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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악마를 잡은 자는 다시 악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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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와 함께 조지 오웰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 『동물농장』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인 1945년경 발표된 풍자 소설입니다.

90년대 후반,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기 시작한 PC방 열풍을 이끌었던 게임 중에는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전국에 수많은 폐인들을 양산해 냈고, 심지어 남성 고시 합격률 저하의 주범으로까지 의심받는 이 게임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거대한 악이 도사리고 있었고, 한 용자가 나타나 그 악을 처단합니다.

악의 영혼이 담긴 소울스톤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던 용자는 결국 악을 영원히 봉인하기 위해 자신의 몸 안에 소울스톤을 넣고 살아가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 결론 때문에, 디아블로는 2탄을 맞이합니다. 악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용자는 끝내 악에게 정복당했고, 그 스스로 새로운 악마가 되었습니다.



 

단순한 줄거리이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 인간사의 진리를 품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단순한 진리를 다룬 이야기 중에는 오늘날까지 풍자 소설의 최고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입니다.

『1984』와 함께 조지 오웰의 대표작으로 널리 알려진 소설 『동물농장』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날 즈음인 1945년경 발표된 풍자 소설입니다. 제목 그대로 한 동물 농장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들을 통해 인간사를 풍자한 이 소설은 앞서 언급한 <디아블로>가 보여준 권력의 스토리 그대로를 우화를 통해 그려내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현실 직시로 큰 인기를 얻은 작품입니다.

농장들로 구성된 시골 한적한 마을에 있는 존스 씨의 농장에서 어느날 동물들이 반란 모의를 합니다. 늙은 돼지 메이저는 동물들의 낙원에 대한 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동물들 중 가장 영리하다고 평가받는 돼지들의 젊은 층들은 메이저가 남긴 희망을 체계화하면서 반란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역사적인 혁명의 날, 동물들은 인간 존스를 쫓아내고 동물들만의 농장 건설을 선언합니다.

모든 동물들의 평등을 주장하는 ‘7계명’을 새롭게 선포하면서 동물농장은 빠르게 번영하기 시작합니다. 혁명을 주도했던 돼지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의 지도 하에 농장은 동물들 스스로의 번영과 평화를 가꾸어 나가는 새로운 낙원으로서의 희망을 잉태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리더였던 나폴레옹과 스노우볼의 관계가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생산력의 비약적인 향상을 위해서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는 풍차 건설의 논쟁으로부터 두 돼지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풍차의 시급한 건설로 빠른 생산력 증대를 이루자는 나폴레옹과, 그 풍차 건설로 인해 동물 개개인이 받을 인권 침해와 고통을 이야기하는 이상주의자 스노우볼의 갈등, 그리고 다시 농장을 되찾기 위해 쳐들어오는 전 농장 주인 존스 씨에 얽힌 과정 속에 스노우볼은 나폴레옹으로부터 축출당하게 됩니다.

스노우볼을 쫓아낸 나폴레옹은 자신이 어릴 때부터 몰래 키워 온 사냥개 9마리와, 교활하고 말 잘하는 돼지 스퀼러를 활용해 동물 농장에 새로운 분위기를 이끌어 옵니다. 풍차를 건설한다는 미명 하에 동물들에게 중노동을 강요했고, 존스씨가 다시 쳐들어온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스노우볼의 첩자라는 미명 하에 누명을 씌워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나갑니다.

이상적인 동물사회를 꿈꾸었던 동물농장은 서서히 변화합니다. 다시 예전처럼 낮은 배급량이 동물들에게는 돌아갔고, 일요일마다 모든 동물이 모여서 농장의 중대 사항을 결정하던 일요 회의도 폐지되었습니다. 남은 자리에는 모든 의사결정에서 단독권을 행사하는 나폴레옹과 그의 수하들만이 자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나폴레옹 주변의 동물들은 오히려 인간 지배 시절보다 안락한 삶을 만끽합니다.

아예 존스 씨가 살던 오두막에 들어가 두발로 걸어 다니면서 술을 마십니다. 단순히 인간의 흉내만 내던 나폴레옹은 이제 본격적으로 다른 인간 농장들과 거래를 트기 시작합니다. 동물 혁명과 풍차 건설, 전투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온 늙은 말 복서가 과로로 쓰러지자, 그를 인간이 운영하는 도살장에 팔아버리는 일도 발생하고, 어느 날부터 나폴레옹은 동물들이 제대로 일하는지, 딴 마음을 품지는 않는지를 채찍을 들고 감시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최초에 작성된 7계명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바뀝니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그?나 어떤 동물들은 더 평등하다.”로 스리슬쩍 바뀌어 있습니다.

『동물농장』은 익히 알려진 바대로 소설이 씌어질 당시까지 진행되었던 소비에트 혁명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풍자한 소설입니다. 소설 속에서 영감을 던지는 늙은 돼지 메이저는 ‘마르크스’가 될 것이고, 나폴레옹에 의해 쫓겨난 이상주의자 스노우볼은 ‘트로츠키’일 것입니다. 나폴레옹은 말 그대로 ‘스탈린’, 쫓겨난 농장주인 존스는 구 제정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가 맞을 것입니다.

소비에트에 대한 이러한 조소와 풍자 덕분에 한국에서 『동물농장』은 무려 어린이 권장도서로 1950년대부터 쉽게 서점가에서 만날 수 있는 반공 도서의 일부분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러나 조지 오웰이라는 작가의 면면을 고려해 본다면, 아마도 작가는 지금 자신의 소설이 한국에서 어린이 반공 도서로 분류되는 사실에 씁쓸한 미소를 지을 게 분명합니다.

