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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집권 디바의 역사적 첫걸음 -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Mariah Carey>(1990)

특히, 머라이어 캐리는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팝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이번엔 또 어떤 기록이 나올까 기대됩니다. 그 기록의 시작이 바로 <Mariah Care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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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 팝 음악계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최고의 여가수 두 명이 다시 자웅을 겨루게 되었습니다. 바로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죠. 그동안 약물 중독과 이혼 등 안 좋은 소식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했던 휘트니 휴스턴이 재활에 성공하며 얼마 전 7집 <I Look To You>를 발표했고 새천년에 들어서도 늘 최고의 자리를 지킨 머라이어 캐리는 오는 9월 말에 열두 번째 정규 앨범 <Memoirs Of An Imperfect Angel>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오랜만에 이뤄지는 여성 보컬리스트 양대 산맥의 만남은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네요. 특히, 머라이어 캐리는 앨범을 낼 때마다 새로운 팝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이번엔 또 어떤 기록이 나올까 기대됩니다. 그 기록의 시작이 바로 <Mariah Carey>입니다.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 <Mariah Carey>(1990)

1990년대는 대중음악의 갖가지 장르들이 공존하며 쟁패했던 황금기였다. 공격적인 신세대의 코드였던 얼터너티브 록을 필두로 할렘 촌을 뛰쳐나온 흑인들의 한 맺힌 R&B/힙합, 세기말을 화려하게 장식한 테크노와 트립 합, 그리고 막판에 도약한 틴 팝……. 당시에 펼쳐진 음악 스타일들은 말 그대로 추수를 앞둔 가을녘의 보리밭처럼 풍성했다. 그리고 빼놓으면 서러울 또 하나의 테마가 있었으니 그것은 최고 여가수 즉 디바들이 할거해 주력 장르로 부상시킨 스탠더드 팝이었다.

너무도 익숙한 이름이 된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토니 브랙스턴 등 당대의 디바들은 록과 힙합의 소란스러움과 기성세대 배타성에 위축되지 않고 재래식 스탠더드 팝만이 선사할 수 있는 탁월한 가창력을 부각하며 팝 신을 군림했다. 확실히 90년대 중반은 ‘디바들의 세상’이었다. 그 넷 디바 중에서도 미모가 뛰어나 남성들로부터 가장 환영받은 머라이어 캐리는 단연 보옥(寶玉)이었다.

데뷔 이래 10년간 변함없이 매년 한 곡 이상의 차트 넘버원 곡을 배출한 유일한 여성 아티스트, 전 세계적으로 2억 장이 넘는 천문학적인 앨범 판매량의 소유자라는 타이틀만을 얘기해도 충분하다. 머라이어 캐리는 여가수 사상 최초로 열여덟 곡을 빌보드 차트 1위 자리에 올려놓았으며, 그 곡들이 정상에 머문 기간은 모두 합쳐 80주 가까이 되었다. 그것은 비틀스를 뛰어 넘는 것이었다.

그가 수립한 수많은 기록의 시발 그리고 팝시장 대권 장악의 진원은 1990년에 발표한 데뷔작 <Mariah Carey>였다. 이 음반은 언제나 1등주의를 표방한 CBS(현재 소니) 레코드사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발매되었다. 당시 19살의 머라이어 캐리는 어린 나이에도 곡을 직접 쓰는 재량을 발휘했음은 물론이요, 5옥타브(7옥타브라는 설도 있다)를 넘나드는 화려한 고공비행 가창력에다가 출중한 비주얼까지 소유하였으니 음반사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구원자’였다.

왜 구원자였던가. 당시 CBS는 80년대 말 아리스타(Arista) 레코드사에 신나는 재미를 안겨준 휘트니 휴스턴에게 맞설 여가수가 필요했다. 즉 휘트니 휴스턴을 누르고 CBS에게 1등의 위신을 세워줄 최적의 구원자가 머라이어 캐리였기 때문이다. CBS 사장 토미 모톨라(Tommy Mottola)는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을 절실히 원했고 나중 진행 과정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여자로도 머라이어 캐리를 원했음이 밝혀졌다(토미 모톨라는 3년 뒤인 1993년, 캐리를 6월의 신부로 만들어준다). 두 사람의 ‘원대한’ 지향이 화학적으로 융합된 것이다.

음반은 90년대가 그녀의 품 안에 담긴 세상이라는 걸 알렸다. 머라이어 캐리의 인생을 뒤바꾼 역사적인 첫 싱글 「Vision of love」가 4주간 1위를 차지하며 곧바로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철저한 기획 속에 추진된 프로젝트라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대중의 반응은 좀 더 뜨거웠다.

일단 ‘제2의 휘트니’라는 홍보 문구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도 머라이어 캐리는 휘트니 휴스턴과는 현저하게 다른 ‘차별화 포인트’로 대중 설득을 기했다. 오페라 싱어였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아 팝 보컬리스트 이상의 고음역을 능수능란하게 드나들었고, 강인하게 폭렬하는 머라이어 캐리의 보컬 파워는 오랜만에 쏟아진 가뭄의 단비처럼 음악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파고들었다.

히트 퍼레이드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후속곡 「Love takes time」, 「Someday」, 「I don't wanna cry」가 순차적으로 차트 정상을 탈환했다. 데뷔작에서 무려 네 곡의 넘버원을 쏟아낸 것이다. 특히 「Love takes time」은 본래 두 번째 음반을 위해 준비해 둔 곡인데 데뷔 앨범이 나오기 직전, 주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서둘러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했다는 일화를 남긴다.

그밖에 유럽에서만 싱글 발매되어 업 템포의 멜로딕한 무드로 어필한 「There's got to be a way」와 다소 어색한 감이 있지만 그녀가 직접 랩을 시도해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Prisoner」, 아름다운 러브 발라드 「Vanishing」, 천상의 고음 어택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All in your mind」 등도 앨범의 질을 상승시켜 준 곡들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컬의 맛과 깊이를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평단으로부터 완성도 높은 데뷔작으로 호평 받으며 11주간이나 차트 1위에 머물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그래미조차 가수 일생에 단 한번뿐인 ‘최우수 신인상’을 수여하며 그녀의 재능을 인정했다.

이후에 발표한 앨범 <Emotions>, <Music Box>, 그리고 결정타 <Daydream>으로 이어지는 최강 디바의 성공 신화는 바로 이 1집 <Mariah Carey>로 인해 시작된 것이었다. 가수의 순수 욕망과 ‘레코드사의 야심’이 만나 일궈낸 90년대 최초의 음반 블록버스터. 판매량 900만장을 기록했다. 지금 들어도 멜로디는 아름다우며 그 멜로디를 전하는 디바의 보이스는 투명한 숨소리로 가득하다.

글 / 이지연 (doonae@hanmail.net)


제공: IZM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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