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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렘이 있는 음악을 만드는, 영화 <국가대표> 음악 작곡가

이재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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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네 음악의 장점이 뭔지 아니?”라고 물어보시더니 “너의 음악엔 설렘이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충격이었다.

영화 <국가대표>의 음악을 만든 이재학은 7월 31일 상상마당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 내내 순수하고 성실한 태도로 임했다. 잘 알려진 음악가라는 자존심에 가식적인 표현을 한다거나 사진 촬영을 의식해 자기를 돋보이게 하거나 감추려는 자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자 하는 음악지향성처럼 그 역시 여느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음을 보였다.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음악을 줄줄 꿸 정도로 비틀스를 좋아하는 그는 근래 영화음악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긴 했지만 자신의 음악 본령은 여전히 록에 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영화감독 김용화와 흥행 합작을 일궈낸 그다. 모던 록 밴드 ‘러브홀릭’의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로 경력을 쌓았지만 영화음악 처녀작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미녀는 괴로워>에서 보여준 역량은 놀라웠다. 음악이 주(主)인 영화에 맞게 스코어와 삽입곡을 기막히게 배치하고, 트렌디한 영화의 성향에 꼭 맞는 맞춤형 음악을 불어넣은 덕분에 주인공 김아중이 부른 「마리아」「Beautiful girl」 그리고 「별」은 멋진 영상과의 호흡과 함께 큰 호응을 얻었다.

이후 의욕적으로 즐겁게 임한 <마이 뉴 파트너>에 대한 반응이 별로여서 다소 의기소침해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재학은 그러나 거기에서 물러서지 않고 김용화 감독과 다시금 의기투합, 대중적 호소력이 짙은 음악으로 보란 듯이 복귀했다. 그의 말마따나 김용화 감독과 친한 친구이기 때문인지 둘의 호흡은 영화 <국가대표>에서 다시 한 번 탁이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가뜩이나 영화 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급변한 현재, 쓰나미 열풍으로 극장가를 강타한 <해운대>와 함께 흥행을 쌍끌이하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이재학은 “이번 <국가대표>의 영화음악을 하면서 이전과 같이 시간에 쫓기긴 했지만 비로소 영화 자체도 집중하고 볼 수 있을 만큼 즐겁게 작업했다.”고 말했다.

삽입곡 「Ain't nothing wrong with that」은 국내 모 광고에서 익히 들었다 싶었는데, 누구의 곡인지 바로 안 떠올라 정확한 팩트(fact)를 찾느라 고민 좀 했다. 국내에서 영화음악을 했다고 하면 보통 작곡가라는 개념보다 선곡을 해 넣는 쪽에서 음악 감독이라는 칭호로 많이 불리는 것 같다. 이재학 씨는 어떤 편인가?

그 곡은 김용화 감독이 작업 중 콘티에 이미 써놨더라. 김용화 감독도 공감했겠지만 나는 밴 헤일런(Van Halen)의 「Jump」를 쓰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데 시사회를 얼마 안 앞둔 시점, 2주 전에 급히 바꿔야만 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그렇게 비쌀 줄이야. 저작권 사용료로 2억 달라더라. 그렇게까지 주고 사용할 수는 없잖나. 밴드에서도 그랬지만 사실 나는 영화음악 분야에서도 선곡보다는 영상에 맞게 음악을 쓰는 작곡가다. 그렇게 봐 달라.

그러면 이번 영화 <국가대표>를 하면서 작곡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었나?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미션>의 경우는 모리코네가 현장에서 직접 영감을 얻어 쓴 걸로 유명한데. 이재학 감독도 현장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지 않나.

미리 써놓은 것도 있지만 주로 영상을 보면서 스토리 상 화면의 동작이나 분위기 등에 맞춰서 곡을 썼다. 물론 현장에서 감을 받기도 한다. <국가대표>를 찍은 무주를 왕복하면서 이동 시간이 길지 않나. 외경을 보면서 영감을 받은 부분도 있다.

<국가대표> OST에는 몇 곡이 수록되어 있는가? <미녀는 괴로워>의 경우 스코어 외에 삽입 노래가 많았는데.

