평론’을 해온 듯하다. 소신 있는 평론은 대중에게 선택의 빌미를 주고, 시장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두 말 할 필요가 없겠다. 이날, 간접적으로나마 이 웹진의 소신을 확인한 관객들 중에는 <이즘>의 이즘(ism)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꽤 많아졌을 듯.


게스트로 나온 배철수의 “뜬금없이 웬 8주년 기념 콘서트인가?”라는 질문에, 임진모는 “8주년이라고 하지만 사실 팀의 결성에서부터 따지면 10년이다.”라고 답했다. 10년이라고 하면 느낌이 또 달라진다. 10년이란 말 속에는 ‘강산이 변한다.’는 식의 ‘세월을 견뎌냄에 대한 인정’의 의미가 곁들여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작가 이외수 선생이 “무슨 일에든 10년을 깎아 바치면 어느 고지에 올라선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아마도, 실력과 스타성을 고루 갖춘 여러 가수들을 노 개런티로 초청할 수 있는 힘도 10년이라는 세월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했다.

박지윤과 크라잉넛 - ‘사로잡다’

공연의 포문을 연 것은 막내격인 ‘드라이플라워’였다. 보컬의 풍부한 성량이 인상적이었고, 많은 다른 인디밴드들처럼 역시나 홍대 쪽에서 강세를 보인다고 들었다. 자신들의 노래 외에도 꽤 알려져 있는 델리스파이스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부르며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MBC 허일후 아나운서는 드라이플라워의 무대가 끝난 뒤 등장해 콘서트를 진행해가기 시작했다. 개런티 대신 ‘소주 두 병’을 얻어가기로 했다는 그의 말에, 다소 낯선 밴드의 공연에 긴장해 있던 관객들이 조금씩 풀어지는 분위기가 되었고, 이어서 4월에 7집으로 복귀한 가수 박지윤의 공연이 이어졌다. 「하늘색 풍선」에서는 더없이 청순하다가, 「성인식」 등에서 파격을 선보이기도 했던 박지윤의 신곡들은 차분한 발라드였다. 가성과 구별되지 않는 특유의 목소리가 여전했고, 뒤로 곱게 묶은 머리가 단정했다. 넬이 곡을 쓴 「4월 16일」, 박지윤 자신이 만든 「봄, 여름 그 사이」, 그리고 디어클라우드의 용린 곡인 「바래진 기억에」까지 세 곡을 부르고 나서 그녀는 “상투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 전문성을 지닌 잡지”로 <이즘>을 평하며 축하인사를 갈음했다.

 

 


 

차분한 노래에 덩달아 차분해진 분위기는 이어 등장한 크라잉넛에 의해 완전히 깨졌다. 크라잉넛은 명성답게 몸짓으로 좌중을 압도하며, 관객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뿐만 아니라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지 14년이 된 대한민국 대표 밴드 크라잉넛의 대표곡이자 국민 노래 「말 달리자」는 대부분 관객의 입도 열게 만들었다. 공연장은 “말 달리자.”라는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어서 이들은 8월에 출시한 6집 앨범 <불편한 파티>에서도 「착한 아이」, 「귀신은 뭐하나」 등의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관객 중에는 신명을 참지 못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가 몸을 흔드는 이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드렁큰타이거와 휘성 - ‘휘어잡다’

 


 

