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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의 만남]『이현세의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 이현세와 함께하는 강화역사체험

타임머신을 타고 책 속 역사의 현장으로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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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섬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다. 강화역사관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끈 것은 역시 팔만대장경이었다.

초등 중학년 정도 되면 방학 중에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체험 중 하나가 역사체험이라고 한다. 서울 시내 궁궐만 가더라도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아이들과 해설가가 쉽게 눈에 띈다. 처음 한국사를 접하는 아이들을 위해 『이현세의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를 출판한 녹색지팡이 출판사가 특별한 역사체험 이벤트를 진행했다.



 

 지난 금요일, 『이현세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의 이현세 작가와 함께하는 강화도 역사체험이 진행되었다. 아침 8시라는 이른 시각에도 늦은 사람 하나 없이 집결 장소에 모두 모여 출발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차를 탄 저자는 “역사책을 읽는 것도 의미 있지만 역사적인 장소를 직접 답사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어린 친구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 온 저서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에 일일이 아이들의 이름을 적어 사인해주었다. 저자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함께 참여한 학부모들에게는 『공포의 외인구단』을 통해 잘 알려진 만화가다. 부모 세대가 『공포의 외인구단』을 통해 엄지와 까치를 만났다면, 요즘 아이들은 『이현세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를 통해 엄지와 까치를 만나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인 강화도는 섬 자체가 ‘살아 있는 역사박물관’이다. 선사시대의 고인돌 유적부터 고려 때 몽골의 침입에 맞서 만든 팔만대장경, 조선시대에 프랑스의 침략에 이어 미국의 침략에 맞선 서구 열강과의 전투 등 수많은 역사의 흔적을 안고 있다. 강화대교를 건너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한눈에 강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강화역사박물관. 폭우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에 아침부터 걱정이 많았는데, 하늘은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강화박물관 앞에서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본격적인 강화역사체험을 시작했다.

강화역사관에서 아이들의 관심을 끈 것은 역시 팔만대장경이었다. 유네스코기록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은 고려 때 몽골의 침입에 맞서 만들기 시작했다. 몽골의 침입을 피해 왕족과 귀족은 도성을 버리고 강화도로 거처를 옮겼지만 대다수의 백성들은 몽골의 횡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했기에 더욱 팔만대장경 제작에 공을 들인 것이 아닐까. 이와는 반대로 직접 몽골에 끝까지 대항해서 싸운 이들이 있으니, 바로 삼별초다. 끝까지 대몽 항쟁한 삼별초의 이야기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제3전시실로 향하는 계단에 기다랗게 드리워져 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수자기(帥字旗)였다. 강화도에서 미국과의 전쟁이 있었던 신미양요(1871)에서 미국은 전투의 승리를 기념하는 의미로 당시 우리나라 군대의 상징이기도 했던 수자기를 기념품으로 가져갔다. 지금도 이 수자기는 미국의 소유이고, 잠시 우리나라에 빌려준 형태를 취하고 있다니 안타까움이 남는다. 태극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전투에서 수자기를 사용한 점이 아이들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제3전시실에는 몽골 침입을 비롯해 병자호란(1636) 때 천도의 장소였던 강화도의 지리적 특성과 각 전투의 상황, 공을 세운 이들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병인양요(1866) 때 프랑스와 정족산성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 양헌수 장군의 영정을 비롯해서 신미양요(1871) 때 광성보에서 미국에 맞서 크게 승리한 어재연 장군의 영정도 볼 수 있었다.


다음 장소인 고려궁지를 향하기 전, 전시관 뒤쪽의 갑곶돈대에서 강화도 해안을 살펴보았다. 고려궁지가 강화의 내성이라면, 이곳에서는 해안을 따라 조금 높게 쌓은 외성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강처럼 보이는 곳이 바로 한양으로 통하는 입구가 되었기에 그것을 대비해 강화도에 5진 7보 53돈대라는 방어 시설을 구축했다. 그중 한곳인 갑곶돈대에는 과거에 사용했던 포가 있었는데, 이것은 멀리까지 날아와서 터지는 서양포의 위력에 한참 뒤졌다. 그러니 바다를 두려워하는 몽골을 제외하고는 강화도에 방어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서구 열강의 침략에는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그런 중에도 양헌수나 어재연 장군 같은 이들이 있었기에 민중의 항쟁이 헛되지 않았을 터이다.