조지 오웰의 정치적 입지는 명백하게 좌파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그는 스페인 내전에 종군기자로 참여했다가 공화파 의용군으로 자원입대하여 파시스트를 쏴죽이겠다고 달려들던 열혈 지식인이었습니다. 그가 스페인 내전의 현장에서 남긴 르포 『카탈로니아 찬가』를 살펴보면 그가 가졌던 이상적인 사회가 어떠한 사회인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가 꿈꿨던 세상은 모두가 평등하고 동등한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형태의 유토피아였습니다.

그런 그가 러시아 혁명과 그 이후의 공산주의 사회에 대해 던졌던 풍자는 단순히 반공이라는 코드 하나로 읽어낼 수 있는 단순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조지 오웰은 『동물농장』을 통해 ‘공산주의는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했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늘 꿈꿔왔던 평등하고도 자유로운 인간 사회를 건설하겠다던 혁명 세력이 점차 타락해 가는 과정을 같은 꿈을 꾸는 입장에서 안타까움 반, 조롱 반으로 그려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한 시각입니다.

실제로 『카탈로니아 찬가』를 살펴보면 그가 러시아 소비에트에 가졌던 입장을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스페인 내전은 공화주의를 꿈꾸던 수많은 유럽의 의용병들이 참가한 전쟁이었는데, 왕당파에는 영국과 독일의 지원이 막대했습니다. 공화파가 목마르게 바랐던 소련의 지원은 그러나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소련은 스페인의 자주적 독립과 공화국 건설을 돕는 것이 아니라, 소련의 새로운 식민지 건설과 가까운 형태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여 주었습니다. 심지어 내전 후반에는 아예 소련군이 혁명군 내의 다른 계파들에게 기관총질을 하는 사건까지 벌어지면서 스페인 내전은 혁명군의 패배로 막을 내리게 됩니다.

이런 소련이 오웰에게 달가울 리 없습니다. 그는 자본주의 진영이 소련을 싫어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로, 쉽게 말하면 아나키즘 진영이 소비에트를 거부했던 이유와 매우 유사한 이유로 소련을 경멸합니다. 그 실체는 공산주의가 아닌, 바로 ‘전체주의’입니다.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극단적으로 우선시하고 그 관료적 틀거리의 상부층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형태를 조지 오웰은 경계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모든 제도는 제도 자체적으로 최상부층에게 막대한 이윤을 제공하는 모순을 가지고 있고, 이는 조직이 원하는 바가 옳건 그르건 간에 반드시 발생하는 문제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전체주의에 대한 풍자’가 바로 소설 『동물농장』의 핵심적인 주제인 것입니다.

인구가 늘고 생산이 늘고 사회 체계가 복잡해짐에 따라 우리는 굳이 막스 베버가 정의하는 관료제의 의미를 좇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체계화된 관료조직의 효율성에 젖어들게 됩니다. 수백만, 수천만이 넘어가는 인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하여 공익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효율적인 조직이라고 불리는 것이 관료제입니다. 그러나 조지 오웰과 아나키즘 진영에서는 그 관료제가 가지는 근본적인 모순ㅡ권력이 최정점에 집중된다는ㅡ점에 대해 매우 비관적이며, 개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형태가 배제된 관료조직은 반드시 부패한다고 주장합니다. 『동물농장』 또한 그러한 아나키즘적 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당장 『동물농장』의 비유들을 나치 독일에 갖다 대어도 크게 무리가 없습니다. 나폴레옹이 히틀러, 사냥개들이 게슈타포, 학살당하는 닭들이 유태인이 되어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국가사회주의라는 공산주의와 전혀 다른 형태의 전체주의 체제였던 나치 독일 또한 『동물농장』의 틀거리 안에서 소화될 수 있다는 것은 오웰이 콕 집어 비판한 지점이 공산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였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입니다.

조지 오웰은 조직과 전체가 갖는 모순에 대해 이렇다할 해법을 내린 사상가는 아닙니다. 한 시대의 저널리스트로서, 예술가로서 그가 표현하고 그려낸 이야기들은 그러나 섬뜩하리만치 인간과 인간 사회가 만드는 본질의 중심을 꿰뚫는 힘이 있습니다.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누가 그런 걸 모르냐.’라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넘어선 지점에 『동물농장』은 존재합니다. 그러한 현실을 파악하고, 풍자를 통해 세인들에게 경고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비판의 가능성과 사고의 시작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조지 오웰의 사상에 100% 동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다만 부패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또 다른 체계가 등장하고, 그 체계가 체계 스스로의 모순에 의해 다시 부패하는 부패의 순환 고리에 대해 한번쯤은 틀을 벗어나는 생각에 도전해 보는 것도 의미 있는 독서가 될 것입니다. 언제까지 디아블로를 잡은 용자가 다시 디아블로가 되는 걸 볼 수는 없으니까요. (<디아블로>는 올해 말에 3편이 또 나온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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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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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조지 오웰> 저/<도정일> 역6,300원(10% + 5%)

영국 작가의 세계적인 장편소설이다.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동물들이 인간을 내쫓고 동물농장을 세운다는 큰 줄거리 아래 독자자와 사회주의 사회의 문제를 실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한 장편소설.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까지의 소련의 정치상황을 소재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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