그리고 드렁큰타이거. 그의 포스는 명불허전, 대단했다. 흔히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고들 표현하는데, 드렁큰타이거의 무대가 딱 그랬다. 조곤조곤 말을 걸다가, 차근차근 타이르다가, 강렬하게 휘몰아치기도 하는 그의 랩은 조금은 뜨악해하며, 완전히 몰입하지 못하고 있던 소수 관객까지 완전히 공연 속으로 몰입하게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편치 않게 느낄 수도 있을 가사를 탑재한 노래 「Monster」(8월에 출시된 8집 앨범 <Feel Ghood Muzik : The 8th Wonder> 중)의 위용 앞에서는 힙합을 낯설게 느끼는 이라도 손을 번쩍 들고 리듬에 맞춰 흔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열정적으로 공연했고, “이 노래가 심의에 통과한 게 신기해요.”라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관심을 모은 휘성의 무대는 막간에 배철수와 임진모의 ‘인연’, ‘축하’를 테마로 한 간단한 대화가 있은 다음에 이어졌다. 사회자의 말처럼 춤, 외모, 노래가 다 되는 젊은 남성가수답게 팬클럽 회원들의 환성이 드높았고, 휘성이 “드렁큰타이거의 무대 다음이라 부담된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한 것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흔적 없이 가라앉았다. 휘성은 초히트를 기록한 「안 되나요」와 「with me」를 비롯해 「Insomnia」, 「사랑은 맛있어」 등의 인기곡들을 그야말로 댄스를 곁들여 들려주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을 줄줄 아는 가수’라는 느낌. “인트로, 아웃트로 등을 다 빼버리고 100퍼센트 신곡으로 채운, 사람들이 휘성에게 가장 기대하는 음악들로 채운 정규 6집을 10월 8일에 출시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노래 중에 「with me」를 최고로 좋아하는 필자로서도 기대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앨범이다.

김수철 - 불 켜고도 ‘뛰게 하다’


사실 마지막 출연자인 김수철밴드의 등장 즈음은 객석이 조금 비기 시작할 때와 맞물렸다. 7시 30분 조금 넘어 시작한 콘서트가 꽤 길게 진행되고 있었고, 좋아하는 가수의 무대가 끝나서 자리를 뜨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어쩌면 김수철은 어린 관객들에게는 낯선 이름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막상 김수철밴드가 연주를 시작하고, 김수철이 팔짝팔짝 뛰기 시작하자 ‘작은 거인’이라는, 딱 걸맞은 그의 닉네임이 관객들의 머릿속을 휘젓기 시작했다. 그 어느 무대보다 완성도와 설득력이 돋보이는 무대, 그 무대에서 그는 「나도야 간다」와 1981년 그가 그룹 송골매에게 주었던 노래 「모두 다 사랑하리」 그리고 「젊은 그대」까지 쉬지 않고 불렀다. “불 켜세요. 모두 서로 보면서 노래해요.”라는 그의 주문에, 객석 불이 일제히 켜지고, 밝은 불빛 아래서 그는 분위기보다는 노래로 승부수를 던졌다. 귀신 같은 기타 연주, 밴드와의 완벽한 호흡, 잘 지은 밥 같이 익은 노래들은 세대를 초월해 관객 모두로 하여금 ‘김수철’을 연호하게 했다. 결국 무대를 끝내고 들어갔던 그는 앵콜 요청에 못 이겨(못 이기는 척^^) 다시 나와서 불후의 명곡 「못다 핀 꽃 한 송이」까지 부르고서야 공연을 끝냈다. 마치 악상부호인 크레센도 에다니만도(crescendo ed animando)처럼, 점점 세고 활기 있어지다가 폭발하는 느낌.

사실 관객으로서는 공짜 콘서트였고, 내 돈 내고 산 것들을 더 귀하여 여기는 사람들의 심리 덕분에 열광적인 팬들로 빼곡 들어찬 콘서트에 비해 여러 면에서 긴장감이 덜하기는 했지만, 뷔페가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곳’이라기보다 ‘다양한 음식을 꽤 맛있게 즐기는 식당’이듯이 이 콘서트도 다양한 장르의, 다양한 음악을 취할 수 있는 콘서트라는 점이 돋보였다. 수동적으로 TV에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를 섭렵하거나, 능동적으로 돈 내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 참여하거나, 하는 것들의 사이. 이런 공연들이 늘어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매우 능동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기회일 수 있으므로. 게다가 이번 콘서트, 음악평론 웹진 <이즘>의 재발견. 그리고 예스24에서 음반을 구매할 때 소신 있는 평론을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음의 발견. 그런 의미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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