강화역사관을 나와서 향한 장소는 고려궁지였다. 고려궁지란 고려궁의 터만 남아 있음을 뜻한다. 2차 몽골 침략 때 이곳으로 천도해서 토성을 쌓았으며, 내성은 지금의 강화산성으로 고려궁지를 감싸 안고 있다. 39년 동안 몽골을 피해서 이곳을 도성으로 사용했지만 고려 원종이 몽골에 항복하면서 이곳은 몽골과의 조약에 의해 모두 헐리게 되었다. 그런 후에 조선 인조 때 고려궁터에 행궁을 건립하여 강화 유수부 이방청, 외규장각 등을 건립했지만 병인양요(1866) 때 프랑스군에 의해 모두 불태워졌다. 당시 프랑스군이 외규장각에 있는 값어치 있는 서적과 은궤 등을 실어 가고, 남아 있는 것은 모두 불살랐다는 말에 아이들은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고려궁지를 나와서 인근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 일정상 저자가 오후 시간을 함께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아이들은 아쉬움을 달래면서 수줍게 다시 한 번 사인을 청하고 사진을 찍었다.


점심식사 후에는 선사시대 유물인 고인돌을 보기 위해 출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은 우리나라에 약 3만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고대 권력자의 무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은 이 거대한 고인돌을 과연 어떻게 운반했을지 가장 궁금해 했다. 어른 500여 명은 동원되었음 직한 고인돌의 크기를 보면서, 당시의 권력자의 위상은 물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선사시대의 유적인 고인돌을 살펴보고 이동한 장소는 가장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삼랑성과 전등사였다. 정족산에 있는 삼랑성은 단군의 세 아들인 부여, 부우, 부소가 쌓았다는 전설이 있다. 정족산성이라고도 불리는 삼랑성에는 전등사가 있다. 현재 전등사는 남문과 동문이 남아 있는데, 동문은 성곽만 남아 있고, 바로 앞에는 병인양요(1866) 때 프랑스군을 크게 물리친 양헌수 장군의 비문이 세워져 있다. 동문까지 가지 못하고 남문을 거쳐 전등사에 가 보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전등사의 남문은 많은 수난을 담고 있어서 그런지 작은 규모에도 기품이 있어 보였다.

전등사로 향하는 중에 특이하게 생긴 윤장대라는 것을 보았는데,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을 위해 이 안에 불교 경전을 꽂아 둔 것이라고 한다. 경전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은 윤장대를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돌리면서 불경을 읽는 것을 대신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세종대왕이 앙부일구를 만들어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을 위해 알기 쉽게 동물 문양을 새겨 놓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낮은 곳에 있는 백성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의 역사가 지속될 수 있지 않았을까.


전등사에 올라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색이 바래 고풍스러움을 간직한 대웅보전이다. 보물로도 지정된 대웅보전에는 눈여겨볼 만한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대웅보전 처마 네 귀퉁이에 처마를 바치고 있는 듯한 형상의 나부상이었다. 이 나부상에는 흥미 있는 이야기가 얽혀 있다.

대웅보전의 공사를 맡게 된 수장 도편수는 아름다운 주모를 사랑하게 되어 자신이 가진 모든 재물을 다 주었다. 그러나 이 주모는 도편수의 재물을 가지고 다른 남자와 도망을 갔고, 도편수는 크게 슬퍼하면서 대웅보전에 나부상을 만들었다. 처마를 이고 있는 듯한 모습은 도망간 여인이 평생 고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듯도 하고, 여인의 죄를 씻게 하기 위한 것 같기도 하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이 전등사 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를 한 사발씩 마시고 향한 마지막 장소는 초지진이었다. 한양으로 향하는 첫 관문이라는 점 때문에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강화도에는 많은 방어 시설이 있다. 초지진도 그중 가장 큰 방어 시설인 ‘진’에 해당하나, 지금 복원된 것은 아주 일부라고 한다. 초지진에서 강화바다를 바라보면 육지까지 그리 멀지 않다. 고려 때 몽골이 강화바다를 넘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조선 때도 병자호란(1636)을 만만히 본 청나라는 문수산성에서 뗏목을 타고 강화도로 들어 왔다. 그렇게 강화도가 점령되면서 남한산성에 피신해 있던 왕이 무릎을 꿇는 수모의 현장까지 한눈에 보이는 듯했다.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이고, 그 순간이 가장 생생하다고 하지만, 과거를 떠난 현재는 있을 수 없다. 과거의 생생한 역사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긴 강화를 체험하면서, 아이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부터 조선의 근대기까지 훑은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역사책을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저자와 함께 역사의 현장을 답사한 시간이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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