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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강연회]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오연호

“독자들이 ‘제2의 노무현’이 되겠다고 마음먹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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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노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던진다는 의미에서 처음과 끝이 한결같았다고 평가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회과학 분야 1위를 놓치지 않는 책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 책의 저자이자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인 오연호 기자의 강연이 지난 7일 저녁, 수색에 있는 <오마이뉴스> 본사 대표실에서 있었다.


 

오연호 대표는 2000년 2월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모토로 <오마이뉴스>를 창간, 시민 참여 저널리즘을 선도해왔다. <오마이뉴스>가 처음 창간될 당시 큰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기반으로 한 시민이 참여하는 신문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세계 언론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대통령이 되는 데 일정한 몫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처음 인터뷰한 신문사가 바로 중앙 일간지가 아닌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였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관례를 따르지 않았던 최초의 행보였던 셈이다. 이로써 보수 언론과 더욱 척을 지게 되었고, 재임 기간 내내 괴롭혔으며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놓아주질 않았다.

우선 오연호 대표기자는 기자인 동시에 사장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래서 글을 많이 못 쓴다고. 보통 한 달에 3~4편을 쓰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에는 한 달간 매일 글을 썼단다. 무엇이 그토록 글을 쓰게 만들었을까. 이 이야기만으로도 그가 노 전 대통령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녹취록 중 30퍼센트만 책에 실려

책상 위에는 원고 더미가 수북이 놓여 있었다. 그것이 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터뷰했던 녹취록 원고란다. 수북한 원고 중에서 책에 실린 것은 불과 30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원고 더미를 들춰 본다. 아무 곳이나 펼치면 어떤 내용에 대한 것인지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어떤 부분은 너무 민감한 이야기라 책에 실을 수도 없었고, 이야기해줄 수도 없다며 넘긴다.

오 대표기자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통해서 그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그의 말을 그대로 실으려고 애썼단다. 또한 오 대표기자는 감성적인 글을 쓰기 때문에 글 중간에 본인의 생각을 많이 넣는 편이란다. 이 책에도 노 전 대통령의 대화는 그대로 넣되 중간 중간 오 대표기자의 생각을 많이 넣어 정치 분야의 식견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

서거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

만약 서거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인터뷰는 책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오마이뉴스>에 연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3일을 계획한 인터뷰도 아니었단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듯 노 전 대통령이 먼저 다음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제안한 것이 3일이 된 것이다. 인터뷰 기사는 2007년 10월 <오마이뉴스>에 일부 실었다가 중단한 후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재개했다. ‘너무 젊을 때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느 정도 합의된 적절한 시점에 재개할 예정’이었던 것이 그만 서거라는 사태가 나는 바람에 시기가 당겨졌다. 서거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이 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서거 후에 인터뷰 기사를 재개하니 많은 사람들이 단행본으로 낼 것을 권유했다. 그래서 보통 책 한 권을 출판하는데 6개월이 걸리지만 이 책은 그러지 못했다고. 그러나 내용은 미리 다 써 놓은 것이니 시류에 영합하는 그런 책은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오 대표기자는 노무현에 대한 ‘정본’이라거나 ‘입문서’라는 독자들의 반응을 보며 보람을 느낀단다. 활자화된 글을 읽지만 마음속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인터뷰 기사를 그대로 실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특유의 몸짓과 말투가 생각나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지도자의 조건은……

오 대표기자는 노 전 대통령이 고민한(인터뷰 도중 강연했다고 표현한) 지도자의 자격 조건에 대한 고민을 함께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둘째를 꼽아가며 그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첫째, 단행본 한 권을 쓸 수 있는 사람

오바마 미국 대통령처럼 스스로 단행본 한 권을 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첫 번째 조건을 달았다. 한 권의 책을 쓴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관과 철학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오 대표기자는 노 전 대통령을 비록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체계적이라고 평가한다. 따라서 첫 번째 지도자적 자질을 갖춘 셈이다. 여기서 잠깐 사람들을 돌아보며 묻는다. 그렇다면 이에 적합한 인물이 누가 있느냐고. 언뜻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유시민. 글을 잘 쓰는 정치인으로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사실 유시민의 이미지는 노 전 대통령과 상당 부분 겹친다. 지나치게 곧은 듯한 느낌이며 부드러움이 부족한 것 등이.

둘째, 다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정치라는 흙탕물 속에서 대중과 신뢰를 형성하려면 자기의 모든 것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선을 확실히 갖고 있으며 대화를 중시하고 어떤 것을 실천하기 위한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난 애초부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정치를 한 것이 아니다. 바꾸려다 보니 정치인이 되었다.”라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지난 10년간 민주 정권이었으나 현재를 보니 답답해서 나라도 정치에 관여를 해야겠다는 사람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요즘 이런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오 대표기자는 이러한 현상, 즉 예비 정치인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징조라고 말한다.