총 14곡이 들어갔다. 보컬곡이 일곱, 스코어가 일곱, 반반 비율이다. 주제가로 쓴 「Butterfly」는 미리 만들어 사장님께 말씀드렸다. 좋아하시더라. 리퀘스트 곡은 「I can fly」다. 이 곡의 경우 스코어를 만들다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고, 허규라는 친구를 보컬로 녹음했다. 허규는 <마이 뉴 파트너>에서 먼저 함께했었다. 티저 예고편에서 노래 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잘 안 됐다. 음악은 역시 영화에서 굉장히 소외되더라.


<마이 뉴 파트너>도 했나. 지금까지 영화 몇 편을 한 건가.

<미녀는 괴로워>와 이번 <국가대표> 말고 두 편 더 했다. <미녀는 괴로워>를 만든 영화사에서 했는데, <마이 뉴 파트너><당신이 잠든 사이에>다. <마이 뉴 파트너>는 즐기면서 했는데, 결과적으로 반응이 별로였다. 애정이 있었던 만큼 조금 아쉽다.

영화음악을 하면서 관계의 폭도 넓어지고 그래서 도움이 되지 않던가.

인생에 없던 일로 생각했는데, <미녀는 괴로워> 스코어를 시작으로 OST를 하게 되어 좋았다. 그때는 사실 잘 몰랐는데, 이번 <국가대표> 하면서 ‘재밌구나.’ 하는 기분을 처음 느꼈다. 개봉 날짜 앞두고 마지막으로 시간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미녀는 괴로워>는 시간 압박 때문에 힘들었는데, 이번엔 정말 재밌었다.

저번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장르적으로 로맨틱 코미디고, 이번엔 스포츠 감동 영화인데, 어떻게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나.

김용화 감독이 팝과 스코어를 반반으로 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주제가인 「Butterfly」는 아바(ABBA)적 감동을 염두에 두고 썼다. 비치보이스(Beach Boys)와 동일하게 행복한 느낌. 풍성한 하모니를 통해 벅차고 행복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Butterfly」를 먼저 만든 후, 사실 엔딩 곡으로 생각했었다. 감독과는 친한 친구 사이인데, 벅찬 감정을 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받았다.

스코어의 경우 악기 구성은 어떻게 가져갔나.

외국의 경우를 생각하면서 ‘국가적’ 느낌을 강하게 내고자 했다. 그래서 혼 계열로 웅대한 느낌을 주면서 팀파니와 스네어 드럼, 마림바, 클래식 기타를 편성해 전체적으로 해피한 록의 분위기를 내려고 했다. 후반 경기 장면에는 프렌치 혼, 클래식 기타, 패드계열 스트링을 사용했다. 스키 장면 때문에 잘 안 들렸을 텐데. (이번엔 영화를 제대로 보고 한 것 같다고 하자 <미녀는 괴로워> 때는 음악만 들었는데, 이번엔 영상과의 객관화에 집중해서 봤다. 확실히 그때와는 다르다.”고 했다.)

영화음악을 하면서 외국 영화음악가들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을 것 같은데. 어떤가?

내 문제인데, 사실 잘 안 듣는다. 영화음악이 아닌 다른 음악도 마찬가지로 잘 안 듣는 편이지만. (웃음) 그들의 음악을 들으면 닮게 되는 것 같다. 들으면 편곡이랑 금방 알게 된다. 진짜 잘 안 듣는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들었을 것 같은데.

그건 노력하지 않아도 듣게 되지 않나. 좋았다. 멜로디 자체로 답을 내더라.

엔니오 모리코네도 작품들을 보면 사실 키치적인 면이 강한 것도 있더라. 왜 있잖나. 무법자 시리즈에서 나온 기타 연주 등 악기에서 나온 소리들. 사실 비교하자면 이번 <국가대표>는 모리코네의 <시네마 천국>이었다고 본다. 재학 씨도 멜로디 감은 좋은데.

전 아직 아닌 것 같다.


영화는 어땠나.