오 대표기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던진다는 의미에서 처음과 끝이 한결같았다고 평가한다. 1991년 조선일보와의 소송에서도 그랬고,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탄핵, 한미 FTA 그리고 자살까지. 특히 오 대표기자는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 때 강하게 비판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책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나라가 발전할 수만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버려도 좋겠다는 심정으로 취한 행동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다 던지지 않으면 국회의원 정도는 할 수 있으나 더 큰 정치인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지도자가 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이 있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안주하지 않고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상황에 따른 민심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셋째, 유시민 이해찬 한명숙

뜬금없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나 오 대표기자의 설명을 들어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첫째 조건을 충족하는 유시민의 능력과 이해찬의 DJ적인 정치술과 한명숙의 부드러움을 곁들인 지도자라면 금상첨화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DJ적인 정치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 대표기자의 말에 따르자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두 발짝 앞서기 때문에 국민이 이해를 못했지만, DJ는 국민보다 반 발짝 앞선 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이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즉 노 전 대통령이 너무 앞서갔다는 말이다. 그래서 당시에는 그를 지지하던 사람들마저 ‘왜?’라는 의문을 품었고, 결국 실정의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겠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한명숙 전 총리의 부드러움을 무척 부러워했다고 한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던 노 전 대통령이 누군가를 부러워했다는 것이 의외였다는 듯이 부연 설명을 했다.

넷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

동북아에서 모두 인정할 만한 글로벌리더십을 가진 사람으로 특히 북한 주민과 남한 주민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다섯째, 깨어 있는 시민이 선거운동을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

여기서 또 오 대표기자는 다음 대선 주자로 누가 적합한지를 물었다. 어떤 이는 안철수를 이야기하고, 또 어떤 이는 손석희를 이야기했다. 여기에 더해 오 대표기자는 조국 교수를 언급하며 이들은 힘들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왜냐하면 성공은 있었지만 아픔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명 모닝커피의 아픔이라고. 지난 대선에서 문국현 후보의 예를 들며 조찬 토론하며 모이는 게 전부(모닝커피를 마시며 토론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다.)였던 이런 사람은 어떤 일에 모든 것을 던진 아픔이 없기 때문이란다. 단순히 던진 것뿐만 아니라 실패도 하고 좌절도 하며 단련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는지.

현 정권에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정책도 밀어붙이는 이유가 바로 여간해서는 등 돌리지 않을 핵심 지지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위의 인물들은 그 핵심 지지층이 약하다고 진단한다. 위에서 이야기한 흙탕물 속에서 뒹굴며 검증받는 단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 대표기자는 마지막으로 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하며 혼자만의 강연을 마치고 질문과 토론을 하자고 제의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에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한 주제를 보면 ‘지도자론’ 또는 ‘정치학 교과서’라고 할 만하다. 그는 ‘지도자란 무엇인가?’ ‘시민이란 무엇인가?’ ‘시민과 지도자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역사 속에서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등을 끊임없이 고민했다. 책에서 6명의 노무현(바보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정치학자 노무현, 사상가 노무현, 인간 노무현)을 만났다고 했지만 인간 노무현과 나머지 다섯은 공부하는 노무현이었다. 이 책이 단순히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거나 그리워하는 수준을 넘어서 내가 하나의 제 2의 노무현 즉, 깨어 있는 시민이 되겠다고 마음먹으면 좋겠다.”

보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그리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처음으로 제대로 가진 자(문화 권력, 돈, 명예 등)들에게 대들어 본 사람이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줄곧 특권과 반칙을 없애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는 곧 정의가 실패하는 사회를 용납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들(현 정권)은 계급적 성격이 강하다.(특권 의식이 배어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도전자로 보였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생겨서 무척 안타깝다.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지 않았다면 차후에 어떤 역할을 했으리라고 보는가?

“특강을 하든 정치학 교과서를 집필하든 교육에 참여했을 것이다. 퇴임 후에 봉하마을에 가서 읽은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 모두 노무현처럼만 공부하자.”

(봉하마을에서 읽었다는 책은 바로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폴 크루그먼 저 | 현대경제연구원books), 『유러피언 드림』(제러미 리프킨 저 | 민음사), 『슈퍼자본주의』(로버트 B. 라이시 저 | 김영사), 『국가의 역할』(장하준 저 | 부키), 『빈곤의 종말』(제프리 D. 삭스 저 | 21세기북스), 『더 플랜』(람 에마뉴엘,브루스 리드 저 | 리북), 『월드 체인징』(알렉스 스테픈 저 | 바다출판사),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요시다 타로 저 | 들녘) 이렇게 8권을 말한다. 『시사IN』 98호 참조)

진보 진영이 국민의 마음을 못 잡는 것이 사실이다. 진보가 나아갈 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전체 노선도 그렇지만 구체적 노선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용기 있는 개인이 흙탕물로 뛰어들자.”

정치인이 아닌 인간 노무현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책이 있다면 관심이 가는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이 질문은 독자가 아닌 오 대표기자가 던진 질문이다. 따라서 답변은 독자가 했다.)

“노무현을 조금은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 있는 내용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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