사실 너무 많이 봐서 대사를 다 외웠다. 원래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 대사를 다 외워버리는 게 습관이다. 재미있었지만 아쉬운 게 많았다.

김용화 감독이 이재학 씨에게 음악을 맡긴 이유가 뭐라고 보나.

모든 감독이 그렇겠지만 음악 하는 사람과의 소통 부분이 사실 어렵다. 친하고 그래서 필요할 때 과감하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것 때문일 거라고 본다. 약간의 팬시한 스타일의 음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내가 만든 걸) 좋아하더라.

이번 음악에 만족하나.

영화에 근접하게 나와서 만족한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그들이 호감을 주니까 영화음악이 잘 나오더라. 다른 사람들 많이 만날 수 있는 게 도움이 되더라. 조명기구 들고 다니는 스텝들 보면서 눈빛들이 다르다는 걸 느꼈고, 그런 것들을 보면서 도움이 됐는데. 재미는 있어도 영화 일만 하라면 아닌 것 같다. 반반 정도 생각한다. ‘영화음악가로서도 행복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은 했다. 분명 성취감은 있다.

특히 이재학은 이번 인터뷰에서 영화음악을 병행코자 하는 생각은 있으나 자신의 진정한 내심에는 록이 자리 잡고 있으며, 건반주자로서 새로운 록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의중을 확실히 했다. 그는 또한 자신을 위한 음악도 중요하지만 여자 친구와 어머니를 위시해 보통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음악을 해나가고 싶다는, 40대가 넘어서면서 진정한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의욕을 피력했다. “너의 음악에는 설렘이 있다.”는 어머니의 말씀에서 자신을 재발견했다는 그의 말처럼 영화음악가와 팝 뮤지션 사이에서 그가 앞으로 열어갈 음악 행로를 가늠할 수 있었다.

지선이 나간 뒤의 러브홀릭스(Loveholics)는 뭔가 조금 아쉽다.

기대는 없다. 물론 기획사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대중적 파괴력이나 그런 기대감이나 관심은 없다.

그럼 어떤 형식으로 해 나갈 것인가?

이런저런 보컬들 만나서 만드는 재미. 러브홀릭스는 창작성 그룹으로만 존재할 거다.

그렇게 간다면 이미지나 흡수력은 떨어질 거다. 돌파구를 열어야 할 텐데.

내가 갈망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운대, 기운이 맞아서 되는 건데, 러브홀릭스는 아닌 것 같다. 솔로 앨범을 해보고 싶다. 나한테 주는 선물로. 이번 사운드트랙에서 내가 노래한 「샴페인을 위하여」는 데모를 들려줬을 때 “괜찮다, 느낌이 좋다.”고 하더라. 그래서 불렀는데 그런 측면은 아니고, 데모 곡을 통해서 레코딩 노하우가 생겼다. 한편, 프로젝트밴드를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바로 「I can fly」를 한 프로젝트 밴드 ‘누드애플스(Nud'apples)’다. 이 노래는 영화를 통해서 곡에 대한 이미지만 생각하고 썼다.

강현민과 이재학의 헤어짐이 필요한 시기인 거 아닌지.

각자 활동할 계획이다. 더 늙기 전에 록 밴드에 대한 열망이 있다. 남자가 가장 멋있게 사는 건 로커인 것 같다. <국가대표> 삽입 음악 중 「Raining」이 장면과 함께 확 터진다. 베이스 치는데 ‘라이브 좀 하게 해줘.’ 하고 일어나게 되었다(연주에 심취했다는 얘기). 그것에 대한 매력을 다른 사람은 생각할 수 없을 건데. 러브홀릭이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있는 밴드가 안 돼서, 이제는 남자 보컬로 강한 음악을 하고 싶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을 말하는 건지.

아마도 <국가대표> 사운드트랙에서 3번 트랙 「I can fly」.


음악 작업할 때 어떤 악기를 주로 쓰나?

원래 베이스 주자인데, 피아노를 써서 노래를 만든다. 「I can fly」가 그렇다. 멜로디 위주라. 비중은 80퍼센트가 어쿠스틱 기타, 20퍼센트가 피아노다. 피아노에 관심이 많고, 잘하고 싶다.

이재학 씨 음악은 마이너가 없다.

단조, 신파조가 싫다. 굉장히 싫어한다. 영화 스코어에는 단조를 썼는데 싫다. 장조곡이래도 슬플 수 있다. 존 레논의 「Oh my love」는 단조의 기분을 살짝 섞어가는 느낌이다. 제 곡 중 80퍼센트는 장조곡이다. 세컨더리의 과용이다 싶다.

코드워크 구사 중 잘 쓰는 기법은?

세컨더리 3도 7도 5도 마이너. 그게 없으면 동요 같은 멜로디만 나왔을 거다. 단조에 가까운 장조가 좋다. 사실 사비(중심 멜로디) 파트는 단조다. 러브홀릭 같은 경우도 장조곡인데, 사비 파트에서는 단조로 간다. 비틀스가 그렇더라. 존 레논은 4, 5도에 걸려 장조와 단조를 번갈아 쓴다.

영화음악을 계속한다면 닮고 싶은 작곡가는?

엔니오 모리코네. 자세히 알고 보니까 데뷔 년도가 서른 살이 넘었더라. 아카데미상은 60세가 넘어서 받았고. 60세에 만든 음악도 너무 훌륭하다. 오래 지나도 잊히지 않는 명곡은 인생에 한 바퀴 사이클을 돌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이재학의 음악가는?

비틀스다. 처음 음악 할 때부터 비틀스였다. 이상하게 지금 들어도 좋다. 굉장히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 존 레논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폴은 왕성하게 활동 중이지 않나. 진정한 음악은 40대부터 나오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경우가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저희부터 다음 세대들은 더 잘 갈 수 있을 거라 본다. 우리 음악계가 풍성하게 잘 됐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에 관심이 많아서, 외국의 경우 경험과 패기의 균형을 중시하는데, 우리나라는 예의 때문에 가리는 것 같다. 나도 주위에 동등한 의미의 음악을 만들고 하면 다 친구한다. 성훈, 맥스 등 회사 뮤지션들 모두 친구 같다.

비틀스에서 존 레논, 폴 매카트니 둘 중 누구 쪽인가?

어려서는 비틀스의 「Let it be」가 제일 좋았다. 요즘 다른 친구들은 「Across the universe」 「Strawberry fields forever」 「Happiness is a warm gun」을 꼽던데, 나도 갈수록 존 레논 쪽이다. 「In my life」 「Imagine」 그리고 맑으면서도 처연한 「Oh my love」가 특히 좋다. 존 레논의 1집과 2집은 다 들었다. 1집이 정말 좋았다.

작곡가 이재학으로서 꼭 써보고 싶은 곡, 되고 싶은 가수가 있다면.

비틀스는 「Strawberry fields forever」「Penny lane」처럼 편곡이 탐나는 곡이 많다. 멜로디보다 편곡이 탐난다. 목소리는 최근 제임스 모리슨(James Morrison). 이런 목소리라면 꼭 같이 작업해보고 싶다.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는 리듬감이 탐나지만 보컬은 아닌 것 같다. 벤 폴즈(Beb Folds)와 같은 음악도 좋다. <국가대표> 사운드트랙에서 아까도 말한 「I can fly」를 부른 누드애플스의 경우, 내가 피아니스트로 참여했다. OST를 위한 프로젝트팀으로, 이번이 두 번째인데 제일 맘에 든다. 킨(Keane)처럼 건반으로 하고 싶다. 피아노가 리더인 친구들. 킨, 벤 폴즈……. 기타는 없는데 음악은 록이다.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 다음 앨범에는 베이스 주자가 돼 있지는 않을 것 같다.


현재 자신의 위치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나이가 들수록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를 돌이켜보게 된다. 내가 나를 봤을 때 창피한가 안 창피한가. 정말 내가 바라는 나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고 있는가 말이다. <미녀는 괴로워>에서 내가 만든 음악을 부르는 사람이나 배우들, 시간이 지나면 시점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 잘하고 싶다. 조금 더 잘하려고 하는데, 이런 건 잘 안 되지 싶을 때도 있고, 창작적인 것보다 몸으로 하는 걸 더 잘해보고 싶다. 어릴 적에는 결과물에 집착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심리 상태에 영향을 덜 받는다. 음악가로서 음악이 내 몸에 붙어 있느냐. 내가 가진 만큼 던지는 거구나. 편하게 이게 나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러브홀릭 때부터인데, 그때도 뽐내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건대 나 자신을 솔직히 보여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

음악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이재학씨도 싱어송라이터에서 영화음악가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자기 음악을 한다.

이전과 달리 다른 여러 관계자 분들 만나면서 더 많은 걸 알게 되는 것 같다. 더 다채로워지는 것 같다. 영화음악을 만들면서, 사실 영화음악이 연주가 주된 음악이다 보니 소리에 더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다채롭게 실험하고 펼칠 수 있는 것 같다. 무조 음악의 경우 정말 깨면서 가는 건데, 그 안에서 대중과의 접점이 생기기도 한다. 정말이지 스코어는 악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예를 들면 마림바, 카림바, 기타 같은 경우, 클래식 악기 바순, 클라리넷 등 목관악기, 팀파니, 현악기, 밴조, 만돌린 등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해 소리를 조화시켜 내면서 소리에 대해 더 흥미롭게 되고, 조금씩 깨치게 된다. 이번 콜드플레이의 경우는 팀파니를 잘 썼더라. 성공해서 내 녹음실을 진짜 차리고 싶다. 작곡보다 소리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사실 작곡은 안 느는 것 같다. 교회에서는 하먼드 오르간을 연주하잖나. 특정 장소에서 내는 소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갖고 있다. 감성이 좋아지는 것 같다.

대중음악가는 대중적 욕구에 부합해야 하잖나. 그래야 자신의 위치를 갖출 수 있고.

영화음악이나 뭐나 난 타이틀곡만 기억한다. 대중적인 귀를 갖고 있다.

<국가대표> 영화를 보거나 OST 음반을 샀을 때 어떻게 음악을 들어줬으면 하나.

그건 청취자들의 몫이니까. 뚜렷하게 이렇게 들어줬으면, 하는 건 없다. <국가대표>의 감동을 회고 또는 회상하는 느낌. 음악을 통해 영화를 기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은 있다.

후반 스키점프 장면에서 방겔리스(Vangelis)적인 사운드도 감지되더라. 그리고 만돌린과 밴조 소리도 들리던데 사용했나.

방겔리스의 영화음악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의 느낌을 마음에 두고 만든 점도 있다. 특성 때문에 만돌린, 밴조, 마림바를 썼다. 멀리 보면 후대 조카들, 자식들이 내 음악에 대해, 삼촌이 또는 아빠가 <미녀는 괴로워> 음악 만드셨구나, 하는 얘기를 하는 걸 듣고 싶다. 여자 친구, 부모님 등 주변 사람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다. 러브홀릭 때도 보컬 지선의 마음에 드는 쪽으로 했다. (결국은 셋 다 좋아하는 음악이 되더라고 하면서 웃음)

음악가의 조건을 뭐라 생각하나.

4, 5년 전에 차를 타고 가다가 어머니께서 “네 음악의 장점이 뭔지 아니?”라고 물어보시더니 “너의 음악엔 설렘이 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다. 그걸 잃으면 할 수 없는 거라고. 충격이었다. 맞는 말씀이더라. 요즘 열정이 더 많아졌다. 이전보다 더.

요즘 트렌드를 어찌 생각하나.

트렌드를 안 따라도 먹힐 수 있는 게 음악인 것 같다. 요즘도 비틀스의 「I will」이나 리차드 막스의 「Right here waiting」 같은 곡이 나오면 대박일 거다. 정말이지 못 써서 그렇지, 진짜로 만들어내기만 하면. 물론 멜로디와 가사의 조화가 중요하다. 고 이영훈 선생이 쓴 「붉은 노을」 같은 곡도 얼마나 좋은가.



인터뷰: 임진모, 김진성
사진: 정혜리
정리: 김진성

2009/08 김진성 (jinsung@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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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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